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뢰도 7권 5화 – 도움의 손길은 오지 않는다

비뢰도 7권 5화 – 도움의 손길은 오지 않는다

도움의 손길은 오지 않는다

애초부터 기대하지 마라

청흔이 착잡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청흔은 고민스러웠다. 누가 이 천라지망을 뚫고 무당파의 본산에 기별을 전할 것인가? 매복과 죽음의 함정이 사이 좋게 도사리고 있는 험로를 뚫고.

“이 일을 어찌 하면 좋단 말인가?”

“하늘은 정녕 우리의 목숨을 담보로 요구하는 것인가?”

무당파에 기별하기도 전에 저승에 사망 신고서를 올리게 되리라.

이 포위망을 단독으로 쉽사리 뚫고 기별을 전할 수 있는 사람은 중인들이 알기로는 염도 한 사람뿐이었다. 문제는 과연 염도가 기별을 전하러 가서 원군을 끌고 올 동안 몇 명이나 안 죽고 버틸 수 있는가였다. 그것이 청흔의 고민거리였다.

하지만 청흔의 고민은 혼자만의 생각에 불과할 뿐이었다. 왜냐하면 염도는 그럴 마음이 추호도 없었기 때문이다.

“왜 오지 않습니까?”

“오긴 누가 와?”

염도가 신경질적으로 외쳤다.

“아까 사부님께서 분명…….”

“그거야 당연히 거짓말이지!”

“예에?”

모두들 어안이벙벙하여 석상처럼 몸이 굳어 버렸다.

“내가 직접 가서 아무도 오지 말라고 했는데 올 리가 없지 않느냐!”

이건 또 무슨 말인가?

염도의 마지막 말은 도무지 해독 불가능한 것이었다. 아니, 해독하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분명히…….?”

분명히 무당파에서 응원군이 온다고 하지 않았던가. 자신의 귀는 분명 두 개 다 확실히 뚫려 있었다. 잘못 들었다는 것은 터무니없는 말이었다.

“오지 마라 했다니깐!”

염도가 다시 한 번 신경질적으로 쐐기를 박았다.

‘혹시 이 사람은 우리들을 깊은 절망의 구렁텅이에 밀어 빠뜨리면서 쾌감에 몸을 떠는 거 아닌가?’라는 의문이 그들의 뇌리를 스쳤다. 그렇지 않고서야 그런 말을 이리도 태연하게 할 리가 없지 않은가?

“왜 그러셨습니까?”

“눈알 빠지겠다. 그만 떠라!”

휘둥그렇게 뜨고 있는 남궁상의 눈을 바라보며 염도가 강압적으로 말했다. 마치 노려보는 것 같아 기분이 별로 좋지 않았던 것이다.

“오지 마라 하셨다면서요?”

남궁상도 좀 끈질긴 면이 있었다.

“그래, 어쩔래?”

“아니, 왜입니까?”

남궁상은 어처구니없는 사태가 발생하게 된 이유라도 알고 싶었다. 심약(心弱)과 소심(小心)의 대명사인 그로서는 간만의 반항이었다.

“내 맘이다.”

삽시간에 주작단과 천검조 전원이 멍한 얼굴로 표정을 통일했다. 그리고 한날 한시에 자신들 모두의 청각이 잘못된 건 아닌가 하는 의문에 빠져들었다.

“곧 무당파에서 지원이 올 것이다. 조금만 더 버텨라!”

염도가 내공이 깃든 목소리로 크게 외치며 주위를 고무시킨 것이 겨우 한 시진 전의 일이었다. 수백 년이 흐른 것도 아닌지라 기억력에 이상이 있을 리도 없었다. 그런데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로, 죄의식 하나 없이 거짓말이랜다. 일방적인 ‘거짓말’ 통보를 받는 입장에서는 미치고 팔짝 뛸 노릇인 것이다.

천지쌍살은 그의 말을 곧이곧대로 듣고 물러났지만(물론 갈효봉이 난동을 부린 것이 가장 큰 원인이었다), 아마 거짓이라는 것을 금방 알아차렸을 것이다. 부르지 도 않은 사람들이 이유 없이 올 리가 없지 않은가! 이미 사방의 길은 모두 차단되어 있을 게 분명했다. 청흔은 갑자기 골치가 지끈거렸다.

“그럼 우린 이제 어찌 해야 합니까?”

“그렇습니다. 이대로는 위험합니다.”

“대책을 마련해 주십시오!”

주변의 웅성거림이 점점 커져 갔다. 불안이 그들의 여유를 빼앗아 위기감이 점점 고조되었다.

“한시라도 빨리 무당파에 연락해야 합니다. 그게 최선책입니다.”

“딱! 퍽! 퍽!”

“시끄럽다!”

언성을 높이던 남궁상의 눈 앞에서 별이 화려하게 반짝였다. 염도의 작품이었다.

“시시해!”

잠자코 지켜보던 비류연이 한마디 툭 내뱉었다. 모든 이의 시선이 한순간 비류연에게로 집중되었다.

“뭐라고?”

청흔의 눈꼬리가 살짝 올라갔다.

“겨우 이런 시시한 일로 벌벌 떨지 말아요. 이런 시시한 일 하나 해결 못 하고서 무슨 천무학관도입니까?”

“그 ….”

“맞다! 옳은 말이다!”

남궁상의 눈 앞을 좀더 휘황찬란하게 만들어 줄까 고민하던 염도가 비류연의 의견에 적극 동조했다. 그러는 바람에 청흔은 반박할 말을 꺼낼 수가 없었다. 염도가 의견을 제시하는데 끼여들 수가 없었던 것이다. 게다가 자신의 의견에 반대하는 사람은 가만 놔두지 않는 성격의 소유자가 염도임을 그도 익히 알고 있었던 것이다. “조금 다급할 때마다 남한테 손을 벌리는 건 좋지 않은 일이다. 일이 터질 때마다 어른들한테 손을 벌려서야 평생 어린애밖에는 안 되지. 자신의 눈 앞에 벌어진 일 은 자신이 수습하지 않으면 안 된다. 손을 벌릴 때마다 도와 준다는 보장이 이 세상에 어디 있단 말이냐!”

“그럼 저희들이 무엇을 해야 합니까?”

청흔이 모든 이들을 대표해서 물었다.

“우선은 강해져야지!”

간단한 한마디였다.

‘언제?”

암습자들이 연락로를 봉쇄했지만, 이런 대치 관계가 오래 가지는 못한다는 것을 양쪽 모두 잘 알고 있었다. 시간이 넉넉하지 않았다. 유감스럽게도 지금 시간은 그들의 편이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