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악서생 4부 – 102화 : 웨인 직속 친위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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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악서생 4부 – 102화 : 웨인 직속 친위대. (2)


1. 웨인 직속 친위대. (2)

-호오~ 우리 요몽이, 그런 의견 개진을? 많이 컸다, 너.

「헤헤~ 칭찬으로 들리네요.」

-칭찬 맞아. 그리고 조금 있다가 대답해 주지.

여기저기 안 끼어드는 데가 없는 요몽이지만, 나의 전투 보조에 있어서는 스스로도 한계를 알고, 뒤로 빠지는 경우가 많은 녀석이었다. 그런 약점을 극복하기 위해서 나름 적극적이 되는 것이 기특했다.

물론, 이렇게 궁금증을 못 참고 타이밍 안 맞게 질문을 해온 것만 봐도 아직은 먼 것 같지만, 뭐, 일단, 그건 그렇고, 출동할 때와는 달리 설렁설렁 경공을 펼쳤는데도, 벌써 러브 하우스로 복귀하게 되었군.

“헤이~ 미령! 한바탕하고 왔어! 미령에게 보여주지 못해서 아쉬웠어!”

토르는 거의 승전보를 알리는 분위기였고, 자룡대주에게 향하는 조담놈의 태도도 비교적 당당했다.

“내가 맡은 놈을 완전히 쓰러트리지는 못했어. 오리지널이 막지만 않았어도, 십여 초만 더 몰아붙이면 이길 수 있었지.”

저 자식, 자룡대주 앞이라고 뻥튀기하네. 내가 보기에는 결코 그렇게 빨리 끝낼 수 없는 싸움이었는데 말이지.

“오리지널! 네 의견은 어떠냐? 난 그때, 약간 틈을 보여주면서 반혼참(返魂斬)을 준비…………”

“미안! 나도 바빠서 못 봤다.”

“뭐, 뭐?”

녀석, 바로 X씹은 표정이 되는군. 너무 매정했나 싶기도 하지만, 지금은 승전에 가까운 싸움 얘기를 즐길 상황이 아니지. 저기, 저 리버 녀석이 동료들을, 잔뜩 잃은 슬픔에 빠져있는걸 생각하면… 에? 아닌가?

다시 보니, 산드라와 함께 또 모아나 차를 홀짝이기 시작한 리버 녀석의 안색이 의외로 밝아 보였다. 아주 밝아졌다고 하기는 어려워도, 최소한 아까 이곳을 떠날 때보다는 평온해 보이는 것이다.

그러고 보니, 저 녀석으로서는 이번에 크루버가 몰고 온 늑대 인간부대와 처음 만난 거였겠구나. 저 녀석 입장에서 보자면, 친한 동료를 잃은 것도 아니고, 자신이 친위대의 살리나에게 깨진 걸 분해 할 만큼의 승부욕도 없는 타입! 오히려 친위대로부터 자신들을 가볍게(?) 구해 준 우리측의 힘을 확인하고 더 안도하게 된 건가? 결국, 내가 원했던 흐름이긴 한데, 왠지 좀 거시기해 지는구먼.

-오라버니. 수고하셨어요.

-어, 그래, 대교, 기다리느라 지루했지?

-후후. 저보다 미령이가 안달이었어요. 자신도 오라버니와 함께 나갔어야 했다고요.

-대교가 말린 거지? 잘했어. 아직도 적들의 전력이 다 파악되지 못한 상항이니까, 미령이는 함부로 나서지 않는 편이 좋아.

적들의 전력 얘기가 나오니까, 대교도 새삼 진중한 표정이 되는군.

-요몽으로부터 대략적인 보고는 받았어요. 소위 미이라 소녀의 능력이 특히 미지수라고 하더군요.

-흠. 요몽이 그랬어? 녀석도 판단력이 많이 늘긴 했군. 나도 사실, 그 노출, 아니 하여간 그 소녀가 제일 신경 쓰였어. 그 소녀는 마계에서 마족 괴물들을 부를 수 있는 소환술사, 혹은 마도사 쯤 되는 거 같아. 그런데 그쪽 전문가는 정체를 알아도 대처가 난감하지. 대체 어떤 괴물들까지 부를 수 있는지를 가늠할 수가 없으니 말야.

-음~ 그래서 라프를 꺼내지 않으신 거군요. 이쪽에도 적에게는 미지수의 비밀 병기가 있어야 하니까요.

훗, 이런 영특쟁이 아가씨 같으니. 그쯤은 가볍게 눈치 까버리는군.

-맞아. 그런 거지. 요몽이 대교에게도 물어본 모양이지?

-예. 바로 답변해주지 못했는데, 오라버니께서 바쁘시면 제가 대신 설명해 줄게요. 그 아이가 요즘 들어 오라버니의 전투 서포트에 특히 공을

들이고 있는 거 같아요. 아, 패티라는 아이도 그런 거 같고요.

-음. 아무래도 나는 당분간은 많이 바쁠 거 같으니, 잘 부탁해.

대교는 언제나처럼 너무나 사랑스럽게 미소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고, 나는 잠시 잊고 있던 일이 생각났다.

-근데, 대교, 요몽이 살리나라는 색녀 뱀파이어 얘기는 안했나?

-색녀?

아직 제대로 못 들었군.

-어, 그게, 무지하게 뭐든(?) 큼직큼직한 여자랄지, 절대 내 취향은 아닌데, 오늘 나한테 꽂혀서 앞으로는 매일 밤 내 육체를 원하게 될 거라는…

취지의 얘기를 하면서 음공을 펼쳐왔지만, 그건 그냥 정신공격 수단일 뿐, 진짜 나한테 꽂힌 건 아닐 거라는, 그런 상세 설명을 끝까지 할 수가 없었다.

-그렇군요. 하긴, 오라버니의 진면목을 알게 되면, 어떤 여자라도 그렇게 되겠지요.

-에이, 왜 그래? 상황 설명을 좀 더 들어 보………….

-오라버니!

-으, 응? 왜?

-요즘 청명검 손질을 소홀히 해서, 잠시 시간을 낼게요.

매일 아침저녁으로 닦아주는 거, 다 아는데 무슨.

-어, 뭐, 그러,든가.

대교는 여전히 곱게 웃으며 몸을 돌렸고, 그녀가 나아가는 방향에 있던 데릭과 안나가 화들짝 놀라며 손에 들고 있던 쟁반을 떨구었다. 이런, 이러언. 살리나, 그, 입에서 뱀 나오는, 다시 상대하기 싫은 그 여자, 우리 대교의 살생부에 아주 확실하게 이름을 올렸군. 정말이지 본의 아니게 그렇게 되었어. 크흠. 흠. 그런데, 조담놈이 계속 뿡한 얼굴이로군. 나의 비협조로 자신의 전공을 자룡대주에게 인정받지 못하게 된 것에 심통이 난 모양이야.

-자룡대주!

-예, 천주! 하명하십시오!

-아니 명령으로 할 얘기는 아니야. 내가 좀 전에는 미처 말 못 했는데, 사실은 조담놈이 오늘 꽤 잘 싸워주긴 했어. 그러니까 격려라도 좀 해주는 것이 좋을 거 같아.

그래. 좋은 게 좋은 거고, 난 결코 조담놈의 앙심을 걱정하는 것이 아니야.

-후후, 알겠습니다, 천주, 상세한 전과를 확인하여 ‘합당한 격려를 해주겠습니다.

응? 어째 ‘전과에 합당한 모종의(?) 격려를 베풀어 주겠음’이라는 얘기를 들은 기분이네? 이쪽도 분위기가 쫌.

「주인님! 주인님!」

응? 뭐지? 이런 시점에서 누가… 어, 혹시.

러브 하우스 바깥에 등장한 인간의 기척을 느낀 것은 나뿐이 아니었다. 실내의 거의 모든 어벤져스가 뭔가 하던 일을 슬며시 멈추고 있었다. 탐지되는 발걸음 소리와 기척으로 봐선, 총 네 명이었고, 괴물이 아닌 인간이라는 판단을 할 수가 있었지만, 시국이 시국인 만큼, 다들 어느 정도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쿵! 쿠웅!

조심스럽게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나더니, 실내에서 ‘문이 잠겨있지 않다고 알려주자, 곧 스스로 문을 밀어, 열고 들어왔다. 나보다 머리 하나는 더 큰 듯 한 키에, 흔히 ‘훤칠하다’고 표현할 만한 체형의 백인 남자였다. 일견 강인해 보이면서도 어딘가 섹시한 매력까지 풍기는 인상의 남자가, 강렬한 눈매로 실내를 스윽 훑어보았다.

“뉘신지요?”

내가 대표로 묻자, 아직 정체 모호의 매력남은 문득 쑥스러워하는 기색을 보이며 눈부터 깔았다.

“크루버. 내가 크루버요.”

“오우~ 이거 정말 대단한 반전인 걸?”

나도 모르게 감탄해주며, 가볍게 짝짝- 박수까지 쳐주었고, 다른 이들도 대부분 비슷한 반응을 보이며 환영하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었다. 크루버는 늑대 인간 모드였을 때와 달리 살짝 얼굴을 붉히며 순박한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그를 따라 안으로 들어오고 있는 인간 모드의 웨어 울프들도 나름 호남형의 멀끔한 남정네들이었다.

「우흐. 제 취향은 아니지만, 그래도 꽤 괜찮은 스타일이네요.」

-그러네. 근데, 요몽. 너 설마 저 친구들이 ‘크루버와 웨어울프인지 몰랐던 건 아니겠지?

「그럼요. 크루버 일행이 아까의 장소에서 출발하여 이곳으로 이동하는 걸 놓치지 않고 있었거든요.」

-그런데도 미리 말하지 않은 건, 감히 이 주인님을 시험했다는 얘기렸다?

「헤헤. 용서해 주세요. 그치만 넘 궁금했어요. 지금까지는 저희들도 알아보기 어려웠던, 인간 모드 웨어 울프들을 주인님께선 잘 알아보시는지 가요.」

-한번은 용서해주마.

혼낼 구석이 없는 건 아니지만, 요몽에게 잔소리하고 혼내는 악역은, 과감하게 몽몽 선생에게 양보하기로 하자.

-그리고 웨어 울프를 알아보는 거 말인데, 이번에는 나도 좀 긴가민가했다. 크루버처럼 이미 접해 본 웨어 울프가 아니면, 감 잡기가 쉽지 않겠어.

「그쵸? 물론 주인님께서 크루버를 감으로 알아보신 건 대단하지만, 우힛! 이제 걱정하지마세요. 조금만 더 데이터를 보충하면, ‘늑대 인간 구분하기 프로젝트 완성’이니까요!」

-흐음. 그래? 보충해야 할 데이터는 혹시?

내 시선이 크루버 일행으로 향하자, 요몽은 두 손을 맞부딪쳐 짝- 소리를 내며 웃었다.

「역시 울 주인님! 저 샘플들을 제공해 주시면 완벽해 질 거예욧!」


잠시 후.

크루버를 제외 한, 웨어 울프 세 명은 나를 따라 러브 하우스의 많은 방들 중에서 한 곳으로 끌려(?) 가야했다. 세 명 모두, 노트북등의 방비를 들고 따라오는 소령이와 나타샤를 힐끔거리고 있었지만, 지금부터 자신들이 어떤 일을 해야 하는지는 아직 전혀 모르고 있었다.

“왼쪽부터 ‘로버트’, ‘아이언’, ‘주니어’,라고 했지?”

“옛썰! 로드!”

흠. 인간으로서도 현역 군바리들이라고 하더니, 티가 팍팍 나는구먼.

“좋아. 제군들은 지금부터 이 미녀 정보 장교(?)님들에게 적극 협조한다. 알겠나?”

“옛썰! 로드!”

음, 좋아, 좋아. 미국 군바리들도 군기는 괜찮구먼.

나는 더 할 일이 없어서 그냥 나왔지만, 거실로 돌아가기 위해서 얼마간 복도를 걷는 동안, 소령이와 요몽의 목소리가 계속해서 들려왔다. 노트북 스피커에서 나오는 요몽 목소리가 다소 낯설었지만, 그건 문제가 아니었다.

“자아~ 늑대 아저씨들! 이쪽부터 한 명씩 변신해 봐요!”

“아니, 아니! 옷은 찢지 말고!”

“좋아요! 천천히 다시 인간으로!”

“주니어! 왜 당신만 변신이 느린 거죠?”


다시, 잠시 후.

나는 거실로 돌아와서 대교와 자룡대주를 함께 불렀다.

-자룡대주. 아무래도 전체적인 병력을 보강해야겠어. 이제 당신도 어느 정도 상황파악이 되었을 테니, 장기전까지 상정해서 구성해봐.

-아, 저에게 일임해 주시는 것입니까?

-음. 전투 전문은 내가 생각나는 대로 알려줄 테니까, 다른 사항은 전부 부탁해.

-복명!

이제야 페트라 못지않게 의욕에 불타는 표정이 되는군. 일 잘하고, 일하는 거 자체를 즐기는 스타일이라서 상관인 나는 편해서 좋지만, 그래도 이번에 쥐시키 때려잡고 나면, 강제(?) 휴가라도 줘야할 거 같군.

-그리고 대교. 아직 이른 건 알지만, ‘비연대’를 써야할 거 같아.

-아, 저의 비연대를요?

당연히 천 년 전의 비연대를 말하는 것은 아니었다. 대교가 ‘신들의 유희 회원들을 처단하기 위해서 따로 떠났었을 때, 나는 어사조의 일부를 차출하여 대교만의 어사조를 구성하도록 했었다. 그때 이후로 그들은 대교 전용 어사조이며 과거의 비연대가 된 것이다.

-아직 수련기간이 짧아, 오라버니께 도움이 될지 모르겠네요.

조금 빼면서도 은근 기뻐하는 눈치인 거 같지?

-편성된 지 한 달 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비슷한 기간 동안, 대교에게 경공을 전수받은 자룡대주의 성취를 봐선, 비연대의 실력도 기대가 되는 걸? -아이 참. 그렇게 부담주지 말아주세요.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오는 걸 겨우 참아야했다. 대교는 지금 옆에 있는 자룡대주를 의식해서 각 잡힌 자세와 표정을 유지한 채, 전음만으로 애교 섞인 투정을 부린 것이었다.

-좋아. 이대로 진행하는 것으로 하고, 나와 대교는 일단 서울로 돌아간다.

그래. 어느 사이에, 더 늦어지면 부모님께서 걱정하실 시간이 되어 버렸어. 갔다가 최대한 빨리 돌아와야 하는 건 물론이고, 아예 길게 집을 비울 명분을 만들어야하는데, 당장은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는군.

나는 일단 가서 생각해 보기로 하면서, 나의 귀가를 S에게 알렸다. 나와 대교, 산드라만 최대한 빨리 다녀 올 거지만, S와 미스 카이가 게이트 앞까지 배웅해왔다.

-S. 상황이 바뀌었으니, 리버를 이용하여 추적하는 건, 좀 더 신중해야겠어요. 다녀와서 다시 상의해 보죠.

-그래. 그 자의 친위대라는 놈들이 움직인 이상, 서두를 필요는 없겠지.

역시 이 형님도 같은 판단을 하고 있었군.

-아! 그리고, 이거, 잊을 뻔 했네요.

나는 게이트 안의 한쪽 구석에 놓여 있던, 예의 ‘선물 뭉치’를 집어 들었다. 서울에서부터 시그마가 스타일 구기면서까지 들고 와줬는데, 돌발 상황

때문에 잊고 있었던 것이다.

“어머, 이건?”

선물을 받아들며 기뻐하던 미스 카이의 얼굴이 살짝 어색해지고 있었다. 내용물이 잘 보이지 않는 디자인의 포장 제품이었지만, 그녀는 투시

능력자이다.

“오늘은 원래, 두 사람이 여기로 이사 와서 처음 우릴 초대한 날이잖아요. 그래서 한국식 집들이 선물을 준비했죠.”

“휴지? 그것도 두루마리?”

“그래요. 앞으로 이 집의 모든 일이 술술 잘 풀리라는 의미를 담고 있는, 그런 마음의 선물입죠. S도 알죠?”

쳇. 둘 다 고맙다는 형식적인 인사도 없이 굳어져있네.

“삼겹 엠보싱, 먼지도 안 날리고, 향기도 좋고, 우리 가게 최장기 베스트셀러 제품…”

파아앗~!

으음. 산드라가 눈치 빠르게 워프해 주었군.

-땡쓰, 산드라

‘별말씀을, 아’

-산드라네, ‘바람의 저택’에도 하나 두고 왔는데, 다른 선물로 바꿔 줄까?

‘아뇨. 그러실 필요는 없습니다. 감사히 사용하겠습니다, 로드.’

-그래주면 내가 고맙긴 한데, 생각해보니까, 뱀파이어들이 화장실을 가는지도 잘 모르겠… 아, 미안. 그만 할게.

끄으음. 분위기 수습하려다가 오히려 꼬인 거긴 한데, 막상 말을 꺼내고 보니까, 은근 궁금해지네? 나중에 시그마에게나 슬쩍 물어볼까? 나는 실패한 개그 선물의 여파를 엄한 궁금증으로 애써 덮으며, 양복 윗도리를 벗어서 대교에게 건네주었다. 이곳은 우리 집 옆 건물에 위치한, 어사조 본부안의 게이트였다. 게이트 옆의 공간으로 나가보니, 이십여 평의 창고형(?) 다용도실이 나온다.

산드라가 자기들 전용 냉장고를 여는걸 보니, 목이 마른가보군. 저 뱀프 전용 냉장고에는 항상 씨원하고(?) 신선한 ‘생피 주스’가 준비되어 있다지? 대교는 내 손상된 양복을 대기 중이던 어사조 요원에게 넘기며 수선을 지시하고, 흐으음. 내가 지금 막 앉고 있는 소파 앞의 테이블에는 노트북과 각종 잡지, 신문들이 갖추어져있군. 휴게실도 겸하고 있다는 실감이 나네.

우리가 마실 차를 내온 어사조가 하필 머리 짧고 등빨 좋은 친구여서 조폭 사무실에 앉아 있는 기분이 나기도했지만, 전체적으로 나쁘지 않았다. 우리는 미국의 상황이 실감나지 않을 정도로 평화로운 공간에서 잠시의 휴식을 즐기고서, 기분 좋게 다음 일정을 시작할 수 있었다.


서울로 돌아오고, 두 시간 정도가 더 지났을 때, 나는 내 방 침대에서 결가부좌를 틀고 앉을 수 있었다. 바로 조금 전에 기뻐하시며 잠자리에 드신 부모님의 표정을 떠올리면, 저절로 기분 좋은 웃음이 지어졌다.

과연 자룡대주라고 할까? 잘도 빠르게 우리 부모님이 좋아하실 ‘온천 여행’을 준비해 주었어. 난 사실 두 분이 중국 여행 다녀오신 지 얼마 안 되어서, 또 떠나실까 우려했는데, 저렇게 좋아하시는걸 보니, 그동안 내가 얼마나 무심했는지를 오히려 반성하게 되는군. 어쨌든, 이제 내일 오전에 출발하시는 걸 챙겨드리기만 하면, 당분간 맘 편히 미국에서 쌈박질 라이프에 매진할 수 있겠어.

「후후. 자룡대주는 역시 요령이 좋은 거 같아요. ‘날짜가 임박한 무료 여행 티켓을 선물 받았어요’라는 거짓말까지 함께 준비해 주다니요.」

-그래. 요몽, 네가 그런 것까지 배우는 걸 바라지는 않지만, 어쨌든… 음. 그보다, 지금 보스턴은 아침이지?

「그러믄요. 그래서 버얼써 시그마씨와 S님은 취침에 들어갔어요. 시그마씨에게는 손님용 관이 제공되었군요. 여긴 이제부터 오히려 밤이니까 산드라씨는 굳이 관을 찾을 필요도 없겠지만요.」

우리나 적들이나 뱀파이어가 주축인 상황이니, 어느 한쪽이 대낮일 경우에는 소강상태가 될 수밖에 없으려나? 지구적으로 날아다니기 시작하니까, 시차 적응이 쉽지가 않………

「어? 어맛! 이게 뭐야!」

-뭐야 요몽. 왜 그래?

요몽은, 내 말에 대답할 정신도 없는 모습으로 여러 개의 작은 모니터를 띄우고 뭔가를 다급하게 체크하고 있었다. 「맙소사! 잠깐 이지만 뚫렸어요! 대체 어떤 해커가 우리 보안망을! 주인님의 기본 신상 정보가 털렸어요! 죄송해욧!」

뜬금없이 뭔 상황이야? 몽몽의 방어망을 뚫고 내 신상 정보를? 웨인 그 쥐시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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