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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자 자국 – 82화


프로타이스는 우울했습니다. 머지않았다는 느낌이 들었거든요.

그의 예상대로였어요. 구층탑은 장구한 세월 동안 그림자 지우개를 확실히 약화시켰지요. 수치화해서 말할 수는 없지만, 프로타이스는 이제 곧 그것 이 부서질 거라고 확신했습니다.

‘아무래도 성공할 것 같군.’

성공의 전망이 그의 의욕을 감퇴시켰습니다. 프로타이스는 그냥 집어치우고 다시 방랑을 떠나는 것에 대해 생각해 보았습니다. 그렇다면 드래곤들 은 그를 비난하겠지요. 그 전망은 매혹적이었습니다.

그런데 지상을 보던 왕비가 갑자기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았습니다. 그것도 뭘 찾는 것처럼 두리번거리는 것이 아니라 한쪽 방향을 똑바로 응시했지 요.

바로 프로타이스가 있는 방향이었어요.

프로타이스는 유쾌해졌어요.

조금 전까지 우울함을 느꼈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을 만큼, 이루 말할 수 없이 좋은 기분이었죠. 바람이 몸에 박힌 보석들을 문질러 불꽃을 만들어내 는 것 같았습니다. 사백 년 전 디시노에 인어 문제로 드래곤 레이디와 싸우다가 서로 머리를 들이받은 이후로 그렇게 좋은 기분은 처음이었죠(그건 정 말 대단한 박치기였습니다. 디시노에 인어의 전승에 따르면 세상은 사백 년 전 두 드래곤의 박치기에 의해 창조된 걸로 되어 있지요.).

‘이거 봐라. 저 꼬마한테 들켰단 말이지? 조금만 더 하면 성공인데?’

춤추는 성좌는 웃음을 터뜨렸습니다. 어느덧 형식적으로 변해버린 압박이 바뀌었습니다. 프로타이스는 자신 전체를 그림자 지우개에 퍼부었어요. 그것은 대해일이 조그만 배를 덮치는 것 같았습니다. 배를 뒤집는 것이 아니라 용골 방향을 축 삼아 고속회전 시켜버릴 대해일이었지요.

마침내 더 견딜 수 없다는 듯 프로타이스는 아래를 향해 급강하했습니다. 하늘에서 압박만 퍼붓는 것이 성에 차지 않았던 게죠. 땅을 향해 쏘아진 하 늘의 화살처럼 내리꽂히며 프로타이스는 포효했습니다. 유피넬과 헬카네스에게 보내는 감사처럼.

왕비가 덮개를 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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