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라리스 랩소디 1권 – 1장 : 제국의 공적 – 2화

폴라리스 랩소디 1권 – 1장 : 제국의 공적 – 2화


뒷갑판의 선교에 앉아 있던 엘리엇 선장은 튀어나올 듯한 눈으로 수평선 위로 떠오른 여덟 개의 돛을 바라보았다.

“신이여!”

갑판 위를 달리던 선원들이나 제자리에 굳어 부지런히 성호를 그어대던 선원들도 그 장면에는 숨이 막히는 기분을 느꼈다. 해운국 카밀카르의 억세 고 거친 선원들도 여덟 개의 돛대가 동시에 나타나는 장면에는 공포에 가까운 감정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여덟 척이라는 숫자 때문은 아니다. 그 돛 대가 동시에 수평선 위로 나타났다는 것은, 그 해적 함대의 선원들이 어느 정도의 실력을 가지고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웬만 한 실력을 가진 뱃사람들이라면 여덟 대의 배들로 하여금 뱃머리를 나란히 하여 항해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 잘 알고 있다.

게다가 그 함대는 제국의 공적 1호 노스윈드의 함대인 것이다.

순식간에 배 위를 점거해 버린 공포의 기류는 레보스호의 선원들을 패닉 상태로 몰아갔다. 엘리엇 선장이 명령을 내리기도 전에 선원들 사이에서 고함이 튀어나왔고, 

“선수 돌려! 배 돌리라고!” 

그 고함보다 먼저 공포에 질린 조타수가 타륜을 세차게 돌려버렸다.

선체가 격심한 진동을 일으켰다. 배가 옆으로 크게 기울어지며 갑판 위의 선원들이 우당탕 소리를 내며 나뒹굴었다. 뱃전 가까이 있던 선원 하나는 날카로운 비명과 함께 바다로 떨어져 갔다. 엘리엇 선장은 무시무시한 욕지거리를 뱉어내었지만 그 역시 나동그라지지 않기 위해서는 선교의 난간을 부여잡아야 했다. 난간에 매달린 채 엘리엇 선장은 조타수에게 죽일 듯한 시선을 쏘아보냈다.

“네 이놈! 이 튀겨 죽일 놈! 타륜 제자리로 돌리지 못해!”

넋이 나가버린 조타수는 선장의 명령에 화들짝 놀라면서 타륜을 부여잡았다. 선장은 다시 갑판을 향해 고래고래 고함 질렀다.

“네놈들이 누구냐! 네놈들이 누구냐!”

선원들은 혼란에 빠져 있었기에 엘리엇 선장은 몇 번씩 고함을 질러야 했다. 선원들은 얼빠진 얼굴로 선교를 바라보았고 그런 선원들을 향해 엘리엇 선장의 추상같은 외침이 퍼부어졌다.

“네놈들이 그러고도 카밀카르의 뱃놈들이냐! 이 찢어 죽일 놈들, 내 말을 들어라! 갑판장! 종범 모두 접는다. 종범 모두 접는다! 노예장! 노예장! 최 고 전투 속도로 우회 기동, 우회 기동!”

선원들은 그제서야 우르르 돛대를 향해 달려갔다. 갑판 아래의 노예장은 채찍을 집어들 겨를도 없이 주먹을 휘둘러 가며 노예 노잡이들을 다그쳤다. 레보스호의 우측 노들이 거대한 역진을 시작하며 동시에 좌측 노들이 어지럽게 수면을 가르자 레보스호는 제자리에서 빙글 돌기 시작했다.

엘리엇 선장은 재빨리 다른 두 척의 배를 돌아보았지만 기함의 움직임을 본 다른 배들도 똑같은 움직임을 보이기 시작했다. 세 척의 배는 이제 완전히 반 바퀴 선회하여 다가오는 해적 함대에게 함미를 보이게 되었다.

“무기고 개방! 전투병은 전투 위치로! 포수장, 대포 모두 장전! 후방 대포는 장전되는 대로 겨냥할 필요 없이 모두 발사!”

전투병들의 발소리가 갑판을 요란하게 울리는 가운데 포수들은 재빨리 대포의 장전에 들어갔다. 하지만 엘리엇 선장의 의도는 포수장에게 명쾌하게 이해되었기에 포수장은 모든 포수로 하여금 후방 대포에 우선적으로 달려들도록 명령했다. 경이적인 속도로 장전이 완료되자 포수장은 지체없이 발 사를 명령했다.

“발사!”

쾅쾅쾅! 자욱하게 피어오른 포연 사이로 겨냥도 없이 발사된 포탄들은 모두 제멋대로 날아갔다. 삽시간에 거대한 물기둥들이 수면 위에 치솟아 올랐 지만 해적선에 명중하는 포탄은 하나도 없었다. 포격의 사정 거리가 아닌 것이다. 얼핏 보기엔 무모하고 쓸모없는 짓처럼 보이지만 여기엔 노련한 뱃 사람들의 지혜가 그대로 담겨 있다. 후방으로 발사된 대포는 우선 물기둥과 파도로 적의 추격을 방해한다. 그리고 동시에 그 반작용으로 자함에 추진 력을 더한다. 대포의 발사 반동이 그대로 배에 전달되는 것이다.

다른 두 척의 배에서도 똑같은 의도 하에 발사가 시작되었기에 해상에서는 거대한 카밀카르 갤리어스 세척이 용틀임을 하며 연속 발사를 시도하는 일대 장관이 펼쳐졌다. 쾅쾅쾅쾅쾅! 잠시 동안 포성이 숨쉴 사이도 없이 울려퍼졌고 치솟아 오른 수십 개의 물기둥들은 수평선을 가려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