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뢰도 7권 23화 – 심뢰단심(斷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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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뢰도 7권 23화 – 심뢰단심(斷心)

심뢰단심(斷心)

마음을 베다

“그는 이지(智)를 완전히 상실했다!

그의 마음을 되돌린다는 건 이제 불가능해!”

뜨겁게 달아오른 두 사람 사이를 단 일수에 방해한

비류연을 향해 청흔이 외쳤다.

“여태껏 뭘 배운 겁니까, 선배!”

“무슨 뜻이냐?”

“그동안 익혀 왔던 기초지공의 의미가 뭐라고 생각하세요?”

비류연의 질문에 말문이 막힌 청흔은 선뜻 대답할 수가 없었다.

“그동안의 특훈은 보이지 않는 것을 보고, 들리지 않는 것을 듣고, 만져지지 않는 것을 만지기 위한 것이 아니었나요?”

청흔은 묵묵부답, 말이 없었다.

“이지란 보이지 않는 것! 하지만 그렇기에 볼 수 있고 만질 수도 있죠.”

“초감각이라도 익혔단 말이냐? 자네가 벌써 그 경지에 올랐다고 말하고 싶은 건가?”

“글쎄요?”

비류연이 의뭉스럽게 웃어 보였다. 청흔이 답답한 듯 물었다.

“대답할 수 없다는 것은 긍정의 의미인가, 아니면 부정의 의미인가?”

비류연은 여전히 입가의 야릇한 미소를 지우지 않고 있었다. 저만치 떨어진 갈효봉은 어찌 된 일인지 거리를 둔 채 덤벼들 생각을 않고 있었다.

“크르르르르!”

‘설마 두려워하는 건가?”

설마 하는 마음에 청흔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홀황의 경지에 오르면 그 반대가 가능하죠. 능력을 능동적으로 사용할 수도 있다는 말입니다.”

보이지 않는 걸 보고, 들리지 않는 것을 듣고, 존재하지 않는 것을 만진다는 것은, 반대로 생각해 보면 거기에 대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이야기가 된다. 즉 마음이 무형의 존재라고는 하나 그 존재를 감지해 낼 수 있다면 만질 수도 있고 벨 수도 있고 제어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였다.

말을 마친 비류연이 주위를 한 번 쓱 훑어보았다. 어찌 된 상판들이 모두 꿀 먹은 벙어리라니…….

“쯧쯧…!”

착잡한 마음에 비류연은 혀를 찼다. 우선은 급한 일부터 처리해야 했다.

“지금은 일단 저분을 원래대로 돌려 놓는 게 급선무겠군요.”

갈효봉은 아직도 거리를 둔 채 머뭇거리며 접근을 거부하고 있었다. 그의 눈은 여전히 살기로 번뜩이고 있었다.

비류연이 그를 향해 손을 쭉 뻗었다. 그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정체 모를 기운에 갈효봉은 주춤거렸다. 비록 이지는 상실했지만 그 대신 본능이 미친 듯이 경고 성을 울렸기 때문이다.

광분해 움직이던 다리도, 피를 부르던 광기의 양손도 비류연의 펼쳐진 손에 사로잡혀 움직이지 않았다. 활짝 펴진 손바닥이 마치 자신을 집어삼키기 위해 노리고 있는 듯한 기분이었다. 보이지 않는 무형의 검이 자신의 전신을 노리고 있는 듯했다. 본능적인 공포에서 벗어나기 위해 그는 아둥바둥대야만 했다.

“팟!”

비류연의 눈이 횃불처럼 빛났다.

비뢰도(飛雷刀)

검기(劍氣) 오의(奧義)

단심무형(斷心無形)의 장(章)

심(心)

순간 무형의 검은 번개가 그의 혼탁한 마음과 정신을 관통했다.

“크아아아아아악!”

처절한 비명이 온 산에 메아리쳤다. 갈효봉의 몸이 벼락 맞은 듯 부르르 떨렸다. 이미 그의 시야는 초점을 잃은 지 오래였고, 그의 머리 속은 새하얗게 비워졌다. 새 하얀 어둠이 그를 덮치고 그는 이내 정신을 잃고 땅에 쓰러졌다.

“형!”

비류연이 앞으로 내뻗었던 손을 스르륵 내리자 지켜보던 효룡이 다급하게 달려가 쓰러진 그를 안았다. 그의 볼을 타고 두 줄기 눈물이 흘러내렸다.

“눈에 보이는 것밖에 못 베는 건 하수들이나 하는 짓이지!”

비류연은 손을 탁탁 턴 다음 옷에 묻은 먼지를 털어 냈다. 쓸데없는 싸움을 하느라 옷에 먼지가 많이 묻어 있었다. 한가로이 산보라도 다녀온 듯한 여유만만한 태 도였다.

자신의 뜻에 따라 산보를 다녀온 비류연이 문득 생각난 듯이 물었다.

“아참! 깨웠어요?”

“아차!”

염도는 순간 아차 싶었다.

‘깜빡 잊고 있었군!’

표정으로 미루어 보아 대답을 들을 필요도 없을 듯했다.

“그걸 잊으면 어떻게 해요?”

“죄송합니다.”

“재웠으면 깨워 주는 게 당연한 도리잖아요.”

“미처 생각을 못 했다니깐요!”

“할 수 없죠! 나중에 깨워 주세요. 벌써 일주일째 자고 있으니 이제 자는 것도 슬슬 지겨워질 때잖아요.”

“네, 알겠습니다.”

그러고 보니 수련에 방해된다는 이유로 무진자를 재워 버린 지도 벌써 일 주일째였다.

“미리 깨웠다면 전력에 보탬이 되었을 것을…….”

지금에야 생각나다니 무척이나 애석했다.

‘그런데 왜 잊고 있었지??

혈도를 짚어 재워 놓았던 무진자를 여지껏 잊고 있었다는 게 지금 생각해도 참 이상한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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