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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자 자국 – 130화


예언자는 재와 연기의 언어로 다시 말했습니다.

“사랑합니다. 일어나세요. 화가가 되세요. 그 붉은 물감으로 내 몸에 그림을 그려줘요.”

왕비는 손을 얼굴 앞에 들어올렸습니다. 그 손엔 왕의 붉은 피가 잔뜩 묻어 있었지요. 왕비는 떨리는 손가락을 움직여 깍지를 꼈습니다. 그러곤 두 손을 두 다리 사이에 파묻고는 허벅지로 꽉 눌렀죠. 그녀가 말했습니다.

“뭐지?”

예언자는 불만스러운 듯이 말했습니다. “사랑합니다.”

“당신 지금 뭘 하고 있는 거지?”

예언자는 한숨을 내쉬었습니다. 그는 프로타이스와 함께 서 있는 왕지네를 돌아보았어요.

“미안해. 왕지네. 당신이 내게 준 것들을 생각하면 당신에게 무엇을 줘도 아깝지 않을 거야. 하지만 내 마음은 줄 수 없어. 그건 여기 있는 이 사랑스 러운 여인에게 이미 줬거든.”

멍하니 예언자의 말을 듣고 있던 왕지네가 논평했습니다.

“혀에 땀나겠네.”

드래곤 둘과 엘프 하나, 그리고 왕비까지 놀란 눈으로 왕지네를 쳐다보았습니다. 하지만 예언자는 웃었지요.

“처음 만났을 때부터 당신이 옳았어. 내가 바보야.”

왕지네의 오른쪽 눈에 눈물이 조금 고였습니다.

“그러지 마.”

“이젠 안 돼.”

예언자는 갑자기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그리고 그곳에 있는 모든 이들을 향해 말했습니다. 그 어투가 마치 경매인 같았습니다.

“그런 거죠. 제가 솔베스에서 만났던 화가가 바로 바이서스의 왕비라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 저는 그토록 저를 원했던 그녀를 사랑하지 않을 수 없 게 되었습니다. 그녀는 언제나 저를 원하고 있었어요. 고문을 가하고 정체를 숨겨 제 아이를 가지면서까지 저를 가지고 싶어했죠. 그런 여자를 어떻 게 싫다 하겠습니까. 그런데 제게 주어진 행운은 그 정도가 아니었습니다. 그건 당연하지요. 저는 모든 여자들의 남자거든요. 미래를 아는 남자 말입 니다. 예. 저를 원하는 다른 여자가 있었습니다. 저기 있는 왕지네가 바로 그 여자입니다. 그녀는 제 슬픔을 가져가 주려 했고 저를 감옥과 광산에서 구출했으며 이곳까지 저를 찾아왔습니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저는 그녀를 받아들일 수는 없었습니다. 제 몸은 하나니까요. 물론 저도 알고 있습니다. 같은 문제가 왕비에게도 있다는 것을. 그녀에겐 이미 왕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건 탄환 한 발로 해결될 수 있는 문제였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곳까 지 저를 구하러 온 왕지네의 총을 빌려 왕을 쏘았습니다. 애석하게도 제 사격 실력이 형편없어서 왕을 죽이는 대신 파멸의 알을 깨고 말았군요. 하지 만 왕은 저렇게 죽었습니다. 저와 왕비는, 그리고 우리의 아이는 기나긴 길을 돌아 마침내 이곳에서 만났습니다. 우리 세 사람을 축복해 주세요.” 프로타이스가 이 현실에서 다시 떠나고 싶은 충동을 느끼며 말했어요.

“그게 뭐야?”

“오늘의 날씨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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