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의 데뷔작이기도 한 『퇴마록』 발간된 지도 햇수로 어언 18 년이 흘렀습니다. 그간 독자 여러분께서 솜씨 없고 모자란 글을 변함없이 성원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이번에 출판사를 옮기면 서 부득이하게 구판을 절판시키고 재출간을 하게 되었지만, 이 것이 전면적인 개정이나 증보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다시 한번 강조하고 싶습니다.
퇴마록 – 국내편은 지금의 제 눈으로 보기에도 전체적인 스 토리나 구성은 나쁘지 않지만, 문체 면에서 본다면 글공부도 전 혀 하지 않은 상태에서 책을 출간하게 된 당시의 제 어수룩함을 쉽게 짐작할 수 있을 만큼 미숙한 점투성이였습니다. 그래서 이 번 기회에 전면적으로 개정을 할까도 생각해 보았습니다만, 이 미 수백만 권 이상이 팔릴 만큼 독자분들이 아껴 주신 부분을 손 대는 것도 도리가 아니라 생각되어 오자나 문구 몇 줄을 제외하 고는 거의 그대로 출간하기로 했습니다.
18년 전의 집필한 작품이라 지금 다시 읽으신다면 어색해 보 이는 부분도 많을 것입니다. 이 국내편』은 1980년대부터 1990
년대 초반까지를 배경으로 쓴 만큼 그 시대가 그대로 반영되어 있습니다. 핸드폰도, 인터넷도 없고 지방에는 아직 전기가 들어 오지 않는 곳이 있던 시대입니다. 아무도 없는 밤」의 본문에서 볼 수 있듯, 통신 채팅에서 오타를 내면 완성형 한글 구조 때문 에 ‘갸갸갸’ 같은 식으로 바뀌어서 보이던 때입니다. 그리 멀지 는 않지만 지금과는 확연히 다른 잠깐의 시대인데, 그 시대가 자 취로 남았다는 면에서도 나름의 의미가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합 니다.
다시 말씀드리면, 새 판이지만 적어도 국내편에 한해서는 내 용상의 변경이나 스토리가 변화되는 일은 없습니다. 다만 가장 길고 등장인물이 많이 나오는 두 편, 「하늘이 불타던 날」과 「초 치검의 비밀편만은 제 머릿속에서 구상하던 인물의 성격과 개 성이 제대로 부각되지 않았기에, 그 부분에 초점을 맞춰 대사나 행동 묘사 등을 손보았습니다. 많은 인물이 나오기 때문에 어색 함이 더한 것 같아 이 기회를 빌려 손을 대었을 뿐 주된 플롯이 바뀐 점은 없으니 양지하시기 바랍니다.
『퇴마록』을 사랑해 주신 모든 독자 여러분께 고개 숙여 인사드 리며, 이를 다시 출간해 주신 문학동네 강태형 사장님과 엘릭시 르 임지호 편집장에게도 감사의 뜻을 전합니다.
2011년 8월 이우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