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드 – 12화


이드는 자신의 검에 마나를 가득 주입한 다음 앞으로 나가 검기를 날렸다.
“적룡”
그러자 그의 검에서 붉은색의 용 모양과 비슷한 마나가 날았다. (이건 동방의 용입니다. 여기 사람들은 이 용은 모르죠.) 그리고 그 주위로 꽃잎 같은 것이 날렸다.

‘뭐야 이건? 검기를 잘 받기는 하는데 저 꽃잎은… 이게 무슨 특수효과 검도 아니고…’

녀석이 이런 엉뚱한 생각을 할 때 날아간 꽃잎으로 인해 아름다운 검기가 다크 버스터와 부딪혀 둘 다 소멸되었다.

“뭐야… 저건…”

클리온이 자신의 다크 버스터를 깨버린 이드를 바라보며 당황했다. 당황하기는 일행 역시 마찬가지였다.

7클래스 급의 다크 버스터를 단지 검기로 날려버리다니…
“자네… 소드 마스터… 상급?”
“아닐게야… 어떻게 7급의 마법을…”
“익… 무슨 말도 안 되는… 가라 블리자드.”

그의 말에 따라 땅속으로 무언가가 달려왔다.

이드는 그걸 보고는 자신의 검을 땅에 꽂았다.
“대지 일검”

그러자 검을 꽂은 자리부터 땅이 조금씩 갈라지며 나가더니 블리자드란 것과 부딪쳐 폭발했다. 그리고 그 충격으로 땅이 폭발해 여기저기로 흙이 튀었다.

‘어쭈? 이상하게 마나가 증폭된다… 이런 검이… 맞다, 꽃의 여신이자 숲의 여신인 일라이저의 검… 꽃과 숲의 마나 흡수와 사용자의 마나 증폭… 그럼! 이거 일라이저 신전에서는 성검? 그런데 어떻게 이게 그런 무기점에 처박혀 있는 거야? 일라이저란 여신도 이런 검을 만들어 좋은데, 관리는 왜 안 해? 덕분에 내가 가지고 있다만…’

“큭… 네놈은 뭐냐? 뭐길래… 그렇게 강한 거지? 설마…”
“한심한 놈… 지 혼자 북 치고 장구 치고 잘하는구만. 더 놀아봐라.”
“남이 복수하는 데 니놈이 왠 참견이냐… 꺼져라. 그렇지 않으면 죽여버리겠다.”
“어쭈! 재주도 없는 놈이 왠 참견? 재주 있으면 해보시지.”
“라그니 라크라문, 그 어둠이여, 내가 지금 그대의 힘을 원합니다. 그대의 힘을 빌어 적을 멸하고자 하오니…”

“멍청이, 니가 주문 외우는 동안 내가 놀고 있냐? 형강!”

이드의 말에 따라 검과 같은 모양의 마나 덩이가 클리온을 향해 날았다. 그러나 그것은 그의 주위에서 소멸되었다.

“어? 뭐야?”
“이드군, 저건 7클래스 급 이상의 주문 사용 시 사용자를 보호하는 것이네. 주위에 마나가 펼쳐져 웬만한 공격은 튕겨 내게 되어있네.”
“오~! 그런 건가? 그럼 깨버리면 되는 거군요.”
“보통의 검사라면 불가능하지만 자네라면…”
“이봐, 그렇게 잡담이나 하고 있지 말고 누구든지 손을 써보란 말이야!”

한쪽에서 마법사를 경계하며 서 있던 시리온이 이드와 그리하겐트를 향해 외쳤다.

그의 말에 이드가 알았다고 답한 다음 주문을 끝내가는 클리온을 향해 섰다.
“이 정도면 뚫을 수 있겠지? 적화봉검!”

그러자 이드의 검에서 붉은색을 띤 새 형상을 한 검기가 날았다.

“어떻게… 저렇게 검기가 형태를 띨 수 있는 거지?”

이것은 지금 여기 있는 모두의 의문이었다. 그것은 곧바로 클리온을 향해 날았고 캐스팅을 끝낸 클리온 역시 이드의 검기가 심상찮음을 느끼고 외웠던 주문을 날렸다.
“어둠으로 적을 멸하리… 다크 댄 다크니스.”

그러자 그의 몸 주위로 형체도 없는 어둠이 일어나 이드의 검기와 부딪쳐왔다. 두 가지 기운은 폭발하지 않고 뒤엉켰다. 어둠과 붉은빛 둘의 뒤엉킴은 주위의 마나를 진동시켰다.

그것을 보던 이드가 다시 검을 휘둘렀다.
“백봉황, 가라. 가서 적봉을 도와라.”

그러자 그의 검에서 아까 나아갔던 새와 같은 모양의 색깔만 백색인 것이 날아갔다. 그것은 곧바로 날아 적봉과 뒤엉켜 있는 어둠을 가두었다.

곧 두 가지 적봉과 백봉은 어둠을 소멸시키고 클리온을 향해 날아갔다. 클리온은 자신의 마법을 깨고 날아오는 새와 같은 모양의 검기를 믿을 수 없다는 듯 바라볼 뿐 막을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리고 곧바로 날아온 검기에 맞아 뒤로 튕겨져 날아갔다.
“큭… 이… 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안… 돼…”

클리온은 그렇게 말하며 서서히 소멸해 가기 시작했다. 그와 계약한 악마가 그가 죽자 그의 육체와 혼을 계약에 따라 가지고 가는 것이었다.

이드는 그 모습을 보며 검을 집어넣었다.

그때까지 다른 이들은 멍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들은 지금까지 이런 모습을 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소드 마스터라는 것이 흔한 것이 아니고, 더구나 소드 마스터라도 검기를 날리는 정도지 이드의 정도는 절대로 아니기 때문이다.

“그런데 저건 아직도 그냥 떠있군.”

이드의 말대로 결계를 형성하고 있는 매개체인 구슬은 그대로 있었다. 이대로라면 아마 2, 3시간은 저렇게 있을 것이다.
“그럼 부숴야겠지! 혈뇌강지!”

이드가 손가락을 들어 구슬을 향해 지강을 날렸다. 그러자 그의 손가락에서 붉은 마나가 뻗어나가 구슬을 부숴버렸다.

콰과광… 스스읏.

구슬이 깨어지자 주위에 검은 결계가 곧바로 소멸되었다.

그리고 밖에서 있던 사람들이 결계 때문에 들어올 수 없었던 안쪽으로 들어오며 일행들의 안전을 물었다.

어느 정도 정신을 차리고 있던 일행들이 대충 괜찮다고 대답하고는 이드 일행에게 다가왔다.
“자~! 대회도 끝난 것 같으니까. 그만 가죠, 일란. 목적지가 있잖아요.”
“음? 그… 그래, 준비해야지. 그런데 그전에…”
“그만~~ 그건 가면서 말해줄게요. 가요.”
“그러지…”

일행은 이드의 말에 멍한 표정으로 따라갔다. 백작이 그런 일행을 보며 불러 세웠다.
“이보게, 나와 이야기 좀 하세나. 우리 집으로 가세.”
“하~ 백작님, 저희들이 좀 피곤해서 그러니… 내일이나 시간이 괜찮을 때쯤 찾아뵙도록 하겠습니다.”
‘물론 시간이 되는 대로 말입니다.’
“음, 그래. 피곤하겠지. 그럼… 내일 보도록 하지.”
“감사합니다. 그럼 저희들은 이만.”

이드는 돌아서서 희미하게 웃으며 일행들 앞에 서서 여관으로 향했다.

여관으로 돌아온 일행은 대충 저녁을 해결한 후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모두 극도로 긴장했었기에 정신이 상당히 피곤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렇지 않은 이들도 있었다. 바로 이드와 엘프인 일리나였다.

둘은 식당에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일리나의 요청에 의해서였다.

일리나가 먼저 포도주로 입을 적신 후 이드에게 물었다.
“직접적으로 묻겠습니다. 혹시 드래곤이십니까?”

‘하~! 드래곤? 드래곤… 뭐 드래곤하고 전혀 상관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나는 어디

까지나 사람이니까. 그리고 드래곤이라 봐야 겨우 하나밖에는 본 적이 없단 말씀.’
“아니요. 무슨 일로 그렇게 물으시는데요?”
“오늘 대회장에서 있었던 일 때문이죠. 아시겠지만 이드가 했던 것들은 엄청난 것들이었죠. 괜찮으시다면 설명해주시겠어요?”
“설명이라… 뭐 간단하죠. 제가 신법이란 것을 가르쳐 드렸죠? 그것과 같습니다. 제가 한 것은 그것과 같은 식의 법칙으로 마나를 적절히 사용하는 공격법이죠. 어쩌면 마법과 같은 것이죠. 마법이 주위의 마나를 사용하고 캐스팅을 한다는 것이 다르다면 다를 뿐이죠.”

일리나는 이드의 말을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그리고는 이드의 말을 어느 정도 납득한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어느 정도 이해는 되는군요. 그런데 그런 것을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저 역시 그런 것을 처음 보구요.”

‘흠, 아직도 의심이 된다… 이건가? 하지만 이런 기술들은 드래곤들도… 모를려나?’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군요. 의심하신다면 어떻게 풀어드려야 할지… 어쨌든 전 드래곤이 아닙니다. 이번에 드래곤을 만나신다면 물어보시죠. 그러시는 것이 빠를 것 같군요.”

“그것이 좋겠군요. 감사합니다. 이렇게 시간을 내어 주셔서.”

“아닙니다. 뭐, 안 좋게 의심한 것도 아니잖아요. 그런데 일리나가 드래곤을 찾아가는 이유가 뭐죠? 혹시 알려주실 수 없을까요?”

이드의 말에 그녀는 잠시 이드를 바라보다가 말을 꺼냈다.

“제가 골드 드래곤의 수장을 찾아가는 이유는 그가 가지고 있는 봉인의 구 때문입니다. 봉인의 구란 강력한 봉인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것을 얻고자 하는 이유를 설명하려면 약 200년 전으로 올라가는군요. 제가 들은 바로는 그때 저희 마을에 침입한 인물이 있었습니다. 그는 흑마법사였는데 마법 실행 도중 정신적 충격을 입은 듯 미쳐있었다더군요. 그는 우리 마을에 침입해 사방으로 마법을 날렸다고 합니다. 마을 사람들은 그를 향해 마법을 사용해서 막아나갔죠. 희생도 꽤 있었습니다. 그리고 저희 마을의 장로께서 그에게 치명타를 입혔죠. 부상을 입은 그는 마지막으로 자신의 목숨을 제물로 소환 마법을 시행했습니다. 그리고 그는 자신의 몸으로 악마를 소환했죠. 그 모습에 장로님께서 마을 사람들과 함께 악마가 소환되자마자 봉인하셨습니다. 그리고 다시 여러 번의 봉인이 이루어졌습니다. 그리고 지금까지는 별일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3달 전에 낙뢰로 인해서 결계에 손상을 입었습니다. 다시 봉인하려 했지만 그동안 쌓인 마력을 악마가 모두 발하는 듯 불가능했습니다. 그대로 두었다간 봉인은 8달 정도면 기능을 상실하게 되죠. 그래서 의논 끝에 봉인의 구를 생각해냈습니다. 그리고 그것이 골드 드래곤의 수장인 라일로시드가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았죠. 그래서 제가 그것을 찾으러 가는 거고요.”

“음… 그러면 그 마을에서 떠나면…”

“아니요. 저희 엘프들은 한 숲에 마을을 정하면 거의 떠나지 않습니다. 그리고 그 마법사가 계약 시 우리들을 지칭했기에 떠나더라도 추적해 올 테죠.”

“그런가요…”

‘거 골치 좀 아프겠군…’

이드와 일리나는 거기서 이야기를 끝내고 각자의 방으로 들었다.

다음 날, 일행은 여행 준비를 했다. 그 준비는 일란과 그래이가 모두 했다. 점심때쯤 일행은 모든 준비가 끝났다. 이드들은 식탁에 앉아 여행에 대해 의논하기 시작했다.

“일리나 양의 말대로 전투 준비는 그렇게 하지 않았습니다만 괜찮겠습니까? 그래도 명색이 드래곤을 만나기 위해 떠나는 길입니다.”

“괜찮습니다. 드래곤은 현명하지요. 함부로 사람을 해하지는 않지요. 일부를 제외하고는 말입니다. 그리고 저희들이 만나기 위해 가는 곳은 골드 드래곤의 수장이 있는 곳. 그가 그렇게 성급히 우리 말을 듣지 않고 공격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렇게 말한다면 믿죠. 그런데 길은 아십니까?”

“예. 라일로시드의 레어가 있는 곳은 레이논 산맥입니다. 여기서 12일 정도 걸립니다.”

“그럼 내일 아침 일찍 출발하기로 하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일리나 양? 아니면 지금이라도?”

“그렇게까지 서두를 필요는 없는 일이니 내일 출발하도록 하지요.”

“그런데 이드, 너 어제 백작님에게 찾아간다고 약속했었잖아… 안 가냐?”

‘그래이야… 그래이야… 가봐야 좋을 것 하나도 없는데 내가 뭣 하러?’

“그래이, 거기 가봤자 좋을 것 하나 없단 말이다. 백작은 어제 내가 한 것들 때문에 날 부른 거야. 거기 가면 어떻게든 날 잡아놓으려고 할걸?”

“그렇군. 이드의 말이 맞아. 그래이, 이드 정도의 실력이라면 유래가 없었던 것이니까 어떻게든 잡아두려 하겠지.”

“흠…”

‘에구… 녀석, 어떻게 나보다 이 세계에 사는 놈이 실정을 더 모른다냐?’

“야! 그럼 그냥 남아 있으면 되잖아. 너 정도 실력이라면 기사 정도는 문제도 아닐 텐데. 마스터로 있는 분들도 다 작위가 있으니 너 정도면 후작이나 공작도 가능할 것 아니냐?”

‘인간아, 내 목적은 그게 아니잖냐.’

“인간아~! 내가 그런 귀족 되고 싶었으면 진작에 했다. 난 할 일이 있다구. 내가 신전도 찾아가고 하는 거 너도 봤잖아. 귀족이 되면 그렇게 자유롭게 움직일 수 없을 거 아냐.”

“그것도 그렇지…”

“그래, 그러니까 편지 한 통 정도 전해주고 조용히 떠나면 되는 거야.”

“오늘은 여기서 야영해야겠는데.”

일란의 말에 이드들은 주위를 둘러보며 말에서 내려왔다. 하늘을 보니 대략 6시 정도로 보였다. 근처에는 가까운 마을이 없으니 이렇게 야영을 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말에서 내린 일행들은 각자 자신이 할 일을 했다. 그래이와 라인델프는 장작이 될 만한 나무를 구하기 위해 갔고, 일리나는 말을 묶었다. 그리고 하엘은 저녁을 준비 중이었다. 이드와 일란은 주위를 둘러보았다. 여관을 나선 지도 벌써 이틀째였다. 이드의 말대로 한 통의 편지만을 남겨두고 빠져나온 것이었다.

이드가 둘러보니 주위에 별다른 것은 없었다. 작은 숲뿐이었다. 근처에 물은 없었으나 그렇게 상관은 없었다. 왜냐하면 일리나가 정령을 소환해 물을 충당하기 때문이다.

“정령술이라… 배워두면 편할 것 같은데 나도 배워볼까나?”

이드는 야영지로 돌아와 물의 정령을 소환한 일리나를 보며 중얼거렸다. 확실히 편할 것 같았다. 물이 없는 곳이라도 정령 소환으로 물을 구할 수 있고, 태울 것이 없어도 정령을 소환하면 되니까 말이다. 그의 말을 들은 일리나가 살짝 웃으며 말했다.

“이드가 배우겠다면 가르쳐 드릴게요. 그 보법이라는 것까지 가르쳐줬잖아요. 이번엔 제가 보답을 해야죠.”

“들었어요? 작게 중얼거린 건데.”
“어때요. 이드 배워보겠어요?”
“예! 가르쳐줘요.”
“대화 중에 죄송한데요. 식사 먼저 하고 하자구요. 이드, 가서 라인델프님 장작 좀 받아와 주세요.”

식사 준비를 하고 있던 하엘이 이드에게 말했다. 뒤쪽에서는 자신의 눈앞을 가릴 만큼의 장작을 들고 오는 라인델프가 보였다.
“라인델프, 여기서 며칠 있을 것도 아닌데 그게 뭡니까? 게다가 여름이라 춥지도 않게 때문에 장작이 그렇게 많이는 필요 없잖아요.”
“이놈아, 그래도 많아서 나쁠 건 없잖느냐? 어서 이것 좀 들어라, 앞이 안 보인다.”
“그러면서 어떻게 여기까지 오셨어요?”

이드는 그렇게 말하며 라인델프가 들고 있는 장작을 조금 들어 주었다.
“하엘! 오늘 식사 메뉴는 뭐야?”
“이런 곳에서 메뉴랄 게 있니? 래이. 그냥 되는 대로 먹는 거지. 오늘은 스프와 이제 마지막 남은 돼지고기 정도야.”
“음~ 맛있겠는데. 고기는 다음 마을에서 더 구하면 되니까 상관없지 뭐.”
“야, 그래이 너 고기를 너무 좋아하는 거 아니냐? 야채도 좀 먹는 게 몸에 좋을 텐데.”
“이드… 이드, 검을 휘두르려면 힘이 필요하다구. 그리고 힘을 내는 데는 고기를 잘 먹어야 한단 말이다.”
‘무슨 헛소리~~~’
“니 마음대로 하세요.”

식사를 마친 잠시 후, 식사를 마친 이들이 하엘에게 잘 먹었다는 말을 남겼다. 사실 일행의 식사는 거의 하엘이 책임지고 있었다.
이드 녀석도 어느 정도 요리를 할 수 있으나 이 세계 요리에는 꽝이었고 일리나는 엘프이고, 그렇다고 일란과 라인델프가 요리를 할 줄 알리는 없었다. 그리고 마지막 남은 그래이 녀석은 스프 정도가 고작이었다. 그러니 어쩔 수 있겠는가?
“자요. 오늘 설거지 당번은 누구죠?”

설거지… 하엘이 요리하는 대신 설거지는 일행들이 하기로 한 것이다.
그리고 오늘은….. 라인델프……….
“나다. 어이, 엘프. 물의 정령이나 좀 불러다오.”

그리고는 한쪽으로 가서 그릇들을 씻기 시작했다.
일행 중 설거지하는 것은 라인델프가 제일이었다. 드워프답게 섬세한 손길인 것이다.
“야, 이드 오늘도 검술 연습 도와줄 거지?”
“노우~ 오늘은 내가 일리나에게 정령 마법이라는 걸 배우기로 했단 말씀이야. 그래서 오늘은 안 되겠다.”

이틀간 이드가 그래이의 검을 봐주고 있었다. 덕분에 그래이는 보법을 이용하는 법을 어느 정도 익힌 상태였다.
“그래? 그럼 나도 그거나 구경해야겠군.”

그렇게 말하고는 그래이는 하엘의 옆으로 가서 앉았다.
이드는 그를 한 번 돌아보고는 자신의 앞에 앉아있는 일리나를 바라보았다.
“일리나, 시작하죠.”
“그럼 먼저 정령에 대한 설명부터 시작할게요. 정령이라는 것은 자연 그 자체이지요. 그리고 정령은 그 자연을 형성하고 있는 존재구요. 정령이 존재함으로써 물, 공기, 불 등이 있는 거죠. 그리고 각 자연력을 다스리는 정령왕이 존재하죠. 그 밑으로 상, 중, 하의 세 단계의 정령이 존재하구요.”
“그럼 그 정령들이 기…. 아니 마나라는 거예요? 공기나 물 등도 각각 마나를 지니고 있잖아요.”
“맞아요. 이드, 각 정령들은 마나의 집합체라고도 할 수 있지요. 조금씩의 의지를 지닌 마나… 등급이 올라갈수록 그 자아가 강해지며 각자의 생각을 가지지요. 하급은 소환자의 명령을 들을 뿐이고 중급은 어느 정도의 의사 전달이 가능하죠. 그리고 상급은 소환자와의 대화도 가능하구요. 그리고 정령왕은 인간보다 뛰어나죠. 거의 드래곤과 같은 지적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보면 되죠. 이 세계가 시작할 때부터 있던 존재들이니까요.”
“그럼 그것들이 소멸할 때는요? 정령을 죽일 수 있다는 말을 들었는데요.”
“그건 별문제 없어요. 정령왕이 소멸할지라도 바로 다음 정령왕이 탄생하니까요. 그리고 실제로 정령왕을 소멸시킬 수 있는 존재는 그렇게 없어요. 또 정령왕을 소환할 수 있는 존재 역시 아주 드물고요. 실제로 근 삼백 년간 인간이나 엘프는 없었죠. 뭐, 드래곤이야 각각의 속성에 속한 정령왕을 소환할 수 있지만 말이에요. 물론 소환하는 것도 웜급 정도의 드래곤들만요.”
“그럼 그 정령들은 어떻게 소환하지요?”
“정령의 소환은 마법과는 약간 달라요. 정령과의 친화력과 그리고 소환하는 데 필요한 마나가 필요하죠. 이 마나는 자연의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의 마나를 사용해야 해요. 어차피 정령이라는 것은 자연 그 자체이므로 소환자가 가진 마나를 사용해야 하는 거예요. 뭐, 정령과의 친화력이 엄청난 자라면 마나가 필요 없는 경우도 있지만 그런 경우는 드물어요.”
“그 마나라는 것은 이해가 가는데, 친화력은 뭐예요?”
“그것은 뭐랄까… 자연을 느끼는 마음이랄까? 즉 바람의 독특한 마나와 불의 독특한 마나 그리고 땅 등의 마나를 어떻게 느끼느냐가 중요하지요. 특히 마법사는 자연의 마나를 한꺼번에 받아들이므로 이렇게 각각 느끼기가 힘들죠. 때문에 마법사들 중에는 정령마법사가 나오기가 힘들죠. 물론 저희 엘프들과 드래곤은 제외하고 말이죠. 그러나 한 번 소환하여 계약한다면 이름만 부르는 것으로 소환이 가능하죠. 이것이 정령마법의 가장 강한 장점이죠.”

‘각 자연력의 기라…… 그럼 그건 그렇게 어려운 게 아니잖아. 어차피 내가 익힌 무공들 중 도가의 것 중에 오행대천공이라는 게 자연력을 따로 익히는 거였지? 그거면 된 건가?….. 뭐 해보면 알게 되겠지….’
“그럼, 일리나. 정령 소환은 어떻게 해요?”
“우선은 각 소환에 필요한 정령에 속한 마나를 느껴야 하고 그다음에 강하게 소환을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 존재가 소환에 응하는 듯한 느낌이 들 때 자신이 가진 마나를 전해줍니다. 그리고 각 정령에 맞는 소환주문을 외웁니다. 나, 일리나가 나와 함께할 존재를 부르나니 물을 다스리는 존재는 나의 부름에 답하라… 만약 불꽃이라면 불을 다스리는 존재, 이런 식이죠. 이 주문은 거의 형식적인 거죠. 중요한 것은 자신이 가진 마나와 친화력이죠.”

“그럼 소환하는 정령의 등급은요?”
“그건 처음 정령을 소환하는 사람에게는 상관없는 것입니다. 처음 정령을 소환해서 소환되는 정령의 등급에 따라서 그 밑의 정령은 저절로 소환할 수 있으니까요. 하급 정령이 소환된다면 그런 건 없겠지만, 중급 정령이 소환된다면 그 정령과 계약을 맺고 그 정령에게 하급 정령의 소환을 명하면 되죠. 물론 여기서도 마나가 소모되죠. 정신력은 아니지만요. 그리고 각 정령과의 친화력에 따라 각 정령을 소환하는 등급이 달라져요.”
‘흠~! 그렇단 말이지…’
“그럼 한 번 해볼게요, 일리나….. 우선은 무슨 정령을…….”

그의 말에 옆에서 보고 있던 그래이 등이 말했다.
“야! 이드, 불. 불의 정령으로 해.”
“아니야, 이드. 물의 정령, 요리할 때도 좋잖아.”
“나는 땅의 정령…”
“내 맘입니다. 상관 마요.”

그러면서 이드는 눈을 지긋이 감고 강하게 바람을 부르며 오행대천공 중의 풍을 응용해서 바람의 마나를 느껴나갔다. 그러자 바람의 마나가 순수하게 강하게 느껴져 왔다.

그렇게 잠시 있자 무언가 느껴져 왔다. 어떤 존재감이었는데 상당히 강하게 다가왔다. 마치 저번에 보았던 그래이드론 같이 또한 세상에 존재하는 바람, 그 존재 자체 같은…. 그런 존재감이었다. 이드는 그 존재감에 당황해서 눈을 떴다. 그리고는 일리나를 바라보았다.

그러자 그녀 역시 이드가 느낀 존재감을 어렴풋이 느낀 듯 당황한 표정으로 이드를 바라보았다.
“일리나, 뭐죠? 제가 느낀 건? 일리나가 불러내는 물의 정령과 같은 그런 존재감이 아니었어요. 완전히… 이건 완전히 다른 느낌인데…. 웅장한 것이.”

그렇게 말하는 이드의 머리에 떠오르는 것이 있었다.
‘맞아, 이건 정령왕의 존재감…. 그래이드론의 기억에 따르면 틀림없는 정령왕인데. 근데 정령왕은 쉽게 소환되지 않는다는데…. 어떻게…..’
“이드…. 이건 상급 이상인 것 같은데….. 잘 모르겠어요….”

이런 태도에 저쪽에서 보고 있던 일란 등이 물어왔다.
“이봐, 무슨 일이야… 일리나 왜 그러죠?”
“그게, 이드가 소환하려 할 때 느껴진 존재감이 엄청나서요.”
“예? 그럼 상급 정령이라도…..? 그거 대단한데요…..”

일리나는 그렇게 말하는 그래이들을 보며, 그 정도가 아닌데 하는 생각을 떠올렸다.
“일리나, 다시 한 번 해볼게요.”

이드는 그렇게 말하고는 다시 정령 소환에 들어갔다. 그러자 이번에도 같은 존재감이 느껴져 왔다.
이드는 그 존재를 향해 자신이 가진 기를 개방해 나갔다. 물론 오행대천공을 이용한 바람과 같은 마나였다.

그리고는 주문을 영창했다.
“나, 이드가 나와 함께할 존재를 부르나니, 바람을 다스리는 존재는 나의 부름에 답하라…..”

그리고 이드는 자신에게서 상당한 양의 마나가 빠져나가는 것을 느끼며 눈을 떴다. 그리고 자신의 앞에 공간이 일렁이는 것을 보았다.
분명히 일리나가 정령을 소환할 때는 이런 현상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