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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자 자국 – 111화


왕지네는 황급히 이루릴의 팔을 부여잡았습니다. 놀란 눈으로 쳐다보는 이루릴에게 왕지네가 외쳤어요.

“잠깐만! 당신 말대로면, 지골레이드의 딸이 밖에서 기다릴 텐데?”

“예?”

“지골레이드에겐 자식이 있어! 딸이 있다고!”

왕지네는 비밀을 폭로하듯 외치면서 동시에 자신이 왜 그런 당연한 이야기를 하는지 의아해했습니다. 이루릴은 왕지네의 말을 믿을 수 없다는 표정 을 지으면서 동시에 왕지네가 미치지 않았나 의심했지요.

“왕거미. 도대체 무슨 말을…………… 잠깐. 내가 당신을 뭐라고 불렀죠?”

“그야 당연히 왕거미라고 불렀지. 나는 왕지네 맞잖아. 응?”

서로를 멍한 눈으로 쳐다보는 이루릴과 왕지네를 보며 아일페사스는 공포와 절망이 엘프와 인간을 저렇게도 만들 수 있나 놀랐습니다. 그녀는 초조 하게 말했어요.

“이봐! 당신들 괜찮아?”

돌아온 대답은 놀라웠죠. 이루릴과 왕지네는 그녀를 돌아보며 동시에 외쳤어요.

“안 죽었어요?”

“…………그게 다수결로 결정되는 문제는 아닐 테지? 그러면 곤란한데. 나는 내가 살아있다는 의견을 고집하고 싶거든. 쳇. 당연히 살아있지! 비행기들 도 들이박고 땅도 들이박았지만 아직 생생하게 살아있어. 지골레이드가 아무리 나보다 연상이라 해도 내가 정신 나간 드래곤한테 죽…..?

이루릴과 왕지네의 혼란스러운 표정이 아일페사스에게도 떠올랐습니다. 드래곤과 엘프와 인간은 서로를 유령 보듯이 쳐다보았어요. 세 여성 모두 입을 열고 싶었지만, 그들 모두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알 수 없었어요. 그 상황에서 갑자기 들려온 생뚱맞은 소리는 사태를 더욱 요령부득으로 만들었 지요.

이상한 바퀴 소리가 들려왔어요. 인간과 엘프와 드래곤은 같은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어요. 유모차가 굴러오고 있군요. 세 여성에겐 이 세계의 물건 이 아닌 것처럼 보였지만 바퀴도 달려 있고 바람막이와 햇빛 가리개도 있는 그 물건은 평범한 유모차가 확실했습니다. 푹신푹신한 털의 들판에서 바 퀴 자체는 별로 소리를 내지 않았지만 굴대에서 나는 소리와 털들이 바퀴 옆면을 긁는 소리가 뒤섞여 기이한 소리가 났지요. 셋 중 누군가 비명을 지 를 법도 하지만 다행히 아무도 소리를 내지 않았죠. 유모차라면 그 안엔 아기가 있는 것이 일반적이지 않겠어요? 아기를 놀라게 하면 안 되죠.

유모차는 정확히 아일페사스에게 다가왔습니다. 아일페사스는 많이 다친 것치곤 꽤 민첩하게 일어나 유모차를 조심스럽게 멈춰 세웠어요. 세 여자 는 그 주위에 모여 안쪽을 들여다보았습니다. 이전에 그 유모차를 본 적이 있는 왕지네가 확인하듯이 말했어요.

“왕자님?”

유모차 안에서는 더할 나위 없이 만족한 얼굴의 왕자가 두 팔을 이리저리 흔들고 있었어요. 이루릴은 영웅적이랄 만한 위업을 해냈습니다. 정신을 차렸지요.

“왕비가 안으로 들어온 거예요! 지금 그녀는…………”

그때 그녀는 엄청나게 분노한 상태에서 그림자 지우개를 시에프리너에게 겨누고 있었습니다. 그림자 지우개의 덮개가 열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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