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드 2부 – 102화
539화
“저도 있어요.”
일리나가 이드의 곁으로 다가와 그림을 보며 말했다.
현실에서처럼 그림 속의 일리나와 이드도 다정하게 서 있었다.
“그런데 우리 이런 그림을 그린 적이 없었는데 말이에요.”
이드의 기억 속에는 그림의 모델로 서 있어 본 적이 없었다.
“당연합니다. 그림에 있으신 분은 이드 님께 이름을 물려주신 마인드 마스터 본인이니까요. 정말 똑같이 닮으셨습니다.”
데일리가 뿌듯이 웃으며 말했다.
‘내가 그 마인드 마스터 본인이라서 하는 말이라오, 데일리 경’
이드는 이미 해 놓은 소개가 있어 자신이 마인드 마스터 본인이라고 말할 수 없어 답답했다. 그때 데일리가 그림 속의 이드와 일리나 두 사람과 현실의 두 사람을 번갈아 보며 감히 말로 표현하지 못할 감동을 받은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솔직히 전 지금도 잘 믿어지지가 않습니다. 그저 이야기로 전해 듣고 그림을 통해 봤던 전설 속의 영웅을 직접 보게 되다니요. 정말………… 이 그림은 검후님께서 직접 보여 주셔야 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검후를 생각한 데일리의 눈가가 촉촉이 젖어 들었다. 그러는 중에도 그녀의 눈은 이드와 일리나의 뒷모습에서 떨어질 줄 몰랐다. 아까는 자신의 실수에 제정신이 아니라 느끼지 못했던 흥분과 감동이 이제야 한꺼번에 밀려오는 것 같았다.
‘시르피 님, 보고 싶어 하시던 분들을 드디어 만날 수 있게 됐습니다. 제발 무사하세요.’
데일리는 어쩐지 울음이 날 것 같아 심호흡을 하며 마음을 안정시켰다.
그런 데일리의 사정을 알지 못하는 이드는 그림을 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렇게 제대로 포즈를 취해 준 적도 없는데 잘 그렸네.”
지구라면 자신들의 사진이나 영상이 남아 있어서 그걸 참고했겠지만 이곳에는 사진도 카메라도 없다.
[아마도 마법사가 자신이 가지고 있던 이미지를 기초로 영상을 만들어 냈을 거예요. 정확한 이미지만 있으면 나머지는 실력 좋은 화가가 충분히 해결할 수 있죠.]
라미아가 이드의 의문을 풀어 주었다. 대륙에는 지구의 과학 문명을 충분히 대체할 수 있는 마법이라는 신비가 존재했다. 그리고 가장 은밀하고, 많은 신비를 품은 곳 중 한 곳이 바로 각국의 왕성이다. 이드가 황궁에 머물던 시절 그를 직접 본 마법사는 많고 많았을 것이니 충분히 가능한 이야기다.
“흐음. 그럴 수도 있겠네.”
[‘있겠네.”가 아니라 정확하다니까요. 저만 해도 시르피가 어렸던 이때의 영상은 충분히 만들어 낼 수 있으니까.]
“그래, 그래.”
이드는 대충 대답했다. 뭐, 그림을 어떻게 그렸는지가 뭐가 중요하겠는가.
중요한 것은 시르피가 가장 크게 마음에 담고 있는 추억의 베스트 3에 자신과 라미아, 그리고 일리나가 함께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드는 희미한 추억의 끈만 남아 있던 시르피와의 인연이 좀 더 공고해지는 듯하다고 생각했다.
서로를 생각하는 마음이 있다면 직접 보지 못해도 신뢰는 형성되는 것일까.
‘시르피를 찾기 위해서 좀 더 신중하게 노력해야겠다.”
이드는 그림을 보며 다짐했다.
그러나 새롭게 마음을 다잡고 있는 이드와 다르게 우물쭈물 힐끔힐끔 안절부절못하는 두 사람이 있었다.
네리베르와 데일리였다.
두 아가씨는 나이에 어울리지 않게, 그리고 지금까지 두 사람의 이미지와 어울리지 않게 마치 소녀처럼 열심히 일리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두 사람이 하는 양을 눈치채지 못할 일리나가 아니었기 때문에 그녀가 두 사람을 돌아보았다.
“제게 궁금한 일이라도 있나요?”
훔쳐보던 사실이 들켰다고 생각했는지 두 사람이 얼굴을 붉히며 머뭇거렸다.
그러다 데일리가 먼저 나섰다. 그녀는 한 걸음 앞으로 나서며 앞서 당당하던 여기사의 모습은 옆에 놓아두고 입을 열었다.
“크흠. 지금 이드 님의 아티팩트가 검후님의 어린 시절 마법 영상이 있다고 말하는 것 같은데요.”
일리나는 두 아가씨의 관심사가 라미아라는 것을 알고는 그녀를 앞에 내주었다.
자신은 원하는 것이 없지만 상대는 원하는 것이 있다. 갑을 관계가 완성되었다. 라미아가 턱을 치켜들고 반쯤 내려 감은 눈으로 말했다.
[에헴. 있지요, 있지요. 확실히 제가 시르피의 어린 시절 모습을 기억하고 있지요.]
꼴깍.
라미아의 대답에 두 여성이 긴장과 탐심에 침을 삼켰다.
평소라면 우선 검후의 이름을 아무런 공경심도 없이 막 부른 것부터 따지고 교정했겠지만, 지금은 욕망이 그런 책임감을 이긴 상태였다. 마음 한편으로는 아무리 에고를 가진 특별한 아티팩트라도 주인 중심으로 세상이 형성된 존재를 상대로 잔소리를 해 봤자 헛소리라고 스스로를 납득시키고 있었다. 원하는 것을 얻지도 못한 상태에서 협상할 상대의 기분을 거스르는 것은 좋지 못하다는 판단이 순식간에 서 버린 것이다. “혹시 그 영상을 같이 공유해 줄 수 있을까?”
데일리의 말에 옆에 서 있는 네리베르가 자신도 원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인다.
그 두 사람의 뒤에서 케마란도 눈을 반짝인다. 그녀도 소드 팰러스에 입성한 여검사로서 검후에 대한 충만한 신심이 가득하다. 그러나 나름대로 세상의 음험함을 겪고 소드 팰러스에 들어온 그녀인 만큼 지금 앞으로 나서는 것은 불리하다는 사실도 알았다.
‘일단은 네리베르가 영상을 얻으면 그걸 전해 받아야지.’
만약 저 깍쟁이가 영상을 주지 않는다고 해도 상관없다. 아무래도 한번 흘러나간 영상인 만큼 좀 더 쉽게 라미아에게서 얻어 낼 수 있을 거라고 케마란은 생각했다.
무엇보다 자신은 이드에게 링스피어의 수업을 예약해 두었다. 라미아와 접촉할 기회는 아직 많았다.
‘네리베르, 가능한 싸게 부탁해!’
케마란은 조용히 네리베르를 응원했다. 비록 그 마음이 다른 속셈을 품고 있는 것이기는 하지만 말이다.
그때 그녀의 앞에서는 갑과 을로 구분된 양측의 협상이 벌어지고 있었다.
[어려운 일은 아니에요. 충분히 공유해 드릴 수 있어요.]
마법과 컴퓨터 파일이 다르기는 하지만 어차피 영상의 복사다. ctrl+c, ctrl+v처럼 컴퓨터에서 파일을 복사하는 것과 다를 게 없다. 그저 시간이 좀 더 걸릴 뿐이다. 하지만 상대가 간절히 원하는 물건을 공짜로 내주는 것은 라미아의 성격에 맞지 않는다. 무엇보다 상대에게 무조건적인 친절과 배려심을 보여 주기에는 아직 그들 사이에 만들어진 친분이 없다.
라미아의 입가로 냉혹한 장사꾼의 미소가 걸렸다.
[대가만 적당히 조율이 되면 최고의 화질로 영상을 저장해 드릴 수 있어요.]
“대가?”
라미아의 말에 기대감으로 얼굴이 활짝 피었던 두 사람의 얼굴이 그대로 굳었다.
라미아가 설마 그것도 모르냐는 듯 말을 이었다.
[당연하죠. 여러분이 원하는 영상은 제가 본 것을 기초로 만들어진답니다. 일정 부분 제 사생활을 공개하는 것과 같다는 말이죠. 그런 영상을 아무런 대가 없이 드릴 수는 없죠. 그걸 제외하더라도 영상을 저장하는 수고비는 내셔야 하지 않겠어요?]
네리베르와 데일리의 입이 조개처럼 닫혔다. 딴에는 맞는 말이다. 어떠한 마법이든지 마법이 걸린 물건을 사기 위해서는 일반인이 생각하기 힘들 정도의 돈을 지불해야 구매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그녀들이 놀란 이유는 인간이 아니라 아티팩트가 나서서 대가를 지불하기를 원하는 경우를 처음 보기 때문이었다.
‘도대체가, 사생활 보호를 주장하는 아티팩트라니!’
듣도 보도 못한 상황이었다. 두 사람의 시선이 답을 찾아 이드를 향했다. 라미아가 직접 나서서 이드가 주인이라고 말한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드는 눈을 돌리며 답을 피했다. 라미아가 나선 일이다. 감히 이드 자신이 나서서 이래라저래라 하기 힘든 상황이었다.
‘그 뒷감당을 어떻게 하라고? 그런데 이런 걸 꼭 지금 흥정을 해야 해?”
생각 같아서는 한마디 하고 싶지만 어쩐지 굉장히 입을 열기 곤란하다고 생각하는 이드였다.
이드에게 답을 얻기 힘들다고 생각한 네리베르가 나섰다. 그녀로서는 검후의 어린 시절 영상이라는 유니크 아이템은 어떻게 해서라도 손에 넣고 싶은 보물이었다. 보는 사람만 없다면 당장 저 은색 조그마한 새의 목을 비틀어 짤짤 흔들어서라도 영상을 토해 내게 만들었을 것이다.
“얼마에 팔 생각인가요?”
[글쎄요. 돈은 크게 필요한 게 아니라서.]
이미 레어 하나를 통째로 털어 먹었다. 나라라도 구매하지 않는 이상 돈이 아쉬울 일은 죽을 때까지 없을 것이다.
“하지만 대가를 원하는 쪽에서 가격을 제시하는 게 이치에 맞지 않겠어요?”
[그보다는 상대가 얼마나 간절히 원하느냐가 중요하지 않을까요?]
라미아와 네리베르 사이에 불꽃이 튀었다.
[그리고 한번 정해진 가격은 바꾸지 않을 생각이에요. 누가 구매를 하건 말이에요.]
도둑고양이처럼 한발 물러나 상황을 살피고 있던 케마란의 표정이 구겨졌다. 저 말이 자신을 두고 한 말이라는 것을 누구보다 그녀 자신이 가장 잘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렇다면 이대로 가격이 올라가는 꼴을 두고 볼 수 없다 싶은 케마란이 나섰다.
“그런데 꼭 지금 그런 이야기를 해야 해? 지금은 그것보다 더 급한 일이 있잖아. 그 이야기는 이후 밝은 날에 다시 하는 게 어떨까?”
순간 귀를 쫑긋 세우고 라미아의 이야기를 듣고 있던 데일리가 화들짝 놀라며 사과했다.
“앗! 죄송합니다. 중요한 일로 찾아오셨는데 제가 추태를 보였습니다. 검후님의 이야기만 나오면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버릇이 있어서………“
“괜찮아요. 그리고 이 방은 충분히 본 것 같아요. 검후님의 생각도 충분히 안 것 같은 기분도 들고요. 하지만 저는 검후님이 마지막으로 사라진 방을 보고 싶은데, 그 방으로 안내해 주시겠어요?”
“이 방 안쪽입니다. 안내하겠습니다.”
더 이상 실수하지 않겠다는 듯 데일리가 허리를 곧게 펴고 앞장서서 걸었다.
“그럼 우리 흥정은 차후에 해요.”
네리베르도 틈을 놓치지 않았다.
‘쯧, 아쉽네. 제대로 올가미를 채울 수 있는 기회였는데.’
라미아는 아쉽다는 듯 혀를 찼다. 어쩌면 에단과 함께 이드를 위해서 움직여 줄 사람을 확보할 절호의 기회를 놓친 것 같았다. 그러나 케마란의 말이 틀린 것도 아니었다.
느긋하게 올가미를 걸고 낚시를 하기에는 더욱 중요한 일이 있었다.
그리고 그런 라미아의 뒤로 네리베르와 케마란이 은밀하게 시선을 주고받으며 뒤따라 걸었다.
‘우리 여기서 나가면 조용히 이야기 좀 해요.’
끄덕.
두 사람의 마음은 같았다.
‘바가지 쓰지 않고, 최대한 저렴한 가격에!’
일정한 수입이 없는 두 사람에게 가장 큰 해결 과제였다.
그림이 걸려 있는 검후의 방에는 문이 두 개가 있었다.
하나는 검후의 침실이라고 했다. 두 아가씨는 강하게 원했지만, 감히 여성의 침실을 허락도 없이 살필 엄두는 내지 못했다. 무엇보다 침실 역시 은의 기사단을 중심으로 충분히 수색을 마친 상태였고, 검후가 사라진 방은 침실이 아니었다.
“이곳은 검후님이 원하실 때 검을 수련하실 수 있도록 마련된 수련실입니다. 궁의 지하에는 이보다 튼튼하고 넓은 수련실이 따로 있지만, 검후님께선 그곳에 가는 시간조차 아까워하셨죠.”
데일리가 설명과 함께 문을 열었다.
그 안은 텅 빈 백색의 공간이었다. 한쪽에 물병과 컵이 놓여 있는 작은 탁자를 제외하고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은 방이었다. 하얀 방을 장식하고 있는 것은 사방에 새겨져 있는 검의 흔적뿐이었다.
“검후님은 마지막에 이 방으로 들어가신 후 지금까지 돌아오지 않고 있으십니다. 사건을 인지한 후 많은 사람들이 살펴보았지만, 아무것도 찾아내지 못했습니다.”
끄덕끄덕.
이드가 고개를 끄덕였다.
충분히 이해가 가는 말이었다. 뭔가 조사할 물건이 있어야 흔적도 찾는다. 그런데 이 방에는 오히려 흔적을 숨겨 놓기가 힘들어 보였다. 그저 탁자를 제외하고 사방이 막힌 하얀 공간이었다.
“부디 이드 님께서 무언가 흔적을 찾을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데일리의 말은 진심이었다.
이드는 일행을 문 앞에 세워 두고서 천천히 방을 살폈다. 그의 눈에 방의 사방에 난잡하게 새겨진 검흔이 들어오며 많은 이야기를 전해 왔다.
거기에는 시르피가 검을 수련하면서 가졌던 고민과 고통, 그리고 그중에 가슴이 무너졌던 일까지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이것은 시르피가 난화십이식이라는 글자를 통해 적어 놓은 일기였다. 그리고 그녀에게 그 글자를 가르친 이드는 누구보다 자세하고, 정확하게 그 일기를 읽어 볼 수 가 있었다.
“하아! 과연 시르피에게 무공을 전한 것이 잘한 일이었을까.”
이드는 구구절절하게 전해지는 시르피의 감정에 문득 그런 생각이 떠올랐다. 물론, 누구도 잘잘못을 따질 수는 없는 일이지만, 이미 전한 입장에서는 전하지 않았을 때의 상황이 아쉽게 느껴지는 것은 어쩔 수가 없었다.
넓은 방 안을 한 바퀴 돌아 답답한 가슴을 안고 이드가 돌아왔다.
“어떠신가요? 혹시, 뭔가 보이시나요?”
데일리는 크게 기대하지 않았다. 많은 사람이 와서 조사에 조사를 거듭했지만 얻은 것은 없었다. 무엇보다 입구에 서서 살피는 것으로 모든 것이 눈에 들어오는 방이다.
이곳에서 흔적을 찾으려는 행위가 얼마나 의미 없는지 자신이 가장 잘 알고 있었다.
“정확하지는 않지만 한 곳, 마음에 걸리는 곳이 있네요.”
“……네?”
데일리는 생각과 달리 돌아온 이드의 대답에 눈이 퉁방울만 해졌다. 그녀는 믿을 수 없다는 듯이 이드를 바라봤다.
이드는 그녀를 포함, 일행들을 이끌고 오른쪽 벽으로 다가가 사방에 새겨진 검흔을 가리키며 말했다.
“사방에 새겨진 검흔이 이곳으로 가라고 말하고 있어요.”
말과 함께 이드의 손가락이 오른쪽 벽면의 한 부분을 가리켜 보였다.
데일리가 이해되지 않는다는 듯 말했다.
“하지만 검왕분들께서도 이 수련실을 살피셨지만 아무런 말씀이 없으셨어요.”
“검의 경지도 중요하지만 검후님이 익히신 무공을 그분과 비슷한 수준으로 이해하고 있어야 눈에 보이는 흐름이니까요.”
이드는 내심 한숨을 쉬었다. 흐름이라는 말로 때우기는 했지만, 정확히 말하자면 사방에 새겨진 검후의 한숨 같은 검흔이 최후에 향하는 해방구의 방향이 바로 이곳이었다.
‘제발 당신의 말이 틀리지 않기를!’
데일리는 마음으로 간절히 빌며 말했다.
“이 벽에는 어떤 특별한 점이 있나요?”
“지금부터 확인해 볼 생각이에요.”
이드는 벽의 일부분을 가만히 손으로 쓸어내리다가 한 부분에 손을 멈췄다. 그냥 봐서는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미세한 흔적이 느껴졌다. 딱 여인의 손과 같은 크기로 한쪽으로 들어간 부분.
이드는 그 뒤로 내공이 흐르는 혈도와 같은 길이 있음을 느꼈다.
‘이 방에 새겨진 것은 오로지 난화십이식이지. 그렇다면……………
이드는 번뜩이며 스쳐 지나가는 생각에 벽에 붙인 손으로 난화십이식의 내공 흐름을 발출해 내기 시작했다.
일식. 이식. 삼식· 십이식.
그그긍-
마지막 초식의 내공 흐름이 이드의 손에서 일어나는 순간, 작은 진동과 함께 벽이 뒤로 밀려 들어갔다.
아무런 흔적도 없던 곳에서 일어난 변화에 모두의 얼굴에 놀란 표정이 떠올랐다.
특히 이 수련실에서 얻을 수 있는 것은 없다고 내심 확신하고 있던 데일리의 입이 있는 힘껏 벌려지며 흉하게 침이 흘러내렸다.
다행히 그녀를 포함 누구도 그 사실을 몰랐고, 누구도 그녀를 돌아보지 않았다.
수련실 안의 모든 눈은 이제는 뒤로 밀려 오른쪽으로 옮겨지며 그 속을 내보이고 있는 하얀 벽만을 향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