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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드 2부 – 430화


867화

탑주라는 자. 역시 보통 뻔뻔한 인간이 아니었다.

록마틴 후작이 뭐라 말을 했지만, 듣지도 않고 영상을 지우고 사라져 버렸다. 그에 철저히 무시당했다 생각한 록마틴 후작이 분노로 얼굴이 붉게 달아오를 때,

“워어어어!”

장식장에 박제된 것처럼 움직이지 않던 몬스터들이 소리를 지르며 움직이기 시작했다.

마치 시체가 일어나듯 쉭쉭 거친 숨소리를 내며, 눈에서는 흉흉한 붉은 안광이 번들거리는 것이 미친 소를 보는 듯하다.

“컹! 커커컹!”

오천 마리의 몬스터가 한 번에 울부짖는 소리는 끔찍했다. 지금이 지나면 평생에 다시는 듣고, 보지 못할 모습이긴 했지만, 어지간해서는 다시 보고 싶지 않은 장면이었다.

뒤에 선 마법사들이 몬스터들을 조종하기 시작하자, 몬스터들이 토벌대를 향해 진격하기 시작했다.

쿵! 쿵! 쿵!


오천 병력의 진군이 주는 박력은 보통이 아니었다.

“준비할 여유도 없이 도착하자마자 전투로군.”

발바닥을 통해 전해지는 진동을 느끼며 이드가 혼잣말을 하자, 쉴라가 그 말을 받았다.

“예상하고 있던 시나리오 중 하나일 뿐입니다.”

과연 그녀가 대답하기 무섭게 토벌대의 전방에서 움직임이 일어났다. 긴 창을 들고 말을 탄 창기병들이 나선 것.

“기병으로 우선 적의 대열을 찢겠다는 거로군요.”

갈가리 찢어 놓으면 뒤따를 기사단이 씹어 삼키기에 딱 좋은 크기가 될 테니까. 하지만 창기병만으로는 좀 약해 보였다.

그렇게 생각하던 찰나. 지휘부의 명령이 전달되었다.

“록마틴 대장군님의 명령입니다. 창기병과 프랑 기사단이 적의 대력을 가르고 나면 토벌대는 삼군으로 나누어 몬스터를 토벌하라 하셨습니다.” “확실히 프랑 기사단이 있으면 이야기가 다르지. 알았다.”

고개를 끄덕인 이드가 한쪽 하늘을 바라보자 벌써부터 하늘을 날고 있던 프랑 기사단이 제자리에서 빙빙 돌며 공격 신호가 떨어지길 기다리고 있었다.

“아무래도 조금 빠르게 싸우게 될 것 같습니다.”

“전혀 문제없습니다.”

황녀가 단호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드는 용기 있는 그녀의 모습에 고개를 끄덕이고는 기사단에 황녀를 중심으로 한 호위 진형을 만들도록 했다. 그리고 만약을 대비해 라미아와 일리나를 황녀 곁에 배치한 후 스폴과 함께 기사단의 전면에 섰다.

“우리가 중앙 1군 소속이지?”

“네. 황녀 전하가 있기 때문에 일부러 중앙에 배치한 듯합니다.”

아무래도 삼면에서 적을 공격하면 중앙에 강한 압력이 걸리긴 하지만, 대신 기습과 같은 돌발적인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이 없기 때문에 황녀가 속한 1군을 중앙에 배치한 것이다.

“지금 상태에서는 은색 기사단의 협력은 필요 없겠지요?”

쉴라가 물었다.

아이넬 기사단과 함께 황녀의 호위 임무를 받은 은색 기사단이지만, 은색 기사단의 호위는 어디까지나 보조의 형태,

상황만 허락한다면 언제든 타 기사단처럼 앞에 나서 적과 싸울 수 있었다.

이드는 쉴라와 은색 기사단이 뿜어내는 투기를 감지하고는 씨익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입니다. 황녀 전하의 곁에는 라미아와 일리나가 함께 있으니, 아무 걱정하지 말고 부디 즐기도록 하시죠.”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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