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악서생 1부 – 20화


천수성자의 금침지의..?

호오- 내가 대충 만든 명칭과 비슷하네?

흠… 역시 엄청 잘 나가는 수법이나 사람의 별호에 들어가는 글자는 한정되어 있나 보다.

기본적으로 천(天), 성(聖), 대(大), 왕(王), 황(皇).. 이런 글자들 말이다.

음… 몽몽의 촉수가 대교의 몸 여기 저기에 위치해 있다.

하지만 지난번과는 촉수 끝이 좀 달랐다.

그때는 끝이 오징어 흡판 같은 형태였는데 지금은 말 그대로 뽀족한 ‘침’이었다.

[승읍혈(承泣穴), 거골혈(巨骨穴), 견정혈(肩井穴) 순으로 시침한 후, 극천혈(極泉穴)과 신봉혈(信封穴)은 동시에 취합니다.]

말과 동시에 몽몽의 촉수..’침’은 대교의 눈 밑을 찔렀고 이어 어깨 부분을 찌르고..

다음은 가슴..? 에 구구.. 대교의 분홍빛 유두 옆에도 무자비하게…

[…연액혈(淵液穴), 영태혈(靈台穴)….]

….평소에 무협지를 읽던 가락이 있어서 인지, 몽몽이 줄줄이 늘어놓는 ‘혈도’의 명칭들이

나도 잘 아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물론 곰곰이 생각해 보면 역시 내가 전혀 뜻을 모르는 용어라는 것이 확실해지지만….

[여성의 신체 위치 변경에 협조해 주십시오.]

응..? 그러지 뭐.

나는 몽몽의 요구에 따라 대교의 손바닥을 펴 보이거나,

다리를 들어 관절이 접히는 안쪽에 몽몽이 침을 놓기 쉽게 도와주었다.

얼마 후에는 대교의 몸을 뒤집어서 엎드린 자세로…

그러고도 한참을 더 등이며 척추 부위며 여기 저기 침을 놓는다.

우….

의료행위가 아니라 애 하나 잡는 거 아닌가 하는 불안감 마저 든다.

…근데.. 엎드린 자세의 대교..

엉덩이가 마치 잘 익은 복숭아처럼 탐스럽다.

음.. 방금 생각은 결코 ‘음심’이 아니다.

진짜다, 그냥 그 만큼 예쁘다는 뜻으로써,

에.. 그러니까 난 단지…

[여성을 다시 본래 자세로 돌려놓으십시오.]

어, 그래, 그래…

흠, 흠… 자 다시 천장을 바라보는 자세로 편안히..

어..? 대교의 몸 전체가 조금씩 움찔거리기 시작한다?

대교의 얼굴을 보니 고통스러워하는 듯한 표정..

아니, 단순히 고통스러워하는 것이 아니라 웬지 환희에 찬 표정 같기도 하고….

[신체 기능이 급속히 회복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백회혈(百會穴)을 개방하겠습니다.

제가 신호하면, 주인님은 최대한 빨리 자리를 피하십시오.

사정거리는 최소 10미터입니다.]

뭐? 피하라고? 사정거리..? 이게 뭔 소리야?

어… 몽몽의 촉수 하나가 대교의 머리 한가운데 정수리 쪽으로 향하더니 거기에 침을…

[GO!, GO-!!]

모, 모야!

나는 느닷없는 몽몽의 영어 명령에 놀라 반사적으로 몸을 돌려 뛰었다.

으이썅! 10미터 밖으로 뛰라고? 시간은? 1초? 2초?

나는 순간적으로 가까운 곳에 바위 같은 엄폐물이 없다는 것을 확인하고는 방향을 연못 쪽으로 잡았다.

연못가에 거의 도착하는 순간, 등 뒤 대교가 있는 쪽에서부터 알 수 없는 기운이 콰악! 전신을 쳐왔다.

으와압-!

나는 거대한 압력에 밀려 종이 인형처럼 날아 수면에 처박혀 버렸다.

당황한 마음에 잠시 허우적댔으나…

깊지 않은 수심인 걸 이미 알고 있었기 때문에 어렵지 않게 몸을 가누고 고개를 들 수 있었다.

으-푸푸-!! 이게 뭔 일이야?

“야! 임마, 방금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주화입마에 빠지기 전까지 축적된 에너지가 주인님이 조제한 약,

금침술로 인해 증폭되어 일시에 발산되는 현상이었습니다.

대교라는 여성은 조금 전 그 에너지를 조절할 능력이 없었습니다.

에너지 발산의 위력이 제 계산보다 15.4% 위였기 때문에

주인님의 위기 극복 능력이 아니었으면 다소의 위험이…]

“닥쳐, 새꺄! 너 그러고도 고급형 로봇이냐? 응?

내가 만약 좀 전의 바람 아니 대교의 내공 방출에 밀려

어디 바위에라도 헤딩했으면 어쩔 뻔했어. 으… 설마 너, 주인 바꾸고 싶어서 일부러….”

[주인님의 위기 극복 능력과 조금 전 상황을 계산해 보면

치명상을 입을 확률은 1.7%. 이는 20대 남자의 취침 중 돌연사 비율과 비교해도 높지 않은….]

“됐네, 됐어… 내가 말을 말아야지. 으휴..!”

나는 툴툴거리며 연못가로 기어올랐다.

그때, 대교의 애절한(?) 고함소리가 들려왔다.

“곡주님-? 무슨 일입니까! 연못에 빠지신 것입니까?

어, 어째서- 곡주님-! 소녀가 가겠습니다-.”

오… 치료가 되긴 된 모양이네?

손가락 하나 까닥하는 것도 힘겨워하던 애가

팔팔하게 일어서서 이쪽으로 오려고 허우적, 비틀비틀…

..모야? 완치가 안 된 건가?

왜 저렇게 버벅대는… 가만..? 에-?

“곡주님..! 어째서 갑자기 연못 같은 곳에…”

“동작 그만! 멈춰!”

대교가 기운찬(?) 내 명령을 듣고 안도하는 표정으로 멈추어 섰다.

나는 당황한 대교가 내 쪽으로 오려 하다가

자꾸 미끄러지고 비틀댔던 ‘원인’을 없애주어야 했다.

“눈 떠!”

눈을 뜨고 내가 연못가에 무사한 모습으로 서 있는 것을 확인하고는 환하게 웃고..

그리고 그제서야 제 몸의 상태를 확인하며 눈물을 글썽이는 대교에게 다가갔다.

으… 이 못 말리는 무댓보 불사파 충성 소녀…

“…또 땀났다. 연못에서 목욕이라도 좀 해.”

“그, 그럴 수는.. 곡주님께서도 젖은…”

나는 손바닥을 펼쳐 갑자기 대교의 맨 등을 짝! 소리나게 쳤고, 놀란 대교는 꺄약! 낮은 비명을 울렸다.

“실시!”

“…조, 존명!”

짜슥이, 목욕하라면 할 것이지, 빠져 가지구 말야..

…잠시 ‘진유준 하사 모드’였다.

대교를 연못으로 보내고 나서 나는 주섬주섬 물건들을 챙기다가.. ‘공청석유’가 담긴 옥병을 발견했다.

가만..? 몽몽 녀석 이건 왜 가져오라고 했던 거지?

음… 지금 몽몽도 별 말없고.. 일단 씻기고 나서 먹여도 되겠지 뭐.

난 먼저 옷을 갈아입고, 공청석유를 제외한 약병이란가 물건들을 모두 석실에 원위치 시키고 나서 대교가 입을 새 옷을 연못 옆 탁자에 가져다 놓고,

그리고 내가 가져온 음식들을 바구니에서 꺼내 탁자에 늘어놓고..

그러다가 문득 누군가가 날 쳐다보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여기 뭐, 딴 사람이 있겠는가 연못에 몸을 담그고 있는 대교…

왠일로 내 쪽으로 등을 보인 채 부끄럼을 타는 자세로 힐끔거리는데..

뭐랄까, 신기한 구경을 하는 표정?

하긴, 내가 군대 갔다 온 사람 특유의 신속한 주변 정리 능력(?)을 발휘하는 것이 이상해 보일 지도 모르겠다.

원판 짜식은 뭐든 주변에서 다 해주고 청소라던가 물건 정리 따위를 지 손으로 하는 법이 없었을 것이니까 말이다.

얼마 후…

나는 새 옷을 입고 내 앞에 다소곳이 앉아 있는 대교에게 가져온 음식을 권하고..

그리고 나는 탁자에 팔을 괴고 앉아 생각에 잠겼다.

마봉후가 남긴 두 권의 무공서 중에 ‘요하검결’은 절정의 검술을 담고 있고 ‘수라진경’은 내공운용법이 기재된 책이라고 했다.

대교는 오늘 새벽녘 수라진경에 수록된 된 대로 내공운용을 시도해 봤는데…

나도 알고 있을 정도로 상식적인 부분.. 즉, 요구되는 적정 내공을 갖추지 못한 상태에서는 상승의 운용법을 제대로 쓸 수도 없거니와,

잘 못하면 그대로 ‘주화입마’에 빠질 수도 있다는 점을 망각하고 무리해서 계속하다가 그런 꼴을 당했다는 것이다.

사고 순간에 대한 대교의 고백은 이랬다.

“..마봉후님의 내공 심결은 너무나 오묘하고 신비로웠습니다. 생전 처음 접한 놀라운 경지에 그만.. 소녀가 행공을 멈추지 못했습니다.”

흠..! 결국 이 아이도 천성이 ‘무인’이라는 얘긴가?

매력적인 무공 구결에 마음을 빼앗겨 저 죽을지도 모르고 달려들다니…

나야 뭐, 누가 장풍, 검기.. 그런 거 뿜어내는 걸 직접 봐야 멋지다는 생각을 하는 정도지, 학술적인(?) 부분까지 매력적인지 오묘한지 어쩐지는 모른다.

어쨌든 대교가 마봉후의 무공이 그만큼 마음에 든다니 다행이다.

부족한 내공이야 이제부터 부지런히 영약을 먹으며 키우면 되는 거고…

내가 대교에게 오히려 감탄한 것은 이 아이가 하룻밤 사이에 무공기서 두 권을 다 외워 버렸다는 점이다.

평소 하는 행동을 생각해 보면.. 나에 대한 무댓보 과잉충성으로 인한 행동은 빼고..

매우 영리하며 응용력도 뛰어난 소녀..로 나는 보았었다.

거기다가 이 정도 암기력이라면 일단 몽몽이 말한 ‘무공 학습력’은 합격점인 것 같은데…

그럼 남은 건 ‘영약’을 먹이며 내공을 키울 스케줄 짜는 건가?

어.. 가만? 공청석유라는 이 약, 어디서 많이 들어 본 것 같다 했더니..

톡!톡!톡!

“야, 몽몽..! 이 공청석유 말이야. 무림인이 마시면 무적의 내공을 얻는다는 그거지? 맞지?”

흐… 무협지에서 자주 봤다는 말은 뺐다.

[ 말씀하신 고밀도의 영약은 공청석유(空淸石乳)입니다. 현재 이 곳에 있는 것은 공청석유(空靑石乳)입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