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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드 – 152화


‘좋아. 그럼 잘 부탁해. 5학년 실력이란 거 잊지 말고.’

순간 천화의 당부에 답이라도 하듯 라미아의 마법이 펼쳐졌다.

“조심하세요. 선생님. 언더 프레스(under press)인 사이드(in side)!!”

쿠쿵 하는 거대한 철괴가 떨어지는 소리가 눈으로 보이는 듯했다. 라미아의 입에서 시동어가 외쳐지는 순간 라미아의 마법에 대비하고 있던 신우영 선생은 아무런 반항도 해보지 못한 체 거인이 휘두르는 몽둥이 맞은 듯이 뒤로 튕겨 나가버리는 것이었다. 그녀 나름대로 라미아의
마법에 대비한다고 한 것이지만 이 정도의 마법이 나오리라곤 생각도 하지 못했던 것이다. 처음은 파이어 볼이나 매직 미사일 같은 마법으로 시작할 거라 생각했는데… 한순간에 허를 찔린 것이다. 하지만 그녀 역시 가디언이란 이름과 가이디어스의 선생이란 직함을 거저 얻은
것은 아니었다. 공중에 붕 뜬 채로 뒤로 날려가던 신우영은 급히 손에 쥐고 있던 은빛의 스틱을 앞으로 내 떨치며 외쳤다.

“크윽….. 그대 군주의 이름으로 신하에게…. 디스펠(dispell)! 플라이(fly)!”

그녀의 말이 끝나는 순간 그녀의 손에 들려있던 스틱이 한순간 은빛을 뿜었다. 그리고 다음 순간. 언제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 방금 전 아니, 촌각전 까지만 해도 일어나던 일이 한순간 멈춰 버린 것이었다. 그러나 그런 일이 환상이 아니라는 듯이 신우영 선생이 허공에 떠있었다. 그것도
시험장에서 2미터 정도 벗어난 곳에. 그리고 잠시 후 신우영의 신영이 천천히 시험장 쪽으로 날아왔다.

“휴~ 위험했다. 두 가지중 하나라도 늦었어도 선생이란 이름 값도 못하고 그냥 장외 패 할 뻔했네….. 라미아라고 했지? 대단한 실력인걸…”

그녀의 말과 함께 구경하고 있던 주위 사람들로부터 환호성이 울려나왔다. 비록 앞의 시험들처럼 화려한 정면은 없었지만 방금 전의 그 빠른 전개와 스릴감은 앞의 시험들 이상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신우영 선생은 그런 환호성에 반응할 겨를이 없었다. 방금 전 마법으로 라미아의 실력이 보통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었다.

“3써클 마법이야. 그것도 수직방향이 아닌 수평방향으로 변형된….. 이것만해도 4학년 이상의 실력이야. 정말 조심해야 겠는걸….”

스스로에게 주의를 주듯이 작게 웅얼거린 신우영은 금방 생각이 정리된 듯 라미아를 향해 스틱을 들어 올렸다.

“그럼 이번엔 내가 간다. 너도 조심해….. 리틀 파이어 볼!”

파팡… 파파팡…..

신우영의 시동어와 동시에 샌드백 두드리는 소리와 함께 크기가 주먹만한 수십 개의 파이어 볼들이 생겨났다. 라미아는 그런 모습에 고개를 갸웃 거렸다. 보아하니 물량공세로 나올 듯 한데… 저렇게 파이어 볼의 위력이 약해서야 몇개 맞더라도 별다른 타격이 없을 것이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건 상대인 신우영 선생역시 알고 있을 것이다. 더구나 그녀의 뒤쪽으로 보이는 몇 몇 아이들의 눈에 떠오른 눈 빛.
라미아는 그런 모습에서 이것이 단순한 물량공세가 아니라는 생각하고는 즉시 주위로 실드를 형성했다. 신우영은 라미아의 그런 대처에 칭찬이라 하듯 부드럽게 미소지어 보이고 다시 한번 스틱을 휘둘러 보였다.

“… 내 의지에 따라 진형을 갖추어라. 포메이션2, 종횡난무(縱橫亂舞)!!”

그녀의 외침에 따라 다시 한번 스틱이 은빛을 발하자 허공 중에 어지럽게 떠있던 파이어 볼들이 명령을 기다렸다는 듯이 한순간에 사방으로 흩어져 날았다. 그리고 각각의 궤도로 날아다니던 파이어 볼들은 하나하나 자신의 자리를 찾아 라미아의 주위로 모여들더니 순식간에 라미아를
포위하는 하나의 진(陣)을 형성해버리는 것이었다. 그 이름 그대로 짜임세 없는 듯 하면서도 빠져나갈 길은 확실히 막아 버리는 그런 진이었다.

‘음…. 좋은 수법이네…. 각각의 위력은 적지만 저걸 모두 맞게 된다면 상당한 피해를 입게 되겠어, 거기다 저렇게 퇴로를 모두 막아 놨으니….. 하지만, 저 방법은 블링크나 위프 같은 마법을 익힌 사람을 상대로는 무용지물이야.’

어느새 턱을 괴고 시험장을 바라보던 천화의 생각이었다.
확실히 가장 알맞은 방법이었다. 그리고 라미아역시 천화와 같은 생각을 떠올렸다. 하지만 그렇게 생각만 할 뿐 직접 행동으로 옮기지는 못하고 있었다. 그런 라미아의 행동에 의아함을 느낀 천화는 마음속으로 라미아를 불러 이유를 물었다.
그리고 이어지는 톡 쏘는 듯한 라미아의 대답에 천화는 멋적게 웃을 수밖에 없었다.

[칫, 이게 누구 때문인데 그런 소릴해요? 이게 다 천화님 때문인데… 천화님이 5학년 정도의 실력만 보이라고 해서잖아요. 여기 5학년의 실력은 4써클이예요. 간신히 5써클의 마법을 쓰는 경우도 있지만…. 블링크나 워프를 사용할 정도는 아니란 말예요. 그런데 제가 그걸 사용해봐요. 어떻게 되나….. 모르면 함부로 참견하지 마시라 구요.]

‘아. 하. 하….. 미, 미안…..’

따지듯이 천화를 쏘아준 라미아는 다시 자신의 주위에 포진하고 있는 주먹만한 파이어 볼들과 신우영 선생을 바라보았다. 신우영 선생은 마치 자신이 어떻게 행동하나 하는 표정으로 자신을 지켜보고 있었다. 하지만 확실한 탈출방법이 눈앞에 아른거려서인지 왠지 적당한 방법이 생각나지 않았다. 그때였다. 열심히 머리를 굴리는 라미아의 눈에 한차례 불어오는 바람에 살랑이는 파이어 볼의 모습이 들어온 것이다. 순간 라미아는 그 모습에서 지금의 상황을 탈출할 방법은 물론 반격할 수법까지 떠올릴 수 있었다. 그리고 생각이 정리되는 순간 라미아의 양손이 사라락거리며 들어올려졌다.

“제겐 필요 없는 불덩이 돌려드리죠. 선생님. 토네이도(tornado), 레볼루션(revolution)!!”

후우우웅…….. 쿠아아아아

어디서라고 말할 수 없는 바람이 라미아를 중심으로 서서히 하지만 강렬하게 회전하기 시작했다. 토네이도 바로 회오리 바람이었다. 거기에 회전을 돕는 보조 마법인 레볼루션까지 더해진 바람은 순식간에 엄청난 회전력을 보이며 라미아 주위에 포진하고 있던 파이어 볼들을 빨아들여 회전하기 시작했다. 그 모습에 지켜보고 있던 신우영이 아차 하는 모습으로 급히 공격을 가하려 했지만 공격을 가하는 것은 한 손에 꼽힐 정도의 숫자뿐, 이미 거대한 회오리 바람에 말려 들어간 파이어 볼들은 그녀의 통제를 따르지 않고 있었다. 자신을 향해 날아드는 세 네 개의 파이어 볼을 실드로 가볍게 정리한 라미아는 곧 회오리 바람을 조종해 신우영을 공격해 들어갔다. 수십 개에 달하는 자그마한 파이어 볼을 머금은 회오리 바람의 모습은 마치 5써클 마법인 플레임 트위스터와 비슷해 보였고, 덕분에 시험을 지켜보고 있던 주위에서는 탄성이 터져 나왔다. 하지만 정작 공격을 당하는 당사자인 신우영 선생은 탄성을 터트릴 기분이 전혀 아니었다. 자신의 공격이 오히려 이용당해 자신이 공격당하고 있는 상황이라니…..

“대단한 실력이야…. 더 이상 볼 것도 없겠어. 그나저나 실력체크 시험에서 5써클 마법을 사용하게 될 줄은 몰랐는걸….. 아이스 스톰(ice storm)!!”

이런 시험에서 쓰게 될 줄은 생각도 못했다는 듯한 신우영의 말과 함께 그녀의 앞으로 투명하게 반짝이는 무수히 많은 얼음 알갱이를 품은 바람이 일었다. 그 얼음의 폭풍은 곧 바로 앞으로 퍼져 나가 라미아의 공격에 맞서갔고 곧 두 마법이 부딪히며 츄아아아아 하는, 증기 밥솥에서 김이 빠지는 소리를 수백 배로 증폭시킨 듯한 소리를 발하며 주위로 미지근한 안개를 만들어 내었다. 그리고 그 소리가 멎고 뽀얀 안개에 가려 보이지 않는 상태인 시험장으로부터 신우영 선생의 목소리가 들려 나왔다.

“매직 가디언 파트에 입학한 라미아양의 실력체크를 완료했습니다. 시험 결과 라미아양은 사용 가능한 마법의 써클 급수와 응용력, 그리고 사용방법 모두 능숙한 것으로 판단 그녀를 5학년에 편입시키도록 하겠습니다. 윈드(wind)!!”

신우영 선생의 말이 끝남과 함께 그녀의 마법에 의해 안개가 날아가버린 시험장이 모두의 시야에 나타나자 여기저기서 탄성의 박수소리와 무언가 아쉬워하는 기성이 동시에 들려왔다. 천화는 신우영 선생을 향해 꾸벅 인사를 해 보이고는 칭찬을 바라는 아이 같은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라미아의 표정에 그녀의 바램대로 빙긋이 미소지어 보였다.

‘좋아. 아주 잘했어. 라미아.’

[에헴….. 이 정도는 별것 아니라구요.]

천화의 칭찬에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시험장을 내려가는 라미아였다. 그녀가 내려가고 나서도 연이어 시험이 치뤄졌고 세 번의 시험이 더 치뤄진 후 매직 가디언 파트의 시험을 끝을 맺었다. 그리고 다음 스피릿 가디언 파트의 시험을 위해 매직 가디언 파트가 물러나는 도중 라미아가 슬쩍 빠져 나와 천화와 연영에게 다가왔다.

“대단한데, 라미아. 실력체크 시험에서 곧바로 5학년의 실력을 인정받은 건 가이디어스가 세워진 처음 몇 달을 제외하고는 네가 처음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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