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마록 외전 12화 – 준후의 학교 기행 1 : 학교에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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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마록 외전 12화 – 준후의 학교 기행 1 : 학교에 가다


학교에 가다

“학교에 가고 싶어요.”

박 신부와 현암이 함께 모인 자리에서 준후가 말했다. 두 사람은 약간 당황했지만 많이 놀라지는 않았다. 이미 여러 번 들었던 말이 기 때문이다. 그러나 심드렁하게 지나가는 말투로 했던 이전의 부탁 들과는 달리, 이번에는 피하기 어려울 것 같았다. 준후는 새까만 눈 동자가 꽉 찬 것 같은 눈을 크게 뜨고 두 사람을 절실하게 바라보았 다. 아이들의 이런 뭔가 바라는 듯한 눈빛은 어른으로서는 정말 견 디기 어렵다. 강골이라고 할 수 있는 현암도 그 눈빛은 맞받아 내지 못하고 대신 옆의 박 신부를 보면서 중얼댔다.

“글쎄요. 준후를 학교에 보내야 되기는 하겠죠. 하지만 그게 그렇 게 쉬운 일은 아닐 것 같다는 생각이………….”

박 신부도 준후의 눈빛이 부담스러웠는지, 안경테를 만지작거리며 서툴게 고쳐 쓰는 시늉을 하고 있었다. 현암이 말을 걸자 박 신부도 얼른 대답했다.

“그렇지. 음, 물론 준후도 학교에 가야지. 학교에 가서 배울 것도 많을 테고. 그렇기는 한데…”

그러나 준후는 딱 잘라 말했다.

“배우려고 가는 게 아니에요.”

“그럼 왜…..?”

“아이들이 많다면서요. 내 또래 아이들 말이에요.”

“음. 그래, 그렇지. 물론 그럴 거야. 하지만 말이다. 준후야. 그래도 네가 배워야 할 게 꽤 있을 것 같은데.”

준후는 당당하게, 그러나 잘못 보면 건방져 보일 수 있는 투로 말했다.

“토굴에 틀어박혀서 하루 열두 시진 중에 열 시진 이상을 공부와 주술만 배워 왔어요. 이런 소리 하는 것 우습게 들리실지 모르지만 제가 모르는 게 그렇게 많을 것 같지는 않은데요.”.

준후는 자신 있게 말했지만 현암은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면서 말했다.

“밀교에서 배운 것들 말이냐.”

“예.””

준후가 대답하자 현암은 한숨을 푹 쉬면서 말했다.

“그게 어떤 것들이었지?”

“많죠. 천자문 같은 건 사흘 만에 뗐고, 소학, 명심보감도 사흘밖 에 안 걸렸죠. 거기에 사서삼경부터 시작해서 여러 가지 불경들을 배웠어요. 금강경, 능가경, 법구경, 사십이장경, 반야경, 천수경, 화엄경에…………..”

“아, 아니, 불경 말고. 학교에서는 불경을 가르치지 않아.”

“그것 말고도 여러 가지 배웠죠. 모산파의 부적술도 배웠고, 화산파의 도가 기공과 심법에다가…………..”

“아…… 아니, 그거 말고 말이다.”

박신부가 조용히 말했다.

“준후야, 너 한글은 아니?” 

준후는 딱 잘라 말했다.

“‘언문’ 말이에요? 당연히 알죠.”

박신부는 조그맣게 한숨을 쉬었다.

“우선 그……. ‘언문’이라고 이야기하면 안 된단다. 한글이라고 해야지.”

“그래야 되나요?”

“그래야 된단다.”

“그…… 그렇다 해도 언・・・・・・ 아니 한글은 당연히 알죠. 그러니 별문제 없어요.”

그때 현암이 다시 끼어들어 준후에게 물었다.

“너 아까 열두 시진이라고 말했지?”

“예. 그게 왜요?”

“그건 아주 옛날에나 쓰던 표현이고, 지금은 시간이라는 단위를써. 이십사 시간이 하루니까 한 시진이 두 시간씩 되겠구나.”

“흠. 이제 알았어요. 하지만 알았으니 됐어요. 다음은요?”

준후는 고집스럽게 현암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곤란함에 표정이 다소 일그러졌지만 현암은 다시 말했다.

“너 숫자는 읽을 줄 아니?”

“저를 어떻게 생각하시는 거예요? 숫자를 왜 못 읽겠어요.”

“아…… 아이구. 그러니까, 아라비아 숫자란 거 말이다.”

“흥. 저를 너무 무시하시는 것 같은데, 원래 태어나면서부터 아는 사람은 없어요. 저는 누구보다도 빨리 익힐 자신이 있으니, 몇 가지 를 알고 모르고는 아무 문제도 되지 않는다고 생각해요. 아라비아 숫자란 것도요.”

준후가 고집스럽게 장광설을 쏟아 놓자 현암은 잠시 머뭇거리다 가 벽에 걸려 있는 커다란 괘종시계의 문자판을 가리켜 보았다. 

“저게 시계인 건 알지?”

“당연히 알죠. 제가 바보인 줄 알아요? 무슨 삼국 시대 사람으로 생각하시는 거예요?”

“물론 그건 아니지만……………. 너 저 시계 문자판에 씌어 있는 숫자를 읽을 수 있니?”

그 시계의 문자판은 일반적인 옛날 시계들이 그렇듯이 로마자 표기로 숫자가 씌어 있었다. 그러자 준후는 훙 하고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흥! 제가 저걸 왜 몰라요? 위치로 보면…………….”

“위치 말고 숫자 말이다.”

“알 수 있어요! 그게 바로 형이 말한 아라비아 숫자니까 당연히…….”

준후는 말하다 말고, 현암과 박 신부의 굳은 표정을 보고 입을 다물었다. 그러자 현암이 천천히 말했다.

“저건 로마자 표기야. 준후야, 네가 똑똑한 건 안다. 하지만 너는 보통 아이들과는 너무 다른 교육을 받았어. 그러니까 곧바로 학교에 가기보다는……………. 그러니까 집에서 다른 분야에 대한 공부라도 하고 시작하는 것이 어떨까?”

그러자 준후는 고집스럽게 말했다.

“전 뭘 더 배우러 학교에 가고 싶어 하는 것이 아니라고 이미 말씀 드린 바 있어요. 저는 다른 아이들을 만나 보고 싶을 뿐이라고요.”

“그래, 물론 그렇지만 그건 조금 더 준비가 되어야

준후는 자기 말이 먹히지 않자 비로소 껍질을 벗어 버리고 아이 특 유의 본색을 드러냈다.

“속세에 나오면 누구나 학교에 다닌다고 했는데 왜 나는 못 가게 하는 거죠? 모르는 걸 배우러 학교에 가는 거잖아요. 그런데 왜요? 왜?”

준후는 울 것 같은 표정이 되었다. 현암과 박 신부는 당혹스러워 서 서로의 얼굴을 바라볼 뿐이었다.


결국 준후가 이겼다. 준후는 말로 하다가 안 되자, 결국은 아이답 게 울음을 터뜨리고 떼를 썼다. 자존심 강한 준후가 이렇게 행동하 는 것은 드문 일이지만, 한번 시작하면 대책이 없는 것은 다른 아이 들과 마찬가지였다. 현암은 아이들이 떼쓰는 것을 근본적으로 질색 하는 성격이었다. 그리고 박 신부는 과거 미라의 일 때문인지 아이와 눈물에 둘 다 약했다. 그 두 가지가 합해지니 박 신부도 당해 내지 못했다. 결국 패배(?)한 두 사람은 나름대로 머리를 맞대고 궁리를 했다. 어떻게 해야 준후를 무사히 학교에 다니게 할 수 있을까? 

“우선 옷차림부터 바꿔야 되겠죠?”

“그렇긴 한데…”

현암의 말에 박 신부가 대답을 하면서 눈빛을 흐렸다. 당연히 옷 이 없어서는 아니다. 박 신부는 마지못해 준후를 학교에 보내기로 승 낙한 후에 곧장 아동복을 사러 나섰다. 결혼할 수 없는 사제의 입장 으로 아동복을 사는 것이 한편으로는 낯설기도 하고, 흐뭇하기도 했 다. 박 신부는 나름대로 공을 들여 예쁘고 귀여워 보이는 옷을 한아 름 사왔다. 그러나 준후는 옷을 펼쳐 보자마자 인상부터 찌푸렸다.

“아니, 세상에 이런 옷을 저더러 입으란 말이에요?”

준후가 질색한 이유는 따로 있었다. 그 옷들은 계절에 맞게 반팔 에 반바지였고, 나름대로 앙증맞은 무늬가 그려져 있었다. 반팔 셔 츠는 붉은색이고, 바지는 푸른색이었다. 준후는 옷을 보자마자 안색 까지 해쓱하게 질렸다. 표정만 보아도 옷이 마음에 들어서 그런 게 아니라는 것쯤은 짐작할 수 있었다. 박 신부의 표정은 차차 우울하 게 변했고, 마침내 준후는 손가락으로 옷을 쿡쿡 찌르며 까다롭게 굴기 시작했다.

“아니, 어떻게 많은 사람 앞에서 이런 것을 입고 맨살을 드러낸단 말이에요? 그리고 이 색깔은 뭔가요. 이 무늬는 도대체… 이렇게 천박스럽고 우스꽝스러운 문장이 새겨진 옷을 입으라는 거예요?” 

준후가 옷을 찌를 때마다 자기 속이 찔리는 것 같아 박 신부는 울 것 같은 표정이 되었다. 보다 못한 현암이 인상을 썼다. 인자한 부모가 안 되면 엄한 형이 나서야 하는 법이다.

“그거 안 입으면 학교 못 간다.”

“아니, 아무리 그래도…………… 이것은 정말 사람이 입을 만한….”

현암이 준후의 말을 도중에 딱 잘라 버렸다.

“다른 아이들도 다 이런 옷을 입는다. 학교 가기 싫으면 입지 말든지.”

결국 그렇게 해서 준후는 웅얼거리며 할 수 없이 박 신부가 사 온 옷을 껴입었다. 그러나 입고도 내내 뭐라고 구시렁거리며 불평이 끊 이지 않았다.

‘아홉 살 먹은 꼬마 놈이 무슨 아흔 살 먹은 노인네처럼 구시렁거 리긴. 하긴, 원래 그런 녀석이었지.’

현암은 기가 막혔지만, 뭐라고 어떻게 할 방법도 없었다. 박 신부 는 나름대로 꽤 성의를 갖고 사온 옷이 준후에게 혹독한 평가를 받 자 마음이 쓰렸는지 그날은 하루 종일 안색이 어두운 채 말도 잘 꺼 내지 않았다. 물론 길게 길러 댕기를 땋은 머리는 ‘신체발부 수지부 모’라고 문자를 들이대며 기겁할 것이 분명하기에 아예 손댈 엄두도 내지 못했다. 다만 댕기를 풀고 어떻게든 묶어 조금 튀는 정도로 보 이게 마무리했다.


그다음은 현암의 차례였다. 현암은 여전히 옷이 낀다, 답답하다, 천박하다며 툴툴거리는 준후를 놓고, 하루 종일 몇 가지를 기억나는 대로 가르쳤다. 일단 가장 걸릴 것 같은 숫자 개념부터 가르치려 했다. 아무리 국민학생이라도 산수 시간은 있을 테니 숫자조차도 한자 로 쓰거나 하면 문제가 클 것이다. 다행히 준후는 아라비아 숫자 1. 2.3.4 정도는 가르쳐 주자마자 그 자리에서 외워 버렸다. 현암이 혹 시나 하고 몇 번 실험을 해 봤지만 한 번도 틀리지 않았다. 달리 신동 이라고 하는 것이 아니었다. 그런데 문제는 그다음에 생겼다. 더하 기와 빼기까지는 별문제가 없었다. 곱하기도 승법(乘法)이라는, 현 암은 들어 본 적도 없는 어느 동양 산술서의 개념을 준후가 이해해 서 그럭저럭 넘어갔다. 그런데 나누기에 대해서는 준후에게 간단하 게 개념을 가르쳐 주기가 힘들었다. 물론 현암이 제대로 가르쳐 주 었다면 똑똑한 준후는 금방 이해했을 터였다. 그러나 현암이 누구를 가르쳐 본 적도 없고, 준후는 너무 똑똑한 나머지 그냥 공식으로서 의 암기보다는 개념적인 설명을 원했다. 한데 나눗셈의 정의라는 것 을 하루아침에 가르치기에는 현암의 말재주가 너무도 부족했다.

설명하기 어려우니 결국 현암도 신경이 곤두서서 성질을 부리는 상황까지 이르렀다. 이쯤 되자 준후의 영민함은 오히려 방해가 되었 다. 어떻게 된 녀석이, 현암이 버벅거리며 잘못 설명한 것까지 한 대 목도 빼놓지 않고 줄줄 외웠다가 나중에 따지고 드는 것이다.

“그런데 아까 설명할 때 사용하신 단어는 형이 방금 말한 뜻과 맞 지 않는 것 같고, 개념적인 면에서 오류를 범하신 것 같은데요. 그건 말이죠………….”

현암은 손사래를 치며 비명을 질렀다.

“아 됐다!”

결국 현암은 나머지는 알아서 하라며 나눗셈이나 수학은 포기했다. 공대생으로서 그나마 갖고 있던 일말의 자부심이 여지없이 허물 어졌다. 그렇다고 물러날 현암도 아니기에 이번에는 다른 내용을 가 르치기 시작했다. 아무리 어려도, 사회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과 상 식은 필수이기 때문이다. 이곳의 국호가 대한민국이라는 것은 준후 도 알았다. 그러나 사회적인 문제들은 가장 기본적인 개념도 없었 다. 그런 개념들을 준후에게 한 번에 가르쳐 줄 수 없었고, 가르쳐야 할 내용도 너무 많았으며, 무엇부터 가르쳐야 하는지조차 구분할 수 없었다.

대표적인 예로 컴퓨터가 무엇인지, 게임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설 명하기 힘들었다. 체육 시간에 분명 언급할 만한 농구와 야구 등 운 동에 대해서도 설명하려니 막막하기만 했다. 더구나 준후가 생전 들 어 보지도 못했을 영어 단어, 수많은 외래어들에 이르자 제아무리 끈질긴 현암도 항복할 수밖에 없었다. 아예 영어라는 개념 자체가 준후에게는 없었기 때문이다. 가르치는 현암조차도 영어를 대충 공 부한데다가, 대학 입시 때 이후 내팽개쳐 둔 지가 벌써 몇 년이던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을 인내심을 지닌 현암도 결국 무릎을 꿇 었다.

“아, 안 되겠다. 준후야. 가르쳐 줄 것에 비해 내가…………… 너무 부족 하다.”

현암이 울 것 같은 표정을 짓자 준후는 선선히 그러나 똑 부러지게 말했다.

“괜찮아요, 현암 형. 그러니 배우러 학교에 가는 거잖아요?”

“주…… 준후야. 그러니 우리 아무래도 좀 더 시간적 여유를 가지고…….”

준후의 눈꼬리가 단번에 날카로워졌다.

“안 돼요. 약속했잖아요!”

준후는 고집불통이었다. 이미 한 말도 있기 때문에 현암은 울며 겨 자 먹기로 또 준후에게 항복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현암은 몰래 마음속으로 빌었다. 하다 하다 궁지에 몰리니, 준후가 알게 된다면 펄펄 뛸 일종의 저주까지 하기에 이르렀다.

‘신부님이 입학 수속하러 가셨지. 제발 안 되었으면…………!’

그러나 아무리 그래도 안 되길 바라는 것은 너무한 것 같아 현암은 마음을 고쳐 먹었다.

‘아, 아니, 되더라도 어떻게든 시간을 조금 끈 다음에 되었으 면・・・・・・ . 아마 신부님이 잘해 주실 거야.’

그러나 박 신부가 집으로 돌아오고 얼마 지나지 않아, 현암의 꿈은 산산조각 났다. 박 신부가 집으로 들어오며 어두운 얼굴로 말했다.

“그게 말일세…..”

“어떻게 되었는데요?”

“준후가 연고도 없는 아이고…… 지켜야 할 비밀도 있잖은가. 그런 것이 발각되지 않게 학교에 보내려면 아무래도 아는 사람이 있는 곳이 좋을 것 같아서 말이지…………..”

“그래서 어떻게 되었는데요?”

현암이 다그치자 박 신부는 고개를 숙였다.

“그, 그래서 내 동창 중 한 명이 교장으로 있는 학교를 골라 찾아가 봤는데…………….”

현암은 다그치듯 말했다.

“어떻게 되었는지만 말씀해 보세요. 신부님. 우린 시간이 필요합니다. 잊진 않으셨겠죠?”

박신부는 두어 번 헛기침을 하고 말했다.

“그・・・・・・ 당연히 잊진 않았네. 그런데 글쎄, 내일 당장 데려오라지 뭔가.”

현암은 대답 대신 고개를 푹 숙이며 한숨을 쉬었다. 박 신부는 당 황하여 변명하듯 말했다.

“나, 나는 꼭 서두를 필요 없다고 분명히 말했는데 말이지. 그 친 구가 워낙에……….. 꼭 책임지고 가르쳐 보겠다고 열을 올리는 바람 에……………. 허허. 그 친구가 그래도 천생 교육자라서 말야.”

“정말 내일입니까? 하다못해 사흘도 미룰 수 없나요?”

현암이 축 처진 목소리로 말하자 박 신부는 무안하여 고개를 돌리 며 대답했다.

“흠……. 그게 내 마음대로 되는 게 아니라서 말이야. 아무리 잘 아는 사람이라도 준후의 신상 내력에 대해 다 말할 수는 없지 않나. 그러니 어쩔 수 없이…….”

“어휴, 신부님. 우리 이러면 안 됩니다. 내일까지 어떻게 준후를 일반 국민학생・・・・・・ 아니, 학교에 적응하도록 만든단 말씀입니까? 아무리 준후가 똑똑하다 해도 제가 능력이 안 돼요.”

“나도 같이 애써 보겠네. 혼자보다는 둘이 낫겠지.”

결국 둘은 밤을 꼬박 새웠지만, 배우는 사람이 혼자인 이상 선생 이 둘이어도 별 소용이 없었다. 그리고 아무리 신동이라 해도 준후는 아이였다. 밤이 되자 졸음을 이기지 못하고 꾸벅거리며 졸더니 결국은 곯아떨어졌다. 각오를 굳혔던 두 사람에게는 허무한 일이었 다. 허나 아무리 급하고 가르쳐 줄 것이 많다 해도 두 사람 중 누구도 지쳐서 잠든 아이를 깨워서 다그칠 만큼 마음이 독하지 못했다. 결 국 두 사람은 마루가 꺼져라 한숨을 쉬어 대며 걱정하느라 밤을 꼬박 새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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