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드 – 1화
사방으로 여러 가지 빛이 회오리친다.
몸에 전혀 무게감조차 느껴지지 않았다.
그리고 내 팔에 차여있던 고리가 갑자기 빛을 발하더니 내 전신을 뒤덮었다. 그리고 갑자기 내 머리를 스치고 지나가는 여러 가지들이 있었다. 뭘까?
그리고는 점점 의식이 희미해져간다.
똑똑…….
물방울 떨어지는 소리가 울린다.
소리로 보아 동굴인 것 같았다.
“으… 머리야…… 여긴”
눈을 떠서 둘러보니 깜깜한 동굴이었다.
여긴 어디지?
‘내가 이상한 곳으로 빠진 것은 기억나는데 여긴 어디지.’
우선 내가 있는 곳을 둘러보니 천정이 어마어마하게 높은 동굴인 것 같았다.
그리고 안쪽으로 들어가는 길은 하나뿐이었다.
“뭐야, 중원 어디에도 이런 동굴은 없었어.”
나는 황당한 감이 들었다.
내가 지나온 빛의 동굴하며…..
“으, 내가 꿈을 꾸나? 윽 아이고 …아파라.”
꼬집어 본 볼이 엄청 아프다.
내가 한심하다고 생각하지 마라.
내가 얼마나 황당하면 이러겠는가?
이해 못하겠으면 한번 당해보라지 ㅠ.ㅠ
그리고는 몸에 무슨 이상이 없는지 살펴보았다.
이상한 점은 없었다.
내가 팔에 차고 있던 그 문제의 고리가 없어졌다는 것만 제외하면 말이다.
‘이렇게 되면 길은 하나뿐이니 가보자.’
동굴 진짜 엄청난 넓이였다.
그리고 신기한 것은 어둡지 않고 밝다는 것이다.
그것도 벽에 달려있는 작은 구에서 말이다.
“황당하군 어떻게 저런 게….. 그나저나 이 동굴 상당히 길군….”
그렇게 상당히 걸었다.
얼마나 걸었는지는 모르겠다.
동굴이라서 시간 감각이 없어져 버렸기 때문이다.
그렇게 한참을 걸은 후에 나는 이 동굴의 끝을 볼 수 있었다.
그러나 밖은 아닌 것 같았다.
거기다 더 불길한 것은….
“이 숨소리는 엄청나게 큰 동물의 것 같은데… 뭐지…”
나는 경공술로 발소리를 죽이고 동굴이 끝나고 빛이 가득한 그곳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내가 본 것은….
‘어떻게 저런 게…. 저런 괴물은 책에서 한 번도 본 적이 없는데 뭐지.’
나는 다시 한번 내가 본 것을 자세히 살펴보았다.
그것은 자체가 황금빛을 발하는 거대한 것이었다.
내가 보는 쪽에서는 그 모습을 다 볼 수조차 없었다.
긴 목에 황금빛 날개, 긴 꼬리, 모두 4개일 것으로 짐작되는 발.
그리고 녀석의 머리에는 뿔이 달려있었다.
그리고 녀석은 자는 것인지 눈을 감고 고른 숨을 쉬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녀석의 얼굴 앞에 작은 대가 놓여있었다.
그리고 그 대 위엔 이상하게 생긴 검이 놓여있었다.
‘저런 검은 한 번도 본 적이 없는데, 게다가 저 괴물은 또 뭐야. 여긴 내가 사는 중원이 아닌가? 도대체 내가 어디에 와 있는 거지….’
난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가 우선 저 이상하게 생긴 검이라도 잡아야겠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래야 저런 괴물 녀석이 덤비더라도 반항이라도 할 것이 아닌가…
뭐 검이 없어도 상관은 없지만….
‘저 녀석을 깨우면 안 되니까… 기척이 제일 없는 답공능허다.’
나는 경공으로 발을 땅에 닿지 않고 공기를 차며 검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검이 있는 대 위에 내려섰다.
그 검은 검 끝에서 손잡이 쪽으로 오면서 점점 넓어지는 검신에 이상한 문양이 새겨진 하얀색의 손잡이 그리고 붉은 검집에 싸여있었다.
그리고 그것의 겉에는 이상한 빛을 띠는 보석이 하나 박혀있었다.
내가 그렇게 이상하게 생긴 검을 보고 있는데 뒤로 이상한 시선이 느껴졌다.
‘젠장 설마 아니겠지….’
나는 불길한 생각을 안고서 뒤를 돌아보았다.
그리고 황금빛으로 빛나는 눈동자 두 개와 마주쳤다.
그것은 괴물 같지 않은 침착함과 고요함 그리고 지혜와 힘이 담긴 그런 눈빛이었다.
나와 녀석은 잠시동안 그렇게 서로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나는 황당한 경험을 하게 되었다.
그것은 괴물이 말을 한다는 것이다.
“그대는 어떻게 여기에 들어왔는가?”
“말을…….”
“내가 묻는 말이 들리지 않는가? 그대는 어떻게 여기에 들어왔지?”
‘침착하자. 여긴 중원이 아니라 다른 곳이다. 우선 침착하게…..’
나는 그 녀석의 얼굴을 보며 말했다.
참 이런 경험도 희귀한 것이다.
“음..흠… 나는 저 예천화라고 한….다. 그리고 어떻게 여기 있는지는 나도 잘 모른다.”
‘설마 내가 반말한다고 뭐라고 하진 않겠지…’
내가 이런 생각을 할 때 녀석이 다시 물었다.
“음.. 거짓은 아닌 것 같은데 이름이 예천화? 그런 이름은 이 대륙 어디에서도 들어 본 일이 없거늘..”
“이 대륙 어디에서도 들어 본 일이 없다고? 그럼 여기가 어디지..”
이왕 시작한 반말.
끝까지 밀고 나가자…..
“이곳은 그렌센 대륙의 끝에 자리한 곳으로 지금은 그 이름이 어떠한지 알 수 없다.”
나는 그 녀석의 설명을 듣고 멍해지는 기분이었다.
‘그렌센… 그런 말은 들어보지도 못했어.. .그렌센… 그런데 내가 어떻게… 맞아 방금 저 녀석과 이야기할 때도 이상한 말이었는데….’
내가 멍한 표정으로 서있자 녀석은 그런 날 잠시 바라보다가 내게 물었다.
“그대가 이곳의 사람이 아니라면 어떻게 이곳의 말을 할 수 있는가?”
예리한 질문이군. 괴물치고는 똑똑해.
“모르겠어. 내가 어떻게 이런 말을 쓰는 건지…. 그냥 써져 마치 내가 원래 하던 말같이….”
내가 이렇게 혼란스럽게 말을 내뱉자 녀석이 날 보고 작게 말했다.
“깨어라.”
그러자 갑자기 혼란스럽던 머리 속이 정리되는 느낌이었다.
“이제 괜찮은가?”
“그래 머리 속이 맑아졌어… 네가 한 건가?”
“그렇다. 이건 용언 마법이지. 그대 마법을 모르는가?”
나는 녀석의 물음에 고개를 저었다.
난 그런 것은 들은 적이 없다.
그리고는 다시 내가 물었다.
“정말 내 이름과 비슷한 말을 들은 적이 없어?”
내 물음에 녀석은 그 덩치답지 않게 고개를 끄덕였다.
“넌 여기 사람이 아닌 것 같은데 어떻게 여기로 왔지?”
“잘 모르겠어. 산에 있었는데 이상한 빛 속에 빠져버렸어. 그런데 깨어나 보니 동굴이잖아. 그래서 동굴을 따라서 나와봤더니 이런 곳이 나오잖아.”
“음, 잘 모르겠지만 내 생각에는 천화, 그대가 차원을 넘어온 것 같은데….”
그게 무슨….
“차원이라니? 그게 무슨 말이야?”
“그대에게 단시간에 설명하긴 힘들다. 간단히 말해 신이 여러 가지 세계를 만들고 그 사이 사이에 벽을 세워 막아놓았고 그 벽이 차원이란 것이다.”
“그럼 그 벽을 다시 넘을 방법은?”
“모른다. 그 벽을 넘을 수 있는 것은 창조주와 빛의 근원과 어둠의 근원뿐일 것이다.
그 이외의 신이나 드래곤 로드는 그 차원의 벽을 넘을 수 없다…. 아니, 아닐지도 모르겠군. 그대가 넘어왔으니 다시 넘어갈 방법이
있을지…”
난 그 말에 난감했다.
도대체 어떻게….. 혹시 창조주란 녀석의 장난이 아닐까 아니지 명색이 창조주인데.
하~ 울고 싶어라.
난 검이 놓인 대 위에 앉아버렸다.
녀석은 그런 날 조용히 바라보았다.
의외로 분위기 파악도 잘하는군.
난 우선 마음을 가라앉게 하고 녀석에게 물었다.
“그런데 넌 여기서 뭐하냐? 그전에 이름은?”
“훗, 드래곤 앞에서 그렇게 당당한 인간은 너뿐일 것이다. 내 이름은 그래이드론이다.”
“그래이드론? 이상한 이름이군. 그래, 넌 여기서 뭘 하는 거야?”
그러자 녀석은 내 옆에 있는 검을 가리키며 말했다.
“난 그 검을 지키고 있다. 1만 년 이상이나 말이다.”
“하 ~ 이런 걸 뭐 하러? 그리고 너 나이가 1만 살이 넘었단 말이냐?”
“그렇다. 정확한 횟수는 나도 잘 모르겠군. 대충 1만 5천여 년은 될 것이다.”
“말 높여주어야 합니….까?”
“그럴 필요는 없다. 처음 그대로 말하면 된다.”
하 참 불쌍하다.
뭘 하러 이런 걸 1만 년씩이나 지키고 앉아 있는 건지.
난 그 검을 잠시 바라보다가 그것을 잡으려 했다.
그러자 그래이드론이 그런 날 급히 말렸다.
“그것은 의지와 생명이 있는 검이다. 자신의 주인이 아닌 자가 손을 댔을 때나 주인의 자격이 없는 자가 손을 대려 할 때는 그런 자들을 소멸시킨다.”
“하..하… 대단한 검이군. 도대체 누가 이런 걸 만들었어? 아니! 이거 주인은 누구야? 아니다, 이 질문은 안 해도 되는군. 주인이 없으니 네가 지키고 있겠지.”
녀석은 내 질문에 한숨을 쉬고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상당히 쌓였었나 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