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악서생 1부 – 74화
고작 이 정도 기간동안 여자를 멀리했다고 망가질 정도면 정말 나도 여자를 주위에 달고 살아야 한다는 거야? 이거, 뜻하지 않은 문제인 걸..?
- 후후~ 좋겠군.
넌 조용히 해, ‘본능’아.
“몽몽.. 딴 방법은 없는 거냐?”
[ 기존 육체 사용자가 병행한 것으로 추정되는 비주류 의료 행위로는 타 신체의 혈액을 다량 체취, 정제하여 장기간 섭취하는 것입니다. ]
……그거, 피 빨아먹었단 말이냐? 놈이 많은 사람에게서 조금씩 ‘헌혈’받아서 그랬을 거 같진 않고… 극악 변태에 흡혈 살인마.
아무리 자기가 살아남는 방편이라고 해도 그렇지, 원판 녀석 너무했군.
“또- 다른 방법은..?”
[ 기타 부수적인 의료행위가 존재하나 이 시대 특성상 가장 유용한 방법으로 그 두 가지가 상용된 것으로 추정됩니다. 저희 시대 의료 기법을 응용한다고 해도 보다 안전한 대안을 제시하기 어렵습니다. ]
알 수 없는 어두운 공간이다. 수많은 여자들과 놀아 나고 있는 나.. 내 손에 들린 술잔에는 술 대신 시뻘건 핏물이 담겨져 있었다.
피 묻은 입술로 여자들을 농락하고 피 속에 잠겨가며 여자들의 정혈을 갈취하는 극도로 사악한 저 모습.. 뭐냐, 왜 이런 놈이 나지..? 왜 내가 이러고 있지..?
아, 쓰벌..! 피는 또 왜 이렇게 달고 맛있어? 왜 이렇게 마실수록 기분이 상쾌한.. 나 미쳤나..? 내가 미쳐 가는 거냐…?
“아-이, 썅~!”
정신이 약간 돌아오니 욕부터 나오는 군. 낮잠 잠깐 자면서 그렇게 지독한 악몽은 처음이었다.
으으- 게다가 지금, 몸이 말을 듣지 않는다. 열이 올라 눈앞이 흐릿한 것이 잘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흐릿한 시선 너머로 소교가 얼핏 보인다. 그녀의 시선이 웬지 빛을 발하는 듯한 환시 현상이….
“몽몽.. 어떻게 든 막아. 너.. 나 진유준.. 깨어났을 때.. 이 몸에 니가 말한 조치 같은 것..들.. 있었으면.. 너 죽고 나 죽는 줄.. 알아!”
으으~! 하지만 정말 어지럽다. 나, 졸도…!
“이런-! 곡주께서 이 지경이 되시기까지 자네들은 뭘 한 것인가.”
조금 낯익은 음성이 들려와 슬며시 돌아보니 비화곡 사설 종합 병원 즉 ‘의화각’의 원장, 아니 의화각주가 눈살을 찌푸린 채 소교 이하 자매들을 야단치고 있었다.
“설사 곡주께서 원치 않으신다 해도 자네들이.. 아니, 정히 그러면 비취각주나 내게 상의해서….”
상의해서 뭐, 여자들 데려오라고..? 어디서 사람 잡아다 피를 뽑아 오려고..? 이봐, 나 진유준이 정말 극악 음란 흡혈 살인마 되라고..?
“..안돼!”
놀라는 사람들 앞에서 나는 억지로 몸을 일으켜 앉았다. 땀으로 온 몸이 진득하게 젖은 것이 느껴지고 여전히 어지럽다.
“이봐 들, 나 이 정도로.. 응..?”
억지로 웃어 보이려던 입가에 뭔가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설마- 하며 손등으로 문질러 보니 약간의 선혈이 묻어 난다.
“이거 뭐야, 누가.. 무슨 짓 한 거지..?”
내 질문에 선뜻 대답하는 사람이 없다. 섬뜩한 느낌..! 아까의 악몽..! 설마 꿈속에서처럼 내게 여자와 피가 제공된 것인가..?
“내게.. 뭘 먹인 거냐.”
간신히 입을 열어 다시 묻자 소교와 자매들이 조심스럽게 자신들의 손을 들어 보인다.
“곡주께서 너무 괴로워하시어, 임시 방편으로…”
그녀들의 손가락 끝이 붕대에 감겨있었다.
그 뭐시냐, 옛날 드라마에 가끔 나오는- 손가락 끝을 깨물어 피를 내고 그 피를 위급한 환자에게 먹이는.. 그 감동적인(?) 장면을 연출했다는 얘기였다.
상황을 털어놓는 소교의 말에 따르면, 본래는 비몽사몽 정신없는 내게 자매들이 매우 낮 뜨거운, 응응응- 한 방법으로 ‘음기’를 제공하려고 했는데, 내가 그 상태에서도 거부하더란다.
음, 역시 난 바른 생활 청년! 아니 아무래도 몽몽이 혼수상태의 내 몸을 유도해 그렇게 한 것 같긴 하지만….
“비록, 곡주님의 상세를 방관한 죄가 무거우나 자매들이 나름대로 정성을 보였으니 진노를 푸시는 것이…”
의화각주가 새삼 날 진맥하며 그렇게 자매들을 비호하는 말을 한다.
이 사람 좋은 의화각주가 과거 강호의 공적 1호인 혼세인마(魂洗忍魔).. 뭐라는 마인이었 다니 믿어지지가 않는 군.
그보다 내가 ‘진노’할 뻔하긴 했지만, 그건 나에게 여자의 음기와 사람의 피를 제공한 경우이고 그런 것이 아니라면 화낼 일도 없지. 에구-! 다행이다. 정말 ‘극악..’ 되는 줄 알았다.
근데 날 진찰한 의화각주의 표정이나 태도가 좀 이상한 걸..?
“이상하군, 정말 이상해- 역시.. 체내 독의 비율도 이상이 없고.. 양기의 손실도 없었고.. 분명 앞으로 몇 년은 충분히.. 헌데 어째서…”
중얼거리는 의화각주의 말은 몽몽이 했던 말과 일치한다.
원판이 자기 몸 관리에 워낙 노력을 기울였기 때문인지 적어도 몇 년은 그냥 버틸 수 있는 것이 맞다.
사실 이미 나 자신도 조금씩 느끼고 있던 참이다.
어느 순간 그런 생각이 들었다. 몸이, 원판의 몸이 내게 화를 내고 있다는.. 그런 느낌.
좀 우스운 이야기인지 몰라도, 내가 이 허약한 신체에 불만이 듯 예의 ‘허약한 신체’도 현재의 주인인 나 진유준의 영혼이 달갑지 않을지도 모른다.
결국 나중에 배신 때리기는 했어도 전 주인 ‘극악..’ 진하운은 자신의 몸을 아끼기는 했다.
하루도 거르지 않고 여자를 섭취(?)하게 했으며 손수 수십 수백 명의 피를 빼내 마셨다고도 한다.
그런 전 주인과 달리 현재의 주인은 ‘바른 생활 청년’으로써 여자를 멀리하고, 뻑하면 자존심 타령으로 산길 직접 걷기 따위로 육체를 혹사시키기만 하고….
말하자면 요 며칠 간 갑자기 더 쇠약해지고 맛이 간 건- 육체의 반란, 파업, 주인에 대한 ‘게김’인 것이다.
“그럼~ 뭐, 확실히 인식 시켜 주어야겠군..!”
결론을 내린 나는 그렇게 중얼거리며 일어섰다.
의화각주가 웬지 질린 듯한 표정으로 내게서 물러나 있었다.
“응..? 왜?”
“아, 아닙니다. 방금 어쩐지 곡주께서 예전의 모습으로 보여서…”
뭔 소리야?
..뒷말이 궁금해지는 말이긴 하지만 나중에 듣자. 지금은 떠오른 생각을 실천하는 것이 먼저이다.
밖으로 나온 후, 걱정하는 자매들을 앞세워 본단 앞 계곡으로 향했다.
“..지금부터, 내가 무얼 해도 놀라지 말고 방해하지 말 것!”
“존명!”
대답은 했지만, 상당히 놀라는 모습들이었다.
여자애들 앞이라 다소(?) 쑥스럽긴 했지만 나는 입고 있던 옷을 벗었다.
군대에서처럼 팬티까지 벗기는 좀 그래서 일단 팬티 바람이 된 나는 그대로 계곡 물 속으로 뛰어 들었다.
“곡주님!”
느닷없는 내 행동에 어지간히 놀랐는지 꺄악-!하는 비명소리도 섞여 있었다.
톡!톡!톡! 일단 통역을 중지 시켰다.
“자아- 어떠냐, 이 놈아. 현재 니 주인은 이런 놈이다.”
나는 얼음 동동 떠 다니는 한 겨울의 계곡 물 속에 몸을 담그고 목만 내 놓은 자세로 히죽거렸다.
“까불지 말고 잘 인식해. 나와 있으면.. 나와 지내려면 이런 것에 익숙해야 해. 전의 주인과 지낼 때처럼 해주길 바래..? 꿈도 꾸지 마. ‘극악..’ 놈은 너에게 매달리다 결국 아예 바꾸려고 했지. 난 달라. 비록 어쩔 수 없이 너와 합쳐졌지만, 난 버리지 않아.”
육체에게 말을 걸다니.. 미친 짓도 참 여러 가지라 는 생각이 들긴 한다만, 그래도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 면 너무 답답했다.
“어떻게 든 니 놈을 단련시키겠다. 나 역시 언제 널 떠나게 될지 몰라도, 그래도 그 때까지는 널 단련시키겠다.”
으으으~ 그래도 그렇지, 너무 차갑다. 온 몸의 피부가 감각을 잃고 심장이 오그라드는 느낌….
“제기랄-! 비명을 지르고 싶으면 질러라. 내가 들어주겠다. 제기, 제기- 미안하다. 그래 미안했다. 함께 있으면서 널 깔보기만 하고..!”
이 날의 내 행동에 대해 더 묘사하기는 좀 그렇다.
물 속에서 군가를 한 열 곡은 불렀던 것 같고 특히 물 새가는 두 세 번쯤..?
아, 뭐- 그런 내 행동이 설득력이 있었는지 어쨌는 지 몰라도 어쨌든 녀석(?)도 납득을 한 모양이다.
며칠이 지난 지금, 나는 오랜 병상(?)에서 벗어나 이렇게 다시 창가에 앉아 있게 되었다.
뭐, 콧물 조금 흐르는 정도는 봐주자.
그래, 그러고 보면 이 놈(앞으로는 원판의 육체라고 부르지 않기로 했다.)과 나의 공통 취미(?)도 있긴 했다.
“곡주님. 주안상 마련되었습니다.”
반사적으로 꼴깍, 군침이 먼저 넘어 간다.
정신없어서 잠시 잊고 있었는데, 한룡소로 따져 나 온 대교와 동생들의 만남.. 보기 좋았다.
난 자리를 비켜 주고, 겸사겸사 근처에서 꽤 한참을 몽몽이 제공하는 데이터를 점검했었다.
당근, 이 비화곡은 나가는 것도 들어오는 것도 어렵다. 그 동안 알아 낸 가장 빠른 탈출 루트는….
“여기, 이 곳에서 출발해서 이렇게……”
펼쳐 놓은 지도의 한 쪽으로 주욱 그어지는 내 손가락 끝을 자매들의 시선이 동시에 따라 오고 있었다.
목적지까지 대교 걸음으로 하루면 충분할 것 같았다. 공공보법(空空步法)까지 익힌 지금의 대교라면 적어도 ‘사람’에게는 들키지 않고 이동할 수 있을 것이다. 문제는 그 지역에 펼쳐진 갖가지 ‘죽음의 진’이었다. 이 것 때문에 나도 한동안 머리께나 아팠지만, 결국 완성은 했다.
“이건 각 장소마다의 와해식이야. 출발하기 전에 숙지하고…”
프린터로 깔끔하게 뽑아 내면 좋으련만, 소교 시켜서 쓰게 했다. 음- 그게 중요한 것이 아니지.
“곡주님, 이건…?”
이 것 저 것 챙겨 주는데, 대교가 한 가지를 가리키며 의아한 표정이 되었다. 이 곳에서는 화탄(火彈)이라고 통칭되는 그 건 말하자면 ‘신호탄’이다.
“그거.. 쓰지 않는 상황이 되면 좋지만, 만약의 경우 여길 나가지 못한 채 사고라도 당하면 그걸 사용해. 상황이 어떻든 반드시 구해 줄 테니.”
음, 확실히 비화곡 안에서 대교가 발견되면 여러 가지로 곤란해지겠지만 그래도 어쨌든 살고는 봐야 하니까. 아아.. 나름대로는 그렇게 여러 가지로 신경을 써서 서바이벌 장비를 챙겨 주었지만, 그래도 불안함이 가신 건 아니었다.
대교가 출발한 후, 나와 소교 자매들은 하루 웬 종일 하늘 만 보았다. 자매들과 처소로 돌아 온 다음에도 한 며칠 그랬다. 신호탄이 하늘에 떠오르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비화곡에서 현재의 나만큼 많은 진법 데이터를 가진 자는 없다. 몽몽의 분석도 그 만큼 정확했다는 얘기고.. 암튼 다행이었다.
다시 얼마 후에는 내가 보낸 고수들과 무사히 도킹 했다는 보고가 들어왔고, 며칠에 한 번 꼴로 계속 소식이 들어온다. 아프기 전까지는 보고서 읽는 재미로 살았는데, 오늘은 그간 밀린 거나 읽어봐야겠다.
화산파 출신의 고수를 만났는데 약간 고전했으나 무난히 격파, 형산파(衡山派)의 차기 장문인 후보와 대 결, 점창파(點蒼派)의 사일검법을 견식…
대부분이 몽몽을 통해 내가 미리 뽑아 놓은 고수들 명단대로 인데, 가끔은 엉뚱한 자가 끼어 들 때도 있는 모양이었다.
관외흉살(關外凶殺)? 이건 또 뭐야?
관외흉살, 마봉낭자의 미모를 탐내 도전…?
아가씨께서 불쾌하실 것 같아, 저희들이 처리..?
음, 그러고 보니 이런 보고서 받는 횟수가 점점 늘고 있다.
마봉낭자를 비화곡주가 직접 양성한 사실을 알고 있는 것은 총관뿐이다.
‘신비감’을 조성하는 것도 괜찮을 것 같아서, 대교의 행적도 모두 비밀스럽게 이루어지도록 명령했었고 대교는 얼굴도 가리고 있을 텐데, 참 소문이란 무섭군.
벌써 이쁘다고 알려졌단 말인가..?
음혼색불(淫魂色佛)..?
음혼색불, 제자 5인과 함께 수를 써 아가씨께 미혼향(迷魂香)을 사용…?
가만, 미혼향이라면 노루표 무협지에 자주 등장하는 그 춘약(春藥)..? 중독되면 이성을 찾아 관계를 가져야 죽지 않는다는..?
어떤 새낀지 그런 지저분한 약을 대교에게- 제기, 흥분하지 말고 보고서를…
..아가씨께서 내공으로 해독하는 동안 음혼색불과 제자 5인은 저희들이 처리..!
후우- 그래, 역시 ‘호위대’를 딸려 보내길 잘 했지.
대교가 아무리 영특해도 ‘경험 부족’으로 속임수에는 약할 수밖에 없지.
그나저나 여기서 처리..란 아무래도 ‘제거’라고 봐야겠지? ……제기, 어쩔 수 없지. 이런 경우는 정당 방위에 해당한다.
“곡주님, 대교 언니에게 무어 안 좋은 일이라도..”
“아니다, 소교. 왜 그런 생각을 했지?”
“조금 전 보고서를 읽으시다가 갑자기 무서운 얼굴을 하셔서..”
“어, 내가 그랬니..?”
얌전히 고개를 끄덕이는 소교의 손끝이 조금 떨고 있는 것도 같다. 음혼색불이라는 자가 대교에게 미혼향을 썼다는 부분을 읽으며 난 어떤 표정이 되었던 것일까?
“대교에게는 아무 일 없어. 보고서에 조금 화가 나는 내용이 있었지만, 후- 그나저나 내 얼굴이 어느 정도였기에 소교를 무섭게 했을까..?”
“….전에 아버지가 사람을 해치기 전에 그런 표정을….”
제기, 정말 나도 ‘극악..’ 되어 가는 건가? 아니면 설마 나도 본성이…
헌데 그보다, 소교가 집안 얘기하는 건 오랜만이다.
대교 자매의 신상명세서(?)는 비취각에 있었다가 소속이 바뀌자, 총관을 통해 내게 전달되었었다.
기록된 자매들의 아버지는 전직 살수(殺手)였다.
살수는 그 일의 특성상 이름을 날리는 경우가 많지 않다고 하는데, 근래 가장 유명한 살수는 당근, 천살막(天殺幕)의 전 주인 야황살후(夜皇殺厚) 소진광.
거친 성격도 성격이려니와… 무슨 살수가, 그냥 쳐 들어가서 다 아작 내며 임무를 수행하는 타입이어서 ‘킬러’라기보다는 ‘마피아 돌격대장’ 같은 느낌을 주지만, 하여간 유명은 하다.
그 다음으로 유명한 인물이 그 정반대 되는 가장 살수 같은 살수, 언제 어떻게 침투하는지 모르게 들어와 목표를 해치우고 또 그렇게 사라지는 죽음의 그림자.
무협지 틱한 표현이 가장 어울리는 그 사영(死影) 이란 살수가 바로 대교 자매들의 아버지인 것이다.
음, 나이 차이가 꽤 나는 야후 장로와 비견될 정도라면 ‘천재’라는 단어가 붙어 마땅한 인물이었던 것 같은데…. 역시 젊은 청년은 ‘여자’가 문제였다.
비화곡의 조사 기관은 방대하고 집요하다. 기록은 전해 오는 ‘썰’을 조사, 자세히도 적혀있었다.
뭐, 무협지 많이 읽은 사람이라면 능히 짐작할 수 있듯, 임무를 마치고 썰렁한 집안으로 돌아온 그에게 한 여인이 기다리고 있다.
그에게 ‘복수’를 의뢰하지만, 당근 거절!
사영은 본래 자신의 복수를 위해 ‘계약 살수’가 된 특이한 케이스였다. 천살막과 라이벌 쯤 되는 살수 집단에 스스로 찾아가 자신을 살수로 만들어 달라, 그러면 당신들을 위해 천 건의 임무를 수행하겠다..고 했다던가..?
처음 수행하던 시기가 언제였는지 몰라도 진짜 ‘천재’였나 보다. 30세가 되기 전에 약속을 모두 지켰다고 하니 말이다. 마지막 임무를 끝내고 자신의 인생으로 돌아 온 날, 그 날 여자가 찾아 온 것이다.
암튼, 이런 천재 살수가 아무리 어여뿐 처자가 나타나 꼬신다고 금방 넘어가겠는가? 처음엔 당근 튕긴다.
그러나 나타난 절세 미녀도 만만치 않다. 대교 자매들의 어머니가 될 여자이니 오죽할 것인가. 일단, 우선.. 예쁘다.
천재 살수 주인공이 폼 잡느라 아무리 튕겨도 돌아가지 않으며 그 자태를 계속 선보인다.
음, 당사자의 진술을 토대로 한 기록에 따르면 아무래도 천재 살수는 어느 순간 냉정함을 잃고 그녀를 범했던 것 같다. 하지만 그래도 떠나지 않는다. 복수를 해 준다고 해도 이젠 안 간다. 이걸 반전이라고 해야 하나..? 여자의 원수는 바로 사영이었다.
사영도 알고 있었다. 그는 역시 천재 살수, 살수는 기억력도 좋다. 그는 당시로부터 7년쯤 전 조직의 지시로 자신이 죽인 한 남자의 시체 옆에서 울고 있던 소녀를 기억하고 있었다.
그때도 웬일인지 그녀를 죽이지 못했고, 또 7년이 지나 다시 만났을 때도 죽이지 못한 것이다.
사영에게 복수하기 위해 그와 같은 조직에 들어간 소녀는 얼마 안 가 절망해야 했다. 원수 사영은 조직 역대 사상 최강. 복수는 커녕 가까이 갈 수도 없었다.
그래서 소녀는 검을 놓고 ‘여자’로써 복수하기로 결정을 한 것이다. 그를 유혹하여 사랑에 빠지게 만들자, 그리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