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악서생 4부 – 107화 : 오페라의 유령 (1)
3. 오페라의 유령 (1)
미국 보스턴에 뜬금없이 출현한 마계 콜로세움.
웨인 놈의 친위대가 미리 준비해 놓은 무대에서 이루어진 결전이라 걱정했는데, 결국 우리측의 거의 일방적인 우세로 끝나가는 것 같군. 역시 우리 이쁜 대교는 킹왕짱! 아니 퀸왕짱인가? 어쨌든, 대교와 싸웠던 마족 투르가 녀석은 어느 사이에 스스로 변신을 풀었네.
“크으음. 이런 일은 처음인 것 같군. 승부가 끝나지 않았는데도 변신이 풀리다니!”
응? 지가 스스로 푼 것이 아니었나?
“내 칼에 죽임을 당하지 않고도 나를 만족시키다니, 이상한 여자, 이상한 전사다 그대는.”
우리가 보기엔 니가 더 이상하다 이 놈아.
“당신도 이상한 전사예요, 투르가. 저는 약자를 멸시하는 자를 싫어하는데, 당신은 이상하게 미워하기가 어렵군요.”
“크흣, 오해를 한 것 같군.”
투루가는 한 손을 들어 어딘가를 가리켰고, 그건 자신의 창으로 폭격을 했던 관중석이었다.
“마족들은 쉽게 죽지 않아. 내 백성들은 특히 그렇지.”
에? 저 녀석, 저곳에 모인 마족들의 왕이었던 거야? 설마 마계 전체의 왕일 거 같지는 않은데, 마계에도 여기처럼 여러 나라가 존재하는 건가? “그렇군요. 생명을 잃은 분은 없는 것 같네요. 다행이에요.”
흐으으음. 사실 대교는 사마외도 출신으로서, 생명존중 사상이 나보다도 없는 편이다. 지금의 착한 여주인공 모드를 가장한(?) 태도는 솔직히, 오버…! 아무래도 대교는 지금 마족들이 관객의 입장이고, 그래서 팬 관리(?) 차원에서 아껴주는 마음이 생긴 거라고 봐야할 거 같아. 뭐, 그거야 어쨌든, 투르가는 흡족한 미소를 지었고, 마족 관중들이 대교에게 보내는 시선에도 호의가 넘치고 있는 느낌이로군.
“대교! 그대의 정혼자라는 남자! 그도 분명 위대한 전사겠지? 다음에는 그와 싸울 수 있게 되었으면 좋겠군.”
“후후. 언젠가 그렇게 될지도 모르지요. 그땐 정말 각오하시는 편이 좋을 거예요. 그분은, 저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강하니까요.” 자, 잠깐, 투르가! 오해하지마! 나보다 대교가 더 쎄! 진짜야!
난 그렇게 외치고 싶었지만, 투르가는 이미 크게 웃음을 터트리고 있었다.
“크왁핫핫하~! 그래! 그렇단 말이지? 기대하겠다! 그 남자를 만나게 될 날을!”
이런, 제기. 라후의 혈족 삼형제와 재대결도 모자라서, 저런 전쟁광 철갑 괴물과의 싸움까지 예약된 셈인가? 으~ 이런 인기는 정말 싫다, 싫어! 내 기분과는 달리, 매우 흐뭇한 표정이 된 투르가 놈은 대교로부터 물러나, 피비에게로 향했다.
“나와 내 백성들을 불러낸, ‘나누크의 후예’여! 나는 오늘, 그대에게 최고의 적수를 선물 받았다. 그 보답으로, 나는 앞으로 백 년 동안 세 번, 세 번은 무조건 그대의 소환에 응하겠다!”
투르가의 선언을 들은 피비가 고개를 끄덕이더니, 천천히 양팔을 좌우로 벌리며 입을 열었다.
“a!@#eo%&d;멀!”
쯧. 몽몽도 해석 불가의 주문인 모양이군. 어쨌든, 피비의 입에서 주문이 흘러나오면서, 그녀의 전신 문신이 서서히 빛을 발하기 시작하네? 어? 그뿐 아니라, 경기장 전체가?
정확히 말하자면, 경기장 전체는 아니었다. 여기저기 부서지고 깨진 바닥의 틈으로 먼저 신비로운 빛이 새어나오기 시작하자, 대교가 재빨리 신형을 움직여, 외벽 가까이까지 물러났다. 그 직후, 경기장 바닥의 사분의 삼쯤 되는 크기의 공간 전부가 불에 달아오르는 것처럼 붉은 빛에 싸이고 있었다. 경기장 바닥 깊숙한 곳에 대규모 마법진이 설치되어 있었던 거군. 피비의 전신 문신 중에서 이마 정중앙에 있는, 이상한 눈이 연상되는 문신이 유독 더 밝게 빛나는 걸보니, 그게 대규모 마법진을 컨트롤하는 거 같지?
“돌아가자!”
투르가의 우렁찬 명령과 동시에, 관중석의 수천 마족 무리들이 일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하나 둘 스스로 날아오르거나 뛰어내려 붉은 마법의 빛 속으로 들어가는 것 같더니, 마법진의 빛이 점차 강해지면서 우르르~ 반쯤 강제로 끌려가는 것처럼 마법진의 빛 속으로 사라져갔다. 나는 작은 화면으로 보고 있는 중인데도, 그야말로 장관이라는 말밖에 떠오르지 않았다.
“뭐? 그게 사실인가?”
별안간 투르가의 음성이 들려왔다. 녀석은 마법진 안에 있으면서도 아직 사라지지 않고 버티고 서서 대교를 향해 외치기 시작했다.
“대교! 그대의 정혼자 이름이 뭐라고 했었지? 정말 그 진유준, 그 이름이 맞는가?” 대교가 고개를 끄덕여보이자, 투르가는 크게 놀라는 표정으로 외침을 이었다. “그랬었군! 그가 바로 그…………….”
투르가의 전신이 마법진의 빛 속에 묻히면서 외침도 끊겨졌지만, 투르가가 나와 라프에 대해서 뒤늦게 알게 된 것은 확실한 것 같았다.
문어머리 비슷하면서도 나이 먹은 티가 나던 어떤 마족 하나가 사라지기전에 투르가에게 뭐라고 말해주고 가는 것 같더니, 내 얘기였나 보군. 아까 대교가 내 이름을 언급했을 때, 반응을 보이는 놈들이 없어서 이상했는데, 마계라는 곳이 꽤 넓고, 투르가의 나라는 변방에 속해서 소문이 느렸던 건가? 어쨌든 이제 알았으니, 투루가 놈도 입장이 난처하게 되었군. 피비가 또 소환해서 나와 싸우라고 하면, 어떻게 나오려나?
3분이 채 지나지 않았을 때, 수천의 마족들로 바글바글하던 관중석은 거짓말처럼 텅 빈 공간이 되어버렸다. 투르가를 끝으로 모든 마족을 마계로 돌려보내고 나자, 마법진의 붉은 빛도 급속도로 사그라들고 있었다.
비교적 무난히 해결되기는 했지만, 어쨌든 대단한 소환술이기는 했어. 이정도로 엄청난 소환술을 쓸 수 있는 문신 소녀 피비. 저 소녀는 이제 어떻게 나오려나? 또 다른 마족들을 소환할 것인지, 아니면・・・ 음? 녀석도 그런 여력은 없는 건가?
“피비님!”
살리나가 황급히 달려가서 피비를 잡아 부축했다. 마법진의 빛이 완전히 사라지고나자, 피비의 눈이 스륵- 감기면서 몸도 옆으로 기울어지기 시작했던 것이다.
“고르곤!”
고르곤은 길모르에게 당해서 죽은 듯 바닥에 누워있었지만, 살리나가 부르는 소리에는 반응하는 것 같았다. 길모르는 고르곤이 다시 눈을 뜨고 천천히 일어나는 모습을, 흥미로운 표정으로 보고 있었다.
“흐음~ 나의 공격을 3단계까지 받고도 다시 움직일 수가 있다니, 기회만 된다면, 좀 더 연구해보고 싶은 소재로군.”
길모르는 그렇게 중얼거리며 고르곤이 살리나와 피비쪽으로 어기적어기적 걸어가는 모습을 계속 보다가, 문득 ‘아참!’ 소리를 냈다. 그는 철망에 걸어놓았던 스웨터를 찾아서 잘 챙겨 입고는 다시 살리나에게 물었다.
“그 친구, 혹시 ‘애슬론 연구소’와 관련이 있소?”
살리나는 잠시 대답을 망설이다가 결국 입을 열었다.
“그 곳을 알고 있다니, 당신도 애슬론 연구소에서 만들어진 건가요?”
“아니, 난 한때 그곳의 총 책임자였었소. 내가 끝내지 못한 ‘F4 프로젝트’를 누군가 계속한 모양이군.”
“자, 잠깐! 설마 당신이 그 프랑켄 길모르 박사?”
“나 몰래 그런 별명을 붙인 친구들이 있다고 듣긴 했었지.”
뭐야, 이 얘긴, 길모르가 저 고르곤의 창조주나 마찬가지라는 건가?
“그 친구 이름이 고르곤이라고 했나? 후임 소장이 완성한 모양인데, 강화처리만은 칭찬해 주어야겠군. 아쉽게도 두뇌 재생은 여전히 제자리걸음인 것 같지만 말이오.”
알고 보니 진짜 프랑켄슈타인 박사였던 모양인 길모르 박사께선, 진심으로 아쉽다는 표정으로 고르곤을 보고 있었다. 더 이상 입을 열지 못하고 있는 살리나의 얼굴 위로 그녀의 마음의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졌다! 이길 수 없어! 우리보다 더 비현실적이고 판타스틱한 자들이야! 아아~ 그런 이들의 두목인 진유준이란 남자는 대체 얼마나 더 버라이어티한 초현실적 존재라는 거냐!」
-얌마, 요몽!
「헤헤, 죄송. 그치만, 지금 저 살리나라는 여자 뱀프의 심정이 딱 그럴 것 같았어요.」
이 녀석, 아까 시끄럽다고 혼냈더니, 계속 조용히 있으면서 심심했었나보군. 상황이 종료된 거나 마찬가지일 때 장난친 거니까 한번 봐줄, 아, 그전에 할 일이 있는데 깜박할 뻔했다!
-몽몽! 넌 이제 다시, 페트라 팀에 합류해, 페트라 팀에서 준비해 놓은 공격을 실행하도록 하고, 넌 공격받은 놈들이 웨인 놈에게 도움 요청이나, 여하간의 연락을 취하는지, 그걸 체크하는 역할을 맡도록 하고!
「알겠습니다, 주인님.」
내가 ‘쥐시키 괴롭히기 프로젝트’를 계속하기 위한 지시를 하는 사이, 살리나 일행은 예상대로 철수 분위기를 보이고 있었다. 그러나 그건 물론, 우리 대교의 허락이 있어야 가능한 상황이었다. 대교는 살리나 일행 앞에 서서 싸늘한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그 문신 자체가 마법진인 모양이군요. 하지만 마법진이란 것은 보통 발동 시간이 필요한 것 같네요.”
반쯤 의식을 잃은 듯한 피비의 몸으로부터 시작된, 주황색 빛무리는 살리나와 고르곤까지 감싼 형태였으나, 대교말처럼 곧바로 사라지지는 못하고 있었다.
“보내, 주지 않을 건가요?”
살리나는 약간 떨리는 목소리로 물으며, 자신의 품안에 늘어져있는 피비를 내려다보았다. 그러나 대교의 음성은 여전히 냉랭했다.
“제가 왜 그래야하죠? 오늘일은 참을 수도 있으나, 살리나, 당신이 천주께 무례했던 일은 용서할 수 없어요.”
“그, 그건…….”
여기서 살리나가 ‘그럼 저만 죽이고 다른 동료들은 살려주셈.’ 같은 태도를 보였으면, 날 닮아서(?) 착한 대교도 너그러워 질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살리나는 더 말을 잇지 못하고 있을 뿐이었다.
“잠깐, 대교양.”
흠. 길모르가 나서주네?
“저 고르곤이란 친구는 좀 남겨주겠소? 몇 단계 더 실험해 보고 싶소.”
한술 더 뜨는군. 하지만 이거 어째, 짜고 치는 고스톱 느낌이 좀 나네.
팟! 애애앵~!
갑작스런 정전으로 어둠이 덮쳐오면서 요란한 사이렌 소리가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누구라도 놀라서 허점을 드러낼 법한 상황이었지만, 그건 일반인들 얘기였다.
-대교! 괜찮아?
「“예. 돌발 상황 때문에 적의 친위대를 놓치고 말았어요. 후후. 어쩌죠?”」
보고 내용과 달리 웃고 있는 대교처럼, 나도 웃음이 삐져나오고 있었다.
-어허~ 이 아가씨가 그런 치명적 실수를 범하다니! 당장 복귀해서 뜨거운 사죄를, 둘만의 장소에서, 크흠! 흠. 요몽!
「응? 이런 분위기에서 저는 왜요?」
-어차피 네가 끼어들 거 같아서, 자진 납세하는 거다. 상황보고나 좀 해봐.
「에이~ 이번에는 그럴 생각도 없었는데, 암튼! 그럼 조금 전의 상황을 심층 분석해서 보고들입죠!」
요몽의 보고가 시작되는 가운데, 대교와 길모르가 여유로운 분위기로 경기장을 떠나는 모습이 보이고 있었다.
[…·그러니까, 대교님은 처음부터 친위대를 전부 해치울 생각이 없으셨나 봐요. 제가 곧 정전이 되고 요란한 소리가 날거라고 알려드려도 친위대 척살을 서두르지 않으시면서, 길모르씨에게 뭔가 전음을 보내시더라구요.」
그래. 어째, 그런 것 같았지.
「그리고 정전이 되는 순간에야 살리나의 목을 쳐버리셨지요.」
-에? 그랬냐? 나도 그건 못 봤다.
「뭐, 명색이 뱀프니까, 그걸로 죽지는 않았겠죠. 도망쳐서 잘린 목을 다시 붙이던가 그랬겠죠? 어쨌든, 결론적으로, 대교님은 적을 끝까지 겁주고 괴롭히다가 교묘하게 살려 보낸 셈이네요. 이거, 전부 주인님이 시키신거죠?」
-그건, 그랬다 치자.
사실 그렇게까지 구체적으로 지시한 적은 없지만, 대교가 처음부터 끝까지 내 뜻대로 잘 해준 건 사실이지. 역시 우린 무한 이심전심 커플이라고 할까?
-불을 끄고 요란한 소음을 내는, 매우 어설픈 방식이긴 했지만, 그래도 같은 동료들을 도우려고 애썼던 놈, 그놈은 누군지 알겠냐?
「그건, 납치당한 해커, ‘디스’였어요. 대교님과 함께 이 건물에 들어오자마자, 제가 내부 시스템에 침투해서 확인했지요. 제가 침투한 걸 들키지 않으려고 그 사람이 하는 일을 막지는 않았지만요.」
-그래. 그것도 그럴 줄 알았다. 그런데 요몽. 지금 상황정리한건 너냐? 몽몽이 대신 해주고 간 거 아냐?
「우이~ 그걸 꼭 집어서 밝히셔야겠어요? 미워욧!」
-훗. 미안, 진정해라. 뭐, 너도 언젠가 너 자신의 힘으로도 잘 할 수 있게 되겠지.
「그야, 당근입죠! 저도 언젠가는 반드시, 몽몽 오빠처럼 특급 서포터가 되고 말거예요!」
-음. 그래, 그래. 각오가 훌륭하니, 가다가 빵 사먹… 아, 미안. 이번일 잘 마무리되면, 진짜로 다 같이 느긋하게 식신의 요리를 즐겨보자.
「와우! 그런 보상을 약속해주시다니! 저, 요몽! 더 열심히 일하겠습니다요!」
으음. 요몽만 단순한 게 아니로군. 막상 말을 꺼내고 보니, 나도 갑자기 맛난 먹거리들이 땡기기 시작하네?
생각해보니, 한국의 시간 기준으로는 곧 아침 식사 시간이 될 터였다. 하지만 여기 미국의 보스턴은 점심과 저녁의 중간쯤 되는 시간이었다. 물론, 식사야 아무 때고 아무 곳에서나 먹을 수도 있는 거지만, 나와 대교는 서울에서 여행 떠나시는 부모님을 배웅해야 하는 일정도 있었다.
젠장. 웨인 노무시키를 쉴 새 없이 몰아붙이는 일이 비교적 잘 진행되고 있는데도 뭔가 찜찜하다 했더니, 서울에서의 일정을 깜박하고 있었구나. 끄으음! 부모님을 또 속이는 건 싫지만, 어쩔 수가 없군. 이 시점에서 내가 자리를 비우기 어려우니, 레인에게 내 역할을 하라고 하던가 해야겠어.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창가에서 대교와 길모르를 태운 징검다리 2호가 복귀하고 있는 것을 내려다보며 산드라를 호출했다.
-어때, 산드라, 아직 특별한 정보는 없는 건가?
「“예, 로드. 살리나가 대교님의 칼에 목이 잘린 이후, 웨인 자신의 시야 하나로 통일되기는 했습니다. 하지만, 웨인 자신이 보고 있는 주변의 모습만으로는 그곳이 어떤 장소인지 알아내기 어렵습니다.”」
-흠. 아직도 시야 자체가 불분명한 모양이지?
「“예, 로드. 웨인의 의식을 좀 더 깊이 들여다볼 수 있다면, 쉽게 모든 것을 알아낼 수 있겠지만, 저도 그런 정도까지 웨인에게 들키지 않고 할 수 있을지는 장담할 수가 없습니다.”」
산드라도 장담할 수 없는 걸, 섣불리 시도하긴 좀 그렇군. 내가 혼자 남아서 칼을 갈며 대기하고 있던 보람이 퇴색되어 아쉽지만, 지금은 이 정도에서 멈추자. 그래, 진유준, 놈의 위치가 대략이라도 잡히기 전까지는, 참는 김에 쬐금만(?) 더 참자.
-할 수 없지. 현재 우리 해커 팀에서도, 웨인 놈 흔들기를 재개했으니까, 일단은 현재 모드로 좀 더 관찰만… 아, 잠깐! 대교가 돌아왔군.
산드라와 통화를 잠시 멈춘 나에게, 대교의 향기로운 내음이 먼저 다가오고 있었다.
“다녀왔습니다, 천주.”
훗. 마계 콜로세움을 평정하고 돌아온 아가씨의 보고치고는 매우 담백하네.
“수고했어, 비연대장.”
큼. 나도 이정도면 나름 쿨하게 보일려나?
“이제 밥이나 먹으러 가자.”
에구. 왜 이리 멋대가리 없는 대사가 이어지냐?
나는, 나 자신의 무드 없고 썰렁한 대사를 반성하기 바빴지만, 대교는 더욱 환하게 기뻐하며 전음을 보내왔다.
-어머! 그러고 보니, 한국에선 이제 곧, 날이 밝을 시간이었네요. 서둘러 돌아가면, 두 분의 아침 식사 준비에 늦지 않을 거예요.
-그래. 나도 시장하니까, 얼른 밥 묵으러가……………
에? 나, 시방 뭐라캤노?
-무엇보다, 두 분의 여행 준비를 제가 직접 도와드릴 수 있게 되어서 다행이어요. 오라버니께선, 이 와중에도 두 분께 돌아갈 시간을 염두에 두셨군요. 정말 대단하세요.
미치겠네! 한국의 일은 거기 수하들에게 맡기고, 우린 여기서 쥐시키 사냥에 계속 매진해야한다고, 그런 말을 해야 했는데, 대교가 너무 기뻐하면서 내 칭찬까지 해주고 있으니, 말을 바꿀 수가 없잖아! 으~ 젠장! 기왕 이렇게 된 거 그냥 질러 버리자.
-요몽! 모두에게 알려라. 당장 모든 행동을 중단하고 두어 시간동안 휴식에 들어간다.
「에? 진짜요? 설마, 정말 주인님과 대교님 식사 때문에요?」
-우, 우리만 입이냐? 다들 간식이라도 챙겨먹으면서 쉬라고 해. 너도 마찬가지고!
「후훔~ 저야 좋지만, 그래도 되시겠어요? 그 사이에 웨인과 친위대가 반격이라도 해오면 어쩌죠?」
짜식이 시키면 시키는 대로나 할 것이지, 자꾸 따지기는
-그, 뭐, 아까 그쪽 해커 놈과 연락 주고받았던 루트있지. 거기다가 다시 내 메시지 올려라.
나는, 내가 정말 이래도 되는 걸까 싶었지만, 결국 그냥 나오는 대로 불러 주었다.
-우린 밥 먹으러 간다. 너희들도 먹을 건 먹어가면서 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