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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란종결자 4권 – 28화


그러나 겐끼는 그런 생각을 애써 지워버렸다. 겐끼 는 고니시를 받들고있고, 그 충성은 일단 정한 이상계약이 끝날때까지는 절대적이라 믿고 있었다. 그리 고 고니시는 히데요시를 충심으로 받들고 있었다. 그래서 겐끼는 히데요시에 대해 의심을 품는 것을 마음 속으로부터 용납하지 않았었다. 그러나 막상 그런 입장을 달리 버리고 판단한다면 히데요시의 이 번 출병은 아무리 보아도 무리가 아닐 수 없었다. 부질없이 수없는 목숨만을 죽이게 만들 뿐. 겐끼는 히데요시가 다른 깊은 계산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려 애썼지만 조금씩 의심이 들기 시작했던 것이 다. 아무래도 간파쿠 히데요시의 근래의 행동은 점 점 불안해지고 있었다. 또한 겐끼는 고니시의지령을 생각해내고 다시 한 번 몸을 떨었다.

– 오다 가문과 아케치 가문의 과거를 캐라. 모든 것 은 간파쿠님을 위해서이다. 인간만이 아니라 인간

이외의 존재가 개입되어 있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고니시님은 왜 오다가문과 아케치 가문의 옛일을 캐 려 하는 것일까? 혹시… 고니시님은 인간 이외 존 재가 간파쿠님의 주변에도 있다고 믿는 것은 아닐 까? 그러면 혹시 간파쿠님의 모든 행동이 그런 존재의 영향을 받아 그러한 것이라는…’

생각하다가 겐끼는 곧 그 생각을 지웠다. 자신은 깊 이 생각을 하거나 의심을 해서는 안되었다. 자신은 닌자이니까. 그리고 그 일에 대해서는 덴구에게도 또 다른 이종형제인 기노시다야미(木下)에게도 말 하지 않았다.

좌우간 그렇게 며칠을 보내며 겐끼는 왜국에서 수송 선이 오기를 기다렸다.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지난 번에 옥포 앞바다에서 벌어진 해전에서 전선 사십척 이 괴멸되어서 이번에 새로 조직된 수송선단이 다시 온다고 했다. 지난번에 가라앉은 배들은 남해안을 지나 서해안으로 거슬러 올라가고니시 부대에게 보 급할 보급품과 보충병들을 운반할 배들이었다. 그러 다가 조선수군에게 발각되어 일망타진 되었다는 이 야기가 돌았다. 그래서왜국에서는 다시 수송선단을 마련한 것이다. 겐끼는 고니시가 은근히 걱정 되었 다. 지난번 수송선단이 보급을 받지 못했다면 고니 시는 지금 장비나 병력, 조금 더 나아가서는 식량마 저도 떨어지고 있을지도 몰랐다. 부산포에는 왜국에서부터 수송되어온 쌀이며 군수품이 엄청나게 쌓여 있었지만 그것을 육로로 수송하기는 어려웠다. 조선 의 길은 좁고 산길이 많아 짐을 운반하며 가기는 매 우 힘이 들었다. 더구나 조선의 전역을 모두 장악할 만큼 병력이 많은 것도 아니었으며 도적들이 나올지 도 모르니 호위병을 붙여야 하는데 그렇게 되면 수 송하는 거리와 수송하는 병력을 비교할 때 거의 육 로수송은 불가능한 판이었다. (※주: 실제로 육로로 의 수송은 간혹시도되었으나 일본측의 기록에 의하 면 ‘의병 때문에 수송대에는 호위대를붙여야 했기 때문에 보급품이 한양에 도달할 때쯤이면 호위대가 수송하던쌀을 다 먹어버려 거의 한톨도 남지 않았다 ‘는 기록이 보인다.) 그러면 다량의 짐을 빠르게 운 송할 수 있는 해상으로 수송을 해야 했다. 그리고 가토가 진군하고 있는 동해안 쪽은 왜국이 제해권을 장악하고 있었기 때문에수송이 비교적 원활하였다. 그런데 고니시가 진군하고 있는 서해안 쪽은남해안 을 거쳐가야 하는데 그 남해안에서는 조선수군이 격 렬하게 저항하고 있다는 것이다. 생존자들의 이야기에 의하면 그 수군은 전선도 몇 척되지 않는 소수이 지만 화포를 장비하여 상대하기가 어렵다고 했다. 그리고 그 지휘자가 싸움에 능란하여 이기기 어렵다 는 말도 돌았다. 좌우간 수송함대는 며칠 뒤에 도달 하였는데 이번의 수송함대는 그냥 수송함대가 아니 었다. 겐끼와 덴구, 기노시다야미는 모두 물의 일은 잘 알지 못했는데그래도 언뜻보기에도 이번의 함대 는 단순한 수송함대가 아니라 대형전함들로 이루어 진 전투함대임이 분명했다. 특히 그들은 한번도 보 지 못했던거대한 전선이 다섯 척이나 있었는데 사람 들은 그 배를 ‘오오구로마루(大黑丸)’이라고 불렀 다. 원래 조선의 전선은 왜국의 것보다 훨씬 큰데다 가화포가 실려있어서 상대하기 어려웠는데, 본국에 서 그 말을 듣고 특별히파견한 배임이 분명했다. 이 배는 길이가 114척(약 35미터)에 폭이 36척(약 11미터)였고 3층으로 누각이 달려 있으며 거의 천 명이나 되는 병사들이 탑승할 수 있었다. (*주: 이 오오구로마루의 크기는 당시 조선의 주력전선인 판옥선의 크기와 거의 같다. 그런데 판옥선이 빠른 속도를 내기 위해 단면이’ 모양으로 되어 있어 서 실제 배수량은 이 배에 비해 훨씬적었다. 그래서 판옥선의 승원수가 160명 정도였던 것에 비해 오오 구로마루는 900-1000명까지를 실을 수 있었던 것이다. 단 화포는 무장하지 못했고 속도도 판옥선 보다는 많이 느렸다.) 

“저렇게 큰 전선은 아직 보지 못했는데?”

덴구가 놀란 듯 이야기 하자 기노시다야미가 시정에 서 들은 이야기를해주었다.

“이번에는 조선수군을 반드시 무찌르려고 가메이 고 코노리(龜井[玄玄][矢巨])님과 기지마 미치노(來島 通之)님도 오셨다던데?”

그러자 겐끼는 놀란 얼굴을 했다.

“가메이 고코노리님이?”

가메이 고코노리에 대해서는 겐끼는 잘 알고 있었 다. 가메이 고코노리는 히데요시가 미쓰히데와 싸울 때에도 종군하였고 많은 공을 세웠던 역전의 장수였 다. 또한 히데요시의 총애가 지극하여 후에 아무곳 이나 원하는곳을 영지로 주겠다는 제의를 받았다.

그러자 가메이는 류큐(琉球國, 지금의 오키나와)를 점령하여 그곳을 영지로 받겠다는 씩씩한 대답을 하 여서 유명해졌다. 전쟁이 나자 히데요시는 수군으로 서의 가메이의 능력을높이 사서 일단 류큐보다 조선 을 정벌하라 하고 구로다(구로다 나가마사,黑田長 政)의 부대에 배속하려 했다. 그러나 가메이는 ‘내 힘만으로 다른누구보다도 더 큰 전공을 세우고 싶 다’고 주장하여 독립부대로 진격하고자 한 것이다. 그러던 중 수군이 패전하였다는 말을 듣고 가메이는 직접친위독립부대 5000명을 전용 오오구로마루 다 섯척에 나누어 싣고 도착한것이다. 또한 기지마 미 치노도 유명한 장수였다. 그 당시 왜군에는 열한명 의 수군대장이 있었는데 그 이름은 다음과 같았다.

구키 요시타카, 도도 다카도라, 와키사카 야스하루, 가토 요시아키, 기지마 미치후사, 기지마 미치노, 간페이 우에몬, 구와야마 고도타, 구와야마 고덴지, 호리우치 야스후사노카미, 스기와카 덴사부로.

이들은 거의 용맹한 왜구 출신의 대장들이어서 거칠 고 용맹스럽기가 이를데 없다고 일컬어졌었다. 다만 구키 요시타카만은 배의 건조에 능한 발명가여서 그는 바로 조선전선에 대항할 수 있는 대형전함인 오오구로마루를 만든 인물이기도 했다.

그러나 경상도의 조선수군이 박홍과 원균에 의해 맥 없이 자멸되어 없어지자 그 중 기지마 미치후사는 히데요시가 조선에 와서 묵게될 저택(전에겐끼가 보 았던 저택)인 고자쇼(御座)를 짓게 되었고 3개 부 대는 육상부대로 소속이 바뀌었다. 그리고 본국에 주둔중인 3개 부대를 빼고 4개의 부대가 해상활동 을 하였는데 그 중 기지마 미치노가 지난번 옥포에 서의 패배에 이를 갈고 가메이와 함께 나선 것이다. 기지마 미치노는 부하들에게 모두 반드시 전투에서 목숨을 걸고 싸우겠다는 피로 쓴 분군기(分軍記)를 만들게 하였다. 이것은 각기 이름을 쓰고 피를 발라 죽음을 무릅쓰고 싸워이기겠다는 서약을 한 증서인 것이다. 좌우간 이번에 조직된 전투선단은가메이의 부대가 오천여명, 기지마의 부대가 삼천여명이었고 함선은 모두 26척이었다. 그리고 거기에는 거대한 오오구로마루가 여섯척이나 끼어 있었다. 부대의 합 계가 팔천명이었으나 이것은 순수 전투원만이니 실 제 승무원까지 합하면 부대의 규모는 일만 이천에 달하여 고니시의 부대만큼이나 큰 편제의 부대가 된 것이다. 가메이와 기지마의 용맹함은 겐끼도 잘알고 있었다. 실지로 겐끼는 고니시를 따라 히데요시가 모오리씨와 싸울때에 종군한 바가 있었던 것이다. 좌우간 겐끼는 덴구와 가노시다야미에게 서둘러 본 국으로의 귀환함선이 있나 알아보게 했다. 일단 자 신들의 임무는 따로 있었으니까. 이번에 온 부대가 수송선단이 아니라 전투부대라면 귀환함선이 없는 불상사도 있을지 몰라서였다. 그러면서 겐끼는 혼잣 말로 중얼거렸다.

“가메이 님에 기지마 님이라… 조선수군도 이제 끝 났군.”

다행히 전투부대말고도 조선에서 잡은 도공들과 전 리품, 약탈물들을 운반해가는 수송선은 따로 조직이 되어 있었다. 그 수송선단이 떠나던 날,겐끼와 덴구, 그리고 기노시다야미는 그 선단 내에 아무도 모 르게 숨어 들어갈 수 있었다. 그들은 잡혀온 조선인 도공 흉내를 내면서 배가 어서 본국에 닿기만을 손 꼽아 기다리고 있었다.

<<다음 편에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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