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류연과 염도의 상의
– 기초지공을 연마시켜라
“희생자 없이 이길 수 있을까요?”
“진다고는 생각지 않습니까?”
염도의 반문에 비류연은 의아한 눈으로,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염도를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우리가 같이 다닌 지 벌써 2년이 다 되어 가는데 아직도 그런 소리를 하니 좀 섭섭하네요.”
2년! 악몽치고는 무척 긴 악몽이었다. 비류연이 빙긋이 미소지으며 말을 이었다.
“승리는 당연히 정해진 것이고, 문제는 희생자를 내느냐 마느냐 하는 것입니다.”
애초에 패배 따위의 후줄근한 일은 염두에 넣고 굴리지도 않은 비류연이었다.
“희생자 없이 이기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천지쌍살은 그리 녹록한 자들이 아닙니다.”
“그렇다고 지레 겁먹을 필요는 없잖아요?”
“겁을 안 먹는다 해서 현실이 바뀌는 건 아니죠. 아직 애들 실력으로 희생 없이 이기는 건 힘듭니다.”
“만일 이번 싸움에서 희생자가 나온다면 그건 우리의 패배예요. 그건 절대 용납할 수 없습니다.”
비류연은 고집을 꺾을 생각이 없는 모양이었다.
“그럼 어찌 하란 말입니까?”
“전원 살아남을 수 있는 실력이 될 때까지 혹독하게 굴려요! 한 명도 죽지 않고 살아남을 수 있을 때까지 말입니다. 긴급 특별 강화 훈련을 실시하도록 하죠!” “적들은 어찌 하고 말입니까?”
지금은 훈련 상황이 아니라 전투 상황이었다. 훈련 따위나 하고 있을 여유가 없었다. 누군가 여유를 만들어 주기 전까지는 말이다.
“그동안은 내가 책임집니다. 당신은 당신 할 일만 하면 돼요.”
“직접 말입니까?”
왠지 눈 앞에 있는 악연 덩어리라면 가능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얼핏 염도의 뇌리를 스쳤다. 어차피 상식으로는 잴 수 없는 괴물딱지가 아닌가.
“공짜로 몸을 움직이다니…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군……. 어떻게든 수지타산을 맞추어야 할 텐데…….”
“나의 행사에 공짜란 없다!’
비류연은 자신의 신조를 이런 시시한 일 때문에 깨뜨리고픈 마음이 결단코 없었다.
“어떻게 하면 되겠습니까?”
여지껏 모든 수업 방식을 선택한 것은 비류연이었다. 청룡단과의 대결에 대비해 가르친 주작단의 수련 방식을 택한 이도 바로 비류연이었다. 물론 그걸 과격하게 실행한 것은 염도 본인이었지만 말이다.
다들 멋모르고 따라가고 있지만, 이번 합숙 훈련에서의 수련 방식을 제멋대로 정한 이도 비류연이었다. 애초에 주작단을 이곳에 끼워 넣은 이도 비류연이 아니던 가!
간단히 말해 모든 사건의 근원에 원흉(元兇) 비류연이 존재한다는 이야기였다.
“일단 가볍게 기초지공(基礎之功)부터 연마시키죠!”
잠시 고민을 한 후 비류연이 말했다.
“기초지공이요?”
“역시 강해지려면 기초가 튼튼해야 하지 않겠어요?”
은근한 어조로 말하는 비류연의 물음에 염도는 선뜻 대답하지 못했다.
“뭐… 그렇기야 하죠…….”
말은 그렇다 긍정을 표하지만, 그의 어조와 전신 근육은 부정의 소리 없는 비명을 지르며 절규하고 있었다.
그의 표정에는 탐탁치 않은 기색이 역력했다. 이제 와서 난데없이 웬 기초란 말인가? 단시일 내에 강해져야 하는데 기초부터 다진다는 것은 한마디로 어불성설이 었다. 의혹에 휩싸이는 게 당연했다.
비류연은 갑자기 고개를 들어 별의 바다를 바라보았다. 심연처럼 깊은 별의 바다는 그에게 과거의 물결을 실어다 주었다.
‘한때 그런 일이 있었지…….?’
‘기초지공이라…….’
‘개뿔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