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드 – 248화
꾸무적꾸무적
“으으음, 후아아암!”
잠이 깨긴 했지만 일어나기 싫어 꼼지락거린다.
아침이면 누구나 그렇지만 웬만해서는 바로 일어나기가 힘들다.
아침 햇살이 눈부셔 잠이 깨더라도 잠자리가 주는 그 편안함에 쉽게 몸이 떨어지지 않는다.
너무 달콤했던 잠의 여운과 침대의 유혹을 뿌리치기 힘들다고나 할까?
그건 아무리 수련을 쌓은 이드라고 크게 다르지가 않은 일이었다.
이것은 몸 이전에 기분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옆에 꼭 붙어 있는 라미아의 체온도 쉽게 자리를 털고 일어나지 못하게 만드는 것이었다.
뭐, 아직 여름인데 붙어 있으면 오히려 덥지 않아? 라고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그건 모르는 말씀.
현재 두 사람이 누워 있는 곳은 그녀가 만들어 낸, 외부와 단절된 마법의 공간이었기 때문에 전혀 그런 게 없었다.
그녀의 의지에 의해 온도와 습도는 물론 주위의 형태까지 바뀔 수 있는 공간.
당연히 라미아는 두 사람이 붙어 있기 딱 좋은 약간 서늘한 온도를 설정해 놓은 것이다.
여름에 더위를, 겨울에 추위를 유난히 많이 타는 사람에겐 너무나 가지고 싶은, 그런 마법이었다.
그런데 왜……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한 가지 의문.
왜 두 사람은 침실이 아닌 이 마법의 공간에 누워 있는 것일까?
더구나 마법의 공간도 다름 아닌 거실에 설치되어 있다니.
물론 마법의 공간이란 게 복잡한 도로 한가운데 설정되더라도 상관이 없는 거지만 말이다.
아무튼 검월선문의 제자들에게 그렇게 환대를 받았으면서도 근사한 침대 하나를 얻지 못하다니 이상한 일이다.
물론 여기엔 그럴 만한 사연이 있었다.
당연한 말이지만 바로 전날 있었던, 호텔 옥상 파괴 사건.
그 여파로 인해서 일어난 일이었다.
말 그대로 옥상이 그대로 무너져 버린 덕분에 15층에 투숙한 사람들이 오갈 데가 없어 져 버린 것이다.
옥상만 무너졌으니 다행이라면 다행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최상층에 묵고 있던 사람들에겐 그야말로 마른하늘에 날벼락과 같은 일이었다.
다행히 그 최상층 사람들 대부분이 옥상에서 구경을 하고 있었고, 서로 아는 사이라 얼굴을 붉히는 일은 없었지만, 어쨌든 눈 깜짝할 사이에 잘 곳을 잃어버린 데는 다들 할 말이 없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호텔 방까지 모두 사용 중이었기 때문에 달리 갈 곳이 없던 15층의 인원들이 그대로 14층에 끼어서 같이 잘 수밖에 없어진 사실.
덕분에 검월선문에 배정된 객실의 경우에는 제자들이 모두 여성임을 감안해 대부분의 방 잃은 여성들이 몰려든 것이다.
헌데 여기서 문제가 생겼다.
상황이 피치 못하게 되어 이드가 라미아를 남겨 두고 남성들이 묵고 있는 방으로 이동하려는 것을 라미아가 막아선 것이었다.
요즘 들어서 늘 딱 붙어서 잔 때문인지 따로 자지 못하겠다나?
거기에 15층의 수리는 뒷전으로 치더라도 14층에 묵고 있던 사람들은 다른 호텔에 옮기는 데만도 많은 시간이 걸리고, 그 때문에 그 기간 동안 따로 자야 한다는 말에 라미아가 이드를 붙잡고는 아예 거실에다 마법의 공간을 형성해 버린 것이다.
둘을 보고 있던 사람들은 부러움과 새침함이 묻어나는 미소를 지으며 각자가 머물 곳으로 흩어진 것이다.
덕분에 거실의 마법 공간이 자연스럽게 두 사람의 침실이 되어 버린 상황이었다.
그렇게 머물게 된 마법 공간에서 꾸물대던 두 사람은 곧 시끄러운 소리가 들리는 밖의 상황에 마법 공간에서 나와야 했다.
많은 사람들이 모여 북적대는 통에 다른 때보다 몇 배나 시끌벅적한 아침을 맞았다.
대충 호텔의 상황이 정리되자 어제 파유호가 말한 대로, 이드와 라미아, 파유호를 비롯한 검월선문의 제자들은 제로가 있을 법한 곳을 찾아 나섰다.
15층이 부서져 내린 덕분에 호텔이 워낙에 어수선했기에 일찍 호텔을 나선 것이다.
더불어 옥상을 부숴 먹은 두 사람 중의 하나라서 여기저기 눈총이 따갑다는 점도 한몫했지만 말이다.
적은 인원이었기에 제로가 있을 법한 곳을 찾는 일은 순조롭게 진행되지 못했다.
그 속도가 너무 느렸던 것이다.
정확한 좌표도 알지 못하고, 그저 많은 사람들이 머물 수 있는 건물에, 한쪽 벽이 통째로 창문으로 된 방이 있고, 그 창문으로 아스라이 붉게 물든 소호가 바라보인다는 것이 찾아야 할 단서의 전부이니…… 늦을 수밖에 없는 것은 당연했다.
남궁황이 자신했던 대로 남궁세가의 도움이 있으면 그나마 낫겠지만 그들은 모두 바빠서 따로 도움을 줄 상황이 되지 못했다.
세가의 이공자가 옥상을 부숴 버린 덕분에 그 수리에 직접 그들이 뛰어들어야 했기 때문이었다.
몬스터를 상대하며 호텔에서 최상의 대우를 받던 그들이 졸지에 막노동꾼이 돼 버린 것이다.
무거운 돌을 나르고 자르는 그들로서는 그저 멋 내기에 힘쓰다 일낸 이공자를 속으로 원망할 수밖에 없는 상황.
덕분에 이드 일행은 그 적은 인원으로 그 넓은 동춘시를 이리저리 뒤지고 다녀야 했다.
있을 만한 곳을 조사해 오면 파유호의 안내로 이동해서 마법으로 탐색해 보고 돌아오는 그런 일을 반복한 것이다.
그사이 몇 가지 일도 더 있었는데, 첫째가 바로 초강남을 포함한 몇몇 무림 대문파의 제자들이 비무를 청해 온 것이다.
남궁황과의 비무를 통해 이드의 실력을 대충 알았을 텐데도 무리하게 도전해 왔다.
이길 수 없을 것이란 걸 알면서도 거의 시비를 걸듯이 달려드는 만용에 이드와 라미아는 그저 황당할 뿐이었다.
덕분에 몇 명을 일검에 보내 버린 이드는 그 뒤로는 그들을 아예 피해 다녀야 했다.
뒤에 설명을 들은 바로는, 그렇게 달려든 사람들의 목적이 바로 남궁황처럼 자신의 실력을 내보이기 위해서였다는 것이다.
이드와의 비무 때 남궁황이 보인 위용이 꽤나 멋있었는지, 그의 이름이 상당히 알려지게 되었고, 그와 같은 효과를 노리고 이드에게 달려든 것이란 말이었다.
더불어 다시 세상에 등장한 자기 문파의 이름과 무공도 알리겠다는 의도도 다분히 섞여서.
무림이 다시 등장한 것이 그리 오래되지 않았고, 문파의 이름보다 가디언이나 제로의 이름이 더 유명한 상황이라 문파에서 오히려 권했다나?
어떻게 보면 이드를 광고판으로 봤다고 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당하는 이드로서는 상당히 기분 나쁜 일이었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그저 그런 사람들을 피해 다닐 수밖에 다른 방법이 없었으니.
거기에 두 번째 문제까지 합쳐져서 도망 다니는 일이 더욱 힘들었다.
바로 초미미가 이드를 향해 적극적인 애정 공세를 펼치기 시작한 때문이었다.
보통의 여성들은 이드의 반할 만한 외모를 보고도 옆의 라미아가 있기 때문에 접근을 하지 않았다.
워낙 미모에서 차이를 보이다 보니 접근을 하지 않은 것이고, 이미 공인 받은 두 사람이기에 끼어들지 않은 것이다.
헌데 초미미는 전혀 그런 것을 상관하지 않았다.
애초에 미모는 제쳐 두고서 라미아를 언니라고 부르며 이드에게 과감하게 대쉬해 왔다.
그녀의 생각을 듣자면 능력 있는 남자는 몇 명의 여자를 거느려도 된다는 옛 중원의 사고방식을 말하고 있었다.
요즘 같은 세상에서는 별로 어울리지 않는 그런 구시대적 사고방식이었다.
그러나 알고 보면 꼭 그렇지만도 않은 것이, 무림의 세가들에서는 아직까지 일처다부를 크게 제한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우선 초미미의 부친만 해도 부인이 세 명이나 된다고 하니…… 초미미가 이드의 부인 순위 둘째 자리를 노리고 있는 것도 여하튼 이해가 갔다.
하기사 실력 좋고, 잘생기고, 돈 많은 신랑감 보기가 그렇게 쉬운 일인가 말이다.
초미미로서는 놓칠 수 없는 신랑감을 만난 셈이니 어떻게든 잡으려는 것이 당연한 일.
덕분에 쫓고 쫓기는 세 사람의 우스꽝스런 숨바꼭질은 호텔에서 놓칠 수 없는 구경거리가 되어 버렸다.
뭐, 이드의 입장에서는 곤란하기 그지없는 일이지만 말이다.
그렇게…… 한 달의 시간이 흘러가 버렸다.
두 달째.
특히 요 보름 간은 호텔 공사를 마친 남궁세가의 도움까지 받아 가며 여기저기 뒤져 봤지만 제로의 흔적은 전혀 잡히지 않았다.
라미아가 마법으로 탐지하는 것은 브리트니스와 종속의 인장의 기운!
룬이 가지고 있을 것이 확실한 두 가지의 물건의 기운으로 룬을 찾고 있었다.
분명히 존재한다는 것은 알겠는데 뚜렷이 잡히지 않는 기분은 아는 사람만 아는 갑갑한 느낌이었다.
그런 기분은 곧바로 제로가 이곳에 없거나, 이드와 라미아의 출현을 알고 이동한 게 아니냐는 말로 흘러나오기도 했지만, 곧 고개가 저어지고 말았다.
제로가 통신을 역추적당했다는 것을 절대 알지 못할 거라는 라미아의 강경한 주장 때문이었다.
또 동춘시에서 첫날 있었던 남궁황과의 비무 때문에 두 사람의 존재가 이미 제로에게 노출된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도 있었다.
그러나 검월선문의 요청으로 소문이 차단됨으로 해서 그런 걱정도 기우에 불과하다고 볼 수 있었다.
거기다 혹시 몰라서 이드와 라미아는 약간씩 외모에 변화를 주었고, 그래서 자세히 보지 않고서는 알아볼 수도 없었다.
다시 말해 제로는 전혀 자신들을 찾는 존재를 모르고 있을 거라고 확신하고 있었다.
그러므로 숨어 있거나 피하지 않았다는 것도 분명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렇게 찾기가 힘이 드니……
결국 추적에 추적을 거듭하면서도 단서를 찾지 못해 지치기 시작한 일행들은 두 달째 되는 날 그동안의 노고에 대해 위로하는 차원에서 며칠 동안 쉬기로 했다.
두 달 내내 열심히 뛰어다닌 후의 휴식은 정말 꿀맛 같았다.
특별히 몸이 지칠 일은 없었지만 단순히 행방을 찾으러 다니는 일이라 더 지겨운 느낌이었던 것이다.
때문인지 휴식 동안 사람들은 편히 쉬기보다는 자기가 정작 하고 싶었던 일을 하고 다녔다.
다들 정신적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듯한 분위기였다.
하기사 무림인들이 다리 품 좀 판다고 해서 지쳐 나가떨어질 일이 뭐 있겠는가 말이다.
그리고 그렇게 며칠을 쉰 어느 날 이드 일행은 남궁황의 권유로 호텔을 나서게 되었다.
“분명 유호 소저도 만족할 겁니다.
정말 아무 데서나 볼 수 없는 대단한 검이니까요.
제가 많은 공을 들여서 성사를 시켰지만, 이드가 가진 일라이져라는 신검에 버금가는 뛰어난 검입니다.
제가 장담하지요, 하하하하.”
동춘시 외곽 지역의 조용한 주택가로 들어서면서 남궁황이 파유호를 향해 자신에 찬 어조로 말했다.
이것은 벌써 몇 번이나 강조한 내용이었다.
또 대단한 검을 구해 낸 자신의 수고를 알아 달라는 말이기도 했다.
“그런 대단한 검에게 제가 인정을 받을 수 있을지 모르겠군요.”
“걱정 말아요, 대사저.
대사저 실력이면 그딴 검 따위 금방 제압할 수 있다구요.
그럼.
그럼.”
그것이 어떠한 물건이든지 간에 정말 귀한 진품이라면 구하기는 결코 쉽지 않다.
파유호도 그런 사실을 알기 때문에 남궁황의 말에 몇 번인가 비슷한 대답을 해 주고 있었다.
사람 자체는 별로지만, 그가 수고했다는 건 사실이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어떻게 딱 맞았네요.
이드 오빠가 검을 잘라 낸 때에 맞춰서 그동안 황 오빠가 구하려고 하던 검을 구하게 되다니 말예요.
어쨌든 다행이네요.
그렇죠?”
“아, 하, 하하하하…… 그렇구나, 나나야.”
은근히 던져 오는 나나의 물음에 남궁황의 웃음이 딱딱 끊어져 흘러나왔다.
그 모습에 옆에 있던 이드 역시 슬그머니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려 버렸다.
두 사람이 이렇게 반응하는 것은 나나의 말에서 풍기는 느낌대로 찔리는 것이 있기 때문이었다.
뭐랄까.
서로 부탁을 하고, 부탁을 받은 사이라고나 할까?
그랬다.
두 사람은 검을 잘라 달라고 부탁하고, 그 부탁을 받고 못 이기는 척 검을 잘라 준 사이라고 할 수 있었다.
이틀 전 가졌던 비무에서 파유호의 검을 잘라 버린 이드의 행동은 바로 남궁황의 부탁에 의한 것이었다.
이드가 가진 실력으로 볼 때 실수로 상대의 검을 상하게 한다는 것은 그야말로 뒤로 넘어져서 때마침 비행기에서 떨어지는 백만 원짜리 수표를 잡는 것만큼이나 이루어지기 힘든 일이었다.
그것을 알기 때문에 남궁황은 지난 두 달 간 남궁세가의 무공이란 공통 주제로 상당한 친화도를 쌓은 이드에게 부탁한 것이다.
그냥 검을 주겠다고 해서는 좀처럼 움직이지 않을 파유호라는 것을 알기에 그녀의 검을 잘라 달라는 부탁을 말이다.
당연히 이드는 순순히 허락해 주었다.
현재 남궁가의 도움을 받고 있는데다, 어디로 보나 파유호에게 좋지 않을 것이 없어 보였기 때문이었다.
막말로 자신이 슬쩍 끼어든 이번 일로 인해 파유호가 남궁황과 결혼을 하게 되더라도, 남궁황이 파유호에게 꼼짝없이 잡혀 살 것이라는 절대적인 확신이 들기도 했다.
듣기로는 우연히 보게 된 검을 얻기 위해 장장 일 년 동안 공을 들였다니…… 대단하지 않은가 말이다.
남궁황이 파유호 옆에 나란히 서서 보조를 맞추려 애쓰며 걷고, 이드와 라미아, 나나가 그 뒤를 따라가다 안내받아 도착한 곳은 주택가에서도 조금 외따로 떨어진 우아한 곡선의 거대한 저택 앞이었다.
순간 남궁황을 제외한 세 사람에게서 동시에 같은 말이 흘러나왔다.
“어, 여기는……”
“저번에 우리가 조사하러 들렀던 곳인데.”
꽤나 멋진 외관을 하고 있는 집이라 여전히 기억하고 있는 이드였다.
그런 이드 곁에서 라미아가 좀 더 보충 설명을 해 주었다.
“정확히 십팔 일 전에 왔던 곳이에요.
그런데 이상하네요.
그때는 분명 아무도 없는 빈집이었는데, 생명 반응이 전혀 없었거든요.
작은 것들 빼고는……”
작은 것이란 말은 여러 곤충들과 쥐 선생을 가리키는 말이었다.
아마 그들이 살고 있지 않은 집은 이 세상에 없을 것이다.
고개를 갸웃거리는 라미아의 말에 파유호와 나나도 이상하다는 듯 고개를 흔들었다.
지난 두 달간 같이 다녀서, 그때 이 집이 비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던 두 사람이었다.
남궁황은 고개를 갸우뚱거리는 세 사람을 훑어보며 하하, 웃고는 입을 열었다.
“괜한 수고를 했군.
그때 내가 있었다면, 쓸데없는 수고를 하지 않았을 텐데 말이야.
바로 여기가 내가 검을 구하기로 한 검 주인이 사는 집이거든.
이 집 사람들도 그동안 외국으로 일이 있어서 나갔다가 열흘 전에야 돌아왔지.
때마침 내가 찾아와서 겨우 검을 살 수 있도록 허락도 받았고 말이야.”
딩동
남궁황은 다시 한 번 자신의 수고를 장황하게 늘어놓고는 초인종을 눌렀다.
그러자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저택의 문이 열리며 한 남자가 대문을 향해 걸어 나왔다.
사십 대 중반으로 보이는 중년의 남자는 이드 일행, 정확히 남궁황을 확인하고는 피식 웃어 보이며 바로 문을 열어 주었다.
“자네 참 대단해.
거의 일 년이나 이렇게 쫓아다니다니 말이야.
하지만 그것도 오늘로 끝이구만.
시원 섭섭하구만, 하하하핫.”
중년 남자가 빙글빙글 웃음을 띠며 말하는 것을 보니 그동안 남궁황이 얼마나 뻔질나게 이곳을 드나들었는지 충분히 짐작이 갔다.
“하하핫, 저야말로 시원 섭섭합니다.”
“그래, 그렇겠지.
아, 이럴 게 아니라 들어오시게.
뒤에 분들도.
그런데 이 청년이 그렇게 정성을 들여서 검을 선물하려는 아가씨가 어떤 아가씨인가? 모두 아름다워서 누군지 짐작이 안 가는구만.”
중년인은 대문을 닫고는 털털한 인상으로 너스레를 떨며 이드 일행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이미 그 눈은 파유호를 정확히 향하고 있는 것이 파유호가 검을 선물할 대상이란 것을 알아본 모양이었다.
이드는 그 모습에 내심 고개를 끄덕였다.
파유호를 바라보는 중년인의 눈은 무인이 무인을 바라보는 눈이었다.
절대 남궁황의 설명을 듣고 바라보는 눈길이 아니었던 것이다.
또 그러기 위해서는 그 스스로 상당한, 정확히 말해 파유호보다 한두 단계 더 뛰어난 무공을 가져야만 가능한 것이기도 했다.
이드는 중년인에게 충분히 그런 실력이 있다는 것을 알아보았다.
처음 중년인이 저택을 나올 때 무공을 익혔다는 것을 알았고, 일행을 맞이하는 기품에서 이미 그의 실력을 파악했다.
그렇게 알아낸 중년인의 실력은 다정선사에 버금가는 것이었다.
두 사람이 겨룬다면 그 결과를 알 수 없을 정도로 뛰어난 것이었다.
다시 말해 이 자리에서 이드와 라미아를 제외하고는 가장 고수라는 말이 된다.
아마, 저기 중년인의 말에 호탕하게 대응하는 남궁황은 그가 무공을 익혔다는 것도 알지 못할 가능성이 컸다.
그런데 그렇게 생각하니 이 정도의 고수가 왜 외부에 알려지지도 않은 채 이런 곳에 머물고 있나 하는 의문이 들었다.
하지만 그 의문은 곧 이드의 머릿속에서 간단히 정리가 되었다.
‘뭐, 아무렴 어때.
세상 어디서든 자신을 숨기는 은거인은 있기 마련이니까.’
자신의 실력을 숨기며 사는 사람에게 그런 것을 묻는 것은 상당한 결례였다.
또 이곳은 남궁황이 일 년이나 드나들었던 곳이 아닌가 말이다.
기인이사가 바다의 모래알처럼 많다는 것은 그저 헛말이 아니다.
그렇게 이드가 중년인에 대한 생각을 정리하는 사이 남궁황이 중간에서 서로에 대해 소개해 주었다.
남궁황의 소개에 따르면 중년인의 이름은 차항운.
이 저택의 관리, 책임을 맡고 있는 집사였다.
‘허, 저런 실력을 가진 사람이 주인도 아니고 집사라고?’
이드는 무시해 버렸던 의문이 다시금 떠오르는 것을 느꼈다.
그럼 저런 실력자를 집사로 둔 이 저택의 주인은 누구일까?
“그리고 여기 아름다운 소저 분이 제가 말했던 파유호 소저입니다.
아마 충분히 그 검에게 인정을 받을 수 있을 겁니다.”
남궁황은 확신에 가득 찬 음성으로 말했다.
듣기로 남궁황의 행동에 질린 건지, 정성에 감동한 건지 모르겠지만, 이곳의 주인이 가지고 있는 검에게 인정을 받으면 검을 넘기겠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 녀석은 우리 아가씨를 아주 좋아하지.
내가 생각하기엔 힘들 것 같은데 말이야.
자, 들어들 가지.
아가씨께서 기다리시네.”
“흐음…… 대단한데……”
저택 안으로 들어선 이드는 다른 사람들과 함께 주위를 돌아보다 낮게 감탄성을 터트렸다.
중국의 전통적인 가옥 형태를 하고 있는 외형과는 달리 내부는 유럽의 저택과 비슷한 인테리어를 하고 있었다.
넓은 현관 중앙에 놓인 위층으로 가는 커다란 계단에서부터 주위 바닥은 모두 새하얀 대리석이 깔려 있고, 눈이 가는 곳마다 잘 조각된 같은 재질의 벽에 갖가지 멋진 예술품이라니……
절로 감탄성이 터져 나올 만큼 굉장한 구경거리였다.
하지만 이드가 감탄한 것은 그런 물건들에 대한 것이 아니었다.
이드가 감탄한 것은 그런 대리석 벽 너머 이 저택 안에 머물고 있는 사람들의 기운을 느꼈기 때문이었다.
차항운의 실력이 예사롭지 않아 신경 써서 살피던 도중 눈에 들어온 기운들은 그 수도 수지만 개개인의 힘도 결코 얕은 것이 아니었던 것이다.
혹, 이곳이 비밀스런 가디언 본부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많은 수의 뛰어난 실력자들이었다.
‘그건 아닐 것 같은걸요.
유호 언니가 이곳엔 가디언도 제로도 필요가 없다고 했잖아요.
무엇보다 가디언 측에서 비밀리에 본부를 세울 이유가 없을 테고요.’
어느새 이드의 생각을 읽은 라미아가 자신의 의견을 개진했다.
‘그럼 여긴 뭐란 말이야? 설마 무림인 전용 별장?’
‘호호호홋, 농담 마세요.’
두 사람이 진지함이 전혀 섞이지 않은 실없는 의견을 나누는 동안 어느새 앞서 가는 사람들과 슬그머니 거리가 벌어지고 있었다.
덕분에 그들은 맥 빠진 표정으로 서로를 바라보며 히죽대는 두 사람의 얼굴을 볼 수 없었다.
좋은 구경거리를 놓쳤다고 할까.
사실 이드, 라미아 두 사람 모두 이곳 저택의 정체가 전혀 짐작이 가지 않는 것은 아니었다.
우선 파유호의 말대로 가디언과 제로의 지부는 제외다.
그리고 현재 이름을 날리지 못해서 안달인 무림의 여타 세력들도 제외하자.
또 이렇게 몬스터와 현대 무기들이 모습을 보이고 있을 때에 뒤에서 무림을 지배해 보겠다는 구시대적 발상에 집착해 칙칙한 음모를 꾸미는 자들은 없을 테니 그들도 제외하고……
그렇게 이런저런 이유들을 따지고 나가다 보면 결국 남게 되는 곳은 거의 없다시피 하게 된다.
설마 하니 이 저택이 은거 무인의 모임 쉼터는 아닐 테니 말이다.
결국 추리고 추려서 남는 세력은 원래부터 몸을 숨기고 있는 세력.
암살단 정도라는 말이 된다.
하지만 두 사람이 생각하고 있는 것은 그들이 아니었다.
동춘시에서 이 정도의 무인을 보유하고도 전혀 알려지지 않은 세력.
그런 생각이 들자마자 떠오르는 이름이 있었다.
바로 룬 지너스!
이드와 라미아로 하여금 동분서주하며 열심히 돌아다니게 했던 바로 그 소녀의 이름이 가장 먼저 떠올랐다.
그러나 두 사람이 동시에 생각해 낸 인물임에도 확신이 가지 않는다는 것이 문제였다.
두 달 동안 죽어라고 열심히 찾았는데도 털끝 하나 발견하지 못했는데, 그런데…… 남궁황이 일 년이나 드나들던 집이 제로가, 룬 지너스가 머물고 있는 저택이라고?
그 상황이 어디 쉽게 이해가 되는가 말이다.
‘설마 그런 만화 같은 일이 정말 있으리오.’
현재 이드와 라미아의 머리에 떠올라 있는 생각이었다.
하지만 벌써 차원을 두 번이나 이동한 자신의 일이 가장 만화 같다는 것은 생각지 못하고 있는 이드였다.
그리고 옛날부터 이런 말이 있지 않던가 말이다.
설마가 사람 잡는다.
이드와 라미아는 정말 설마에 잡혀 버리고 말았다.
“하.하.하.”
“호.호.호.”
차항운이 남궁황이 말하는 신검의 주인이자 이 저택의 주인 아가씨가 머무르고 있다는 2층의 방문을 연 순간 나온 이드와 라미아의 첫 반응이었다.
바로 어디서도 들을 수 없는 설마에 잡혀 버린 사람의 소리였다.
갑작스런 둘의 반응에 함께 온 파유호 일행이 이상하다는 듯 바라보았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이 자신들을 바라보건 말건 이드와 라미아는 눈앞의 사람에게서 눈을 떼지 못했다.
멀리 황금빛으로 반짝이는 소호의 경관이 아스라이 보이는 한 벽 전체를 차지하는 투명한 창과 베란다.
그 앞에 놓인 침대처럼 편안해 보이는 넓고 포근한 의자에 앉아 있는 붉은 머리의 소녀라니.
더구나 이런 두 사람의 시선을 받으며 고개를 갸웃거리던 소녀 역시 금세 놀란 표정으로 변하고 있으니……
“무, 무슨 일이야?”
파유호와 남궁황, 나나는 그저 어리둥절할 뿐이었다.
그때 이런 파유호 일행의 궁금증을 해결해 주기 위해서인지 어벙한 표정이던 이드의 입이 천천히 열렸다.
“룬…… 지너스.”
“이…… 드씨.
라미아씨.”
더듬거리며 나온 이드의 말에 답하듯 붉은 머리의 소녀, 룬 지너스의 입에서도 이드와 라미아의 이름이 흘러나왔다.
하지만 너무 갑작스런 지금의 상황이었다.
생각도 못 했던 만남에 세 사람은 묘하디 묘한 표정으로 서로를 멍하니 바라만 보고 있을 뿐이었다.
다만 이드와 라미아의 마음속에선 계속해서 이런 만화 같은…… 이런 만화 같은…… 이란 생각만이 떠돌고 있었다.
그러나 언제까지 서로 놀라고만 있을 수는 없는 상황이었다.
누가 뭐래도 이드, 라미아와 룬은 싸워야 하는 적.
그런 상대 앞에서 멍하니 있을 수는 없는 것이다.
이드와 라미아는 자세를 바로하며 일행들의 앞으로 나섰고, 의자에 안겨 있다시피 기대어 있던 룬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많이 찾아다니긴 했지만…… 여기서 이렇게 만나게 될 줄은 몰랐는군요.
정말 뜻밖이네요.”
정말 예상치 못한 뜻밖의 만남이다.
하지만 룬이라고 그 기분이 다르겠는가.
“저 역시 그렇군요.
두 분이 찾아오실지 모른다는 말을 듣긴 했지만…… 정말 이렇게 오실 줄은 몰랐군요.
더구나 제 손님으로 오시다니 생각도 못 했답니다.”
어느새 침착을 되찾았는지 담담하게 대답하는 룬이었다.
그녀의 손에는 언제 들려진 건지 모를 붉은색의 육중해 보이는 검이 들려 있었다.
이드와 룬이 서로 부딪치게 만들어서 이드와 라미아로 하여금 이리저리 찾아다니게 만든 문제의 물건.
바로 브리트니스였다!
이드와 라미아는 정말 ‘설마’라고 하는 괴물에 잡혀 버리고 말았다.
“….. 하. 하. 하.”
“….. 호. 호. 호.”
남궁황이 말하던 그 신검의 주인이자 저택의 주인 아가씨가 머무르고 있다는 2층의 방문을 차항운이 열었고, 그 문이 열리자마자 나온 이드와 라미아의 첫 반응은 이랬다.
바로 어디서도 들을 수 없는 설마에 잡혀 버린 사람의 그야말로 괴상망측한 소리였다.
갑작스런 둘의 반응을 대한, 함께 따라온 파유호 일행이 이상하다는 듯 쳐다보았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이 의아해하든 말든 이드와 라미아는 눈앞의 한 사람에게서 눈을 떼지 못했다.
벽 한쪽 전체를 차지한 투명한 창 너머로 소담하게 베란다가 걸쳐져 있었고, 그 너머로 황금빛으로 반짝이는 소호의 풍경이 잔잔히 펼쳐졌다.
눈부신 창에 나란히 기대어 눕듯 놓인 의자는 침대만큼이나 넓고 편안해 보였다.
거기 다소곳이 앉은 붉은 머리의 소녀라니…….
더구나 경망하다 싶을 두 사람의 시선을 고스란히 받으며 고개를 갸웃거리던 소녀 역시 금세 놀란 표정으로 변하고 있었다.
“무, 무슨 일이야?”
파유호 일행은 그저 어리둥절할 뿐이다.
그때 당혹스런 기분을 감추지 못하던 표정으로 헤매던 이드의 입이 천천히 열렸다.
“룬….. 지너스.”
“이….. 드씨. 라미아…….씨.”
더듬거리며 나온 이드의 호명에 반사적으로 대답하는 붉은 머리의 소녀, 룬 지너스의 입에서도 이드와 라미아의 이름이 부자연스럽게 흘러나왔다.
하지만 너무나 갑작스런 상황이었다.
한 번도 상상해보지 않았던 당혹스런 우연! 조금도 기대하지 못했던 만남에서 세 사람은 묘하디 묘한 표정으로 서로를 멍하니 바라만 보고 있을 뿐이었다.
다만 이드와 라미아의 마음속에선 계속해서 , 이런 만화 같은, 이런 만화 같은……하는 생각만이 떠돌고 있었다.
그러나 언제까지 서로 놀라고만 있을 수는 없는 상황이었다.
누가 뭐래도 이드, 라미아와 룬은 숙명적으로 싸워야 하는 적! 그런 상대 앞에서 하염없이 맥이 풀린 것처럼 멍하게 있을 수만은 없는 것이다.
이드와 라미아는 자세를 바로하며 일행들 앞으로 나섰고, 의자에 안겨 있다시피 기대어 있던 룬도 마침내 자리에서 일어났다.
“많이 찾아다니긴 했지만….. 여기서 이렇게 만나게 될 줄은 몰랐는걸요. 정말 뜻밖이네요.“
뜻밖의 만남이라기보다는 우스꽝스런 만남에 가깝다고 할 수 있었다.
어느 한쪽도 준비되지 않은 채 조우하게 되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룬이라고 그 난감하리만치 어색한 기분이 다르겠는가.
“저 역시 그렇군요. 두 분이 결국 찾게 될지 모른다는 말을 듣긴 했지만……. 정말 이런 식으로 찾아오실 줄은 몰랐군요. 더구나 제 손님으로 오시다니 더더욱이나 생각도 못했답니다.“
어느새 침착을 되찾은 것인지 떨리던 음성도 가라앉고 담담하게 대답하는 룬이었다.
그녀의 손에는 이미 붉은색의 육중한 느낌을 주는 검이 들려 있었다.
이드와 룬이 필연적으로 부딪칠 수밖에 없도록 만들었을 뿐만 아니라 이드와 라미아로 하여금 이리저리 백방으로 찾아 헤매게 만든 문제의 그 물건! 바로 브리트니스였다.
일단 말을 꺼내긴 했지만 대화를 끌어나가기는 쉽지 않았다.
이미 서로의 입장이 명확해진 만큼 달리 말이 필요 없는지도 몰랐다.
자연스레 실내에는 긴장감 도는 침묵이 발밑으로 기분 나쁘게 내려앉았다.
그러나 그 침묵은 그리 오래 갈 수 없었다.
현재 이 방에는 대치하듯 서 있는 세 사람만이 유일하게 존재하는 것이 아니었다.
“이. 이게 갑자기 무슨 일입니까?”
룬과 마주 보고 서 있는 이드와 라미아의 뒤쪽.
거기에는 여전히 좀 난데없는 분위기에 덩달아 몸이 굳어 버린 파유호 일행이 서 있었다.
특히 남궁황의 얼떨떨한 표정은 그야말로 가관이었다.
저도 당혹스럽기는 어지간했는지 송골송골 맺힌 식은땀이 턱밑에서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남궁황은 이드가 찾고 있는 상대에 대해서 가장 잘 알고 있는 사람 중 하나였다.
게다가 그를 돕기까지 하지 않았던가.
지금 상황을 보아하니 룬이야 말로 이드가 찾고 있던 상대인 듯한데, 자신은 일 년 가까이 이 집에 드나들면서도 상대가 제로인 것을 몰랐다는 게 어디 말이 되는가! 그 황당함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다.
더구나 양측 모두와 적지 않은 인연을 가지게 된 그로서는 예상치 못한 험악한 분위기에 어쩔 줄 몰라 하고 있었다.
“이드 오빠, 라미아 언니. 갑자기 왜 그래?”
남궁황의 뒤를 이어 나나가 다시 한 번 상황 정리를 자처하듯 나섰다.
나나로서는 제법 침착하게 물어 온 것이지만 그녀에겐 그야말로 호기심과 궁금증의 자연스런 발로에 가까웠다.
궁금한 건 도무지 못 참는 성미인 것이다.
하지만 이번에도 곧바로 대답해 주는 사람은 없었다.
대신 남궁황처럼 나나의 말이 씹히지는 않았다.
잠시 후 라미아가 세 사람을 향해 살짝 고개를 돌렸으니까 말이다.
“아무래도 찾아다니던 사람을 만난 것 같거든. 여기 있는 이쪽이 바로 룬 지너스. 우리가 찾던 제로의 프린세스야.“
그건 이미 모두 눈치 챈 사실이다.
“헌데, 우리 사이의 일은 말로 쉽게 풀 수 있는 성격이 아니거든. 룬 양과 조금 트러블이 있을 것 같아. 그래서 말인데, 세 사람은 먼저 이 저택을 나가는 게 어떨까? 아무래도 오늘 여기서 원하던 일을 보기는 힘들 것 같은데 말이야.”
그것도 모두가 간파할 수 있는 정황이었다.
지금의 분위기로 봐서 언제 누가 먼저 손을 쓰더라도 전혀 어색해 보이지 않을 것 같았다.
“그, 그래도….. 어떻게…..”
라미아의 말에 나나가 바로 고개를 저었다.
방금 전에 만났는데 바로 자리를 떠야 한다는 게 말이나 된단 말인가.
긴장된 분위기에다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르는 상황에서 발길을 돌리라니.
그처럼 자연스럽지 못한 행동을 라미아는 아무 일도 아닌 것처럼 태연하게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라미아는 여전히 주춤거리며 서 있는 일행을 확인하고자 고개를 젓고는 세 사람을 향해 몸을 돌려세웠다.
세 사람을 설득해서 돌려보낼 여유가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상황은 다 정리된 다음 설명해 줘도 되는 일이니 일단 강제로 텔레포트 시킬 생각이었다.
이드 역시 라미아의 결정에 동의한 상태.
라미아는 세 사람을 상대로 서서히 마나를 배치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런 라미아의 결행은 또 다른 한 사람의 등장으로 중간에 끊어지고 말았다.
“크흐음. 자네들을 여기서 다시 보게 될 줄은 몰랐는데 말이야.”
비스듬히 열려 있던 문이 활짝 열어젖히며 당당한 걸음걸이로 들어서는 탐스런 은염의 주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