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마록 세계편 1권 19화 – 세크메트의 분노 7 : 미라
미라
“어떻게 된 거지? 그 남자는?”
승희가 고개를 돌려서 끌려온 가짜 커크 교수를 쳐다보았다. 아직 실내는 어두워서 먼발치에 있는 사람의 얼굴이 잘 분간이 가지 않았다. 승희가 생각하기에 현암과 박 신부가 이곳까지 끌 고 들어올 사람이면 가짜 커크 교수밖에 없는데, 그자는 얼굴에 쓰고 있던 가면을 떼어 낸 상태여서 언뜻 보기에도 검게 그을고 나이를 먹은 모습이었다. 그러니 진짜 커크 교수와는 많이 다르 게 보여서 의아하게 생각했던 것이다.
“가짜 커크 교수야. 가면 같은 걸 쓰고 있었지. 여기는 별일 없었니?”
말을 마친 현암이 주위를 둘러보았다. 싸움이 벌어졌던 듯한 분위기가 느껴진 것이다. 준후가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면서 땅 에 뒹굴고 있던 우샤브티 하나를 주워 현암과 박 신부에게 보여 주었다.
“이것들이 덤벼서 혼났어요.”
박 신부는 우샤브티에 새겨져 있는 문양을 보고 자신과 현암 에게 덤벼들었던 종이 인형에 새겨져 있던 문양과 같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박 신부는 연희에게 박 요원을 도와 가짜 커크 교수 의 신원을 알아내는 데 도움을 주라고 말한 뒤, 준후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자초지종을 물었다.
박 신부는 준후에게 그간에 겪었던 일과 승희와 연희가 추리 해낸 내용을 전해 듣고는 고개를 끄덕거렸다. 박 신부 자신이 겪었던 일과 앞뒤를 맞추어 보니, 방에 있던 시체의 내장을 가 짜 커크 교수가 주술로 제단에 바친 것이 분명했다. 그리고 자신 들을 공격했던 종이 인형에 새겨진 글자와, 지금 준후가 보여 준 우샤브티에 새겨져 있는 글자가 거의 같다는 것도 알아냈다. 즉 놈은 방에서 알 수 없는 의식을 치르면서 주변을 지키기 위해 지 팡이를 우라에우스로 바꾸고, 종이 인형을 만들어 우샤브티를 불러내는 주문을 쓰고 그 술수를 부림으로써 시간을 벌려 한 것 같았다. 이 제단에서 우샤브티가 튀어나온 것도 주술 때문인 것 으로 보였다. 놈이 묵고 있던 호텔과 박물관은 걸어서도 올 만큼 가까웠으니까. 그러다가 현암에게 얻어맞고 주문이 중단되자 준 후와 승희, 연희를 공격하던 우샤브티들도 힘없이 떨어졌던 것이 틀림없었다.
“그래, 거기까지는 좋다만…………….”
박 신부는 제단을 쳐다보았다. 승희의 말로는 저 제단이 미라 의관일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관을 저런 제단 형식으로 만든다 는 게 상식적으로 이치에 맞는 것일까? 그리고 과연 돌을 녹여 붙이는 일이 가능한지도 궁금했다. 제단 속이 정말 비어 있는지 도・・・・・・ .
묘한 분위기 속에서 심문이 시작되었다. 일단 놈의 국적부터 알아내는 것이 중요했다. 놈은 현암에게 맞아 부은 얼굴로 만사 를 포기한 듯이 보였고 왠지 모를 공포에 질려 있는 것 같았다. 박 요원이 영어로 다그치자 놈은 중얼거렸다. 연희가 재빨리 그 말이 어느 나라 말인지를 알아냈다.
“이집트어! 이집트 사람이군요.”
현암은 승희와 함께 묵묵히 박 요원이 심문하는 모습을 보고 있었다. 놈이 다른 술수를 부리거나 또는 만약의 사태에 대비하 기 위하여 승희는 계속 마음속을 뚫어 보려고 시도하는 중이었 다. 현암은 승희가 무슨 신호만 주면 바로 놈의 주술을 제지하기 위해 대책을 강구하고 있었다.
박 요원은 놈에게 왜 커크 교수로 가장해서 여기에 들어왔느냐 고 몇 번이나 물었다. 연희가 다시 이집트어로 놈을 추궁하자 놈 은 연희가 이집트어를 알고 있는 것에 놀란 듯, 쳐다보았고 그 순간 연희의 깊은 눈과 정통으로 마주치게 되었다.
“앗!”
승희가 갑자기 긴장한 듯 낮은 소리를 질렀다. 현암은 무슨 영 문인지 몰라 같이 긴장한 채 승희를 쳐다보았다. 승희는 낮은 목 소리로 빠르게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저자의 마음이 열렸어요! 연희 씨와 눈이 마주치자 냉정을 잃고…….”
현암은 지난번 유체를 부리던 남자와 싸울 때 케인이 연희에 게 ‘심연의 눈’이라 했던 말을 기억해 냈다. 승희는 긴장한 채 최 대한으로 저자의 마음을 읽어 내기 위해 용을 쓰던 중 몸을 부 르르 떨었다.
“저자는 블랙서클의 일원, 이집트 비전의 권위자 놀라고 당황 하고 있어. 자신이 저지른 일이 악행이 아니었는가 하는 후회로 가득해요.”
현암은 눈살을 찌푸렸다. 승희가 읽어 낸 것이 틀림없다면 저 자는 분명 블랙서클의 일원인데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을 후회하 다니. 그렇다면 저자는 지금 하고 있는 짓이 악행이 아니라고 생 각했다는 말인가? 저자는 바보란 말인가? 멍청한 꼭두각시? 아 니면, 블랙서클이란 것 자체가 그만한 설득력을 지니고 있다는 말인가.
“블랙서클은 자기를 버린 세상의 악을, 세상의 악을 씻어 버리 라 했고 그 믿음에 대한 확신은……………. 아아! 저자가 다시 마음을 가다듬고 있어! 흐려져 !”
현암은 순간적으로 생각했다. 저자는 분명 순간적으로 연희의 ‘심연의 눈’을 보고 마음이 흔들렸고 그래서 일시나마 속마음이 열린 것이 분명했다. 저자를 정상적인 방법으로 아무리 취조해 봐야 소용없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렇다면 방법은 오직 하 나. 무슨 방법을 써서라도 놈의 마음을 흔들리게 하는 것뿐.
“블랙서클은 이미 너를 배신했어! 마스터도 죽었고!”
현암은 연희가 미처 통역할 새도 없이 놈에게 충격을 주기 위 하여 마스터라는 소리를 하면서 목을 베는 시늉을 해 보았다. 블 랙서클에 마스터가 있다는 말은 전번에 주워들은 말이었다. 놈 은 눈을 빛내며 고개를 쳐들듯 움찔하다가 뭔가 중얼거리면서 오히려 미소를 띠었다.
“속임수 쓰지 말라는군요. 그리고 욕을 하고 있어요.”
연희가 놈의 말을 재빨리 통역하여 들려주었다. 현암은 고개 를 끄덕이면서 승희를 쳐다보았다. 승희가 살짝 미소를 지었다. 승희가 뭔가 읽어 낸 것이 틀림없었다. 현암은 속으로는 안도의 한숨을 지으면서도 얼굴을 더욱 사납게, 빈정거리는 듯이 일그 러뜨리면서 계속 놈에게 지껄여 댔다.
승희가 속삭였다.
“마스터! 그는 인도의 요가 수행자의 모습…………. 저자의 마음 에 떠오르고 있어! 그리고 또 한 사람이…………. 금발의 여인. 잘했 어, 현암 씨! 더!”
현암이 떠드는 사이 박 신부는 어두운 전시실 내의 불을 밝히 기 위해 무심코 조명 스위치를 올렸다. 갑자기 밝은 불빛이 시야 에 들어오자 연희는 눈을 깜박였고 놈도 눈을 잠시 감았다. 그 눈 깜짝할 새에도 승희는 계속 놈의 마음을 읽고 있었다.
“제물만 제대로 바쳐졌으면 계획대로 되었을 것이라고 후회하 는군. 아무튼 다행이야.”
그 순간 놈의 눈이 번뜩거리면서 괴기스런 광채를 띠었다. 밝 게 켜진 조명 아래에서 드러난 제단은 아직도 피로 얼룩져 있었 다. 승희가 눈을 감고 투시를 하다가 고개를 쳐들었다.
“갑자기 놈이 기뻐하며…………. 엉? 놈이 마음속을 가리기 시작했어! 안보여!”
문득 연희는 묘한 느낌을 받았다. 놈은 무언가 이집트 말로 중얼거리고 있었는데, 내용을 제대로 이해할 수가 없었다. 헛소리 를 하는 것은 아닌 듯했지만 그렇다고 특별한 내용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저만치 앞에서 준후가 놀란 눈으로 뒤를 돌아보았고, 방 뒤편 의 벽에 가 있던 박 신부도 섬뜩한 것을 느꼈다. 머뭇거리던 준후 가 제단과 가짜 커크 교수 쪽을 번갈아 돌아보며 소리를 질렀다.
“주문! 저자가 주문을 외우고 있어요!”
현암이 재빨리 몸을 날려 놈의 멱살을 잡았으나 놈은 계속 중 얼거렸다. 현암이 멱살을 잡은 채 아래턱을 한 방 날리자 고개가 휙 옆으로 젖혀졌으나 놈의 얼굴에는 알 듯 모를 듯한 희미한 웃 음이 흘렀다.
박 신부는 그때까지 없었던 기운이 갑자기 제단 쪽에서 퍼져 나오는 것을 느끼고는 입술을 깨물었다. 그제야 전모를 파악할 수 있었다.
놈은 애당초 사람의 내장이라는 끔찍한 제물을 바치려 했으 나, 현암과 자신의 급습을 받고 급한 나머지 공간 이동법으로 제 물을 제단 위에 올리려 시도한 것 같았다. 처음에는 그 방법이 실패한 것으로 알고 만사를 포기하고 있다가 전시실의 불이 켜 지자 제단 위에 피가 묻어 있는 것을 보고 자신의 술수가 성공했 다는 것을 알아차린 것이다. 박 신부는 제단에서 가장 가까이 있는 준후에게 소리를 쳤다.
“준후야, 제단을 조심해!”
준후도 심상치 않은 것을 느끼고 있던 차였는지라 재빨리 부 적들을 꺼내어 허공에 뿌리면서 수인을 맺었다. 부적들은 허공 에서 불덩어리로 화해 돌로 된 제단에 부딪혀 사라지면서 희미 하게 보이는 막을 만들었고, 돌로 된 육중한 제단은 별다른 이유 없이 부들부들 떨리고 있었다. 그 기운은 점점 강해지면서 전시 실 전체로 번져 갔다. 박 요원과 다른 두 명의 요원이 겁에 질린 표정으로 주춤거렸으나 현암은 잠깐 제단 쪽을 돌아보다가 놈의 멱살을 흔들며 소리를 질렀다.
“무슨 짓을 한 거냐! 멈춰!”
승희도 당황한 눈으로 제단 쪽을 응시하고 있었고, 준후가 몹 시 힘든 듯이 보이자 박 신부도 제단 쪽으로 뛰어갔다. 가짜 커 크 교수는 현암에게 얻어맞아 퉁퉁 부은 몰골로 말소리조차 알 아듣기 어려울 정도였지만 음산하게 웃으면서 중얼중얼 입을 놀 렸다. 옆에 서 있던 연희가 지진처럼 퍼져 나가는 알 수 없는 진 동에 당황하면서도 놈이 중얼거리는 말을 그대로 옮겨 주었다.
“자기가 이겼대요! 이제 미라가 살아나면, 그 미라가 모든 것 을 파괴하고………….”
“미라? 이런 제기랄! 별것이 다 설치는군!”
“세크메트의 분노를 온 땅에 퍼부을 거래요!”
현암이 고함을 지르면서 놈을 땅에 패대기쳤다. 놈은 컥 소리를 질렀으나 아직도 유들유들한 웃음을 흘리면서 소리를 질러댔다.
“세크메트의 여제사장! 비전의 최고 술사! 그녀는 이제 눈을 뜰 것이고 다시 한번 자신이 눈을 뜬 땅에 세크메트의 분노를 쏟 아부을 거래요! 아무도 막을 수 없다고!”
연희는 예전에 언뜻 이집트의 비전에 대한 이야기를 들은 적 이 있었다. 영생을 추구하는 술수. 인도의 술수보다도 어쩌면 더 오래된 이집트 특유의 주술. 아주 약간이라도 배운 술사들은 땅 에 파묻혀서 몇 년이나 있다가 깨어나는 묘기를 보인다고 했다. 그 비전의 최고 술사라면 미라가 되어 수천 년을 잠들어 있다가 도 깨어날 수 있을 것이다.
제단 쪽에서는 준후와 박 신부가 힘을 합쳐 들썩거리며 마치 살아 있는 듯 꿈틀거리는 제단을 영력으로 옭아매려고 전력을 다하고 있었다. 현암은 그쪽을 흘깃 보다가 다시 놈의 멱살을 잡 고 버럭 소리를 질렀다.
“왜? 도대체 왜 너희와 관계도 없는 이 나라에 그런 짓을 하는거냐! 왜?”
현암의 말을 받아 연희가 통역하자 놈은 미소를 흘리면서 몇 마디 내뱉다가 실언했다는 듯 입을 다물었다. 연희는 놈이 흘린 말을 통역하여 현암에게 일러 주었다.
“이 나라야말로 가장 피를 보기 쉬운, 또 가장 위험하고 아슬아슬한 처지에 있는 나라라고 말했어요.”
현암은 놈이 무슨 의도로 그런 말을 했는지 잘 이해할 수가 없 었다. 우리나라가 가장 피를 보기 쉬운 땅이라고?
갑자기 돌로 된 제단에 금이 쩍쩍 가기 시작했다. 바깥쪽에서 박 신부와 준후가 에워싼 기운이 안에서 뚫고 나오려는 기운을 이기지 못해 제단, 아니 미라의 관이 부서져 나가려 하고 있었 다. 박 신부와 준후는 제단이 폭발하려고 하자 일단 뒤로 물러서 려 했으나 그럴 겨를이 없었다. 강렬한 기운이 제단에서 뻗어 나 오면서 주변의 유리 장식장들이 와장창 부서졌다. 박 신부는 기 도력을 끌어 올려서 준후와 자신의 몸을 보호했다. 제단에서 시 작된 이상한 기운은 계속해서 뒤쪽으로 충격파처럼 퍼져 나가면 서 도열된 유리 장식장이며 여러 물건들을 사정없이 부수기 시 작했다.
승희가 소리쳤다. 제단 속의 상황을 투시한 모양이었다.
“저건 미라, 아니 세크메트의 여제사장. 지금 뭔가를 찾으려고 몸을 일으키고 있어요! 아주 격한 분노의 기운이…………….”
승희의 이야기를 들을 틈이 없었다. 현암은 몸을 돌려 승희와 연희를 거칠게 땅에 엎드리게 해서 누른 후에 자신도 몸을 숙였 다. 충격파가 퍼지면서 그 주변의 유리들이 모조리 깨져 사방으 로 튀었고 어디서부터 불어오는 것인지 알 수도 없는 거센 바람이 박물관의 전시실 내를 가득 메웠다. 요란한 소리에 경비원들이 전시장의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으나 마치 폭풍이 몰아치 는 것 같은 전시실 문은 꼼짝도 하지 않았다. 현암은 엎드려 있 다가 바람의 기세가 조금 약해지는 듯하자 얼른 고개를 들었다.
“아앗!”
커다란 돌 제단이 갈라져서 네 토막으로 부서지고 안에서 부 스러진 천 같은 것으로 뒤덮인 형체가 조금씩 몸을 일으켰다. 그 주위에는 검은색과 핏빛의 기운이 소용돌이치며 돌고 있었고, 그 앞에 박 신부와 준후가 버티고 서 있는 것이 보였다.
가짜 커크 교수가 큰 소리로 웃어 젖히는 모습을 뒤로하고 현 암은 이를 악다물며 몸에 공력을 모으기 시작했다.
박 신부는 커다랗게 오라를 일으켰고 준후는 한 손으로 수인 을 맺고 한 손으로는 부적들을 꺼내 들었다. 현암이 월향을 빼 들고 걸음을 옮기려는데 뒤쪽에서 연희와 승희가 외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이제 세크메트의 분노가 실현될 것이라고 소리치고 있어요!”
“현암 군! 신부님! 저 미라는 분노하고 있어요! 뭔가를 찾고 있어요.”
현암은 눈을 치켜떴다. 세크메트의 분노가 실현된다고? 그리 고 미라가 뭔가를 찾고 있다고? 그러나 지금 그걸 신경 쓴다고 해서 당장 해답이 나올 상황이 아니었다. 현암이 발을 옮기려는데 전시실의 문이 왈칵 열리면서 사람들이 들이닥쳤다. 그중에는 백호도 있었다.
“저, 저게 뭐야!”
뒤쪽에서 방금 들어온 요원들이 서서히 움직이는 미라를 보고 경악에 찬 소리들을 질러 대는 것이 들려왔으나 지금 그것에 신 경을 쓸 때가 아니었다. 몸을 일으킨 미라의 낡고 해진 붕대 사 이에서 암흑처럼 공허한 눈빛이 빛났다. 허공에서 사막의 모래 바람과 흡사한 누런 기운이 일어나면서 알아듣기 어려운 음성이 들려왔다. 연희가 뒤에서 소리쳤다.
“여기는 어디이며, 당신들은 누구냐고 묻고 있어요!”
현암이 눈짓을 보냈다. 수천 년의 시간을 넘어서 몸을 일으킨 미라. 한때는 사람이었을 테지만, 지금은 그런 것을 따질 계제가 아니었다. 뭔지 아직까지도 정확히 알 수는 없었지만, 세크메트 의 분노를 땅에 퍼뜨리게 내버려 둘 수는 없는 일이었다. 현암의 눈짓에 어서 미라를 처리해 버리자는 뜻이 담겨 있었다. 준후도 마주 고개를 끄덕이는데 박 신부가 끼어들었다.
“잠시만 기다리게. 저 미라에게 알아낼 것이 있을지도 몰라.”
“알아낸다고요? 도대체 무엇을?”
“홍 박사가 죽은 이유, 커크 교수가 어떻게 되었는지, 그리고 세크메트의 분노가 무엇인지를 말야.”
박신부는 경계를 늦추지 않고 마음속으로 미라, 아니 세크메트의 여제사장에게 질문을 했다.
이곳은 네가 있던 곳과는 전혀 다른 세계다. 이미 수천 년의 시간이 지났다. 그대는 무엇을 바라는가?
박신부는 흠칫했다. 미라의 반응은 예상외로 격렬했고, 감정 이 드문드문 끊겨서 제대로 해석이 어려웠으나 그 속에 깃들어 있는 적개심만은 또렷이 전달되었다.
나를 나를 깨우다니. 저주를, 저주를・・・・・ 그리고 내 심장…….
심장 심장이라니?
저주받은 자들…………. 왜 나를 깨우는가? 왜 나를 쉬게 놔두지 않는가?
박 신부는 무슨 영문인지 알 수가 없었다. 뒤에서 승희가 좀 더 확실하게 미라의 마음을 읽어 낸 뒤 고함을 쳤다.
“저 여자는 심장을, 세크메트의 눈을 잃은 것에 무척 분노하고 있어요.”
“심장? 세크메트의 눈? 그게 뭐야?”
“심장을 돌려준다면 자신은 영면의 세계로 되돌아갈 수 있대요!”
박신부가 소리쳤다.
“맞아. 저 미라는 깨어나기를 바라고 있지 않아! 미라를 도로, 도로 잠재우려면……………”
현암에게 퍼뜩 떠오르는 것이 있었다. 아까 가짜 커크 교수를 상대했을 때 챙겨 온 보석들과 낡은 헝겊 뭉치들. 돌로 봉해진 관에 들어 있던 미라가 뭔가 잃은 것이 있다면 그걸 훔쳐낸 것은 분명 그 관을 가까이 접했던 사람이었을 것이었다.
“가만! 그 보석들, 그리고………….”
현암은 아까 자신이 들고 와서 땅에 내려놓았던 석판과 두루 마리들이 있는 곳을 쳐다보았다. 낡은 헝겊 뭉치와 보석들이 그 밑에 눌려 있을 것이다. 그때였다. 현암의 눈이 그쪽을 향하자, 가짜 커크 교수가 몸을 부르르 떠는 것이 보였다. 분명 뭔가가 있었다.
“잠시 저자를 잡고 있어요!”
현암은 뒤에 있던 백호에게 소리치고는 몸을 날렸다. 가짜 커 크 교수도 그쪽으로 달려가려 했으나 백호가 엉겁결에 꽉 잡아 제지당했다. 그자는 다시 주문을 웅얼거리는 것 같았다. 그러자 아까 준후가 집어 던졌던 우샤브티가 다시 힘을 얻었는지 툭 튀 어서 현암의 앞으로 날아들었다.
“제기랄! 비켜!”
현암은 반사적으로 몸을 세우고 옆으로 피하면서 오른손에 공 력을 모아 날아드는 우샤브티를 냅다 갈겼다. 케에엑 하는 비명 을 지르면서 우샤브티는 뒤로 튕겨 날아가다가 허공에서 박살이 나 버렸다. 하나 더 남았던 우샤브티는 현암을 공격하지 않고 기 어가 석판 밑의 헝겊 뭉치를 껴안았다.
“라! 라! 이크투스 라무……………!”
영문을 모르고 있던 백호가 가짜 커크 교수가 주문을 외우는 것을 보고는 부어터진 입을 한 대 갈겼다. 주문은 중단되었으나 우샤브티가 헝겊 뭉치를 껴안자 저만치에 서 있던 미라의 몸이 부르르 떨리는 것이 보였다. 미라가 손을 뻗자 손에 감겨 있던 붕대가 좌르륵 풀리더니 살아 있는 뱀처럼 꿈틀거리다가 현암의 뒤쪽으로 쏘아져 나갔다.
준후는 영문을 알 수 없었지만 그냥 내버려 둘 수 없었다. 준 후가 기합을 발하며 왼손을 튕기자 인드라의 뇌전 한 줄기가 뻗 어 나가 붕대 줄기와 부딪히더니 폭발해 버렸다. 준후가 뇌전을 쏨과 동시에 현암은 월향검을 날렸다. 우샤브티가 무슨 짓을 할 지 모르니 그것부터 박살 내야 했다. 우샤브티는 작은 손을 헝겊 뭉치 속에 넣으려다가 월향검을 맞고 두 토막으로 갈라지더니 허공에서 갈기갈기 조각나 버렸다. 가짜 커크 교수는 눈이 휘둥 그레져 그쪽으로 달려가려 했다. 그러나 백호가 놈의 허리춤을 붙들고 놔주지 않았다.
“이놈, 어딜 가려구!”
한쪽에서는 미라가 고통스러운 듯 소리를 지르면서 현암이 있 는 쪽으로 누런 기운을 쏘아 보내려 했지만 박 신부가 재빨리 오 라 막을 퍼뜨려서 막아 냈다. 상대의 기운을 받은 박 신부의 발 이 뒤로 주르륵 밀렸으나 그럭저럭 막아낸 것 같았다.
현암은 비로소 휴 하고 한숨을 내쉬고는 되돌아온 월향검을 받아 들어 칼집에 꽂았다. 그러고는 여유 있게 낡은 헝겊 뭉치,
아니 미라의 심장이 있는 곳으로 걸음을 옮기려 하는데 승희의 목소리가 높게 울렸다.
“저자, 저자를 조심! 아아!”
놀란 백호의 비명 소리가 들리면서 활활 타오르는 커다란 불 덩어리 하나가 현암의 앞으로 달려들었다. 가짜 커크 교수는 무 슨 술수를 부렸는지 스스로의 몸에 불기운을 일으켜서 불덩어 리가 되었다. 놀란 백호가 놈을 붙들고 있던 손을 놓았다. 놈은 자신의 몸을 태워 가면서까지 미라의 심장을 없애서 세크메트 의 분노를 실현시키려는 것임이 분명했다. 지독한 놈이었다. 현 암은 몸을 날려서 막으려 했으나 간발의 차로 놈의 손이 조금 더 빨랐다. 놈의 불붙은 손이 미라의 심장을 짚자 낡은 헝겊 뭉치에 확하고 불이 붙었다.
“크아아아악!”
미라의 외침이 허공에 커다랗게 울려왔다. 그리고 그 외침과 동시에 내뿜었던 기운이 급격히 강해지자 박 신부는 밀어내는 기운을 이기지 못해 중심을 잃고 뒤로 넘어졌다. 준후가 대신 기 운을 막으려 부적들을 날렸으나 불붙은 부적들은 잠시 누런 기 운을 주춤거리게 했을 뿐 조금씩 뒤로 밀려나고 있었다.
현암이 가짜 커크 교수의 손을 밟았다. 놈은 움찔하면서 미라의 심장을 떨어뜨렸으나 심장은 불이 붙은 채 떼구르르 굴러가 버렸다. 그 와중에 가짜 커크 교수에게로 누런 기운이 몰아닥쳤다.
“야아아압!”
현암은 기합을 발하면서 오른손에 공력을 넣어 뒤로 크게 한 번 휘젓다가 앞으로 힘 있게 뻗었다. 충만한 공력이 담긴 오른손 과 몰아쳐 오던 누런 기운이 쾅 하고 부딪히자 현암의 몸이 휘청 하며 갑자기 쩍 하고 대리석 바닥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대강 사정을 눈치챈 승희가 미라의 심장에 붙은 불을 끄려고 소화기 를 들고 달려가는 모습이 보였다.
“숭희야! 저자의 불…………… 불을 먼저 꺼줘!”
현암이 외치는 소리에 승희는 멈칫했다. 저 악한…… 그러 나 승희의 눈에도 몸이 훨훨 타오르며 거의 의식을 잃어버린 가 짜 커크 교수의 모습이 보였다. 조금만 더 놔두면 저 가짜는 죽 어 버릴 것이다. 현암은 그 가짜나마 살려 보려고 휘몰아치는 누 런 기운을 막아내느라 몸을 움직일 여력이 없었다. 백호는 연희 와 요원들을 데리고 주술력이 판치는 싸움판에서 멀찌감치 물러 나 있어서 도움이 되질 않았다. 백호가 비로소 현암의 외침을 듣 고 달려오고 있는 것이 보였으나 거리가 멀었다.
“제기랄! 나쁜 놈을 자꾸 살려서 뭐한담!”
승희는 중얼거리면서도 눈을 질끈 감고 몸을 돌려서 소화기 액을 가짜 커크 교수의 몸 위로 쏟아부었다. 그러는 사이, 아주 잠깐 동안 낡은 헝겊 뭉치인 미라의 심장은 화르르 불이 붙더니 약간의 재만 남기고는 사라져 버렸다. 그리고 그 자리에 뭔가 붉은빛이 나는 것이 반짝였다.
갑자기 미라가 얼굴을 감싸 쥔 채 몸을 왈칵 움츠렸다. 뿜어져 나오던 누런 기운도 사라져 버려서 박 신부와 준후는 땀을 뻘뻘 흘리고 숨을 몰아쉬면서 자신들의 기운을 슬며시 거두었다. 현 암도 고개를 돌려서 가짜 커크 교수를 쳐다보았다. 그자는 이미 온몸이 까맣게 타버렸지만 아직 숨은 붙어 있었다. 승희가 소화 기를 집어 던지고 시커멓게 되어 버린 가짜 커크 교수에게서 눈 을 돌렸다. 이쪽으로 오던 연희가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욕지기를 하는 소리가 들렸다. 현암이 백호에게 눈짓을 하자 요원들이 몇 명 뛰어왔다.
“이젠 끝난건가?”
백호가 중얼거렸다. 그 말이 채 가시기도 전에 다시 한번 박물 관 전체가 우르르 흔들렸다. 안심하고 있던 박 신부와 준후가 후 다닥 뒤로 물러서고는 현암이 있는 곳에서 다시 힘을 발해 기운 을 가다듬었다. 전시장의 유리문들이 진동을 이기지 못하고 와 장창 소리를 내며 연속적으로 깨어져 나갔다. 웅크리고 있었던 미라가 몸을 왈칵 펴자 이번에는 누런 기운이 아닌 핏빛 기운이 뿜어져 나왔다. 그리고 귀가 터지도록 큰 날카로운 비명 소리가 사방의 공간을 가득 채웠다. 박 신부가 소리를 질렀다.
“조심해, 백호 씨! 요원들을 물러서게 해!”
승희가 이를 악물더니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 현암과 박 신부, 준후의 몸에 기운이 솟구쳐 올라왔다.
땅이 마구 흔들리며 바닥이며 벽이 쩍쩍 금이 갔고, 핏빛 기운 은 사방으로 물결치듯이 휩쓸면서 번져 나갔다. 사방을 메운 고 함 소리는 귀를 멍하게 할 정도였다. 천장에서도 먼지가 주르륵 흘러내렸다. 요원들과 철수하던 연희가 고함 소리 속에서 무슨 말인지를 알아내고 소리를 쳤다.
“영원히 쉬어야 할 운명을 깨고, 생명의 상징인 심장을 소멸시킨 것에 분노하고 있어요!”
박신부가 외치면서 한 걸음 미라 쪽으로 다가섰다.
“그건 우리가 한 일이 아니다. 잠들어라!”
연희가 계속 소리쳤다.
“세크메트의 눈이 다시 세상에 드러난 이상………….. 아아앗!”
연희가 말을 이으려는데 갑자기 사방을 메운 핏빛 기운이 소 용돌이쳤다. 진열되어 있던 장식물이며 진열장 들이 정신없이 부서져 나가며 파편이 흩날렸다. 현암이 소리쳤다.
“신부님, 퇴마진, 퇴마진을!”
현암이 말을 잇기도 전에 준후가 앞으로 달려 나갔다.
“미라의 심장도 불로 소멸되었어요. 불을!”
불은 준후의 주무기 중 하나였다. 현암이 고개를 끄덕이면서 오른손에 공력을 모아 준후의 왼쪽 어깨를 잡고 왈칵 밀어 넣었다. 준후의 몸이 가볍게 떨렸다. 박 신부도 준후의 오른쪽 어깨 에 왼손을 얹고 기도력을 불어 넣었다. 준후가 훅 하고 숨을 들 이쉬더니 양손의 수인을 어지럽게 교차시켰다. 셋의 몸에서 밝 은 기운이 뿜어 나와 주변을 환하게 비추자 미라가 손짓을 했고 핏빛 기운이 중앙으로 몰려들었다.
“아그니의 성화(聖)!”
준후가 수인을 맺던 것을 멈추고 양손을 겹쳐서 쭉 앞으로 뻗 어 내자 오렌지색의 불줄기가 좌악 뻗어 나갔다. 준후의 몸이 와 들와들 떨렸다. 핏빛 기운도 하나로 뭉쳐져서 불기운에 정통으 로 부딪혔다. 준후가 쏘아 보낸 아그니 성화의 불길이 핏빛의 기 운과 부딪히자 사방으로 불줄기가 어지럽게 튀었고, 두 개의 기 운은 허공에서 서로 조금씩 밀고 당기면서 대치했다.
승희는 눈을 감고 앉은 채 기운을 늘렸다. 박 신부는 땀을 흘 리고 있었고 현암도 이를 악물고 있었다. 준후가 안간힘을 다해 발로 방위를 고쳐 밟으며 소리를 쳤다.
“지신(神)의 도움을!”
미라가 서 있던 곳의 땅이 우르르 흔들리더니 바닥이 갈라지 면서 흙덩어리가 솟아올랐다. 미라가 중심을 잃고 넘어지는 바 람에 핏빛 기운의 기세가 약해졌다. 박 신부와 현암이 기회를 놓 치지 않고 마지막 힘을 불어 넣자 아그니의 불기운은 핏빛 기운 을 뚫고 미라에게로 쏘아져 나갔다.
“크아아아악!”
미라의 몸에 불이 번지기 시작하자 미라는 불덩어리가 된 채 몸부림을 쳤다. 그러자 고막을 가르듯 울려 퍼지던 괴성과 땅의 흔들림도 모두 가라앉았다. 준후가 한숨을 쉬면서 불길을 거두 자박 신부와 현암도 숨을 돌리면서 힘을 거두었다. 미라는 어느 새 연기를 뿜으면서 땅에 철퍼덕 쓰러지더니 더는 움직이지 않 았다. 준후가 박 신부를 올려다보았다. 다급한 나머지 저런 꼴을 만들기는 했지만, 저 미라도 영원히 편히 쉴 수 있는 것을 블랙 서클의 간계에 걸려 잠에서 깬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서 였다.
“신부님, 이젠 더 이상 싸우지 말아요. 미라를 그냥 쉬게 해 주 는 게 어때요?”
박 신부가 준후의 얼굴을 내려다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 리고 막 쓰러진 미라 쪽으로 가려고 하는데 뒤에서 고함 소리가 들려왔다.
“저쪽! 어서! 인정사정 볼 것 없다!”
갑자기 백호의 목소리가 들리면서 세 명의 요원이 뛰어들었 다. 그들은 등에 커다란 배낭 같은 것을 걸머지고 있었다. 현암 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뭐 하는 거요?”
세 요원은 대답 없이 기다란 막대 같은 것을 미라에게 향했다.
박신부가 눈을 크게 떴다.
“화염 방사기! 아니 도대체 왜?”
세 요원은 퇴마사들의 이야기는 들은 척도 하지 않은 채 미라 를 향해 격렬한 불길을 뿜어 댔다. 아까 준후가 쏘아 낸 불은 영 력에 의한 것이라 힘을 멈추자 금방 꺼져 버렸지만 화염 방사기 에서 나오는 불길은 고압가스와 네이팜탄이 타는 것이라 끌수도 없었다.
현암이 요원들을 말리려 했지만 이미 미라는 온통 타들어 가서 재가 되었고, 요원 하나는 미라가 나온 석관에도 불길을 쏟아 붓고 있었다. 뒤에서 백호가 걸어오면서 말했다.
“내가 시킨 일이랍니다. 할 수 없어요.”
“무슨 소리요?”
“저렇게 살아서 날뛰는 미라를 내버려 둘 수는 없습니다. 지금 은 힘을 잃었어도 또 난동을 부릴 수도 있는 것 아닙니까? 그리 고 더 무서운 것은.”
백호가 이제 완전히 재로 변해 버린 미라 쪽을 바라보았다. 돌 로 만든 석관도 불에 달구어져 벌겋게 되었다.
“세크메트의 분노. 그건 어쩌면 알려지지 않은 고대의 세균일 지도 모릅니다. 저 미라는 몇천 년이나 격리되어 있다가 발견된 것입니다. 화근이 될 일은 미리 없애는 것이 좋아요.”
준후가 외쳤다.
“그런 게 아니에요! 저 미라는 다만 안식을 방해받아 화를 낸것뿐이에요!”
박 신부도 말했다.
“너무 성급했소. 백호 씨. 나는 세크메트의 분노란 것이 전염 병을 의미한다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그리고 저미라는 이제 우 리와의 싸움 때문에 기력을 잃고…….”
박 신부가 말을 이으려는데 갑자기 요원들이 헉 하는 소리를 지르면서 뒤로 물러섰다. 놀란 백호와 퇴마사들이 돌아보자 관 속에서 서서히 네 가닥의 하늘색 영기가 솟아오르는 것이 보였다.
“아직 끝나지 않았단 말인가?”
현암이 이를 갈면서 소리를 질렀고 준후가 부적을 집어 드는 데 허공에서 소리가 울려 퍼졌다. 무슨 뜻인지는 알아들을 수 없 었다. 막 준후가 부적을 던지고 박 신부가 성수 뿌리개를 꺼내는 데 네 개의 기운이 사자와 비슷한 형상으로 뭉쳐 허공에서 으르렁대더니 어디론가 홀연히 사라져 버렸다.
현암과 박 신부는 서로를 쳐다보았다.
“방금 저게 뭐였죠, 신부님?”
“글쎄, 무슨 영 같았는데. 도대체 무슨 소리였는지.”
백호가 뭔가 말을 꺼내려다가 뒤에서 누가 어깨를 툭 치자 깜 짝 놀라 뒤를 돌아보았다. 거기에는 얼굴이 하얗게 질린 연희가 서 있었다.
“세크메트의 분노가 이제 시작될 거래요.”
모두들 경악했다. 연희는 애써 평온한 말투였지만 그 한 마디 한마디에서 숨길 수 없는 짙은 공포가 배어 나왔다.
“들었어요. 결코 잘못 듣진 않았을 거예요. 세크메트의 분노는 이제 시작된다고, 분노와 피와 살육으로 이 땅을 물들이고야 말 겠다고…………….”
모두들 얼굴이 해쓱하게 질린 채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모 두 끝난 것이라 생각했는데 이제야 시작이라니, 도대체 무슨 일 이 어떻게 되어 가고 있는지 갈피를 잡을 수가 없었다.
승희가 재가 되어 버린 미라와 석관이 있는 쪽으로 서서히 걸 어갔다. 갈라진 석관의 틈 사이로 뭔가 삐죽이 나와 있는 것이 보였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