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자 자국 – 124화
아일페사스가 반색하며 말했어요.
“그거야! 무리스 왕 시절에 야물란의 커튼이 궁성에 들어가지 않았어?”
이루릴이 고개를 가로저었죠.
“야물란의 커튼으로는 이런 효과를 내기 어려울 거예요. 셈모 백작이 반역죄로 처벌되었을 때 그 가문의 비보들이 상당수 사라졌지요. 그 중엔 바모 비렌의 눈꽃이 있었는데……………”
“그건 겨울에만 쓸모가 있어. 여기 계절을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최소한 겨울은…………”
그녀들이 원한 것은 마법의 작용을 막아서 그녀들을 가두고 있는 물건이 과연 무엇일지 추측하는 것이었지요. 그걸 위해 아일페사스와 이루릴은 역 사 지식과 마법 지식을 숨쉴새 없이 쏟아내었죠. 두 사람 모두 관련 지식이 해박했기에 토론은 거세어졌고 그 때문에 그녀들은 세 번째 여인이 그녀 들을 물끄러미 보고 있다는 것도 눈치채지 못했습니다. 세 번째 여인은 어깨를 으쓱이곤 허리를 굽혔습니다.
“넌 어떻게 여기 들어왔니?”
이루릴과 아일페사스는 한 대 맞은 얼굴로 왕지네를 쳐다보았습니다. 왕지네는 유모차 앞에 무릎을 구부리고 앉아 왕자와 눈을 맞추고 있었습니다.
“꼭 내 말 알아듣는 것 같네. 그러면 잘 들어봐. 아가야. 엄마 아빠가 위험해.”
드래곤 레이디는 왕지네의 말에 깊이 동감했습니다. 특히 둘 중에서 왕비가 그러했지요. 프로타이스가 돌아오고 있었어요. 아일페사스가 판단하기 에 왕비에겐 자살조차 도피책이 될 수 없었어요. 프로타이스는 왕비를 언데드로 부활시켜서라도 자기 분을 풀 테니까요.
왕지네가 말했습니다.
“데려갈 수 있으면 좀 데려가줄래? 시에프리너가 있는 곳에.”
왕지네는 그렇게 말하며 유모차의 손잡이에 손을 얹었습니다.
다음 순간 유모차와 왕지네가 사라졌습니다.
아일페사스는 자신의 머리를 물어뜯고 싶은 드래곤처럼 보였어요.
“제기랄. 유모차 안에 뭔가가 있었던 것이군! 그 아기가 여기로 올 수 있었던 것을 보고 눈치챘어야 하는데. 유모차와 접촉해야만 오갈 수 있는 거 “야!”
이루릴은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그녀는 왕지네에게 유모차와 함께 돌아오라고 말하려 했습니다. 소리는 오갈 수 있으니까요.
예. 확실히 소리는 오갈 수 있었습니다. 그렇기에 이루릴은 갑자기 들려온 총성 때문에 하려던 말을 멈추고 말았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