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드 – 7화


새벽이 다가올 때까지 깨어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리고 새벽이 지날 즈음, 제일 먼저 일란이 깨어났다.

그리고 일란이 일어나 제일 먼저 본 것은 침대에 앉아 스프를 먹으며 자신을 바라보는 이드였다.

“깨셨네요. 뭐 좀 드시겠어요?”
“아니, 괜찮아. 그런데 지금 몇 시지? 그리고 다들 아직 깨어나지 않은 건가?”
“예, 일란이 제일 먼저 운기를 끝낸 거예요. 그리고 지금은 5시 가까운 시간이에요.”
“5시? 아니, 그럼 내가 밤새도록 이렇게 앉아 있었단 말인가? 말도 안 돼. 내가 느끼기엔 얼마 되지 않는 시간이었는데… 그런데 그래이는 왜 깨어나지 않는 건가?”
“그건 그래이가 일란보다 몸속에 가지고 있는 기가 좀 더 많기 때문이죠. 일란은 마법사라 몸을 단련시키지 않았지만 그래이는 검사이기 때문에 몸속에 축적된 기가 일란보다는 많기 때문이죠. 뭐, 좀 있으면 일어날 거예요.”

이드의 별것 아니라는 말을 들으며 일어난 일란은 자신의 몸이 가뿐하다는 것을 느꼈다. 그뿐만 아니라 머리까지 아주 맑았다. 그 기분은 몸이 다시 젊어진 것만 같았다.

“이드, 이게 어떻게 된 거지? 내 몸이 가뿐한 것이 정신도 맑고…”
“그건 운기로 몸속 전체에 골고루 에너지를 전달했기 때문에 몸 전체에 기운이 충만해지기 때문이에요. 그리고 그 운기는 정신을 맑게 하는 효능도 있고요. 그게 제가 말했던 좋은 점이라는 거죠.”

이드와 일란이 이런 대화를 나눌 때, 그래이와 하엘이 같이 깨어났다.

그리고는 역시 일란과 같은 표정과 같은 질문…

그리고 다시 1시간 정도가 지난 후 라인델프가 깨어나고, 일리나가 잠시 후 깨어났다.

그리고 일란과 같은 물음을 묻는 둘에게 이드는 세 번째로 똑같은 답을 해야 했다.

“전부 깨어났으면 내려가서 식사하고 신전에 가 봐야죠.”

일행은 식사를 마치고 다시 뒤뜰에 모였다. 신전으로 가기에는 너무 이른 시간이었기 때문이다.

“모두 어제 운기했던 거 기억하죠? 시간이 나는 대로 하시는 게 좋을 거예요. 주의할 건 주위가 조용할 때, 그리고 방해할 사람이 없을 때 해야 합니다. 그리고 작은 충격은 괜찮을지 몰라도 운기하는 도중 큰 충격을 받으면 몸에 상당한 충격을 받게 됩니다. 그리고 그래이, 특히 열심히 하는 게 좋을 걸. 이걸 열심히 하면 네 꿈인 소드 마스터도 빨리 될 수 있거든…”

“뭐?! 그게 정말이냐? 진짜지?”
‘녀석, 소드 마스터라니까 되게 좋아하는군.’

“그럼 지금 어제 펼쳤던 보법을 펼쳐봐요. 어제와는 상당히 다를 테니 조심해야 합니다. 잘못 움직이다 어디 부딪치지 않게…”

소드 마스터라는 말에 기분이 좋아진 그래이가 먼저 나섰다. 뒤뜰 중앙에 서서 자세를 잡고 있는 그래이에게 이드가 말했다.

“그래이, 잘 들어. 지금부터 보법을 펼치면 어제 운기했던 기운이 저절로 움직일 거야. 그러니까 당황하지 말아, 알았지? 그리고 속도가 너무 빠르다고 당황하지 말고, 너무 빠르면 멈춰, 알았지.”

그래이는 이드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 보법을 펼쳤다.

맨 처음엔 빨라봤자 얼마나 빠르겠는가 했으나, 막상 시작하니 그게 아니었다. 눈앞으로 빠르게 지나가는 풍경과 뺨을 스치는 바람. 그러나 숨은 별로 차지 않았다. 힘도 별로 들지 않았다. 이드를 뺀 나머지 일행들은 자신을 바라보며 놀라고 있었다.

이드는 그래이가 빨리 움직이는 것을 보며 괜찮다고 평가했다.

“그래이, 됐어. 그만해!”

그러자 그래이가 일행 앞에 흥분한 얼굴로 멈춰 섰다. 그의 얼굴엔 희열이 넘쳤다.

여행 중 뜻하지 않게 좋은 동료를 만나 이런 걸 배우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이 정도만으로도 그는 이번 여행에서 큰 걸 얻은 것이다.

“고맙다! 이드.”
“그렇게까지 말할 필요는 없어. 동료끼리 이 정도도 못 가르쳐주겠냐?”
‘순전히 내가 편하자고 그러는 거지. 사람들이 걸리적거려 봐. 얼마나 불편한데.’

“그럼 한 사람씩 해봐요.”

이드의 말에 한 사람씩 신법을 실행해 보고 굉장히 기뻐했다. 그리고 특히 라인델프는 신법을 펼친 후 눈물을 글썽였다. 라인델프가 움직인 속도는 마법에 걸리지 않은 이상 드워프는 절대로 낼 수 없는 속도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런 기분을 망치는 인물이 있었으니…

“하하하하… 저것 봐… 푸… 크… 드워프가 달리는 꼴이라니…”

바로 일란이었다. 그가 라인델프가 달리는 것을 보고 웃어 버린 것이었다. 다른 사람이 보았다면 대단하다 하겠으나, 여기 모인 사람들은 다 그걸 배운 데다가 그는 라인델프와 친구이기까지 했기에 저럴 수 있는 것이다.

뭐, 그 덕에 라인델프가 도끼를 휘두르는 사건이 있었지만 말이다.

“시간도 적당히 지난 것 같은데 신전에 들러 보셔야죠.”

하엘의 말에 일행은 지금 시간을 깨닫고는 여관을 나섰다. 그렇게 바쁠 것도 없는 일행이므로 천천히 걸어 거리를 구경하며 여관으로 행했다.

“와. 여기저기 행사 준비가 다 된 것 같은데. 멋진 축제가 되겠어. 그런데 여기 언제부터 축제가 시작되죠, 일란?”
“그래이군. 그건 말일세. 바로 오늘이라네. 어제는 전야제였고, 오늘이 바로 축제의 시작이지. 그리고 앞으로 삼일간 축제가 이어지지. 꽤 볼만하다구. 특히 마법학원의 마법대결은 진짜 하이라이트라구. 거기서 승리한 사람은 곧바로 한 단계 올라간다구. 거기다 상품도 있지. 그래서 그 상품을 보고 외부의 마법사도 참가하기도 하지… 이번엔 무슨 상품일려나?”
“진짜예요, 일란? 그럼 그거 언제하죠? 우리 그거 보고 가요.”

그래이의 간절한 듯한 질문이었다.
“그거? 아마 오늘과 내일 이틀 간 하는 걸로 알고 있는데? 시간은 확실히 알지 못하지만 말이야. 신전에 빨리 들렀다 구경하러 가기로 하자구.”
‘음~ 마법대결이라… 이곳에 와서 마법이란 걸 제대로 본 적이 얼마 없으니 한번 봐야겠군. 재밌겠어.’

얼마 후 일행들은 한 신전 앞에 도착할 수 있었다. 바로 하엘이 모시는 물과 숲의 신인 이리안의 신전이었다. 아무 신전이나 무턱대고 찾아가는 것보다는 그래도 하엘이 모시는 신의 신전으로 가는 것이 나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들을 맞은 것은 젊어 보이는 사제였다.

“어떻게 찾아오셨습니까?”

그 남자 사제의 물음에 하엘이 나서서 대답했다.

“안녕하십니까, 사제님. 저희는 볼일이 있어 이곳의 프리스트님을 뵙길 청합니다. 그리고 힐링포션의 구입도요.”

“아, 이리안님의 사제분이 계셨군요. 잠시 기다리십시오. 곧 프리스트님께 전하겠습니다.”

그리고 잠시 후, 돌아와 프리스트께서 허락하셨다는 말과 함께 일행을 작은 홀로 안내했다. 거기에는 수염을 길게 기른 푸른 옷의 노인이 앉아 있었다.

“산에서 부는 산들바람이 그대들과 함께 하기를. 흠, 그래. 날 만날 일이 있다구요? 모두 이쪽으로 앉으시죠.”

그는 나이가 많은 것 같은데도 일행을 향해 존대를 해주었다. 일행들이 모두 자리에 앉고 나서 역시 하엘이 말을 꺼냈다.

“저는 실리온 마을의 신전에서 사제를 맡은 하엘이라고 합니다. 저희 일행 중에서 프리스트님을 뵙고자 하는 분이 계시기에 이렇게 찾아왔습니다.”

“그런가. 그래, 어느 분이 절 찾으셨는가요?”

“말씀 낮추십시오. 저는 이드라고 합니다. 우선 제가 물을 말은 실례가 될지 모르겠지만 혹 프리스트님께서 모시는 이리안님의 목소리를 들으실 수 있으신지요?”

“음… 곤란한 질문이군요. 이리안님의 말씀을 직접 들을 수 있느냐라… 글쎄요. 그것은 어떻게 말해야 할지. 그분은 꼭 필요한 일이 아니면 계시 같은 것은 없습니다. 그래서 근 백여 년 넘게 아무런 말씀도 게시지 않았습니다. 그것은 다른 신전 역시 같은 것입니다. 그래서 제가 직접 그분의 말씀을 듣지는 못했습니다. 그러나 그분이 직접 답할 정도의 일이라면 여기 하엘 사제가 기도를 드리더라도 답하실 것입니다.”

‘그런가? 그렇다면 여기서 요란하게 물을 순 없으니 하엘에게 부탁해야겠군. 괜히 여기가지 온 거잖아?’

“그렇군요. 프리스트님의 말씀 감사드립니다.”

“별말을 다하는군요. 그런데 그것을 묻기 위해 오신 건가요? 아니면 다른 질문이 더…..”

“아니요. 이것으로 충분합니다. 감사드립니다. 괜히 귀찮게 해드린 것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그런 이드의 말에 프리스트는 따뜻하게 웃음을 지어주었다.

그런 프리스트와의 만남 후, 일행은 힐링포션을 구입한 후 신전을 나서 시내로 들어섰다. 신전으로 갈 때 이야기하던 대로 축제를 보러 가기 위해서였다.

시내는 축제 분위기인지 사람들이 돌아다니며 상당히 시끄러웠다. 이미 점심때가 가까웠기 때문에 일행은 식당부터 들르기로 했다. 그리고 일행들은 이 축제의 하이라이트인 마법대회가 오후 1시경부터 시작한다는 말 역시 들을 수 있었다.

이드들이 들어간 식당은 요정의 오후라는 곳이었는데, 식당이 인기가 좋은 건지 테이블이 거의 다 차 있었다. 그러나 다행히 안쪽에 이드들이 앉을 만한 큰 테이블이 있었다. 그래서 거기 앉아 음식을 주문했다.

“그럼 나는 이것과 야채볶음 그리고 맥주, 시원한 것으로 한 잔.”

“나도 요거하고 이거 그리고 맥주… 그리고 여기 이거.”

일행은 메뉴판에서 이것저것 가리키며 음식과 마실 것을 주문했다. 그중 특히 많이 시킨 인물들은 그래이와 드워프인 라인델프였다.

“자~ 어서 먹고 밖으로 나가자.”

그래이가 말했다.

‘아무래도 저 녀석 노는 걸 너무 좋아하는군. 이곳에 처음 온 나하고 비슷하게 잘 모르는 것 같군.’

사실 이드의 생각대로였다. 여기 일행 중 그래이와 하엘은 들은 것과 아는 것은 이드보다 많을(?)지라도 직접 보는 것은 거의 이드와 비슷했다. 실제로 이드가 이곳을 다니는 데 필요한 인물은 일란과 일리나, 그리고 라인델프 정도였다.

“이것 봐, 그래이. 그렇게 촌티 낼 거야? 그만 좀 해!”

옆에 있던 하엘이 시끄럽게 구는 그래이가 부끄러운지 한마디했다.

“왜 그래, 하엘. 너도 여긴 처음이잖아. 너도 보고 싶지 않냐?”

“그래, 알았어. 그러니까 좀 조용히 하고 먹으라구.”

하엘이 째려보며 말하자 그제야 그래이 녀석이 조용해졌다. 이드가 그런 그래이를 보며 불쌍하다는 눈빛을 보냈다.

‘그래이… 하엘에게 완전히 붙잡혀서 사는군. 하기사 나도 그런가? ^^;;’

식사를 모두 마친 일행은 느긋하게 앉아 가자 맥주나 포도주 등을 마셨다.

“아직 시합까지는 40여 분의 시간이 있으니 그동안 뭐 좀 사러 다니지 않으시겠어요? 저는 단검을 사야 하거든요.”

일리나의 말에 일행은 그렇게 하자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시장은 축제의 영향으로 보통 때보다 거의 2, 3배는 복잡해 보였다. 그리고 그 가운데 일리나는 단검의 구입을 위해 무기점으로 향했다. 우리가 들어간 무기점은 오래되어 보이는 곳이었다. 무기점에는 여러 가지 검과 갑옷 등이 진열되어 있었다. 그리고 무기점의 한쪽에 주인으로 보이는 중년인이 앉아 있었다.

“어서 오십시오. 손님들, 뭘 찾으시는가?”

그는 좋은 웃음을 지어 보이며 물었다.

“제가 쓸 만한 단검을 찾습니다. 쓸 만한 것이 있을까요? 가벼운 것이었으면 좋겠습니다만.”

“음, 엘프분이 쓸 단검이라…. 잠시만 기다려 보게나.”

그렇게 말하고 그는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는 상자 같은 것을 들고 나왔다. 그 상자 안에는 여러 가지 종류의 단검이 들어 있었다.

“여기 진열된 단검들은 꽤 무거운 것들이지. 그리고 가벼운 것들은 보통 멋으로 들고 다닐 것들이 대부분이야. 그러나 이것들은 꽤 쓸 만하지. 이건 우리 집에서 만든 것과 사들인 것들인데 골라들 봐요.”

그러면서 그는 상자에서 단검들을 꺼내서 보여주었다.

단검이 필요한 일리나가 이것저것을 살펴보았고, 주위 사람들도 구경했다. 그리고 단검이 없는 이드 역시 하나 살까 하는 생각으로 이것저것을 살펴보았다.

그렇게 살펴보던 도중, 이드는 하얀색으로 꽃 같은 것이 그려진 단검을 집어들었다. 그것은 보통의 단검보다는 조금 길고 얇아 보였다. 그렇다고 크게 차이가 나는 것은 아니었다. 그리고 손잡이는 가죽으로 싸여 있어 잘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이드는 왠지 그것에 끌렸다. 그것을 잡으면서 시원한 느낌 같은 것이 들었다.

그때, 이드의 마음속으로 울리는 아름다운 목소리가 있었다.

[이드님. 지금 이드님께서 들고 계신 검에서 마법력이 측정되었습니다. 마법력으로 보아 지금은 봉인되어있는 것 같습니다.]

이드는 자신의 마음에 울리는 목소리에 당황했으나 곧 라미아를 생각해냈다.

‘놀랐잖아. 하기사 그래이드론의 동굴에서 나온 후로는 전혀 말을 붙여 본 적이 없으니, 하기사 누가 검에 말을 걸 생각을 자주 하겠어? 그런데 이게 마법이 걸린 거라구? 이것 봐! 라미아, 너 여기 검들 중에 또 다른 마법검이 있는지 찾아볼 수 있냐?’

[가능합니다. 지금 곧 찾겠습니다. 디텍터 매직 하드 블레이드.]

[찾았습니다. 두 자루가 있습니다. 이드님의 눈에 직접 영사하겠습니다.]

‘하, 두 개씩이나? 이 가게 어떻게 된 게 마법물이 이렇게 많은 거야? 하기사 꽤 오래된 가게니 이것저것 사 들인 게 많겠지.’

그런 이드의 눈에 두 자루의 검이 푸른색으로 보였다. 이드는 즉시 그 두 자루를 집어들었다. 두 자루 중 한 자루는 보통의 단검이었고, 다른 하나는 날이 한쪽으로만 서 있는 단도였다. 특히 그중 단검은 일리나가 찾고 있는 검과 같이 가벼운 것이었다.

“아저씨, 이 세 자루 다 살게요. 그리고 일리나, 그만 골라요. 이걸 쓰면 될 거예요. 가볍거든요.”

이드는 다른 사람의 말은 들을 생각도 않고 그것들을 사버렸다. 이드가 고른 것들은 모두 다른 곳에서 사들인 것들이었다. 세 자루 다 해서 50실버 정도였다.

(이곳의 돈 단위: 1실버, 1골드, 1룬. 100실버가 1골드이고, 100골드가 1룬이었다. 그리고 이곳 가정의 한 달 지출이 20실버 정도이다. 1룬은 거의 황족들이나 귀족들이 사용하는 것으로, 평민들은 잘 사용할 수 없는 단위였다.)

그러나 전 마을에서 엄청난 보석을 처분하는 바람에 10룬이라는 큰돈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 이드로서는 50실버는 별문제가 아니었다.

“여기 50실버요. 아저씨, 혹시 갑옷이나 검도 볼 수 있을까요?”

마법단검이 3자루나 있으니 다른 마법물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이드가 물었다. 이드는 마법물품의 가치를 정확히는 몰랐으나 꽤 귀한 거란 생각은 있었다.

그러나 지금 이드가 가지고 있는 3자루의 검만 해도 한 자루에 1룬 가까이 하는 것이었다. 마법이 걸린 것은 귀한 데다가 그것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팔려고 하지 않기 때문이었다. 이드 녀석은 단지 그래이에게서 “마법이 걸려있는 것들은 굉장히 귀하다”는 말만 들었을 뿐이었다.

“그러게나, 여기 있는 것들과 안쪽에 있는 것들. 여기 있는 것들을 한번 보고 안으로 들어가지.”

“예, 알겠습니다.”

이드는 갑옷들과 검을 둘러보며 라미아에게 말을 걸었다.

‘라미아, 여기 있는 것들 중 마법에 걸린 것이 있니?’

[아니요. 이곳에서는 더 이상의 마법력은 측정되지 않습니다.]

“여기에는 제가 찾는 것이 없네요. 안쪽에 걸 좀 볼 수 있을까요?”

“그러세. 따라오게나.”

주인을 따라 안으로 들어가며 그래이가 물었다.

“이드, 임마, 왜 그래? 갑자기 검이라니. 검이라면 더 이상 필요 없잖아. 그리고 갑옷? 니가 입을 거냐?”

‘그 녀석 참 말 많네. 자기 자신에게도 좋은 일이거늘.’

“조용히 해. 잘하면 오늘 운수 대통할지도 모르니까.”

“이놈아, 그게 무슨 말이야? 드워프 답답하게 하지 말고 대답해!”

“여기서 나간 다음에 말씀드릴게요. 그러니 그때까지 가만히 계세요!”

그리고 이드들이 들어간 곳은 무기점 뒤쪽의 창고였다. 창고에는 여기저기 검과 갑옷 등의 무기들이 널려있었다.

“정리가 좀 안되지만 맘에 드는 것이 있었으면 좋겠는데 말일세.”

“예, 괜찮습니다.”

‘이게 어딜 봐서 좀 정리가 안된 거야? 라미아, 마법물 탐지.’

[디텍터 매직 하드 모어………. 이드님께서 찾으시는 물건은 하나 감지되었습니다. 직접 영사를 실시합니다.]

그러자 이드의 눈에 푸른색으로 표시되는 지점이 있었다. 이드는 그 지점으로 가서 이것저것을 파헤쳤다. 그러자 그곳에서 하나의 검이 나왔다. 그 검은 롱소드였다. 오랫동안 처박혀 있었던 듯 검집이 녹슬어 있었다.

‘이거 하나밖에 없는 건가? 뭐, 하나의 무기점에서 마법검 네 개면 대단한 거지. 그나저나 이건 중원에서 쓰는 검과 비슷해서 쓰기 좋겠어!’

이 인간은 아무래도 자기가 지니고 있는 라미아란 검의 위력을 자세히 이해하지 못한 것 같다.

“아저씨, 이거 얼마입니까?”

“그거 말인가? 오래된 거라…. 20실버만 내게나. 잠시만 있게, 거기 맞는 검집이 있을 것 같으니.”

‘검집 잠깐… 라미아, 이것의 검집에 마법적 관계가 있어?’

[그 검집에는 아무런 마법력이 작용하지 않습니다. 검 자체에만 마법이 걸린 것으로 보입니다.]

‘음… 그렇담 검집을 바꿔야겠군. 그런데 검이 두 개라… 어떡하냐?’

이드는 검집을 받아서 그 무기점을 나섰다. 그리고 그 무기점을 나와서 주위를 둘러보며 라미아에게 명령했다.

‘라미아, 주위의 무기점에 마법탐지, 마법물이 있는지 찾아봐.’

한번 운이 좋아서 혹시나 하는 이드였다. 그러나 대답은 역시나였다.

[더 이상의 마법물은 없습니다.]

“흠, 역시 이 무기점이 오래돼서 이런 게 있는 건가. 어쨌든 오늘은 운이 좋은 날이야.”

“임마, 운이 좋긴 뭐가? 말을 해야 할 거 아냐. 너 혼자 그렇게 떠들면 다냐?”

그래이와 주위의 인물들이 궁금하다는 듯 물어왔다.

“그러니까, 자요! 일리나, 여기 단검. 일리나 정도면 알아볼 수 있겠죠?”

일리나는 이드의 말에 이상함을 느끼면서 단검을 받아들고 살펴보았다. 그리고는 놀란 듯 이드를 바라보았다.

“이드, 이건 마법검이잖아요!”

“뭐, 마법검~!”

“정말인가?”

일란 역시 그걸 받아보더니 이리저리 살펴보고는 말했다.

“흠, 큰 마법은 아니고 윈드 블레이드의 마법이 걸려있군. 그래도 상당한 거야. 그런데 이드, 이게 마법물이라면 다른 것은….”

“마법사시라 그런지 날카롭네요. 맞아요. 이것 전부 다 마법물이죠.”

“이드 자네, 대단하군. 그런데 그거 부당이득 아닌가? 그런 마법물이라면 값이 상당히 나갈 텐데…”

“뭐, 저쪽에선 이게 마법물인지도 몰랐으니 상관없죠. 그리고 단도는 하엘이 가져.”

이번에도 일란이 그 단도를 확인해보고 설명해줬다.

“이건 실드 보호 마법이 걸린 거야.”

그러자 이드는 일란에게 검을 보이며 물었다.

“일란, 그럼 이 검엔 무슨 마법이 걸린 거죠?”

“어디 보세나! 확실히는 나도 알 수 없으나 뇌격계의 라이트닝 볼트가 걸려있어. 그리고 프로텍터도.”

‘이 단검도 보여볼까? 관둬라. 있다 라미아한테 물어보지 뭐. 봉인되어 있다니 일란도 못 알아보겠지.’

“고마워요, 이드 덕분에 이런 마법검까지 받고.”

딴 생각을 하고 있던 이드에게 일리나와 하엘이 와서 말했다.

“뭐, 고맙기는. 싼값에 사기도 했고 그렇게 많이 가지고 다닐 필요도 없어서 그런 건데 뭐. 자,

이제 시간도 어느 정도 지났으니 마법 대결하는 것 보러 가야지.”

“맞아요. 일란, 행사장이 어디죠?”

마법검을 부러운 듯이 보고 있던 그래이가 일란에게 물어왔다.

“그러니까 행사장이… 맞아, 마법학교 앞에서 한다고 했어. 거기에 대를 세워서 한다더군. 어서 가세.”

길을 잘 알고 있는 일란을 선두로 해서 일행은 행사장을 찾아갔다. 그런데 이드 녀석은 불편한 것이 있었다. 허리에 라미아와 단검이라고 해야 할지 소검이라고 해야 할지 애매한 녀석이 걸려있어 손에 들고 가는 롱소드가 계속 걸리는 것이었다.

‘확! 그래이 줘버릴까? 하지만 아까운데 라미아가 있긴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는 동안 일란은 일행을 대회장으로 인도했다. 대회장은 시장과 가까워서 얼마 걸리지는 않았다. 대회는 아직 시작하지 않고 있었다. 일행이 도착했을 때는 거의 자리가 다 차 있었고 대회 무대가 가까운 자리가 비어있었다. 그 앞자리는 원래 위험할지 몰라서 사람들이 잘 앉지 않는 자리였다. 그러나 일행에는 마법사인 일란이 있으므로 별 상관이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