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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드 2부 – 858화


1293화

검은 하늘에 별이 가득하다.

밝게 빛나는 별. 그중 하나가 갑자기 빛을 잃고 죽어 버렸다.

자세히 보면 죽은 별은 진짜 별이 아니다. 검은 하늘도 진짜 하늘이 아니었다. 죽은 별은 작게 축소된 마법진이었으며, 검은 하늘은 그런 마법진을 담은 돔 형태의 천장이었다.

그리고 그 천장 아래.

몇 명의 사람들이 서 있다.

그 중앙에 선 사람은 영혼의 관 부관주, 이더비히.

항시 고고한 귀부인 같던 그녀가 지금은 음울한 눈길을 하고서 빛을 잃은 별을 올려다보는 중이다.

이런 그녀의 손에는 그녀의 키보다 큰, 금장이 화려한 지팡이가 들려 있었다. 그 끝에 재질을 알 수 없는 검은 구체가 달린 것이었다.

조금 전.

그 검은 구체에서 투명한 선이 뻗어 나와 별에 닿았고, 그 직후 별은 빛을 잃었었다. 그것이 의미하는 바는 하나였다.

“플로어 마스터 조셉의 별빛이 지금 완전히 꺼졌음을 확인했습니다.’

조용하기에 유난히 크게 들리는 목소리.

이더비히는 눈을 감으며 길게 숨을 내쉬었다. 그 후 들고 있던 지팡이를 대기 중인 마법사에게 넘겼다.

“약속의 증명을 다시 제단에 올리세요.’

“명 받습니다.”

두 명의 마법사가 지팡이를 받아 방 안쪽에 있는 제단으로 옮겨 간다.

이더비히는 그 모습을 다 보지 않고 몸을 돌려 방을 나섰다. 그녀를 따라 주변에 함께하던 마법사들이 방을 나섰다.

“너무 마음 쓰지 마십시오, 부관주. 지금의 결정이 조셉을 위해서도 옳았습니다.’

“그렇습니다. 안타까운 일이지만, 고문을 당하는 것보다는 편한 안식이 되었을 겁니다.”

기분이 좋지 않은 이더비히를 위로하려는 의도일까.

몇 명의 마법사가 위로의 말을 건넸지만, 이더비히의 표정은 조금도 풀리지 않았다. 오히려 차가운 눈빛이 그들을 향한다.

“방법이 어떻든, 결국은 같은 죽음입니다. 어떻게 편할 수 있나요.”

“……”

그렇다. 아무리 좋게 말해도 죽음은 죽음일 뿐이다. 그것도 비밀을 지키기 위한, 아군에 의한 죽음.

위로의 말을 건네던 마법사들이 조용히 입을 닫았다.

이더비히는 그들에게서 시선을 돌려 좌측에 선 자를 돌아보았다.

조셉과 같은 플로어 마스터, 펠튼.

1층 플로어가 파괴되었음을 알려 오며, 조셉 마법사에게 베이몬의 약속을 발동할 것을 누구보다 먼저 강력하게 주장했던 자.

평소였다면 그의 주장은 통하지 않았을 것이다. 배신자도 아닌 동료에게 약속을 발동하자니.

그러나 지금 상황은 특별했다.

적이 영혼의 관을 침입한 상태이며, 조셉은 저들의 포로가 되어 있었다. 적의 능력이 뛰어난 만큼, 적이 코앞에 닥친 만큼. 작은 위험이라도 피할 수 있다면 피해야 했다.

그렇기에 많은 마법사가 동의했고, 그에 따라 이더비히는 조셉에게 베이몬의 약속을 발동시킨 것이다.

중의를 따른 것이지만, 영혼의 관에 소속된 마법사 하나하나를 존중하는 이더비히에게 있어 약속의 발동은 결코 그녀가 원하는 바가 아니었다. 그렇기에 펠튼을 향한 이더비히의 시선은 무거웠다.

“조셉 마법사를 희생시켜 지킨 영혼의 관입니다. 펠튼 마법사.”

“말씀하십시오. 부관주,”

“당신의 주장을 받아들인 만큼, 그에 합당한 결과를 내주기를 바랍니다. 특히 조셉 마법사처럼 적의 포로가 되는 일이 없어야 할 겁니다.”

포로가 된 조셉에게 약속의 발동을 주장한 펠튼이다.

무슨 일이든 처음 한 번이 어렵지, 두 번째는 쉬운 법. 펠튼이 포로가 되었을 때 약속을 발동시키지 말라는 법이 없다.

아니, 오히려 지금의 이더비히는 그걸 이용해 압박하는 것이다.

아군에게 죽음을 내린 만큼, 딱 그 오만만큼의 결과를 보이라고.

“・・・・・걱정하시는 일은 없을 것입니다, 부관주.”

펠튼은 이런 압력에도 눈을 피하지 않았다.

당장 주변의 마법사 중에는 이더비히와 마찬가지로 아군에게 베이몬의 약속을 발동한 것에 대해 불만의 눈빛을 보내는 이들이 있었다. 비록 배신을 꿈꾸지는 않지만, 미래는 알 수 없는 일.

탑주와 부관주가 아닌 이상 언제 자신이 약속의 발동 대상이 될지 모른다. 언제 자신의 별이 빛을 잃어버리게 될지 모르는 일이란 말이다. 더욱이 이번 일을 계기로 약속의 발동이 어렵지 않게 되어 버렸다.

그들은 그게 두려운 것이다.

하지만 펠튼은 당당했다. 자신의 주장에 한 점 부끄러움이 없었다. 조셉을 싫어하긴 했지만, 그렇다고 그가 힘든 틈을 타 죽일 정도로 야비하지도

않다. 자신의 주장은 사태의 전후를 살펴 나온, 올바른 상황 파악에 의한 결과였을 뿐이다.

또한 자신은 멍청한 조셉처럼 적에게 패배할 거라고는 손톱만큼도 생각하고 있지 않았다.

조셉의 패배는 순간순간 드러난 그의 멍청함 탓도 있지만, 무엇보다 적을 알지 못한 까닭이 가장 컸다.

적의 규모가 어떠한지, 전력이나 능력은 어떠한지를 몰라서라는 거다.

그에 반해 자신은 조셉과 적의 전투를 통해 적에 대해 미리 살필 수 있게 되었다. 조셉과의 전투 데이터를 기반으로 적을 상대하면 된다.

철저하게 매뉴얼에 따라 실수 없이 움직인다면 자신이 패배할 일은 없다.

자신을 위해서, 그리고 영혼의 관을 위해서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바벨의 초인들은 감히 2층 플로어를 넘어서지 못할 것입니다. 곧 저들의 목을 부관주와 여기 있는 여러 마법사 앞에 가져오도록 하겠습니다.” 

“펠튼 플로어 마스터의 활약을 기대하죠.”

이더비히는 진심으로 일이 펠튼의 말대로 이뤄지길 바랐다.

해서 그러한 말을 남긴 그녀는 남은 마법사들과 함께 상층으로 향했다.

남아 있던 펠튼은 그런 이더비히의 뒷모습을 바라보다 그녀와 반대편으로 돌아섰다.

자신이 담당하고 있는 2층의 플로어를 향해서.

“가서 적들을 맞이할 준비를 하자.”

“예. 마스터.”

그런 펠튼의 뒤를 그의 제자가 바쁜 걸음으로 뒤따랐다.


화르르르륵!

조셉의 시체에 불이 붙었다.

정령에 의해 태어난 불길은 안정적이면서도 강력했다. 중심 온도 천 도의 화력은 조셉의 시체를 순식간에 하얀 잿더미로 만들었다. 워낙 강력하고 순정한 불길이었기에 시체가 탈 때 나는 특유의 역한 냄새도 나지 않았다.

불길을 소환해 낸 이드는 그 모습을 보고 푸, 하고 아쉬운 숨을 토했다.

“이렇게 아까울 수가. 영혼의 관에 대한 정보를 얻을 절호의 기회였는데.”

현재 이드 일행은 영혼의 관의 구조도 알지 못한다.

지하로 3층이 있다는 것도 조셉의 말을 듣고서야 알았다. 조금만 더 들었다면 대략적이나마 파악할 수 있었을 텐데.

아쉽지 않을 수가 없다.

“어쩔 수 없지요. 설마 영혼의 관에서 이렇게 빠르게 대응할 줄은 몰랐으니까요. 여간 독한 놈들이 아닙니다. 구하려는 시도도 하지 않고, 곧바로 처분해 버리다니 말입니다.”

이드는 라울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프리실리와 베일록을 포로로 잡았을 때는 이런 식의 대응은 없었습니다. 아무래도 생명의 관이나 정신의 관하고는 많이 다른 것 같습니다. 여러가지 면에서.”

이드는 정령이 돌아가고 남은 잿더미 앞에 선 비올라를 바라보았다.

그는 상당히 복잡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

조셉은 영혼의 관을 배신한 것도 아니고, 기밀을 밝히지도 않았다. 그런데도 단지 적에게 잡혔다는 이유로 죽임을 당했다.

불과 얼마 전까지 생명의 관에 소속되어 있던 비올라로서는 느끼는 바가 남다르지 않을까.

그런 생각에 이드가 다가가 비올라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뭘 그렇게 멍하니 보고 있는 거야?”

“부러워서요.”

“……뭐? 부러워?”

뭐가 부럽다는 말일까. 생각지 못한 대답에 이드는 어깨에 올렸던 손을 뗐다.

“네. 포로로 잡혔다는 것만으로 죽었지 않습니까. 그건 다르게 말하면, 이 마법사가 알고 있는 초인 마법의 정보가 그만큼 대단하다는 말이잖아요. 얼마나 중요하면 포로로 잡힌 순간 죽이겠습니까. 도대체 영혼의 관이 가진 초인 마법의 수준이 어떤 것이길래 이러는지, 궁금해 미치겠습니다. 어떻게든 그에 관해서 좀 들어야 했는데!”

절레절레.

비올라가 초인 마법에 미쳐 있다는 건 알았지만, 설마 죽은 사람을 부러워할 정도일 줄이야.

이드는 고개를 내저었다.

아무리 좋아도 베이몬의 약속이라는 목줄까지 차면서까지 초인 마법을 얻고 싶은 걸까?

잠시 후.

사람들은 조셉이 꺼내 놓은 작은 정보를 중심으로 둘러섰다.

“아래로는 3층, 위로는 7층, 어떻게 하는 것이 좋겠습니까?”

라울이 말했다.

“그에 대한 결정권은 바벨이 가지고 있지 않았나. 어째서 그걸 우리에게 묻는 것인가?”

“하하하. 그렇긴 하지만, 그렇다고 어떻게 검후 님이나 명예 후작님의 의견을 무시할 수 있겠습니까.”

라울의 대답에 검후가 고개를 저었다.

“우린 끝까지 자네들을 돕는 위치에 있도록 하겠네. 자네들이 결정하게.”

온전히 바벨의 뒤를 따르겠다는 입장을 재확인시켜 주는 검후.

라울은 그런 검후를 아까운 눈으로 바라보다 내키지 않는 얼굴을 하고서 플레타를 돌아본다.

“네 생각은 굳이 물을 필요 없을 것 같기는 하지만 어쩌고 싶으냐?”

“뭘 어째. 당연히 올라가야지.”

플레타가 검지를 쭉 펴고 천장을 향해 쿡쿡 찔러 보인다. 라울은 그럴 줄 알았다는 듯 작은 한숨과 함께 이마를 긁었다.

“그러니까, 왜 상층으로 가야 하냐고. 지하에도 마법사들이 있을 텐데.”

“있기야 있겠지. 하지만 진짜 중요한 건 위에 있을 거야. 높은 자리에 있는 인간일수록 남의 머리 위에 있는 걸 좋아하는 법이거든.”

“…..”

라울의 눈이 가늘어졌다. 그게 무슨 헛소리냐는 뜻이다.

“뭐, 그게 아니라도 이유는 있지. 마법사들은 원래 위험한 짓은 땅 파고 들어가서 하잖아. 당연히 지하에는 실험실이 있을 거 아니냐. 중요한 자료나 그런 건 위에 놔뒀을 테고. 그러니 위로 가야지. 내 말이 틀렸냐?”

대체로 틀리지 않다.

앞의 헛소리는 둘째치고, 마법사들의 연구실, 특히 실험실이 지하에 있다는 건 굳이 확인해 보지 않아도 기정사실이었다.

“・・・・・・뭐, 틀린 부분도 있긴 한데.”

“그래서, 넌 어딘데?”

“위로 간다.”

라울의 답은 간단했다.

그에 플레타의 굵은 눈썹이 꿈틀했다. 결국 자신과 똑같은 생각이면서 뭘 그렇게 불만이었던 걸까.

“넌 왜 위로 가자는 건데?”

“알 것 없어.”

라울은 대답하지 않고 몸을 돌렸다.

사실 라울의 결정은 플레타와 달리 정확한 근거를 가지고 있다.

조셉은 영혼의 관을 배신한 것도 아니고, 기밀을 밝히지도 않았다. 그런데도 단지 적에게 잡혔다는 이유로 죽임을 당했다.

불과 얼마 전까지 생명의 관에 소속되어 있던 비올라로서는 느끼는 바가 남다르지 않을까.

그런 생각에 이드가 다가가 비올라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뭘 그렇게 멍하니 보고 있는 거야?”

“부러워서요.”

“……뭐? 부러워?”

뭐가 부럽다는 말일까. 생각지 못한 대답에 이드는 어깨에 올렸던 손을 뗐다.

“네. 포로로 잡혔다는 것만으로 죽었지 않습니까. 그건 다르게 말하면, 이 마법사가 알고 있는 초인 마법의 정보가 그만큼 대단하다는 말이잖아요. 얼마나 중요하면 포로로 잡힌 순간 죽이겠습니까. 도대체 영혼의 관이 가진 초인 마법의 수준이 어떤 것이길래 이러는지, 궁금해 미치겠습니다. 어떻게든 그에 관해서 좀 들어야 했는데!”

절레절레.

비올라가 초인 마법에 미쳐 있다는 건 알았지만, 설마 죽은 사람을 부러워할 정도일 줄이야.

이드는 고개를 내저었다.

아무리 좋아도 베이몬의 약속이라는 목줄까지 차면서까지 초인 마법을 얻고 싶은 걸까?

잠시 후.

사람들은 조셉이 꺼내 놓은 작은 정보를 중심으로 둘러섰다.

“아래로는 3층, 위로는 7층, 어떻게 하는 것이 좋겠습니까?”

라울이 말했다.

“그에 대한 결정권은 바벨이 가지고 있지 않았나. 어째서 그걸 우리에게 묻는 것인가?”

“하하하. 그렇긴 하지만, 그렇다고 어떻게 검후 님이나 명예 후작님의 의견을 무시할 수 있겠습니까.”

라울의 대답에 검후가 고개를 저었다.

“우린 끝까지 자네들을 돕는 위치에 있도록 하겠네. 자네들이 결정하게.”

온전히 바벨의 뒤를 따르겠다는 입장을 재확인시켜 주는 검후.

라울은 그런 검후를 아까운 눈으로 바라보다 내키지 않는 얼굴을 하고서 플레타를 돌아본다.

“네 생각은 굳이 물을 필요 없을 것 같기는 하지만 어쩌고 싶으냐?”

“뭘 어째. 당연히 올라가야지.”

플레타가 검지를 쭉 펴고 천장을 향해 쿡쿡 찔러 보인다. 라울은 그럴 줄 알았다는 듯 작은 한숨과 함께 이마를 긁었다.

“그러니까, 왜 상층으로 가야 하냐고. 지하에도 마법사들이 있을 텐데.”

“있기야 있겠지. 하지만 진짜 중요한 건 위에 있을 거야. 높은 자리에 있는 인간일수록 남의 머리 위에 있는 걸 좋아하는 법이거든.”

라울의 눈이 가늘어졌다. 그게 무슨 헛소리냐는 뜻이다.

“뭐, 그게 아니라도 이유는 있지. 마법사들은 원래 위험한 짓은 땅 파고 들어가서 하잖아. 당연히 지하에는 실험실이 있을 거 아니냐. 중요한 자료나 그런 건 위에 놔뒀을 테고. 그러니 위로 가야지. 내 말이 틀렸냐?”

대체로 틀리지 않다.

앞의 헛소리는 둘째치고, 마법사들의 연구실, 특히 실험실이 지하에 있다는 건 굳이 확인해 보지 않아도 기정사실이었다.

・・・・・・뭐, 틀린 부분도 있긴 한데.”

“그래서, 넌 어딘데?”

“위로 간다.”

라울의 답은 간단했다.

그에 플레타의 굵은 눈썹이 꿈틀했다. 결국 자신과 똑같은 생각이면서 뭘 그렇게 불만이었던 걸까.

“넌 왜 위로 가자는 건데?”

“알 것 없어.”

라울은 대답하지 않고 몸을 돌렸다.

사실 라울의 결정은 플레타와 달리 정확한 근거를 가지고 있다.

조셉의 말을 듣고 골든아이로 살핀 결과, 대부분의 생명 반응이 지하보다 지상에 모여 있었기 때문이다.

더욱이 5층 이상은 생명 반응조차 살필 수 없을 정도로 골든아이의 시야가 차단된 상태. 그렇다면 중요 물룸은 어디에 있을까.

“시간 없으니까 서둘러 준비하고 올라간다.”

라울이 다시 한번 사람들을 재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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