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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자 자국 – 78화


“사격 중지! 사격 중지! 환영이다. 환영이라고!”

왕은 사방을 향해 고함을 질렀습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총성을 울리고 있는 상황에선 무의미한 짓이지요. 근위병들은 왕이 유탄에 맞을까봐 황급히 그를 끌어당겼습니다. 격노한 왕은 장검을 뽑아 그들을 물러나게 했습니다. 왕은 억울함과 노여움에 목소리가 갈라지는 것도 모른 채 외쳤습니다.

“이럴 틈이 있거든 병사들이나 말려! 저건 환영이야! 죽은 캇셀프라임이 어떻게 우리를 공격한단 말이냐! 길시언 왕자가 왜 바이서스를 공격한단 말 이냐! 정신 차려라, 바이서스의 병사들아!”

왕의 거듭된 외침이 겨우 주위의 몇몇 사람들에게 전달되었습니다. 그들도 가까스로 뭔가가 이상하다는 것을 느꼈지요. 그 중엔 좀더 발전된 사고를 하는 이도 있었어요.

“하지만, 전하. 왕비 전하의 은혜로 이곳에는 마법 방어 도구들이 즐비합니다. 이런 곳에서 어떻게 마법으로 사람을 속일 수 있을까요?”

왕은 내가 알게 뭐냐고 말하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누군가의 비명 때문에 그러지 못했지요.

“와, 왕비 전하!”

고함을 지른 것은 어떤 상사였습니다. 왕은 불길한 예감을 느끼곤 황급히 상사에게 다가갔습니다. 상사는 눈치 빠르게도 왕이 묻기도 전에 외쳤지 요.

“전하! 왕비 전하가 저 밖에 계십니다! 조금 전 왕자 전하와 함께 산책을 나가셨….”

왕은 비명을 지르곤 황급히 달렸습니다. 그는 병사 한 명에게서 라이플을 뺏고는 그대로 왕의 말 퍼시발에 뛰어올랐습니다.

“근위병들은 나를 따르라! 상사?”

상사는 지체 없이 손으로 방향을 가리켰습니다. 왕은 그대로 말을 몰아 달려갔습니다. 위험하기 짝이 없는 짓이었지요. 주위에선 공황에 빠진 병사 들이 여전히 하늘과 땅을 향해 마구잡이로 총을 쏘아대고 있었거든요.

한편 왕비는 어리둥절함과 분노에 휩싸여 하늘을 보고 있었습니다. 하늘을 뒤덮고 있는 고대의 악몽들은 크기와 형태뿐만 아니라 비행 궤도가 모두 달라서 마치 벌떼의 비행을 보는 것 같았어요. 날아다니는 벌떼는 커다란 덩어리로만 파악할 수 있을 뿐 벌 한 마리 한 마리를 눈으로 좇는 것은 불가 능하죠. 하지만 드래곤은 그 장대한 크기와 워낙 인상적인 모습 때문에 주위의 혼란 속에서도 두드러졌지요.

그래서 왕비는 조금 전 똑같은 드래곤들이 뒤섞여 있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어요. 왕비는 전혀 다른 위치에서 프로타이스를 세 마리 보았습니다. 왕비는 땅으로 시선을 옮겼습니다. 역시 커다란 것들이 파악하기 쉬웠죠. 그덴산의 거인은 넷이나 있었습니다. 바이서스 인들에겐 너무도 친숙해서 눈에 쉽게 들어오는 것도 그 숫자를 파악하기 쉬웠습니다. 저주에 걸려 소로 변한 명마를 타고 다녔다는 길시언 왕자를 본 왕비는 완전히 정반대 방 향에서 똑같은 왕자를 볼 수 있었습니다. 왕비는 왕과 같은 판단을 내렸습니다. 그것은 환영이었습니다. 그것도 속이고 싶지도 않다는 듯이 대놓고 가짜임을 주장하는 환영이었지요. 보나마나 엄청난 노고가 들어갔을 그런 기적을 그렇게 낭비해 버리는 건 어떤 미치광이의 소행일까요?

가시려던 두려움이 더 큰 모습으로 변해 왕비를 덮쳤습니다.

잠깐 동안의 혼란만이 목표라면 그것은 공을 너무 들인 재주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조금만 관찰하면 가짜라는 것을 알 수 있는 거짓말로 토벌군을 속여 넘길 수 있다고 믿는다면 그것은 바보일 겁니다. 그리고 예언자는 오늘 이 시각에 분명히 프로타이스가 온다고 말했습니다. 왕비의 입에서 고통 스럽게 단어 하나가 흘러나왔습니다.

“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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