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자 자국 – 1화


권위 있는 해석에 따르면 예언은 폭력입니다. 모든 예언자가 그 해석에 동의하죠. 그 모든 예언자가 도대체 몇 명이냐고요? 음. 당신은 통계의 장난 이 뭔지 아는 분이군요.

바이서스라는 그럭저럭 괜찮은 나라가 있습니다. 인접국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지는 못하지만 그건 어떤 나라도 해낸 적이 없는 일이니 그 때문에 바 이서스를 폄하할 수는 없을 거예요. 그 바이서스의 수도 바이서스 임펠에 한 남자가 살고 있었습니다. 직업은 보석 세공인이었고, 그 분야에서 나름 대로 탄탄한 지위를 가지고 있는 인물이었지요. 하지만 그를 아는 사람 대부분은 그를 보석 세공인으로 기억하지 않았어요. 그에 대해 물어보면 돌아 오는 첫 마디는 대부분 ‘아, 그 예언자였습니다.

그것은 농담이나 별명 같은 것이 아니었죠. 그는 진짜 예언자였으니까요. 누구도 그 능력을 부정할 수 없었어요. 자손들을 여름철에 어쩔 수 없이 생 기는 곰팡이쯤으로 여겼던 그의 증조할아버지도 그가 진짜 예언자라 했고 허튼 소리는 잠꼬대로도 하지 않았던 그의 외할머니도 그가 진짜 예언자라 고 했거든요.

그리고 자신이 예언자임을 그 남자만큼 확실히 증명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습니다. 그런데 그 유일한 예언자가 예언은 폭력이라고 믿고 있었습니다. 그러니 예언이 폭력이라는 것은 모든 예언자가 동의한 정론이 되는 거죠. 반대하고 싶다면 먼저 당신이 예언자임을 증명하세요. 그래야 그 남자가 당 신 의견을 들어주기라도 할 겁니다.

그 예언자는 왜 예언이 폭력이라 말했을까요? 예언자는 예언에 대해 말하는 것마저 짜증스러워 하지만 몇 가지 유념해 볼 만한 발언을 남기긴 했습 니다. 자, 생각해 보세요. 당신의 침실이나 화장실에 열심히 엿보기 구멍을 뚫는 사람을 목격하면 어떤 기분이 들까요? 어떤 느낌을 떠올렸다면 그 느 낌을 기억한 채 다음 질문에 대답해 보세요. 당신의 미래를 보는 사람을 보면 어떤 느낌이 들까요?

근사할 것 같다고요? 애석하군요. 예언자에 따르면 당신은 케케묵은 유행에 휘둘리는 사람입니다. 당신은 당신 미래의 주인이 아닙니다. 그러니 훔 쳐봐도 상관없는 거죠. 그게 아니라면 당신은 노출광일 겁니다. 무례하다고요? 유감이군요. 보통은 이렇게 자상한 설명도 없거든요. 예언을 요청 받 으면 예언자는 화를 바락바락 내면서 말한답니다.

“미래? 좋아. 오늘 밤 당신이 당신 부인하고 어떻게 뒹구는지 한 번 봐줄까? 당신 부인이 무슨 소리를 낼지 나도 궁금하네.”

면전에 대고 저렇게 말하다니, 너무하지요. 예언에 정나미가 떨어지게 하고 싶어서 하는 말인 모양입니다만 저래서야 도저히 요령이 좋다고 말할 순 없겠지요. 미래를 알기는커녕 모욕이나 잔뜩 당하게 되니 예언자에게 예언을 부탁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답니다. 예언자는 그 상황을 좋아했지요. 미 래를 조금도 보고 싶지 않았거든요. 보석 세공만으로 먹고 사는 것에는 아무 문제가 없었으니 아쉬울 것도 없었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