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뢰도 7권 10화 – 모용휘의 맹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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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뢰도 7권 10화 – 모용휘의 맹세

모용휘의 맹세

“졌다!”

염도와 비류연이 달빛 아래에서 모종의 계획을 짜고 있을 때,

모용휘는 침대에 누운 채 쓸쓸히 천장을 바라보며

마음으로부터 우러나오는 씁쓸함을 음미하고 있었다.

“내가 졌다.”

멍하니 초점이 흐릿해졌다. 그의 의식은 지금 몽환 속을 헤매고 있었다. 첫 패배의 충격이 이리도 클 줄은 본인도 미처 예상지 못한 부분이었다.

무패(無敗)란 있을 수 없다고 가슴 한켠에서 생각은 하고 있었지만, 직접 맞닥뜨리고 보니 견디기가 쉽지 않았다. 온갖 번뇌와 고민, 그리고 자책감이 그를 괴롭혔 다.

“왜 졌는가?”

모용휘는 스스로의 마음에 물어 보았다.

그는 오늘처럼 무겁고 소름끼치도록 무서운 도법을 받아 본 것은 처음이었다. 약간의 방심만으로도 목이 달아날 수 있다는 공포. 생사를 가르는 순간의 공포를 모 용휘는 오랜만에 되새길 수 있었다.

“나의 마음에 아직도 검과 죽음에 대한 공포가 남아 있단 말인가?”

공허한 허공은 그의 물음에 답해 주는 친절을 베풀 마음이 없는 모양이었다. 할수없이 모용휘는 그 해답을 자신의 마음 속 심연에서 찾아 낼 수밖에 없었다. 스스 로의 힘으로.

다들 무승부라고 말하지만 모용휘는 자신의 패배를 절감하고 있었다. 겉보기에 오늘의 대결은 무승부로 끝났다. 하지만 모용휘는 잘 알고 있었다. 엄밀히 따지자 면 오늘 승부는 자신의 패배라는 것을! 자신이 검을 휘두를 수 없는 상황에까지 몰렸을 때도 상대 괴인은 팔팔했다. 그때 자신은 더 이상 움직일 여력이 없었다. 반 면 상대는 달리는 전차처럼 힘이 넘쳤다. 만일 그가 미쳐 날뛰지 않았다면 그의 검에 목숨을 잃을 수도 있었다.

분했다.

모용휘는 입술을 지그시 깨물었다. 비릿한 피 내음이 코 끝을 자극했다. 자신에 대한 체벌이자 의지를 견고히 하는 의식이었다. 이대로 물러설 수는 없었다. 검성 의 이름을 더럽힌 채 이대로 주저앉을 수는 없었다.

그는 한 번 패배에 낙담해 붕괴되는 탑처럼 끝없이 절망하는 그런 유의 사람이 아니었다. 한 번의 패배로 좌절하는 건 얼간이일 뿐이라는 사상을 뼛속 깊이 새겨들 은 그였다. 실패는 병가지상사(兵家之常事), 병가(兵家)에서 시도 때도 없이 일어나는 일이었다. 한 번의 실패로 좌절하기엔 그의 나이가 너무 젊었다.

끝없는 도전 정신과 혈기왕성한 의욕, 그리고 들끓는 패기를 빼면 남는 게 없는 20대가 바로 그의 나이였다.

“다음에는 절대 지지 않아!”

그는 마음 속의 검에 두고 맹세했다. 반드시 이기리라! 나의 이름과 가문의 명예를 위해!

그는 장애를 만나면 뛰어넘을 줄 아는 천재였다. 그는 진정한 천재라 불리기에 손색이 없는 존재였다.

“다시는 지지 않아!”

적과 다시 한 번 상대하기 위해서는 상처 치유와 체력 회복이 최우선 과제였다.

모용휘는 천천히 진기를 끌어올리며 내가요상법을 시작했다.

다행히 심맥이 손상되지는 않은 모양인지 진기의 소통은 원활하게 이루어졌다. 하지만, 외상이 치유되기까지는 좀 시간이 걸릴 것이다. 단시간에 말끔히 치유되기 를 바라는 것 자체가 무리였다.

다음 날!

풀썩!

한 사람이 쓰러지며 특훈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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