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뢰도 9권 7화 – 절정비계! 1인분과 4인분의 비밀

비뢰도 9권 7화 – 절정비계! 1인분과 4인분의 비밀

절정비계! 1인분과 4인분의 비밀

– 오오, 여인이여!

“이번 우리 애소저회(愛少姐會)에서는

미소저 검색(檢索) 범위를

천무학관뿐만 아니라 남창 전역으로

그 영역을 넓히기로 합의했습니다.”

그러나 현재 우리 애소저회가 보유하고 있는 남창 지역사회 미소저 확보 전선에는 많은 문제가 있습니다. 우선 부끄럽게도 남창성(南昌省) 전역을 범위로 하는 미 소저들의 정보가 우리 애소저회의 이름에 부끄럽게도 매우 부실한 지경입니다. 이 부족한 점을 조속한 시일 내에 보강하는 것이야말로 금년도 하반기 저희 애소저 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이라는 데 이론의 여지가 없을 것입니다. 그러므로 여러분의 적극적인 협조를 부탁드리는 바입니다. 최소한 1인당 5인 이상의 할당량을 목표 로 노력해 주시기 바랍니다. 여러분들의 고군분투를 빕니다.”

찌는 듯한 여름이 끝나고 가을로 접어드는 계절의 문턱에서 열린 정기 애소저회 대회의에서 애소저회 부장 비연태의 일장연설이었다. 아무래도 앞으로 애소저회 의 운영 방침이 바뀐다는 그런 내용인 듯했다.

“잘 부탁하네.”

솥뚜껑만한 손으로 비류연의 어깨를 두드리며 비연태가 말했다.

‘그걸 내가 왜 해?”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알 수 없는 이상야릇한 열기와 열정이 가득 찬 애소저회였지만, 비류연의 반응은 여타 남자 관도들의 검은 열정에 비해 시큰둥하기만 했다. 본래 비류연은 그런 비생산적인 일에 적극 가담하는 것을 극히 꺼리는 성격이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로 두 손 놓고 놀고 있을 작정이었다.

본디 애소저회는 회원들에게 활동을 강요하는 법은 없었다. 모두 회원들의 자발적이면서도 적극적인 참가 덕분에 지금껏 동호회가 운영되어 왔었다. 이 일에 강제 성이 개입된 적이 한 번도 없었다.

자율(自律)! 자주(自主)! 자애(自愛)!

그것이야말로 애소저회의 유일무이한 자랑이기도 했다. 이런 좋은 회칙을 이용해 비류연은 그 동안 룰루랄라 놀고 있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그의 평온한 삶에 변 화를 주는 사건이 있었다. 그것은 뒤이어진 비연태의 말이 주효했던 것이었다.

웅성웅성!

시끌시끌!

웅성거림이 이곳저곳에서 들려와 그의 귀를 간질이고 있었다.

물론 주루 안이 언제나 시끄러운 것은 당연한 현상이다. 거기에 대해 이론을 제기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그것은 늘상 있는 일이므로 별로 신기할 것도 없는 일이 니까! 하지만 그 웅성거림과 소란스러움의 주제가 단 한 가지라면 그것은 무척이나 드물고 신기한 일이라 할 수 있었다. 때문에 그 주제는 비류연의 관심을 끌 수 있 었다.

이들 주객(客)들이 지금 얘기하고 있는 초미의 관심사는 한 여인에 관한 것이었다. 주객들은 보통 미인과 술은 떼래야 뗄 수 없는 불가분의 관계라는 사실을 굳 게 신봉하고 있는 이들이 아직도 거의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었다.

이들의 말투는 술기운의 도움을 받아 굉장히 열성적으로 변해 있었다.

“이봐! 자네 봤나? 봤어?”

“물론 봤지! 이런 귀한 걸 안 볼 수야 없지! 우오오오오오!”

주객 중 덥석부리 장한 한 명이 뒷말을 길게 빼내며 괴성을 질러댔다. 아마 자신이 느낀 감동을 행동으로 나타내고 싶은 모양이었다.

“진짜, 진짜 끝내주는 미인이었지!!”

염소수염 사내도 고개를 끄덕이며 동감을 표시했다.

“난 눈이 돌아갈 뻔했다네. 정말 쥑이더군!”

다시 과거 회상으로 들어갔는지 장한의 말이 흥분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 감동을 누군가와 나누지 않는다는 것은 범죄 그 자체라고 여기는 듯했다.

“아아… 그런 미인과 사귈 수만 있다면….”

염소수염 사내의 눈이 망상으로 물들며 몽롱하게 변했다.

“이봐! 이봐! 냉수 먹고 속 차리게. 이 세상에는 가능과 불가능이란 것이 엄연히 따로 존재한다구. 오르지 못할 나무는 쳐다보지도 말라는 말도 모르나?”

“자넨 꿈도 못 꾸나? 착각과 망상은 자유라는 말도 모르나?”

“망상도 정도가 있지! 혹시 나라면 모르지만! 으하하하하!”

덥석부리 남자가 대소하며 말했다. 얼굴이 잔뜩 붉은 게 술이 한두 병 들어간 게 아닌 모양이었다.

그의 말에 대작하던 남자가 코웃음을 쳤다. 방금 전 망상 속을 헤엄치던 바로 그 사람이었다.

“자네야말로 주제 파악이 필요하겠구만! 흰소리 그만 하고 술이나 퍼마시세!”

“좋지! 좋아! 세상이 왜 이리 불공평하단 말인가. 에이 쓰불… 이보게! 오늘 밤 어때?”

한쪽 눈을 사정없이 찡그리며 덥석부리가 말했다. 그의 야릇하면서도 음흉한 눈이 가리키는 바는 명확했다. 이 풀 수 없는 욕망을 좀더 경제적으로 풀어 보자는 의 미였다. 다행히 양식이란 게 있는 놈들인지, 주제를 파악한 탓인지 덥쳐 볼까?”라는 말이 안 나온 게 그나마 다행이었다.

“좋지! 가자구! 앵앵아! 기다려라! 오빠가 가안다!”

죽이 척척 맞는 두 사람이었다. 역시 끼리끼리 모인다는 정설이 맞는 모양이었다.

사람들이 다 쳐다보는데도 주루에 앉은 모든 사람이 들릴 정도로 큰 소리로 말했으니 듣고 싶지 않아도 들리는 것이 당연했다. 거기서 비류연의 관심을 끈 것은 단 한 가지! 바로 ‘미녀’라는 두 글자였다. 그는 풍류남아가 아니었기에 꼬셔 볼 생각을 품은 게 아니었다.

그가 관심을 가진 것은 거기서 돈 냄새를 맡았기 때문이었다.

‘과연 쌍낭이 나대이의 말이 맞았군. 정보는 곧 돈으로 직결된다고 했던가?’

돈이 눈앞에서 손짓하는데 그 유혹의 손길을 거절하는 것은 사나이 대장부의 길이 아니었다.

“특급 미 소저의 정보를 가져오신 회원님에게는 특별 상금으로 은자 닷 냥이 지급될 예정입니다. 모두들 신념(?)이 아니라 돈을 위해서라도 적극적으로 분발해 주 시기 바랍니다.”

비연태가 능글맞은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절세 미녀? 은 닷 냥?”

돈!!! 그것도 은자라는 말에 비류연의 귀가 솔깃해졌다. 회의 내내 감겨져 있던 비류연의 눈이 언제 그랬냐는 듯 번쩍 떠졌다.

‘그렇다면 얘기가 다르지!”

비생산적인 일이 생산적인 일이 되었다. 그것은 천지가 뒤바뀌었다는 이야기랑 일맥상통하는 것이었다.

이 이야기를 비류연은 가슴속 한 곳에 묻어 두고 그 정보가 끄집어내져 돈으로 환산되기 전까지는 조용히 지내 왔었다. 지금이 바로 그 적기인지도 몰랐다. 때문에 지금 그의 기억 창고 속에서 그 이야기가 비집고 나왔는지도 모른다. 그의 본능은 이익이 되는 기회를 그냥 놓치는 법이 없었다.

그런 일이 있었기에 비류연은 눈이 튀어나올 만한 미녀가 나타났다는 주루의 웅성거림을 흘려들을 수 없었다. 돈 되는 일이 그의 귀를 피해 도주에 성공한 적은 결 단코 없었다. 보통 때라면 무시하고 먹는 데 집중했겠지만 지금은 그럴 수가 없었다.

“흐흠… 눈이 돌아갈 정도로 미인이란 말이지.”

주루 전체를 떠들썩하게 할 정도의 소문이라면 믿을 만한 정보였다. 게다가 사람들을 이 정도로까지 한꺼번에 싸잡아 동요시킨다는 것은 보통 미모로는 어림도 없 는 일이었다.

“잘하면 추가 상금을 받을 수 있을지도…….”

그렇다면 금상첨화라 할 수 있었다.

소문의 출처를 확인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소문과 소란의 뒤꽁무니를 밟아가다 보니 무척이나 쉽게 소란의 출처를 확인할 수 있었다. 허리에 오색창연한 도를 차고 있는 모습을 보니 소 문의 절세미녀는 무림인인 모양이었다.

“과연 저 소저인가?”

확실히 눈이 휘둥그레질 정도의 미인이었다. 객점에 자리한 과반수 이상의 주객들이 침을 질질 흘리며 정신이 알딸딸해 있는 것도 무리는 아닌 모양이었다. 그러 나 분명 미녀이기는 했지만 비류연은 그런 데 별 감흥이 없었다.

지금 그에게는 칠색보주를 무색케 하는 미녀의 뛰어난 자태보다 은자 닷 냥이 더 중요했다. 낭만의 상실 시대에 빠져 있는 비류연이었다. 최소한 일성(城)을 무 너뜨릴 수 있는 경성지색(傾城之色), 좀더 후한 점수를 내리면 경국지색(傾國之色)이라 불릴 만한 미녀로서는 무척이나 자존심 상하는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일단 포상을 타내려면 미녀를 봤어요, 정도 가지고는 불가능했다. 좀더 자세하고 정확한 정보가 필요했다. 그러나 저 얼굴 전체에서 풍기는 분위기는 명확했다. “이 떨거지들아! 건들면 죽어!’

도도함과 자존심이 온몸에서 흘러넘치는 여인이었다. 그렇다면 들키지 않는 게 최우선 관건이었다.

정보는 항상 돈과 힘이 되지만, 때때로 도가 지나친 중요 기밀은 사람의 목숨을 대가로 원하기도 한다.

•순풍산부이 나대이

새하얀 안개가 그녀의 전신 모공으로부터 뿜어져 나오며 그녀의 전신을 둘러쌌다. 여인은 현재 가부좌를 틀고 운기조식 중이었다. 먼 여행에서 지친 심신을 다스 리기 위한 조치인 듯했다. 그렇다면 운기조식 전에 주위를 살피지 못한 것은 너무나 부주의한 처사였다. 자신처럼 몰래 훔쳐보는 사람이 있다면 어쩔 작정인가? 비 류연은 여인의 부주의를 책망했다. 자신의 마음씨가 비단결처럼 곱기에 망정이지 자칫 잘못하면 큰일이 벌어질 수도 있는 일이었다. 대부분의 무림인들은 운기조 식 중에 완전 무방비 상태가 되어 버리니깐 말이다.

비류연은 가만히 지켜만 보기로 했다.

그녀의 모공으로부터 뿜어져 나오는 백무(白霧)가 점점 더 짙어지기 시작했다. 그러나 겨우 그 정도로 놀라기에는 아직 일렀다. 진짜 놀라운 것은 지금부터였다. ‘응? 저게 뭐지??

비류연은 순간 안력을 최고로 돋워야 했다. 믿어지지 않는 광경이 그의 눈앞에서 버젓이 벌어지고 있었다.

우득우드득뚜둑! 출렁출렁!

뼈마디가 거칠게 강제적으로 움직이는 소리, 일정 방향으로 규칙적으로 살이 움직이는 소리, 인체의 살과 근육과 피부가 사람의 의지에 의해 움직이고 있음을 보 여주는 명백한 상황이었다.

살들의 대전, 달빛 아래 출렁이는 살들이 덩실덩실 흥겹게 춤을 춘다. 한 마리 은어처럼 늘씬하던 여인의 몸이 갑자기 하얀 안개 같은 기운을 내뿜으며 점점 더 커 져 가고 있었다. 거대한 산이 눈앞에 나타나는 그런 느낌이었다.

“요괴인가?”

그런 생각이 든다 해도 결코 무리가 아니었다. 미녀를 잡아먹는 요괴의 등장이라 말해도 쉽게 믿길 그런 광경이었다. 방금 전 그 늘씬하던 미인과 동일 인물인지 비류연은 자신의 두 눈부터 의심해 봐야 했다.

그것은 비류연도 난생처음 보는 괴이하고도 신비로운 광경이었다. 지금 여인은 운기조식의 최고조 상태인 무아지경에 들어가 있었다.

이렇게 해서 1인분은 4인분이 되었다.

‘어어?”

절세 미녀의 육중한 환신(換身)은 충분히 놀라운 것이었지만 그것이 끝은 아니었다. 여인의 운기조식이 계속되면서 활짝 펼쳐졌던 살들에 다시 변화가 찾아온 것 이다. 활짝 펼쳐져 보기에도 무겁고 더워 보이던 육중한 살들이 다시 한 번 달빛 아래서 광란의 춤을 추기 시작했다.

으으!

그와 함께 푸짐하던 살들이 그녀의 몸 안으로 빨려 들어가듯 줄어들기 시작했다. 그와 함께 그녀의 몸 주위를 감싸고 있던 백무도 다시 그녀의 몸 안으로 살들과 함께 흡수되어 갔다.

푸짐하던 살들이 다시 안으로 차곡차곡 접혀 들어가기 시작하면서 여인의 몸이 바람 빠진 풍선처럼 쭈그러들더니 토실토실하고 풍성, 푸짐, 묵직, 육중, 거대한 뚱 땡이 금불상은 온데간데없고 늘씬하고 미끄럽게 빠진 기막힌 미녀가 그 자리를 대신했다. 분명히 미녀가 뚱땡이를 잡아먹은 건 아니었다. 그것은 불가사의한 광경 이었다.

이 공전절후의 사태에 비류연도 입을 쩌억 벌릴 수밖에 없었다.

‘히야!”

독특한 감탄성이 쩍 벌어진 입으로부터 흘러나오려는 걸 그는 꾹 눌러 참아야 했다.

미녀가 뚱땡이로 변하는 것도 물론 놀라웠지만, 뚱땡이가 다시 감쪽같이 미녀로 변하는 것은 더욱더 놀라웠다. 4인분이 다시 1인분이 되다니, 이 얼마나 놀라 나자 빠질 일인가!

‘온몸의 살들과 뼈와 근육 조직을 마음대로 움직여 체형을 바꾸다니? 그게 어디의 무공이었더라. 분명히 사술(邪術)은 아니었는데…….”

분명히 재미없기로 유명한 기초 과목인 ‘무공총요’ 시간에 확실히 들은 기억이 있었다. 반쯤 졸면서 들었지만 놓치고 못 듣는 것은 없었다. 왜냐하면 비류연은 시 험 공부를 할 때 한 번도 책을 펴본 역사가 없었다. 시험 공부를 위해 다시 책을 펼치고 공부하는 게 귀찮았던 비류연은 수업 시간에 들은 걸 몽땅 기억해 버렸다. 설 설 가볍게 들어도 그 정도는 기본으로 해낼 머리가 그에게는 있었다.

‘그러니깐… 그게… 분명.”

갑자기 뭔가를 떠올리고 싶을 때 순간 기억의 흐름이 막힌 것처럼 생각이 막히는 경우가 있다. 필요한 것이 생각나지 않을 때만큼 답답한 때도 매우 드물다. 이것 의 신기한 점은 기억하려고 노력하면 노력할수록 더욱더 기억이 안 난다는 점이었다. 고민에 싸인 그의 몸이 살짝 옆으로 기울어졌다.

우직!

천장을 받치는 나무 하나가 금이 가는 소리! 기억을 떠올리는 데 너무 집중한 나머지 가장 중요한 은폐를 순간 잊어먹었던 것이다.

‘아차!’ 방심이 부른 화였다.

“누구냐!”

감겨져 있던 그녀의 눈이 번쩍 떠졌다. 이제 막 본래의 몸(어느 쪽이 본래의 몸인지 의심이 가지만)으로 돌아온 여인이 버럭 대갈성을 터뜨렸다. 

“이크, 역시 들켰나?!’

이 정도의 큰 소리를 감지하지 못하면 그날로 고수는 폐업해야 할 것이다. 이제는 더 이상 몸을 숨길 수가 없었다.

그것이 비류연과 마하령의 첫 대면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