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향 12권 3화 – 별게 다 거치적거리는군
별게 다 거치적거리는군
다음 날 새벽, 총사령관인 루빈스키 공작의 부재로 인해 작전 회의는 부총사령관인 다크에 의해 주도되었다. 그녀는 자신의 지시에 의해 급히 소집된 고위급 기사 들과 장군들을 쭉 훑어본 후 오만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경들을 소집한 것은 작전 따위나 의논하자고 부른 것이 아니다.”
거의 본 적도 없는 새파란 소녀의 입에서 그런 말이 튀어나왔기에, 그곳에 모인 대부분의 인물들은 똥 씹은 표정이 되었다. 하지만 그런 그들을 아무도 나무랄 수 없었던 것은 사실상 이곳에 모인 사람들의 대부분은 그녀의 모습을 처음 보았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그들이 감히 그녀를 향해 얼굴만 찌푸릴 뿐, 불만을 표시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그녀가 지닌 ‘공작’이라는 어마어마한 작위와 ‘부총사령관’이라는 직위 때문이었다.
“아그리오스 후작!”
“예, 전하.”
아그리오스 후작은 키메라의 정체를 파악하기 위해 크루마 제국에 파견 나가 있었지만, 그 배후가 크루마로 밝혀진 데다가 갑작스레 전쟁까지 벌어졌기에 더 이상 의 임무 수행을 포기하고 귀국해 있었다. 그는 전쟁이 벌어지면 자신에게 주어진 스바시에 기사단을 이끌고 싸워야 하는 최우선적인 임무가 있었기 때문이다. “경은 기사단을 거느리고 알카사스와 접전을 벌이고 있는 제6전대와 합류하라. 이후로 서쪽 국경에서 일어나는 전투는 경에게 일임하겠다.”
“옛, 전하.”
“준비가 되는 대로 즉시 출발하도록!”
“옛, 명을 따르겠사옵니다.”
아그리오스 후작은 시원스럽게 대답한 후 다시 자리에 앉았다. 걸걸한 목소리로 답을 한 후 회의가 끝나기를 기다리며 다시 자리에 앉는 아그리오스 후작을 빤히 바라보던 다크가 궁금하다는 듯 물었다.
“경은 지금 뭘 기다리고 있나?”
“예?”
“아직 준비가 되지 않았나? 준비가 되는 대로 즉시 출발하라고 했잖아. 그런데 왜 그냥 앉아 있는 거야?”
“아닙니다, 전하.”
얼굴을 붉히며 급히 밖으로 뛰어나가는 아그리오스 후작의 뒷모습을 잠시 바라보던 다크는 “멍청한 녀석!”이라고 중얼거린 후에 다시 시선을 젊은 기사들 쪽으로 돌렸다.
“쟈므란 경!”
“옛, 전하.”
“경은 기사단을 이끌고 발칸 폰 크로아 후작을 도와라. 이후로 동쪽 국경에서 벌어지는 모든 작전에 대한 지휘권은 크로아 후작에게 위임한다.”
다크의 명령에 쟈므란 백작은 당황스런 표정으로 말했다.
“저, 전하, 하지만…….’
“뭐냐?”
“제 휘하의 기사단은 전쟁 초기부터 접전을 거쳤기에 많이 소모된 상태이옵니다. 그 점을 참고해 주시기 바라옵니다.”
쟈므란의 말에 다크는 약간 당황한 표정을 지었으나 곧 무표정하게 표정 관리를 한 다음 재빨리 주위를 훑어봤다. 주위에 앉아 있는 장군이나 기사들은 부총사령 관인 그녀가 그런 기초적인 것들도 모르고 있다는 것에 한심스럽다는 표정이 역력했다. 다크는 될 수 있으면 표정을 변화하지 않고 다시 쟈므란 백작 쪽으로 시선을 돌리며 느릿하게 말했다.
“그런가? 지금 타이탄은 몇 대나 남아 있나?”
“옛, 여덟 대이옵니다.”
“음, 그런가? 그렇지, 피해를 당한 것을 생각하지 못했군. 론가르트 단장!”
다크의 호명에 근위기사단장인 프로이엔 폰 론가르트는 즉시 답했다.
“옛, 전하.”
“현재 본국의 전력에 대해 그대가 간단하게 설명해 주게. 아직 자세히 알지 못하는 장군들이 있을지도 모르니까 말일세.”
다크의 말에 장군들은 쓴웃음을 지었다. 정작 자신이 몰라서 물어보는 주제에 남에게 덮어씌우는 그 철면피한을 비웃는 것이었다.
“옛, 제1, 2전대는 아르곤의 침략군을 상대로 분전 중입니다. 그리고 제6전대는 알카사스의 침략군을 상대로 싸우는 중입니다. 양쪽 다 힘든 전투를 치르고 있기
에 원군을 청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코린트의 국경에 주둔 중이던 제3, 4전대는 코린트군의 기습을 받아 거의 전멸에 가까운 타격을 입었습니다. 또 제7, 8전대의 경우 전쟁 초기 탄벤스 작전 때 상당히 소모된 상태입니다. 그렇기에 현재 본국이 보유한 여유 전력은 제5전대, 근위 기사단, 스바시에 기사단, 치레아 기사단이 전 부인 실정입니다.”
“좋아, 그렇다면 이렇게 하기로 하지. 제3, 4전대의 잔여 세력과 제7, 8전대를 합치는 것이 좋겠군. 그것을 제7전대로 이름 붙이고 쟈므란 경이 맡아 주게. 그리고 라테민경은 부전대장의 직책을 주겠네. 서로 잘해 보도록!”
그녀의 말에 쟈므란 백작과 라테민 백작은 약속이나 한 듯 거의 동시에 대답했다.
“옛, 전하.”
“쟈므란 경은 제7전대를 거느리고 크로아 후작에게 신고하라. 이후, 그의 지휘를 받으면 될 것이다.”
“옛, 전하.”
“지금 즉시 출발하도록!”
상관의 단 한마디 명령에 둘 다 전대장이었다가 한 명은 전대장, 또 한 명은 부전대장으로 떨어져 내렸다. 하지만 일단 상관이 확정적으로 내린 명령이었기에 그에 토를 달 수는 없었다. 쟈므란 백작과 라테민 백작은 즉시 일어서며 주위에 인사를 보낸 후 서둘러서 밖으로 나가 버렸다. 그런데 이들이 밖으로 나가는 모습을 보며 한 늙은 장군이 못마땅하다는 듯 말했다.
“전하, 안 그래도 본국의 기사단 전력은 매우 약화된 상태이옵니다. 그런데 또다시 수도에 남아 있는 기사단을 분산시킨다는 것은 매우 위험한 모험이옵니다. 거 기에다가 오늘 아침에 크루마가 본국의 동맹국인 미란을 기습했다고 하옵니다. 그에 대한 대비도…….?”
다크는 그 노장군의 의견을 끝까지 들어 줄 만한 값어치도 없다고 생각했는지 간단하게 말을 끊어 버리며 호통을 쳤다.
“조용히 하라. 내가 처음에도 말했듯이 경들의 의견을 듣고자 함이 아니다. 알겠는가?”
다크는 불만이 가득한 장군들의 얼굴을 쭉 훑어본 후 말을 이었다.
“론가르트 단장!”
“옛, 전하.”
“치레아 기사단을 제외한 수도에 남아 있는 모든 전력을 경에게 주겠다. 경은 그들을 이용하여 수도 방어에 만전을 기하라. 소소한 일까지 보고할 필요는 없으니 사소한 것은 경이 알아서 처리하도록!”
치레아 기사단을 제외한다면 남은 타이탄 전력은 근위기사단과 제5전대뿐이었지만, 상관이 이렇게 말하고 보니 꽤 많은 병력이 자신의 휘하에 들어오는 것 같다 고 속으로 생각하면서 프로이엔은 공손하게 대답했다.
“옛, 전하.”
“치레아 기사단에는 언제든지 출동할 수 있도록 준비를 갖추도록 일러 놨다. 이제 본국의 기사단 전력이 존재하는 곳은 세 곳으로 한정되었다. 동쪽이나 서쪽에서 지원 요청이 온다면 내가 직접 치레아 기사단을 이끌고 그곳으로 달려갈 생각이다. 그러니 요청이 오는 즉시 그곳으로 갈 수 있도록 마법사들은 준비 태세를 유지해 주기 바란다.”
여기까지 말한 다크는 장군들을 쭉 훑어본 후 말을 이었다.
“그리고 장군들은 여건이 허락하는 한 최대한 기사단들을 도와줄 것을 명한다. 하지만 적의 군대와의 접전은 가능한 한 피하도록 하라.”
“예.”
장군들의 목소리에는 불만이 배여 있었지만 다크는 그것을 무시하고 말을 마쳤다.
“토지에르 경이 부재중이기에 힘들겠지만, 마법사들은 타이탄의 재생산에 최선을 다하도록 하라! 그리고 본국에 남아 있는 병력은 적들에 비해서 매우 소규모다. 그 적은 병력으로 세 방향에서 압박해 들어오는 우세한 적들을 상대할 수 있는 방법은 공간 이동 마법을 십분 활용한 기사단의 운용뿐이라는 점을 명심해야만 할 것 이다. 그러니 마법사들은 기사단의 요청이 있을 때 그것을 충분히 지원해 줄 수 있도록 만반의 태세를 유지하도록 하라.”
다크의 말에 긴 탁자의 뒤편에 앉아 있던 네 명의 마법사들이 일제히 대답했다. 역시 전쟁은 기사가 하는 것이지만, 마법사가 없다면 승리를 거두기 어렵다는 것을 부총사령관은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며…….
“예, 전하.”
“자자, 모두들 돌아가서 맡은 바 임무를 처리하라.”
이제 대충하고 회의를 끝낼 생각이었는지 다크는 그렇게 말했지만, 회의 도중에 말을 건넸던 그 장군은 일어설 생각을 하지 않고 다시 따지고 들었다.
“전하, 미란의 처리에 대해서도 하명을 해 주시옵소서. 지금…….”
“경은 본국에 미란을 도울 여력이 있다고 나에게 말하는 것인가?”
“예? 하지만 미란은 과거 본국에 많은 원군을 파병해 주었사옵니다. 그런 그들을 외면한다는 것은…….”
“젠장, 별게 다 거치적거리는군. 좋다, 본국에는 여분의 기사단이라고는 거의 없는 실정이야. 경이라면 지금의 사태를 어떻게 처리하는 것이 좋겠나?”
“예, 전하의 말씀대로이옵니다. 미란을 향해 정면 침공을 개시하고 있는 크루마의 군세를 막아 내려면 기사단 한두 개 정도 파병한다고 해서 될 일은 아닐 것이옵 니다. 또 본국에 그 정도의 여유 전력이 있는 것도 아니고 말씀이옵니다. 제 의견은 미란에 기사단을 파병해서 크루마를 물리치자는 것이 아니옵니다.”
“그렇다면?”
“적이 원체 강한 만큼 사방에서 압박한다면 미란의 왕족 및 그 측근들조차도 국외로 탈출하기 힘들 것이옵니다. 그렇게 어려운 상황이니, 본국에서는 그들이 탈출 하여 후일을 기약할 수 있도록 조금만 도와준다면 미란에 대한 의리는 지키는 것이 될 것이옵니다. 또 그 정도를 시행하는 데는 1개 기사단이면 충분하옵니다.” “좋아, 그건 별로 어렵지 않겠군. 파견했던 기사단이 장시간 미란에 묶이는 것도 아니고, 또 적들과 정면 대결을 할 필요도 없겠군. 안 그런가?”
“예, 하지만 일단 파병하실 결심이시라면 최대한 빨리 보내야 할 것이옵니다. 크루마의 기사단을 막기에 미란의 기사단은 턱도 없이 약하니까 말이옵니다. 빨리 기사단을 파병하는 것이 성공의 열쇠라고 할 수 있을 것이옵니다.”
“좋아, 가만있어라……. 지금 당장 보낼 수 있는 기사단이라면 맞아, 그게 있었지. 카슬레이 경!”
“옛, 전하.”
다크가 카슬레이 백작을 부른 데는 이유가 있었다. 어제의 실패로 인해 열 받아 있던 다크의 명령으로 치레아 기사단은 그때부터 계속 출동 준비 태세를 유지하고 있는 중이었다. 적이 나타났다는 소식을 접함과 동시에 다크가 그들이 대기하고 있는 곳으로 뛰어가기만 하면 바로 목적지로 공간 이동할 수 있도록 만반의 태세가 갖춰져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다른 기사단들의 경우는 그게 아니었다. 그들은 출동을 하기 위한 아무런 준비도 갖춰 놓지 않았기에, 인원을 점검하고 보급품을 갖 추고 마법사를 할당받고 하다 보면 보통 30분에서 한 시간 정도의 시간이 필요했다.
“경은 기사단을 이끌고 미란의 귀족들이 탈출할 수 있도록 도와라. 준비는 갖춰져 있을 테니 지금 당장 출발하라.”
“옛, 전하.”
카슬레이 백작이 회의실 밖으로 뛰쳐나간 후 다크는 아름다운 금발을 단정하게 기르고 있는 젊은이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는 제5전대장이었다.
“래리츠 경.”
“옛, 전하.”
“치레아 기사단이 돌아올 때까지 경의 기사단이 그 대역을 해 줘야겠어. 경의 기사단이 출동 대기 태세에 들어가려면 시간이 얼마나 필요하지?”
래리츠 백작은 잠시 생각해 본 후 신중하게 대답했다. 일단 자신들의 부하들을 끌어 모아야 하고, 또 단독 작전을 위해서 식량 따위의 보급도 받아야 한다. 그런 다 음 그것과 병행하여 마법사들에게 이동 마법진 구축도 지시해 두어야 한다.
“옛, 30분은 걸리옵니다. 딴 것은 시간을 줄일 수 있지만, 마법진에 소요되는 시간만은 어떻게 할 수가 없사옵니다.”
“그렇다면 30분 동안은 발이 묶이게 되는군. 좋아, 될 수 있다면 빨리 준비를 끝마치도록 하게.”
“옛, 전하.”
알카사스군의 집결지. 이른 새벽인데도 병사들이 부지런히 천막을 걷는 등의 이동 준비를 하거나 식사 준비를 하는 등, 여러 가지 일로 북적거리고 있었다. 그런 병사들의 모습을 바라보고 있는 노기사의 뒤에서 발랄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라이넨 후작 각하께서 도착하셨습니다.”
테네즈의 말에 노기사의 안색이 활짝 펴졌다. 원로원에서 의외로 순순히 이쪽의 요청을 받아들여 준 것이다. 그리고 라이넨 후작이라면 그가 제일 신뢰하는 기사 였다.
“오오, 그래? 빨리 드시라고 해라.”
“옛.”
곧이어 테네즈의 안내를 받으며 당당한 덩치를 자랑하는 40대 초반쯤으로 보이는 사내가 활기찬 걸음걸이로 천막 안으로 들어섰다.
“방금 도착했습니다, 각하.”
노기사는 라이넨 후작의 손을 꽉 잡으며 반겼다.
“그래, 잘 와 주었네. 자, 앉게나. 이봐, 차를 가져오너라.”
“옛.”
“의외로 원로원에서 쉽게 허가가 나왔군. 나는 며칠 늦추면서 이쪽의 애를 태울 줄 알았는데 말일세.”
“아마 그런 것도 아닐 것입니다.”
“응? 자네는 뭔가 짚이는 것이 있나?”
“그 영감탱이들은 저까지 이곳으로 보내어 폐하의 힘을 더욱 약화시키겠다는 속셈이겠지요. 지금 이곳 전선에 파병되어 온 것은 모두 다 폐하께 소속된 부대들이 아닙니까?”
“으음…….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네만, 너무 과민 반응을 보이는 것은 아닌가? 크라레스와 싸우는 것은 본국만이 아니야. 코린트, 아르곤도 함께 대군을 투입 하고 있다네. 이런 상태로 크라레스가 오래 버틸 수는 없을 거야. 승리를 거둔다면 그 영광은 당연히 폐하께로 돌아갈 테고, 폐하의 입지가 더욱 강해지시지 않겠 “나?”
“그렇게 좋은 쪽으로만 생각하셔서 될 일이 아닙니다. 결국에 가서는 승리를 획득하게 되겠지만, 그 과정이 문제지요. 전쟁이 시작된 지 겨우 하루가 지났을 뿐인 데 벌써 상당수의 전사자들이 나왔지 않습니까? 이런 식으로 진행된다면 폐하를 받드는 우수한 기사들을 많이 잃을 수밖에 없습니다. 결국에 가면 전쟁에 뛰어들지 않은 원로원 쪽이 이익일 거라 이겁니다. 안 그렇습니까?”
라이넨 후작이 전사자 운운하자, 미구엘 후작의 안색이 갑자기 흐려졌다. 그도 크라레스가 손쉬운 상대라고는 느껴지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숫자는 저쪽이 적었지 만, 기사들의 실력은 이쪽보다 월등히 뛰어났다. 그런 상대가 끈질기게 이쪽을 물고 늘어진다면 사상자의 수는 더욱 늘어날 것이 분명했다.
“자네 말대로일지도 모르지. 하지만 이왕에 이리로 파견되어 왔는데 어쩔 수 없지 않은가? 그리고 사실 나는 딴 사람이 오는 것보다 자네가 와 줘서 더욱 든든하 네. 아무래도 손발이 맞는 사람하고 함께 행동하는 것이 편하니까 말일세.”
“그건 그렇고 어떻게 도와 드리면 되겠습니까? 작전은 짜 두신 것이 있으십니까?”
“이미 생각해 뒀지. 이봐, 테네즈. 작전관을 불러 와라.”
“옛, 각하.”
작전관이 들어오자, 미구엘 후작은 작전관에게 작전에 대한 설명을 부탁했다. 작전관은 지도의 곳곳을 짚으면서 작전을 설명했다.
“여기 보이는 것이 제라린성입니다. 알카사스에서 크라레인시로 연결되어 있는 대로상에 위치한 강력한 방어 거점이라고 할 수 있지요. 전선에서 패퇴한 적들은 이곳에서 전열을 재정비하여 방어 작전을 펼칠 가능성이 큽니다. 그런 만큼 주 공격로의 방향을 제라린성 쪽으로 잡았습니다. 이곳으로부터 60킬로미터나 떨어진 곳이니만큼 만반의 준비를 갖춰 천천히 이동, 포위 공격을 펼치는 것이 좋을 듯합니다.”
“그럴 것이 아니라, 제라린성으로 단숨에 공간 이동하여 공격하는 것은 어떻겠습니까? 각하.”
“글쎄…. 그 방법도 벌써 생각해 봤지만, 별로 좋은 방법 같지 않군.”
“어째서 말입니까? 적은 겨우 1개 전대밖에 되지 않잖습니까? 놈들의 예상 집결지에 기습을 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요? 만약 후속 부대가 마음에 걸리신다면 콘도 르 기사단만으로 결행하겠습니다.”
“물론 후속 부대에 적이 기습해 올 가능성도 있겠지. 하지만 그것이 마음에 걸리는 것은 아닐세. 크라레스의 기사들은 아주 실력이 좋아.”
“하지만 본국의 기사단도 강합니다. 충분히 승산이 있습니다. 각하.”
“아니, 내가 염려하는 것은 그것이 아닐세. 지금 크라레스는 본국하고만 전투를 하고 있는 것이 아니지 않는가? 코린트도 상대해야 하고, 또 아르곤과도 싸워야 할 거야. 그러니 무리해서 적들과 결전을 벌일 필요는 없다는 것이 내 생각일세. 코린트가 계속 압박을 가한다면 자동적으로 크라레스가 무너질 텐데, 왜 우리가 먼저 무리하게 전쟁을 벌인단 말인가?”
“그렇군요. 제 생각이 짧았습니다.”
“천천히, 천천히 하는 거야. 이쪽이 너무 안 움직이면 코린트에서 의심하겠지. 그러니까 아주 천천히 이쪽에서도 크라레스를 침공 중이라는 것을 코린트에 보여 주기만 하면 돼. 그러면 나머지는 코린트가 알아서 하겠지. 이번 전쟁을 일으킨 것도 코린트니까 말이야.”
“알겠습니다. 각하.”
“자, 경의 기사단도 출발 준비를 갖추도록 조치해 두게. 식후에 출발하여 20킬로미터 정도 전진할까 생각 중이야. 그러니까 제라린성에서의 전투는 아마도 3일 후 가 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