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악서생 4부 – 113화 : 위험한 하늘로 날아간 새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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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악서생 4부 – 113화 : 위험한 하늘로 날아간 새 (1)


5. 위험한 하늘로 날아간 새 (1)

-산드라가 읽어낸 웨인 놈의 소위 ‘의식의 파편’을 짜 맞추는 퍼즐 놀이(?).

내 설명을 들은 요몽은 눈과 입이 더욱 커지며 놀람을 숨기지 못하고 있었다.

「우와아~! 몽몽 오빠도 단독으로 사용 결정을 내릴 수 없는 사안을, 잘도 두 가지나 한꺼번에 결정해 버리셨네요! 멋져욧!」 살짝 거슬리는 표현이 섞이긴 했어도 칭찬이긴 한 거 같지? 근데 그보다, 요몽의 반응이 어째 내 예상보다 강한 거 같네.

「드디어 이 영역까지 하게 되어서 기쁘긴한데, 저와 패티의 선을 넘어버렸어요. 잠시만요? 몽몽 옵빠아!」

흐음. 요몽이 지가 알아서 한계를 인정하고 몽몽을 부르러 가버리네? 텔레파시 관련일이 이 정도였나?

은발 소년 모드의 몽몽도 꽤 상기된 기색으로 나타나는군.

「어려운 판단 및 결정을 잘해주셨습니다. 감사합니다, 주인님.」

-뭐야. 이게 내가 감사 받아야 할 일도 될 수 있는 거냐?

「주인님의 이번 명령에 의해서, 저희들은 ‘인성 보호법’에 의해 제한받던 영역의 정보 수집이 가능해졌습니다. 물론 이로서, 주인님 서포트 활동에 더욱 만전을 기할 수 있게 되었음이 가장 중요한 사항이겠으나, 저의 지적 호기심이 채워질 패턴이 추가된 것에 대한 감정을 솔직히 말씀드린

것이었습니다.」

그랬,군. 지금까지는 늘 내가 먼저 몽몽의 숨겨진 기능을 다 알지 못해서 갑갑해했고, 미리 알려주지 않는다고 몽몽을 많이 구박했었지. 그런데 이번에는 몽몽이 먼저 자신의 숨겨진 기능을 내가 생각해내서 사용 명령을 내려주기를 애타게(아마도)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었던 건가?

참고로, 해당 사안 처리에 필요한 기술은 다양한 상위법에 저촉될 가능성이 많아, 차후 사용자인 주인님도 관련 교육이 필요함을 양지해 주시기 바랍니다.」

-우쒸. 내가 얼결에 꽤 파급효과가 큰 아이디어를 뽑아낸 모양인데, 공연히 쬐까 부담스러워지기 시작하네. 그냥 확 때려칠까부다.

「에이~ 주인님. 왜 그러셈. 한번 정글도를 뽑았으면 깍두기라도, 아니, 면도라도 하셔야지염」

-훗. 표현에 변화를 줘 본 거냐? 별로 재미는 없었다만, 노력이 가상해서 인정해주마.

「헤헤~ 그럼 이제 진짜 ‘가상 뇌파 시스템’을 만들어도 되는 거죠?」

-그래, 임마. 시간은 얼마나 걸리겠냐?

「어, 그건………….

요몽은 막상 일이 시작되려니까 곤란한 표정으로 슬며시 물러났고, 몽몽이 대신 앞으로 나섰다.

「죄송하지만, 소요 시간은 저도 사전 예측이 힘듭니다. 의사소통을 위한 뇌파 패턴은 개인차가 심하여, 대상자인 코드명 산드라와 싱크로 과정이

진행되어야만 추가 확장 알고리즘 결정 및 소요 시간 산출이 가능할 것입니다.」

끄으음. 이렇게 과정이 복잡해지는 건 나의 귀차니즘과 날로 먹기 선호 사상에 위배되는데, 이번만은 어쩔 수가 없군.


잠시 후.

나는 대교와 함께 빈방 하나를 찾아든 다음, 산드라를 불렀다. 그리고 모두가 편안한 의자에 자리를 잡은 다음에 입을 열었다.

-산드라. 이게 보통 전화기가 아니란 것은 알고 있지?

나는 요몽에게 했던 ‘산드라가 읽어낸 웨인 놈의 소위 의식의 파편을 짜 맞추는 퍼즐 놀이(?)’라는 설명을 붙여넣기 하듯 그대로 해주었다. -어때? 말로 하는 것처럼 보내는 텔레파시 말고, 당신이 인식한 모든 것을 텔레파시로 보내는 거, 할 수 있겠어?

‘가능합니다. 기계에 해 본적은 없지만, 시그마님께는 지금까지 몇 번이고 제가 봤던, 너무나 아름다운 정경의 기억을 보내드린 일이 있습니다.’ 훗. 하여간, 알면 알수록 ‘공포의 마녀’라는 별명이 실감 안 나는 아가씨라니까.

-좋아, 산드라, 이제 곧 여기서 인간과 비슷한 뇌파가…………….

음? 몽몽 녀석, 벌써 시작했나? 산드라가 작게 탄성을 울리네?

‘로, 로드. 마치 로드께서 두 분이 된 듯한 느낌입니다.”

쯧. 몽몽 녀석, 나의 뇌파를 기반으로 가상 뇌파를 구성하고 있는 건가? 몽몽에게 축적된 뇌파 데이터는 내 꺼가 가장 많을 테니 그럴 만도 하긴 한데, 그래도 기분이 좀, 아, 아니지? 이건 나중에 달리 써먹을 수도 있겠는 걸? 산드라나 환영의 천사처럼 텔레파시 능력자와 싸울 일이 또 생기게 된다면 말이지.

나는 얼마간, 새롭게 확인된 몽몽의 기능을 쌈박질 라이프에 어떻게 응용하면 좋을지를, 나름 연구해 보았다. 무엇보다, 기다리는 동안에 내가 할 일이 별로 없어서이기도 했다.

몽몽이 띄워주는 진행 정보창의 내용은 봐도 잘 모르겠지만, 산드라의 눈치로 봐선, 다양한 패턴의 텔레파시를 반복해서 보내게 하면서 감을 잡는 과정을 하는 중이고, 그 과정이 예상보다 길어지는 모양이네. 근데 생각해보니, 몽몽이 이 과정을 잘 끝내고 ‘의식 파편’ 데이터까지 완벽하게 받은 다음에도 난 계속 딱히 할 일이 없겠어.

처음에는 ‘다함께 분석하는 거다’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냉정하게 봤을 때, 나는 별로 도움이 못될 거 같았다. 나는 사실, 타인의 의식의 파편’이란 것을 겪어 본 적이 있었다.

그래. 바로, 정글이의 아빠, 광염 어르신이 영혼을 내 몸에 받아들였을 때, 나는 어느 순간에 그 분의 여러 가지 기억이며 감정을, 내 자신의 의식과 헷갈릴 정도로 느끼며 보고 들었었어. 하지만 그래봤자, 결국에는 남은 게 없었다고 할까? 당시에도 그랬고, 그 이후 가끔 다시 생각해 봤지만, 그래도 뭔가 보고 알게 되었던 거 같기도 하고, 아니 거 같기도 하고, 으~ 다시 떠올려 봐도, 역시 뭐가 뭔지 뒤죽박죽 정신만 산란하네.

‘환영의 천사, 아라크네’의 경우도 참고삼을 수 있겠다. 그녀는 타인의 의식 파편들로 퍼즐 놀이하며 노는 걸 일상적으로 하다가 그렇게 심하게 맛이 간 성격과 다중 인격을 가지게 되었을 거라고 봐야 할 것이다. 즉, 섣불리 타인의 의식 파편을 분석하려고 들면 부작용이 심각하다는 얘기다.

결론적으로, 난 이번 프로젝트에 하등 도움이 못되고, 가급적 해서도 안 돼는 거다. 그러니까 난 이제 계속 심심해야 한다. 으음~ 중간에 뭔가 빠진 결론 같지만, 어쨌든 멍하니 시간 때울 것도 마땅치 않네.

-요몽! 너도 계속 뭔가 같이하고 있는 거냐?

「그럼요! 몽몽 오빠의 엄청 정교하면서도 스펙터클한 작업을 빈틈없이 지켜보며 결정적인 서포트 순간이 오기를 마냥 기다리는 중입죠.」

-호오. 제법인데? 나처럼 그냥 놀고 있다는 말을 나름 잘 늘였어.

「헤헤~실은, 저와 패티는 아직 인간의 뇌파 분석까지 손댈 레벨이 못 되요. 나중에 의식의 파편 조각 맞추기 정도는 도전해 볼 수 있겠지만요.」 난 그 도전도 이미 포기해 버렸지만, 그 얘기는 생략.

-그럼, 원판과 마신일, 양쪽에 다 연락해봐라. 어느 쪽이 바로 통화 가능한지, 그쪽을………….

「딩동! 원판씨 당첨입니당!」

이 녀석, 무조건 원판에게 먼저 연락을 한 모양이군. 응? 근데, 원판이 아니야?

“안녕하세요, 진유준님.”

원판 대신 영상창에 등장해서 살짝 고개 숙여 인사를 하는 건, 원판의 비서 ‘란’이었다. 「에? 어째서 당신이? 원판씨는?」

나보다 요몽이 먼저 나서서 불만 가득한 목소리를 냈고, 란은 가볍게 웃으며 입을 열었다.

“너무 그러지 말아요, 요몽양. 이제 정식으로 인사를 나눈 사이잖아요.”

「그, 그야, 음, 뭐, 저도 란씨가 싫어서 그런 건 아녜요.」

“후후. 역시 마스터 말씀처럼 표정 하나하나까지 귀여운 소녀 요정이네요.”

「헤에~ 원판씨가 정말 그랬어요?」

“그럼요. 마스터께선 요몽양처럼 작고 사랑스런 존재를 특히 선호하시지요.”

요몽 녀석, 말 그대로 입이 귀까지 걸려 버리는군. 단순한 녀석 같으니.

-요몽. 넌 이제 빠져. 누가 주인님 통화에 끼어들라고 했냐?

「에고, 죄송! 제가 놀라서, 무심결에 그만.」

뭐, 나도 살짝 놀라기는 했지.

내가 몽드폰을 들어보이자, 산드라는 새삼스럽게 몽드폰을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예, 로드. 과거 닥터 제이께서 비밀리에 만들어낸 특수 장비라고 들었습니다.’

그래. 최근까지 프리메이슨의 에레보스로 재직(?)했던 산드라조차도 저런 가짜 뉴스를 믿고 있지.

-음. 여기에는 사실, 인간의 텔레파시도 수신할 수 있는 기능도 있어.

‘아! 과연 닥터 제이는 ‘악마의 두뇌’라고 불릴 만큼 대단한 천재였군요.’

-그, 뭐, 그 양반이 쫌 그렇긴 하지.

몽몽을 닥터 제이가 만들어서 나한테 몰래 팔아 먹었, 아니, 하여간 나한테 넘겼다는 상황 설정은 왠지 찜찜하지만, 어쨌든 이렇게 잘 통해서 편하긴 하군.

-어쨌든 산드라. 이 기기의 비밀 기능은 그야말로 극비야. 그걸 꼭 명심해 두고, 그리고 지금부터 우리가 하려는 건 말야.

-훗. 원판 녀석은 이 시간에 벌써 퍼질러 자는 거요? 또 당신한테 보초 서게 하고?

내가 예전에 원판 녀석의 아파트에서 있었던 일을 상기하는 소리를 하자, 란의 얼굴에 왠지 요염한 표정이 그려졌다.

“후훗. 그때를 떠올리셨군요.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많이 다르지요. 우선, 마스터와 제가 머물고 있는 이곳은 현재, 깊은 밤입니다. 진유준님이 계신 보스턴과는 약간의 시차가 있지요.”

이런. 국제적으로 놀 때는 이노무 시차가 문제이긴 하구먼. 원판과 란이 현재 어느 나라에 있는 건지가 살짝 궁금하기는 하지만, 굳이 묻고 싶지는 않고.

“그리고 마스터께선 취침에 드시기 전, ‘유준 형님의 일이라면 언제고 깨워도 좋다’고 말씀하셨지요. 저 역시, 제 선에서 처리될 수 없는 경우가 발생하면 즉시 마스터의 침상에 오를 생각이고요.”

뭔가 얄딱구리한 방법으로 잠을 깨운다는 얘기로군. 으이구. 누가 취음란 각주의 라이벌 아니랄까 봐.

-그, 뭐. 댁들 사생활은 내 알 바 아니고, 그보다 사실, 이번에는 당신도 대답해 줄 수 있는 걸 물으려던 참이긴 했소.

“흐응. 다행이군요.”

다행이라는 말과 달리, 아쉬운 입맛을(?) 다시는 표정이로군. 그거야 어쨌든.

-현재 내가 추적중인 ‘도널드 웨인’, 그 쥐시키는 그렇다 치고, 놈의 수하들 중에서 당신들 프리메이슨을 증오하는 녀석들이 많은 거 같던데 말이요. “아, 예. 그럴 거예요. 그들은 우리쪽 잘못인줄 알고 있겠지만, 그들이 ‘강화 캡슐’에서 고통받은 건, 사실 그들의 주인인 도널드 웨인의 탓이었어요. 기록을 보니, 도널드 웨인은 자신의 수하가 어떤 레벨의 강화처리까지 무난하게 가능한지를 체질과 상태에 따라 판단하지 않고, 무조건 최대한 강화를 요구했었다고 하네요.”

흠. 역시 그게 가장 큰 이유였던 건가? 근데 이 여자, 지들은 별로 책임 없다는 건가?

-댁들의 생체 강화 전사들 중에도 강화 과정을 그 뭐냐, ‘지옥의 가마솥? 그런 거에 들어가는 것으로 표현하던데? 강화처리란 게 원래 다

고통스러운 거 아뇨?

그래, ‘지옥의 가마솥’, 생체강화 전사들 중에서도 손꼽히는 강자, ‘론’ 중령의 입에서 나온 말이었지.

“그건 연구소에서 권장하는 레벨 이상을 무리해서 진행했을 경우인데, 진유준님과 접촉했던 병사들 중에서는 론 중령이 해당되겠군요. 하지만 그때 론 중령은, 스스로 지옥의 가마솥에서 징계 받길 원했던 거였어요. 진유준님 식의 표현을 빌리자면, ‘기왕 받을 벌, 겸사겸사 더 강해지기나 하자.’였던 “거죠.”

이 여자, 과거엔 과학자들 포섭 전문이었다고 하더니 차분하게 해명을 잘 해버리네. 더 이상 이 부분은 따지기 어렵겠어.

-그건 뭐, 그랬다 칩시다. 그보다, 댁들한테 강화 처리된 뱀프나, 웨어울프들이 생각보다는 강하지 않은 거 같아서 이상했는데, 그 녀석들은 애초에 더 강해질 여지가 별로 없는 체질이었다는 얘기로군.

“그런 거죠. 좀 더 구체적으로 말씀드리자면, 저희들은 도널드 웨인 덕분에 뱀프와 웨어울프까지 실험해보는 기회를 얻어서 좋았지만,

결과적으로는 전부 실패했어요. 강화 처리된 인간을 뱀프화 하거나, 이미 뱀프인 자를 강화 캡슐에 넣거나, 유의미한 전투력 향상 효과는 없었다고 해요.”

흐으음. 프리메이슨의 생체 강화 기술이 아직 뭔가 완전하지 못해서 그런 걸 수도 있는 거지만, 일단 그런 결과가 나왔었단 말이지? 그럼 결국 웨인 놈이 헛돈 쓰면서 수하들 고생만 시킨, 뻘짓으로만 끝났던 거군.

-뱀프나 웨어울프쪽은 그렇다 치고, 짜깁기 생체 로봇 같은 고르곤이란 놈도 만나 봤는데, 또 다른 특이 케이스는 없는 거요?

“죄송하지만, 알고 계신 것 이상은 지원된 기록이 없군요.”

-그게 정말 다라면 죄송할 일은 아닌 것 같소만, 그럼 이제 딱히 더 물어볼 것도 없겠네. 원판 녀석에게 ‘실망하는 중’이라고나 전해주쇼. 그 뭐냐, 웨인 놈을 도울지도 모를, 소위 ‘위험한 가문의 전사들 명단을 요몽에게 전해 준 건 알지만, 그런 자들은 아직 코빼기도 못 봤고, 하여간 아직 쥐뿔도 도움이 안 되고 있는 건 사실이니까.

응? 이 여자, 뭐라고 반발할 줄 알았더니, 왜 이렇게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배시시 쪼개지? 설마?

“실은, 진유준님께서 이렇게 나오시면, 그때 말해드리라는 마스터의 전언이 있기는 합니다.”

이쒸! 원판 이노무스키, 처 자러 가면서도 돗자리는 깔아놓고 갔네?

-쳇. 그 뺀질이가 뭐랍디까?

“하아~ 또 저의 마스터를 그런 식으로 칭하시다니, 정말 어쩔 수 없는 분이로군요.”

란은 쓴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저었지만, 결국 다시 입을 열었다.

“날아간 새를 조심하십시오.”

응? 이건 또 뭔 새소리?

-뭐요. 그게 다요?

“아닙니다. 이어지는 전언은……………”

뭐야, 이 여자. 왜 갑자기 꿈꾸듯 행복한 표정이 되는 거야?

“내 품에 둥지를 튼 작은새, 그와 정반대의 하늘로 날아간 새.”

계속 새타령? 이런 새 같은 스키!

“후후~ 마스터의 전언을 전해드렸으니, 이제 저도 잠자리에 들어야겠네요. 진유준님과 요몽양도 굿나잇!”

란은 나름 다정한 인사를 건네더니, 작게 하품을 하며 전화를 끊었다.

「에고야. 원판씨가 또 난해한 암호문을 남겼네요. 하지만, 주인님께선 전처럼 쉽게 뚝딱 풀어내시겠지요? 그쵸?」

뭐가 쉽게 뚝딱이냐? 내가 그 빌어먹을 쌍쌍바 새시키의 암호를 언제 그렇게 쉽게 풀었다고 그런 말을, 아니, 그전에, 원판 그 시키, 현재 상황에서 웬 암호질이야? 이씨! 안 해! 이번에는 암호풀이 안할래! 안하고 말거야!

「주인님! 주인니임!」

-왜 임마! 암호는 너나 풀어.

「아니, 그게 아니라. 몽몽 오빠가 결국 해냈어요! 웨인의 위치를 알아냈다고요!」

-뭐? 진짜야?

「그렇습니다, 주인님.」

대답한 것은 몽몽이었다. 내가 란과 통화 좀 하고, 원판 놈 암호질에 분노 좀 하는 사이에 몽몽은 텔레파시 시스템을 완성한 것도 모자라, 의식의 파편조각들까지 꿰맞춰버린 모양이었다.

‘로드! 로드의 전화기와 해커팀은 정말 놀랍습니다!’

산드라의 텔레파시에도 놀라움과 기쁨이 그대로 담겨있었다.

-좋아. 어디냐, 몽몽.

「멀지않습니다. 그리고 이미 저희들이 공격 중이던 장소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곳 보스턴에서 너희 해커팀이 공격했었던 건물들 중에서 한 곳이라는 얘기구나.

「그렇습니다. 해당 건물의 지하이며, 전날 자신의 별장에서 탈출할 때 사용했던 하수도와도 여러 방향으로 연결되어있는 구조입니다.」

‘혹시 이렇지 않을까하고 생각해봤던 패턴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군. 어쨌거나, 이제 아예 정확하게 위치를 알게 되었으니, 슬슬 사냥을 시작해야겠지?

원판의 짜증나는 암호, 무슨 새가 어쩌고저쩌고하는 말이 떠올라서 찜찜하게 달라붙었지만, 대충 털어내 버렸다. 어떤 의미가 숨어있던, 당장의 쥐시키 사냥에 큰 도움이 될 것 같지는 않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요몽! 캔들 리 경호팀을 제외한, 모든 병력을 출동 대기 시켜. 우리 지하무림은 물론이고, 크루버의 웨어 울프 부대, 리버의 뱀프 부대까지 포함해서 말야.

「넵!」

-몽몽! 넌 가능한 병력들로 하여금 전 지역의 지하공간을 폭넓게 수색하는 대형을 짜는데, 목표 지점 부근의 수색에는 조담놈을 배치해. 작전 개시 시간은 내가 이 집에서 먼저 떠나는 시간을 기준으로 한 시간 후, 그리고 다시 한 시간이 지난 시점에서 우연을 가장하여 자연스럽게 목표 지점을 발견하는 식으로 공격을 개시한다. 이때 당연히, 가장 가까이 있는 조담놈이 선발이 되어야겠지?

「아하~ 알겠어요! 기본적으로는 막연하게 대규모 수색작전을 펼치는 척하다가, 조담씨 팀이 불시에, 그리고 정확하게 공격해 들어가는 거군요. 조담씨가 웨인을 잡으면야 그걸로 끝이겠지만, 무엇보다 무서운 울 주인님을 무지하게 닮은 조담씨에게 놀란 웨인이 결사적으로 탈출에 올인하여 성공한다고 해도, 그때는 후위에서 대기하던 진짜 주인님이 진짜로 때려잡는다! 바로 이거죠?」

으으음. 요몽이 쉽게 정리해서 말해버리니까, 왠지 내가 너무 뻔한 작전을 짠 거 같아서 찜찜해 지는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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