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뢰도 7권 16화 – 여성의 관심을 끄는 방법에 대한 심층 연구

비뢰도 7권 17화 – 여성의 관심을 끄는 방법에 대한 심층 연구

여성의 관심을 끄는 방법에 대한 심층 연구

“후우!”

비류연이 고뇌에 찬 얼굴로 한숨을 내쉬었다.

“휴우!”

크나큰 고민을 품고 있는 듯 달과 별을 번갈아 보고 있었다.

“어찌 하면 좋단 말인가?”

“무엇을 말입니까?”

때아니게 진지한 그의 얼굴을 염도는 지켜보기가 껄끄러웠다. 전혀 평소답지 않은 모습이었기 때문이다.

비류연의 고뇌하는 모습 따위를 보느니 차라리 눈알을 뽑아 버리는 게 낫겠다는 원색적이고 과격한 생각마저 품고 있는 염도였다. 고민이 있다면 빨리 듣고 재빨 리 해결해 주는 게 오히려 옆에 있기가 편했다.

이러다가 또 말도 안 되는 짓을 저지르면 자신만 낭패인 것이다.

“여자와의 관계를 좀더 진전시키기 위해서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까요?”

“예에?”

비류연의 말을 듣는 순간, 잔뜩 들어간 어깨의 힘이 쭉 빠졌다. 웬일로 고뇌에 찬 얼굴로 사색에 잠겨 있나 했더니 고작 연애 방법에 대한 질문일 줄이야! 괜히 손해 본 듯한 느낌이 강하게 드는 염도였다.

‘내가 미쳤다고 이 사람을 걱정했지…….”

명명백백한 자신의 실수였다. 이 세상엔 남의 걱정 따윈 필요 없는 인간도, 걱정해 줄 가치도 없는 사람이 가끔은 있다는 것을 자신이 잠시 망각한 것이다. 연애 하면 백지, 또는 가뭄의 빈 항아리 상태인 염도에게 연애를 묻는 것 자체가 실수였다. 사람에게는 각기 다른 자신만의 특기를 발전시킨 전문 분야가 있다. 이 렇게 따질 때 염도에게 연애는 가장 취약한 분야라 할 수 있었다.

“글쎄요. 동정심을 유발하면 되지 않을까요?”

언젠가 주워들은 불확실한 지식을 확신도 없는 주제에 말해 버리는 염도였다.

“동정심? 그게 뭐죠?”

전에 없던 이상한 표정을 지으며 비류연이 반문했다.

“뭐긴 뭐겠습니까! 약한 자를 보면 불쌍한 마음이 드는 측은지심(側隱之心)의 발로라 할 수 있죠!”

“실제로 그런 감정이 존재한단 말인가요?”

“예에?”

그게 무슨 개소리냐는 강력한 주장이 담긴 얼굴로 염도가 비류연을 바라보았다.

“약한 자는 그저 비웃어 주는 거 아니던가요?”

무척이나 신기하다는 표정이었다. 염도는 어안이벙벙한 채 멍하니 비류연을 바라보기만 했다.

‘저게 진심일까??

한 번쯤 고민해 봐야 할 문제였다.

“분명히 사부가 나한테 그렇게 말했는데…….”

아직도 비류연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우지 못하고 있었다.

“흐흠… 동정심을 유발한다……. 어떻게 해야 되죠?”

“우선은 약해져야죠!”

염도가 퉁명스레 대꾸했다.

“어려운 주문이군요!”

약해져야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은 그에게 무척 어려운 주문인 듯했다.

“약하다는 건 도대체 어떤 개념이지요?”

비류연이 진지하게 물었다.

“흐흠! 그건 대답하기 힘든 질문이군요.”

사실 염도도 약한 것하고는 거리가 먼 사람이라 정확하게 어떤 느낌인지 설명해 줄 수가 없었다.

화두를 잡은 고승처럼 둘은 고뇌 속에 빠져들었다.

“한 번 해 볼까?”

염도는 비류연의 희미한 독백에 전율했다. 저건 위험한데다가 엉뚱하기까지 한 생각을 할 때의 바로 그 모습이다.

‘오… 안 돼!’

염도는 속으로 절규했다. 소리 없는 비명이 그의 마음을 갈가리 찢고 정신 없이 뒤흔들어 놓았다.

잡을 수 없는 환상처럼 비류연의 형상이 자신에게서 멀어져 간다. 잡아야 돼! 막아야 돼! 중지시켜야 돼! 이성은 비명을 지르고 감성은 사납게 끓어오르지만 몸이 움직이지 않는다. 악몽은 하나로 충분했다. 두 개는 역부족이었다. 비류연의 몸이 점점 더 멀어져 갔다. 손을 뻗으면 잡을 수 있는데 왜 잡지 못했단 말인가!

염도는 갑자기 울고 싶어졌다. 앞으로 언제 어디서 무슨 일이 벌어질지 예상할 수 없다는 사실이 너무도 두려웠다. 그리고, 그 다음 날은 비류연의 예언대로 그 해 여름 중 가장 바쁜 날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