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빼기에 좋은 천축대승유가신공
“봐… 봤느냐?”
사색이 된 마하령의 몸은 부들부들 심하게 떨리고 있었다.
“아! 이거, 이거 고의가 아니었어요!”
비류연의 한가로운 한마디! 그러나 그녀의 귀에 지금 그런 말이
들어갈 여유 따위는 없었다.
그녀의 머리는 지금 어떻게 하면 비밀을 보장받을 수 있는가에 대한 보안 방법 130여 가지 정도를 무럭무럭 일어나는 살기와 함께 떠올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
130여 가지 방법 중에 역시 가장 최고로 좋은 것은 그 느낌도 상큼한 살인멸구(殺人滅)였다. 누구나 애용하면서도 언제나 효과만점인 그 방법! 살인멸구! 그녀의 선택에는 망설임이 없었다.
“죽어라! 그 하찮은 목숨으로 네놈의 죄를 사죄해라!”
그녀의 전신으로부터 바늘 같은 살기가 폭출되어 나왔다.
“지금 그게 죽을 정도로 나쁜 일이었나요?”
“소리 소문 없이 다가온 네가 나빠! 남의 비밀을 봤을 때는 그만한 각오를 해야지!”
그녀의 이성은 이미 저 멀리 날아가 버린 지 오래였다. 이런 굴욕적인 모습을 남자에게 보여주고, 평범하게 평화로운 일상을 유지할 수 있을 만큼 그녀의 신경은 무디지 않았다. 그녀의 드높은 자존심이 그것을 용납하지 않았다. 지금 그녀의 머리에 인륜이라든가 도덕이라든가 하는 법의 개념은 들어 있지 않았다. 의도적으로 그녀는 그것들을 무시하고 있었다.
“이런! 이런! 정말 사나운 뚱땡이 아가씨로군요.”
“뭐… 뭣이라! 네… 네놈이 감히…….”
그녀의 가슴을 서슴없이 도려내는 말을 내뱉는 비류연이었다. 그는 언어의 비수로 그녀의 심장을 후벼 파는 데 전혀 망설임이 없었다.
“네… 네놈은 누구냐?”
독기 서린 얼굴로 마하령이 물었다.
“그냥 지나가던 행인이라고나 할까요? 신경 쓰지 마세요.”
비류연이 방긋방긋 웃으며 말했다. 짙은 살기가 거미줄처럼 펼쳐진 방 안에 어울리는 대답은 아니었다.
“닥쳐라! 어떤 지나가던 행인이 남의 숙소 천장에서 느닷없이 나타난단 말이냐!”
애초에 일고의 가치도 없는 소리였다. 마하령은 마치 놀림이라도 당하는 듯한 느낌이었다.
물론 비류연으로서는 그가 이 험악한 분위기를 좀더 조장해 보자는 좋은 의도를 가지고 있었다면 그의 의도가 정확히 맞아떨어졌다 할 수 있다. 그녀에게는 이 사 소한 농담이 전혀 통하지 않았다.
“네… 네놈 어디서부터 훔쳐보고 있었던 것이냐?”
잔뜩 굳은 얼굴로 마하령이 물었다. 천하의 마하령이 지금 불안에 떨고 있었다.
“별거 없어요. 1인분이 4인분이 되었다가 다시 1인분이 되었다 하며 들쭉날쭉 하는 부분 정도일까요?”
절망(絶望)!
비류연의 대답에 마하령의 심장은 덜컥 내려앉고 말았다.
“서… 설마 들켰단 말인가? 그… 그런 추한 모습을 남에게 들켰단 말인가?”
그녀의 목소리가 심하게 떨려 나왔다. 마하령의 얼굴이 수치심으로 벌겋게 익어 갔다.
“우와! 석류보다 더 빨간데요! 잘 익은 홍시도 소저 얼굴만 못하겠군요.”
농담(談)! 이런 상황에서 좋은 배짱이었다.
“극비 중의 극비, 치부(部) 중의 치부인 천축대승유가신공(天竺大乘柔家神功)을 들키다니…….?”
참담한 심정이었다. 마하령은 낮게 내뱉은 말이지만 비류연의 귀에는 똑똑히 잘 들렸다.
“아! 맞다! 천축대승유가신공! 바로 그거였어!”
드디어 기억의 장애가 벗겨진 것이다.
천축 유가술이란 인체의 근육과 살과 뼈를 자유자재로 늘이거나 줄이거나 형태를 변화시킬 수 있는 특수한 신공으로, 외인에게 함부로 전하지 않는 천축 포달랍궁
(包拉宮)만의 비전신공으로 면면부단(綿綿不斷) 전해져 오고 있는데 놀랍게도 마하령이 그것을 익히고 있었던 것이다.
이 신공의 문제점은 운기를 할 때 소주천(小) 때는 상관없지만, 대주천(大周天)에 들어갈 때에는 몸이 원상태로 돌아와 버리고 만다는 점이었다. 때문에 그녀 는 항상 은밀하게 운기조식을 행해 왔었다. 그런데 막 귀환한 들뜬 마음에 방심하고 운기조식을 하다가 그 흉한 모습을 들키고 만 것이다.
“절대 살려두지 않으리라.”
그것은 누구도 봐서는 안 될 절대의 비밀, 절대 밖으로 전해질 수 없는 치부 중 치부였다. 그러나 무럭무럭 솟아나는 그녀의 살기에 아랑곳하지 않고 비류연은 태 연자약하기만 했다.
“참 편리한 무공이네요. 그것만 익히면 뚱땡이가 평생 뚱땡이로 안 늙어도 되겠네요? 뚱땡이가 자기 마음대로 홀쭉이가 될 수 있다니 얼마나 편리해요? 그렇지 않 “아요?”
동의를 구하기엔 그녀의 얼굴이 악귀처럼 무시무시했다.
그러나 비류연은 여전히 분위기 파악이 안 되는 모양인지 연신 싱글벙글거리고 있었다.
“왜! 그래서요? 몸 어디가 안 좋아요? 안절부절 못하시는 것 같네요?”
오히려 상대방의 몸을 걱정해 주는 비류연이었지만, 지금은 그런 여유를 부릴 때가 아니었다. 한과 악을 품은 여인의 증오심이 곧 그의 전신에 쇄도할 예정이었기 때문이다.
“……”
“이봐요! 고의가 아니었어요! 듣고 있는 거예요?”
비류연의 한가로운 한마디! 그러나 그녀의 귀에 지금 그런 말이 들어갈 여유 따위는 없었다.
“죽어라! 죽음만이 너의 죄를 속죄할 수 있다!”
음산한 살기를 내뿜는 목소리, 미녀에게는 어울리지 않는 목소리였다.
“지금 그게 죽을 정도로 나쁜 일이었나요? 목숨을 걸고 사죄할 만한 일은, 정직한 바른생활 강호인으로서 저지른 적이 없는데요?”
정말 그렇게 생각하는 것일까? 언제부터 바른생활이 방탕과 타락을 가리키는 말이 되었는지는 모르지만, 만일 그렇다면 소름끼칠 정도로 공포스런 일이었다. “소리 소문 없이 다가온 네가 나빠! 남의 비밀을 봤을 때는 그만한 각오를 해야지!”
“이상한 뚱땡이 소저네!”
무심결에 던져버린 무신경한 한마디.
“컥!”
목에 가시라도 걸린 걸까? 마하령이 또다시 요상한 소리를 냈다.
“너… 너… 네놈이 또다시 감히…….?”
너무 분하고 원통하고 어이가 없자, 그녀는 말을 더듬기 시작했다.
“왜! 그래요? 뚱땡이 소저?”
눈을 말똥말똥 뜨고 비류연이 천진난만 가증스럽게 물었다.
“끄아아아악! 이놈이 그래도… 닥치지 못하겠느냐! 그 천한 주둥아리!”
그녀의 분노가 활화산처럼 터져 나왔다. 오늘 눈앞의 원수를 고기산적으로 만들지 않으면 성을 갈 생각이었다. 비류연의 말은 그녀의 가슴에 연달아 비수를 꽂는 소리였다. 천한 주둥아리라는 말에 비류연은 약간 화가 났다.
“거 되게 시끄럽네요. 뚱·땡·이!”
“그래도 네놈이!!!!”
복장이 뒤집어지고 울화통이 터질 지경이었다. 화병으로 급사(急死)하지 않은 것만도 다행이었다.
채앵!
이제는 말이 아니었다. 너무나 엄청난 분노에 순간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 폭발하는 분노와 함께 그녀의 도에서 도기(氣)가 세차게 뻗어나왔다.
이 급작스런 공격에 비류연도 순간 당황했다.
“어어어? 말로 해요, 뚱땡이 소저!”
“죽어라!”
그녀의 이성은 이미 저 멀리 날아가 버린 지 오래였다. 이런 굴욕적인 모습을 남자에게 보여주고, 평범하게 평화로운 일상을 유지할 수 있을 만큼 그녀의 신경을 무디지 못했다. 그녀의 드높은 자존심이 그것을 용납하지 않았다. 지금 그녀의 머리에 인륜이라든가 도덕이라든가 하는 따위의 개념은 들어 있지 않았다.
의도적으로 그녀는 그것들을 무시하고 있었다.
“이런! 이런! 사나운 뚱땡이군요.”
비류연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뭣이라! 네… 네놈이…….”
그녀의 가슴을 도려내는 말을 서슴없이 내뱉는 비류연이었다. 그는 언어의 비수로 마하령의 심장을 후벼 파는 데 전혀 망설임이 없었다. 대화 따위는 이미 옛날에 물 건너간 타협 수단이었다. 이제는 죽느냐 사느냐 하는 양자택일뿐이었다.
어리둥절해 있는 비류연을 향해 마하령은 발작적으로 도를 휘둘렀다. 이렇게 다짜고짜 살기 어린 공격을 해올 줄은 비류연으로서도 예상치 못한 일이었다. “네놈의 눈을 뽑고 혀를 자르리라.”
마하령의 눈엔 서슬 퍼런 독기가 서려 있었다. 아무래도 이성의 끈은 예전에 끊어진 모양이었다.
“내가 무슨 잘못이라도 했나?”
요리조리 잘도 살기 어린 칼을 피하며 비류연이 중얼거렸다. 어쨌든 더 이상 이곳에 머물러 있을 수는 없을 듯했다. 그녀는 아직 흥분 상태라 제대로 된 본래의 실 력은 나오지 않고 있었다. 끓어오르는 분노로 심란해진 마음의 갈등이 칼끝을 무디게 만들고 있었다.
기회는 바로 이때였다.
“그럼 뚱땡이 소저! 다음에 봐요! 오늘 재미있는 것 보여줘서 고마워요.”
비뢰도(飛雷刀) 독문운신보법식
비기(秘技) 봉황무(鳳凰舞)
질풍영(疾風
쒜에에에엑!
갑자기 불어온 난데없는 돌풍에 마하령은 제대로 시야를 확보할 수 없었다. 느닷없는 돌풍에 방 안의 집기가 마구잡이로 허공에 날렸던 것이다. 그녀는 자신의 주 변을 도는 그것들을 쳐내느라 비류연의 목을 칠 짬을 낼 수가 없었다.
“으아아아아아악!”
돌풍이 지나가고 주위가 잠잠해졌을 때, 순풍루의 특실로부터 비명에 가까운 여인의 발광성이 터져 나왔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이미 방에서 비류연은 사라지고 난 후였다. 얼마나 재빠르게 사라졌는지 그 종적을 찾을 수가 없었다. 비류연이 감쪽같이 사라진 그 뒤로는 폐 허처럼 변한 순풍루의 특급 매화실이 너저분한 잔해와 함께 어질러져 있을 뿐이었다.
그 수리비용 청구서는 내일 아침 정보로 밥 벌어 먹고 사는 남자의 눈에 눈물이 맺히게 만들 것이지만, 아직은 예정 중의 일일 따름이었다.
순풍루의 상층 특실에서 증오에 찬 비명이 터져 나올 때 비류연은 이미 그녀가 감히 쫓아오지 못할 거리까지 멀어져 있었다.
지금 비류연은 커다란 문제 하나로 고민 중에 있었다.
‘반쪽짜리 미녀라… 과연 돈이 될 수 있을까? 반쪽짜리라는 이유로 상금을 주지 않으면 어쩌지??
뭐 그런 걸로 머리 싸매고 고민할 필요가 있냐고 말할 사람도 있을 테지만, 비류연에게는 무척이나 심각한 문제였다. 이 문제에 비하면 그녀와의 마찰로 빚어진 생 명의 위협 따위는 개 발톱의 때만큼도 못한 것이었다.
“일단 뚱땡이라는 사실을 숨기는 게 좋겠군.”
마침내 비류연은 결정을 내렸다. 그 저의는 확실했다.
‘반쪽짜리 미녀는 역시 돈이 안 되겠지. 위험해! 위험!’
이때만 해도 비류연은 마하령이 천무학관 관도 중에서도 엄청 유명한 인물이라는 것을 상상도 못하고 있었다. 비류연은 마하령이 천무학관 인물이 아닌 줄 알았 다.
왜냐하면 처음에 저 정도 미모의 여인이 그 동안 입 가벼운 청춘들의 입을 통해 소문이 나돌지 않았을 리 없었기 때문이었다.
‘꽤나 깐깐하게 생겼었는데…….’
성깔이 보통이 넘을 것 같았다. 얼굴이 아무리 예뻐고 반지르르해도 별로 마주치고 싶은 유형이 아니었다. 사양지심이 절로 우러나는 분위기였다.
밤하늘에 떠 있는 달은 여전히 은은한 빛의 장막을 드리워 주고 있었다. 밤은 가끔 눈부시게 밝은 태양 아래서도 보여주지 못한 부분들을 적나라하게 폭로하는 심 술쟁이이자 사람의 마음을 유혹하는 요염한 기녀이기도 했다.
그날 밤, 그 심술쟁이가 또다시 하나의 비밀을 적나라하게 폭로해 버렸다.
“소란스런 밤이었지…….”
다시 생각해 봐도 그때의 소동은 꽤 요란했었다.
그리고…….
그날 밤 그 여인이 지금 자신에게 손목을 잡힌 채 독기 어린 시선으로 잡아먹을 듯 노려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