비뢰도 6권 8화 – 홍(紅)!
홍(紅)!
-휘장 뒤에서
달이 별빛 속에 요요로이 떠 있는 깊고
으슥한 밤이었다.
요요롭지만 미약한 달빛은
어둠을 물리치기엔 역부족이었고
사위는 적막으로 가득차 있었다.
천무학관 사람이라면 모든 이가 잠들어 있어야 할 시간. 취침 시간은 이미 지난 지 오래인데, 숙직실을 제외하고도 아직 채 불이 꺼지지 않은 곳이 있었다. 그러나 그곳은 밤이 깊었으니 빨랑 불 끄고 잠이나 자라고 하기에는 너무 높으신 분이 계신 곳이라 어느 누구도 감히 범접할 수 없는 장소였다.
“그 아이들을 따라가기를 원한다고?”
“예!“
목소리가 들려 온 곳은 장막 뒤였다. 누가 있어 감히 천무학 관주무적철권 마진가의 등 뒤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서 있을 수 있단 말인가.
“꼭 자네가 그 아이들을 따라갈 필요가 있을까? 굳이 자네가 그런 수고까지 해야 하나 해서 하는 말일세.”
“전 반드시 필요한 일이라고 판단했습니다.”
장막 뒤 어둠 속에 존재하는 그의 말은 단호하기 그지없었다.
“그렇다면 할 수 없겠군. 아니, 말려도 소용이 없겠지. 자네가 간다는데 누가 말리겠는가. 나조차도 감히 말리지 못하겠군. 이번에도 역시 자네의 판단을 믿도록 하 겠네, 홍(紅)!”
홍(紅)이라 불리우는 사내에 대해 천무학 관주 마진가가 보내는 신뢰는 대단한 것이었다. 정도 무림의 거봉(巨) 중 하나인 마진가에게 이만큼의 전폭적인 신뢰 를 받는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조직의 정점에 선 인물들은 자신이 신뢰를 보낼 인물을 고를 때 항상 신중에 신중을 기하기 때문이 다.
“예! 맡겨만 주십시오.”
“출발은 언제인가?”
“앞으로 일 주일 후입니다.”
“알았네. 조치하도록 하지.”
“감사합니다!”
“수고하게!”
대답은 없었다. 침묵만이 대답을 대신할 뿐이었다. 이미 그의 존재는 사라지고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인사도 없이 사라진 무례에 대해 탓하지는 않았다. 이렇게 해서 무당산을 향하는 일행에 한 명이 더 추가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