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악서생 4부 – 104화 : 마계 콜로세움. (1)
2. 마계 콜로세움. (1)
우리 부모님에 이어, 대교에게까지 집적댔다 이거지?
나도 모르게 비틀린 미소가 그려지고 있었다.
-오라버니?
응? 왜?
-아, 아무것도 아니어요.
대교는 다소 싱거운 태도로 물러서면서도 어느 정도 안도하는 기색이었다. 나의 비정상적 살기가 빠르게 가라앉고, 입가의 미소도 피식, 수준으로 바뀌는 걸 보았기 때문일 것이다.
「죄송해요, 주인님! 대교님은 주가혜 모드셨을 때의 공개 데이터가 너무 많아서 가드가 더 힘들었어요.」
훗! 요몽, 이제 네가 죄송 요정이 되려는 거냐? 별일도 아닌 걸로 그럴 거 없고, 목적지 상황이나 잘 체크해봐.
「아, 예. 실은 윈드군이 곧바로 확인해 봤는데, 문제의 체육관은 현재 모든 시스템이 물리적으로 차단되어 있는 거 같다네요.」
-그럼 이제 그건 신경끄고, 초대에 응할 준비나 하자. 바쁘다, 우리.
약속 시간이 따로 지정되지는 않았다. 하지만 캔들 리가 오페라 극장에 들어가 공연을 보게 되는 시점을 기준으로 해야 할 것 같았다.
-산드라! 구중천에서 추가 병력과, 장비를 좀 수송해줘. 20분 안으로!
‘예, 로드!’
-요몽! 페트라에게 ‘징검다리 2호’ 준비시켜서 이쪽으로 보내게 해!
「넵! 아참, 징검다리 2호는 원래 이 건물 주차장에 있었어요!」
-아, 그냐? 잘됐군. 그럼, 은사마군!
지난밤에 이곳으로 배치되어 대기 중이던 은사마군이 바람처럼 내 앞으로 이동해왔다.
징검다리 2호의 운전석을 맡는다.
-복명!
지하무림 공식(?)카레이서까지 필요할지 어떨지는 모르지만, 암튼.
-산드라의 병력 수송이 끝나는 대로 출발한다. 단, 나는 가지 않는다.
이번에는 실내의 모두에게 보낸 전음이어서, 모두의 놀란 시선이 내게 모여들었다.
-왜? 난 말 그대로 총대장, 보스라구. 내가 웨인 놈의 수하들이 초대한다고 일일이 가줘야 하나?
태연히 반문하자, 사영이 제일 먼저 피식 웃으며 돌아섰다. 그는 캔들 리 경호를 위해서 나가며 내 결정에 대한 품평을 해왔다.
-이제야, 거대 조직을 거느린 자다운 풍모를 보여주려는 건가? 걱정했는데, 다행이군. 하지만 뭐, 적의 도발에 쉽게 넘어가는 것 같으면서도 끝내 직접 돌진해서 해결하는 자네도 나쁘지는 않았어. 사내는 역시 패기가 있어야지, 암.
저 양반이? 어쩌라고!
사영은 그랬지만, 은사마군은 당연히 군말 없이 내 명령에 따르기 위해 나갔다. 대교 역시 별다른 의문이나 이의제기를 하지는 않고 있었지만,
아쉬워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아, 근데 대교, 너는 가는 거야.
비로소 대교의 눈이 다시 커지고 있었다.
-놈들도 명색이 자기들 보스의 친위대라잖아. 나도 나의 친위대, 신생 비연대의 수장을 보내고 싶어. 대교, 가, 주겠어?
「에? 진짜요? 진짜, 대교님만 보내신다고요?」
요몽이 오히려 더 놀라서 뛰쳐나왔지만, 대교는 환한 미소와 함께 청명검을 앞으로 모아 쥐고 내밀며 명령을 받드는 자세를 취했다.
-비연대 수장, 대교! 기꺼이 천주의 명령을 수행하겠습니다!
으음. 역시 우리 대교는 나를 탐낸다는(과연?) 색녀 뱀파이어 살리나를 단단히 벼르고 있는 모양이야. 하지만 그렇다고, 전체 전황을 무시하고 살리나만 노리는 건 아니겠지? 대교가 맡아준 역할의 의미는 그보다 큰 거니까 말야.
몽몽,
나는 비상호출된 몽몽에게 몇 가지 지시를 내리고, 몽몽 본체를 대교에게 주었다. 대교의 귓속에 있던 몽몽의 하위체는 당연히 내 귓속으로 옮겨졌다.
몽몽 본체의 기능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서 음성 통신 기능만 달랑 있었던 이 하위체, 이것도 약간이지만 업그레이드되었지, 번거로운 추가 장비가 필요하긴 해도 말이지. 그 추가 장비와 함께, 추가 병력도 도착했군.
게이트로부터 산드라를 따라, 두 명의 추가 병력들이 나오고 있었다. 산드라의 두 배쯤 되는 거구의 사내가 먼저 눈에 들어왔다.
“길모르! 모처럼 본업(?)을 즐기고 있었을 텐데, 이렇게 싸우라고 불러서 미안하군.”
‘신의 전차, 길모르’는 예의 굵은 미소와 함께 입을 열었다.
“난 과학교사 시절, 체육 코치도 겸했었소, 캡틴. 연구소에만 틀어박혀 있어서는 건강을 해치기 쉽지.”
훗. 말 그대로 ‘운동 삼아왔다 이거군. 어쨌든, 나 대신 대교를 에스코트 해줄 남자로, 나는 헤라클레스 육체에, 천재 과학자 두뇌를 가진 이 남자를 선택했지. 몽몽과 신의 전차가 대교를 보좌해주면 어느 정도는 안심할 수가 있을 거야.
길모르는 또한, 그 큰손에 들고 있던 장비 하나를 내게 건네주었다. 구중천에서 진작에 제작 완료되었으나, 지금까지는 내가 딱히 쓸데가 없어서 방치되고 있었던 장비였다. 겉으로 보기에는 요즘 제품답지 않게 엄청 두툼한 보통 노트북처럼 보일 뿐이지만, 이 노트북에 붙여진 별명은 ‘철갑북’! 즉, 웬만한 전투 상황에서도 막 들고 다니며 쓸 수 있도록 무지막지 튼튼하게 만들어진 노트북인 것이다. 현재 가장 중요한 용도는, 몽몽 하위체의 약점인 ‘영상 재생’ 데이터 수신 및 재생이었다.
-좋아, 대교! 이제 비연대장으로서, 출진!
-복명!
천 년 전 비연대 시절처럼 씩씩하게 명령을 받드는 나의 대교! 이번에도 똑같이 믿음직하면서도 사랑스러웠다.
잠시 후.
나는 창가로 나가, 지하 주차장에서 뛰쳐나오는(?) 대형 트레일러 차량을 내려다보게 되었다. 당연히 산드라의 안전한 워프를 위한 공간을 내장한 이동형 게이트, 징검다리 2호였다. 서울의 징검다리 1호에 비해, 상당히 크고 육중하여 탱크가 연상될 정도였으나, 그럼에도 길에서 크게 눈에 뜨이지 않는 느낌인걸 보면, 여기 미국의 도로에는 평균적으로 큰 차들이 많지 싶었다. 나는 창가에 놓여 진 책상에 앉아 예의 철갑북을 켰다.
-몽몽. 시험 삼아 아무 영상이나 보내봐라.
지시를 내리자마자, 철갑북 화면에 영상창 하나가 떴다. 징검다리 2호 안의 상황이 선명하게 보이기 시작했다.
생각보다 뛰어난 화질인건 좋은데, 어째 약간 반응시간이 늦는 느낌이 드네?
「각 장비간의 무선 연결 딜레이, 결정적으로 철갑북의 성능 때문에 0.58초의 손실이 있었습니다. 곧 최적화를 통해 전체 딜레이 시간을
단축하겠습니다.」
이 철갑북은 무식한(?) 별명과 달리, 현 시대 공인 기술을 뛰어넘는 성능의 CPU가 장착되었다는데도, 몽몽 본체의 성능에 발맞추지는 못하는 모양이군. 음? 그래도 이 정도면 괜찮은 거 같은데?
몽몽은, 몇 번 더 다른 각도의 영상이 나오는 화면을 띄웠는데, 마지막 창의 영상은 나의 감각으로도 직접 시선을 돌리는 것과 큰 차이가 느껴지지 않았다.
-좋아. 이정도면 될 거 같다. 몽몽. 넌 이제 대교의 서포트에 집중해. 음. 잘 부탁해.
「알겠습니다, 주인님. 최선을 다하여 대교님을 서포트 하겠습니다.」
짜식. 내 마음을 알고 성의껏(?) 대답해주네.
「주인니임! 저 어때요? 철갑북의 비루한 액정으로는 저의 매력이 반감되긴 하죠?」
-요몽. 넌 음성 중계나 해. 전파 낭비하지 말고.
「으에~? 무슨, 그런 심한 말씀을! 저의 작은 영상 데이터 정도는 눈곱만치의 딜레이도 초래하지 않는다구요!」
-내가 정신적 딜레이가 생긴다, 임마. 당장은 봐줄테지만, 대교 일행이 도착하는데로 넌 영상 중계에 집중해 정신줄 꽉 부여잡고!
「그야, 잠시 후부터는 당연히 그래얍죠. 근데, 주인님. 그렇게 대교님이 걱정되시면, 그냥 함께 가시지, 뭐 하러 이렇게 진행하세요?」
-얌마. 나도 널 키워주고 싶지만, 일일이 설명해 줄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나중에 몰아서 물어봐.
「치이~ 알겠어요. 전 그럼… 아, 도착했네요.」
요몽이 말하지 않아도 화면으로 대교와 주위의 상황이 잘 전송되고 있는 중이었다. 문제의 체육관은, 말이 실내 체육관이지, 웬만한 야구장이나 축구장이 들어앉아있다고 해도 믿겨질 만큼 대단한 규모의 시설이었다.
쳇! 저렇게 크고 밀폐되어 있어서 마음껏 날뛸 수 있는 장소가 딱 내 취향인데, 그냥 나도 따라갈걸 그랬나? 전체 전략이고 뭐고, 지금이라도, 으으음. 안되지, 안 돼. 참는 김에 좀 더 참자, 진유준!
징검다리 2호는 정문 바로 앞에 멈춰 섰고, 대교와 길모르만이 내렸다. 길모르는 정문에 붙어있는 ‘휴관’이라는 안내판을 힐끔 보더니, 대교보다 몇 걸음 앞서 정문으로 향했다.
까캉!끄그그그극~!
소리로 봐선, 잠금장치가 강제로 풀리고, 전기가 끊긴 전동문이 억지로 열려지는 상황이었으나, 보기에는 보통 미닫이문을 여는 것 같았다.
길모르의 태도가 너무나 자연스럽고 힘을 들이지 않는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었다.
길모르의 힘자랑(?)에 이어, 우리 이쁜 대교의 우아한 입장 장면을 좋은 각도로 볼 수 없는 것이 다소 아쉽군. 영상이 대교를 시작으로, 대교의 시야처럼 촬영되고 있으니 하는 수가 없네.
대교의 물흐르는 듯 한 걸음은 그리 오래지않아 멈추었다. 상당히 넓은 로비의 중앙에 낯익은(나에게) 여자 하나가 서 있었기 때문이었다.
“어서 오세요, 대교님.”
“저는 살리나라고 합니다.”
나와 만났을 때와는 달리, 소위 색기를 거의 뺀 음성일세? 상대가 여자인 대교라서 인가? 옷차림도 기본적으로는 전과 비슷했으나, 망토형 외투를 앞으로 잘 여미고 있어서, 비교적 흐트러지지 않게 보이고 있군.
살리나가 전과 다른점이 하나 더 있었는데, 그건 어색하게 굳은 표정으로 억지 미소를 그리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살리나는 대교와 길모르 너머의 정문 밖을 슬쩍 살펴서, 더 이상 아무도 내리지 않은 징검다리 2호가 그냥 정문을 떠나는 모습을 확인하는 것 같았다.
“설마, 진유준님은 오시지 않는 건가요?”
“그래요. 그 분은 캔들 리와 함께 ‘오페라의 유령’을 감상하실 거예요. 본래 일정대로.”
흠. 이건 사전에 지시한 내용이 아니니, 대교의 영특한 애드립이로군. 살리나의 얼굴이 더욱 난색을 띠고 있어.
“살리나, 당신은 저를 알고 있나요?”
“그렇습니다, 대교님. 진유준님이 설마, 자신은 오지 않으면서, 자신이 가장 사랑하는 존재를 보낼 줄은 몰랐어요. 정말 알 수 없는 분이로군요.” “그 누구도 그분의 깊은 심기를 헤아릴 수는 없지요. 당신 정도는 어림도 없죠.”
오케이, 거기까지! 듣는 내가 부담스러우니까, 더 이상 내 얼굴에 금칠하지는 말아줘, 대교.
“무엇보다, 저는 오늘, 그분의 호위대인 비연대의 수장으로서 이 자리에 온 거예요. 감히 그분께 무례했던 자들을 징계하기 위해서 말이죠.” 대교의 당당한 선언을 들은 살리나가 잠시 대교를 응시하며 입을 열지 못했고 안색이 문득 변하더니, 자신도 모르게 몇 마디를 흘려냈다.
“예, 알겠습니다. 웨인님.”
웨인, 그 쥐시키. 계속 자기 서브인 살리나와 접속해 있었나? 아니면 지금부터 연결해서 싸움을 지휘, 혹은 구경할 생각이라는 건데, 어쨌든 드디어 그놈도 나섰다 이거지?
-요몽! 징검다리 2호에 연결해!
「넵!」
-산드라! 당장 러브 하우스로 가서 S와 리버를 깨워!
‘예?, 로드!’
-요몽! 자룡대주와 페트라 호출해!
다급하게 명령을 내리는 사이, 살리나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후후, 저를 따라오시죠. 진유준님을 위해 준비한 만찬이지만, 대교님도 오늘의 만찬을 즐길 자격이 있으시죠. 전날, 신들의 유희에서 보여 줬던
힘이라면…….”
이런, 안 돼!
대교! 참아!
몽몽 남매가 모니터링 해주고 있는 대교의 상태정보 창에서 급격히 올라가던 살기 수치가 멈칫했다.
-대교! 미안하지만, 그게, 힘들더라도 그 살리나라는 여자는 아직 죽이면 안 돼! 부탁해!
-알겠어요, 오라버니. 그녀는 가장 나중에 징계토록 하지요.
으음. 역시 무서운 울 대교, 웨인 놈으로부터 어떤 지령을 받았는지, 비교적 여유 있는 태도로 지껄이던 살리나가 저렇게 썩죽은 기색으로 바뀌어 걸음까지 빨라져 버리는 것이 이해가 돼.
“천주?”
-그래. 나야, 자룡대주. 아직은 수하들만 내세울 줄 알았던 웨인 놈이 입질을 시작했네? 조담놈 좀 보내 줘. 아, 그런데 그전에…
긴장된 얼굴로 명령을 듣던 자룡대주의 표정이 일순, 의아한 기색을 띠었다. 하지만 그녀는 곧 상황을 이해하고 묘하게 웃음 지었다.
“알겠습니다, 천주! 곧바로 시행하겠습니다!”
“천주! 페트라입니다!”
-그래, 페트라, 당신은 지금부터 윈드, 소령이와 연계해서 웨인 놈의 사업체중에서 가장 핵심이다 싶은 곳을 집중적으로 공격할 준비를 하고,
대기해.
“복명!”
몽몽을 빼내 오면서 잠시 쉬고 있으라고 했을 때는 기운 없게 대답하는 것 같더니, 다시 약간 불끈하는 기색이군. 이 아가씨 역시 이번 일 끝나면 강제 휴가를 줘야할 타입인 거 같아.
내가 좀 더 여유를 찾을 수가 있게 된 것은, 바로 조금 전부터 요몽이 한국의 우리집 상황을 문자로 화면에 띄우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속보! 주인님댁의 옥상에서 알짱대던 오페라의 유령들, 일망타진! 우리의 ‘레인’군이 어사조 본부로 압송하여 심층 취조 예정!」
그래. 나와 대교가 ‘우리 부모님께 접근하는 그 어떤 적이라도 없애 줄 수 있는 녀석’으로 선택한 건, 레인이었어. 녀석이라면 웨인 놈의 친위대 누구라도 해치울 수 있었을 텐데, 죽이지 않고 생포했다는 건, 오히려 너무 약해서 그럴 가치도 못 느꼈다는 거야. 역시 날 흔들기 위해서 급조된 놈들이었던 거군. 아마도 한국 현지의 어떤 놈들을 돈으로 고용한 거겠지?
어쨌든 웨인 놈의 ‘진유준 흔들기’는 한국의 우리집과 미국의 캔들 리, 양쪽으로 시도되었던 건데, 난 그걸 이렇게 나름 가볍게(?) 넘긴 셈이었다. 하지만 진짜 중요한 단계는 지금부터였다.
나는 서울의 우리집에 오페라의 유령들이(?) 나타난 시점에서 웨인 놈이 목표를 나로 바꾸었다고 생각했어. 생각보다 거물인 나를 먼저
해치우고나면, 비교적 느긋하게 우리측 뱀프들 누구라도 노릴 수가 있게 될 테니까 말야. 그래서 난 놈들의 노골적인 도발에 오히려 응할 생각이었지 그러다가 마음을 바꿔, 결국 대교만 보내게 된 것은 어차피 웨인 놈이 직접 날 잡으러 오진 않을 거란 판단 때문이었지. 그래서 지금처럼 뒤로 빠져서 전체적인 상황을 조율하면서 놈의 반응을 기다리는 길을 택한 거고, 이게 적중한 건 좋은데, 일이 이렇게 흘러가면 또 다른 문제가… 음? 일단 생각 스톱!
나는 새삼 긴장하여 철갑북 화면을 응시할 수밖에 없었다. 대교가 살리나를 순순히 따라간 끝에, 살리나가 ‘진유준을 위한 만찬이 준비된 곳’이라고 표현했던 장소에 도착했기 때문이었다. 일견, 어떤 경기장으로 들어가는 출입구 같았다.
“어떤가요, 대교님. 들어오실 수 있겠어요?”
다시 여유를 찾은 살리나가 비웃음을 담아 얄밉게 지껄이며 출입구로 빠져나갔다. 어두운 복도에 비해 출입구로부터 쏟아져 들어오고 있는 빛은 지극히 밝아서, 마치 햇빛이 찬란한 바깥으로 나가는 출입구처럼 보일정도였다.
「주인님! 단시간 측정 불가의 강력한 에너지가 탐지되고 있습니다! 대교님의 대피를 권고바랍니다!」
몽몽? 녀석의 대피 권고를 대교가 무시하고 있는 건가? 그래서 내가 말려야한다고?
-대교!
-예. 오라버니.
대교의 대답은 지극히 차분했고, 앞으로 나아가는 걸음에도 변함이 없었다.
대교, 홧팅!
-후후. 고마워요, 오라버니.
제기랄! 내가 무슨 짓을 한 거지?
다시 대교를 불러, 도망치라 말하고 싶었다. 그러나 끝내 그러지 못하는 가운데, 대교가 들어서는 경기장의 전경이 보이기 시작했다. 아직 어떤 경기장인지 알 수는 없었지만, 그게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엄청난 관중? 뭐냐, 저것들은? 웨인 놈의 뱀파이어와, 늑대 인간 무리가 저렇게 많았었단 말인가? 거의 수천 단위의・・・ 아, 아니, 그것도 그거지만, 저것들은 뱀프나 늑대인간도 아닌 거 같아. 뱀프나 늑대인간이 아니면서 보통 인간도 아닌, 각양각색 기괴한 용모의 정체불명 괴인들! 이 미국이란 나라에는 저런 것들이 이렇게나 많았단 말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