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악서생 4부 – 114화 : 위험한 하늘로 날아간 새 (2)
5. 위험한 하늘로 날아간 새 (2)
전투 상황에 약한 요몽까지 쉽게 이해할 정도의 작전이라고는 해도, 세세한 병력 배치는 그리 간단한 일이 아니었다. 무엇보다, 현재 나의 병력들이 잡탕섞어찌개 분위기여서 더 그럴 수밖에 없었다.
뭐, 그래도 그냥저냥 30분 만에 배치를 다 결정해 버렸군. 이건 세부 병력 배치 및 운용지침까지도, 간만에 몽몽에게 거의 일임한 덕분인데, 이게 확실히 효율적이긴 해. 물론 나는 아직 지휘관으로서 너무 부족한 놈이니, 앞으로도 가급적 몽몽에게 의지하지 말아야겠지만 말야.
내가 예외적으로 몽몽 보좌관의 역할을 확장한 것은, 당연히 나 자신이 직접 웨인 놈을 잡는데 집중하기 위함이었다. 나는 출진을 위해 산드라와 함께 게이트로 들어갔고, 당연히 대교가 배웅을 위해 마주섰다.
-이번에도 같이 가지 못해서 미안. 다녀올게.
나름 비교적 무난하고 담백하게 인사를 남겼다고 생각했는데, 뭐라 입을 열려던 대교가 풀썩 웃었다.
팟!
워프 직후 옆을 돌아보고서야, 대교가 웃은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으음. 산드라, 이 아가씨. 내가 대교와 달리 손을 내밀어주지 않자, 어린아이처럼 내 옷소매를 조심스럽게 잡고 워프 시켜주었군.
-고마워, 산드라.
“예?”
뜬금없는 내 고맙다는 말을 이해하지 못한 산드라는, 의아한 표정으로 사라졌다. 사소한 일로 대교처럼 가볍게 한번 웃은 것만으로도 마음이 한결 밝아지는 기분이었다. 그래서 산드라에게 감사를 표했던 것이다.
그래. 애써 감추고 행동하긴 했지만, 이제 진짜 웨인 놈을 잡으러간다고 의식하니까, 내 마음 속의 어두운 살기가 급격하게 커져만 갔어. 하지만 그래봐야 내 손해지. 상대가 아무리 악질 쥐시키라고 해도, 그놈 증오하다가 내 쪽에서 웃음을 잃으면 안 되지. 암.
나는 그렇게 정신가심을 하면서, 새삼 내가 타게 된 게이트 내부를 둘러보았다. 이곳은 한국에 있는 ‘징검다리 1호’보다 두 배 넘게 큰 내부를 자랑하는 2호차 내부였다. 지난번에는 대교 일행이 이용하는 것을 영상중계로 봤었을 뿐이고, 나는 이번이 첫 번째 탑승이었다.
-천주!납시었습니까!
운전석의 은사마군이 보낸 전음이었다.
-그래. 어, 그럴 거 없어. 내가 가지.
은사마군이 인사하러 오려는 기색이어서 만류하고, 내 쪽에서 내부의 문을 열고 조수석으로 옮겨갔다. 이 차는 캠핑카처럼 앞자리와 뒤쪽의 공간이 연결되어 있었던 것이다.
-흠. 이렇게 큰 차는 처음인데, 전망(?) 좋군.
조수석에 안착한 내가 솔직한 감상평을 밝히자, 은사마군이 소리죽여 웃었다. 전면 차창 앞으로 건너다 보이는 커다란 건물은 대교와 길모르가 방문했었던 웨인 소유의 실내 체육관이었다. 징검다리 2호는 지난번에 대교와 함께 이 차를 이용한 산드라가 여기서 다른 곳으로 워프하기 직전에 주차했던 장소에 다시 정확하게 주차되어 있는 중이었던 것이다.
산드라가 워프해 오기 위한 공간은 그대로 유지해 주고 있었지만, 차의 외장 도색이 반나절 만에 싹 바뀌어서 지금은 다른 차 같아졌다고 했던가? 은사마군도 보통 미국 트럭 운전사하면 떠오르는 분위기랄까? 그런 패션이 뭐라고 딱 집어 얘기하긴 어렵지만, 푹 눌러 쓴 야구모자며 전체적으로 자연스럽게 변장 아닌 변장을 하고 있네.
-은사마군. 난 그냥 앞자리 구경 왔던 거야. 다시 뒤로 갈게.
-아, 예, 천주. 곧바로 출발하겠습니다.
-수고.
나는 다소 싱겁게, 뒤쪽의 게이트 공간으로 돌아갔다. 생각보다 안락한 조수석 의자가 다소 아쉽기도 했지만, 지금은 ‘용근확골공(用筋擴骨功)’같은 역용술에 돌릴 내력도 아까워서 이러는 것이다.
앞에 앉아서 은신술 모드를 써도 충분할 거 같기도 한데, 그래도 최대한 더 조심해야지. 나는 지금 매복 및 기습을 위해서 따로 움직이고 있는 거니 말야.
난 게이트 겸 대기실 바닥에 결가부좌를 틀고 앉으며 요몽을 호출했다.
-요몽! 중간 보고!
「넵! 우선 현재 탑승 중이신 징검다리 2호는, 대략 20분정도 후에 목적지 부근으로 도착 예정, 되겠습니다. 그리고 다시 30분쯤부터 일명 ‘뺑끼 수색 작전’이 대대적으로 시작될 예정이구요.」
-해커팀은?
「그야 당근, 같은 시간에 대대적인 공격을 준비중입지요. 적장 웨인의 사업체 중에서 본사 격인 곳을 포함하여 보안 레벨이 높은 곳 위주로 세 군데를 목표로 선정했습죠.」
사실, 이번에 웨인 놈을 확실하게 잡게 되면, 양지의 회사들까지 문 닫게 할 필요는 없겠지만, 당장은 놈에게 혼란을 주기 위해서 약간(?) 두들겨 줄 필요가 있지.
「이제 밤도 깊었고, 다들 출발할 준비를 마치고 움직이기 시작하네요. 아, 역시 가장 먼 구역을 할당받은 페트라 언니와 시그마씨 팀이 먼저 출발하는군요.」
중계와 함께 영상창도 함께 뜨기 시작했다. 리버의 서브 뱀프 30명을 포획했었던 건물은 편의상 ‘뱀프 타운’이라 부르기로 했는데, 그 뱀프 타운에서 두 개 팀이 동시에 출동하고 있었다. 페트라팀은 우리 어사조 떼거지(?)와 ‘금빛의 요정 프리제타’, ‘침묵의 유령 사사키’로 이루어져 있으며 북동쪽 구역을 맡기로 되어 있었다.
북서 구역을 맡은 시그마팀은 움직임으로 봐선 다시 세 개 팀으로 나뉘어서 시그마와 엘사 블루, 안나 블루가 각각 부대장을 맡은 것 같군. 엘사와 안나 레잇 고 자매 뱀프가 전에는 동료들 사이에서 어떤 위치였는지 모르겠지만, 지금은 상급 뱀프 시그마와 산드라에게 도시락으로 간택되면서 확실한 지위 격상을 한 모양이야. 아직은 시한부라고는 해도, 본래 마스터인 리버보다 상급의 뱀프의 서브가 되었으니, 당연한 일이겠지.
「주인님. 길모르씨가 어사조와 웨어 울프 부대를 지원받자마자 지휘관으로 취임하면서 출발하네요. 이쪽 지원 웨어 울프들의 소대장은 주니어, 되겠습니당.」
저 우람듬직한 과학자 길모르는 서쪽을 맡기로 했지? 이번에는 저 남자의 전투를 좀 제대로 볼 수 있으려나? 어사조들에게는 카메라 장비가 따로 지급되기도 했다니까, 조금 기대해 봐야겠군.
「오! 드디어 러브 하우스 어벤져스도 우르르 출격합니당! 아, 물론 대교님은 본진 방어를 위해서 남으시고용!」
사실 대교도 출격하고 싶어 했지만, 전투전문 어벤져스에 비해서 약한 이들, 특히 소령이 때문에 어쩔 수없이 남게 되었지. S와 흑주는 진작에 캔들 리 지키러 가버렸고 말야.
출동한 러브 하우스 멤버들도 크게 두 패로 나뉘어서 배치될 예정이었다. 먼저 동쪽을 맡게 될 녀석들은 ‘전격의 악마, 토르’와 ‘불꽃 소녀 미령’이 콤비였다. 이 둘은 최근 구중천에서 만나 급속도로 친해졌다고 하며, 당연하고 분명하게도 ‘남녀사이’이다.
그런데도 이상하게 우리 주변 사람들은 저 녀석들을 커플이 아닌 콤비로만 보게 된단 말야? 심지어 깐깐한 언니 대교까지도 ‘자니’ 때와 달리
토르에게는 경계의 시선을 보내지 않고 있는 것 같고 말이지. 그런 이유야 어쨌든, 토르에게는 어사조들이 따라다니게 했고, 웨어 울프 한 소대는 미령 공주에게 충성(?)하게 배정되었어. 솔직히 이쪽이 가장 불안하긴 한데, 일단은 믿어 보기로 하자.
마지막으로 체크 할 부대는 조담놈과 자룡대주가 주축이 되는, 적어도 표면적으로는 여기가 주력부대였다. 대장 늑대 ‘크루버’는 이번 작전에서 본래의 삼분의 일 수준밖에 안 되는 수하들을 이끌게 되었지만, 그래도 60마리인지 명인지는 되었다.
사실 조담놈이 맡은 남쪽은, 조담놈의 능력보다는 단순하고 직선적인 성격의 문제 때문에, 포위망의 가장 큰 구멍이라고 할 수 있었다. 하지만 남쪽의 구멍, 조담놈은 그 자체가 의도적인 배치였다. 마지막 순간에 그 구멍을 통해 달아나려는 웨인 놈을 잡기 위해서 내가 여기 있는 거고 말이다. -요몽. 조담놈 얼굴 좀 확대해 봐라.
흐음. 면도를 깔끔하게 하고, 헤어스타일도 나와 일치시킨 것은 물론이고, 내가 X로 표시(?)한 흉터도 변장도구를 활용해서 잘 감추어 주었군. 처음 만났을 때처럼 거울 보는 것 같아서 기분이 껄적지근하기도 하지만, 지금은 작전에 꼭 필요한 요소이니 어쩔 수 없지.
-근데 요몽. 언제부터인가 다들 이 녀석 부를 때 ‘놈’자를 빼는 거 같더라? 너도 그렇고 말야. 혹시 조담놈이 그러라고 협박하디?
「아, 그거요? 아하핫! 그게 아니고요, 최근에 자룡대주가 새로 이름을 지어준 거예요. 한자는 이거, ‘조담(趙潭)’.」
-에? 그런 거였어? 언제?
「며칠 안 되었어요. 개명했다고 해도 한 글자 뺀 것뿐이긴 하지만, 기존 부르던 습관이 있어서 완전히 다른 이름으로 바꾸기는 좀 그랬나 봐요.」 조담놈은 완전히 바꾸고 싶어 했을 텐데, 자룡대주가 반대해서 그렇게 합의를 본 모양이군.
-그랬단 말이지? 근데 왜 아무도 보고 안했냐?
「다들, 특히 주인님께서 많이 바쁘셨잖아요.」
으음. 하긴, 나도 몇 번 들어놓고도 나중에 물어 본다고 미루다가 계속 까먹곤 했다.
어쨌거나, 그랬었군. 녀석의 본명(?)을 지어줬던 나로서는 다소의 아쉬움도 있지만, 내가 지은 부분이 반 이상 남아있으니, 앞으로는 나도 새로운 이름으로 불러줘야겠군.
「아, 주인님! 드디어 작전 개시 시간이 되었어요!」
으음. 전체 병력 체크하는 사이에 벌써 그렇게 되었군. -좋아. 전군, 작전 개시!
나의 명령 직후, 사방의 모든 병력들이 동시에 움직여 수색작전을 시작했다. 보스턴의 지하 세계 전체를 대상으로 하는 작전임을 생각하면, 우리 병력들의 숫자가 너무 적은지도 모른다. 하지만 우리 병력은 그야말로 초인 부대이다. 지하에 숨어있는 자가 누구이든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것이다.
-천주! 목적지에 도착했습니다.
은사마군의 보고가 있자, 요몽은 내가 탄 징검다리 2호가 주차한 지점을 알려주는 영상창도 띄웠다. 나와 은사마군만이 지상에 있는 거지만, 위치상으로는 지하에 짱박혀 있는 웨인의 머리, 바로 위라고 할 수도 있었다.
자아~ 웨인, 이 쥐시키야. 나는 이미 너의 바로 머리위에 와있지만, 이건 아직 모르고 있지? 그러나 너를 찾는 초인들, 특히 내가(조담이) 점차 너에게 가까워져 갈 거야. 이제 계속 가만히 숨어만 있기에는 너무 불안하지 않냐?
「주인님! 적의 ‘첩보원으로 의심되는 생명체들의 활동이 점점 더 많이 포착되고 있어요!」
-훗. 그래? 그 작은 첩보원들 때문에 패티는 벌써 자기 방으로 숨어버린 거 아니냐?
「어, 조금 무섭긴 한데, 참을만하대요.」
으음. 몽몽 남매들 중 막내, 패티. 고 녀석은 처음 실전 데뷔할 무렵에 ‘거미 군단’에 겁먹고 자기 할 일조차 팽개치고 숨어 버리는 바람에, 내가 위기에 처한 적도 있었지. 그랬던 녀석이 이제 좀 컸다고, 많이 용감해진 건가?
심약 소녀 패티의 현재 상태는 확실히 알 수 없었지만, 사실 지하의 상황은 나도 조금 부담스러울 정도였다. 지하 하수도 시설에도 자체 조명이 설치된 구역이 꽤 있었으나, 훨씬 더 많은 구역이 컴컴한 갱도 분위기였다. 그런 공간에서 우리 병력들이 소지한 휴대용 조명장치들 불빛만 어지럽게 오가며 공간 여기저기를 순간적으로 비추고 있었다. 불빛이 잠깐 비추었다가 사라지는 사이사이로 작은 징글이들이 언뜻언뜻 나타났다 사라지는 모습은 커다란 괴물 출현보다 섬뜩한 구석이 있는 것이다.
게다가 영상 자체도 개인이 소지한 기기들로부터 얻어지고 있는 거라서 더욱 현장감이 넘치는군. 오페라 극장에서의 어설픈 공포무대 연출과는 차원이 다르다고 할까?
-그럼 요몽, 넌 어떠냐? 저 징글이들이 무섭지 않아?
「후~ 저를 뭘로 보시고, 전 절대 무섭지 않아요, 저런 ‘쥐쯤은!」
자길 뭘로 보냐고 큰소리지만, 볼래도 볼 수가 없네. 요몽 이 녀석, 어느 사이에 슬며시 모습을 감추고 목소리만 들리고 있어.
우리가 초기부터 적의 첩보원으로 의심했던 것은 바로 저 쥐떼였다. 웨인 놈은 첨단 장비 사용을 그리 선호하지 않는 성격 같은데다,
사용하려고해도 그쪽 분야는 몽몽 남매가 꽉 잡고 있어서 걱정이 없었다. 인간으로 구성된 첩보원들의 존재도 가능성이 적었다. 우리측에는, 적의 수상한 시선을 결코 놓치지 않을 초감각의 소유자들이 넘쳐나기 때문이었다.
그런데도 웨인 놈 측에서는 우리의 움직임을 어느 정도는 파악하고 있는 눈치였어. 그래서 한동안 주변을 모니터링한 몽몽 남매는 바로 저 쥐들을 첩보원 용의자로 지목했지. 그 이후로는 자연스럽게 놈들의 근접 감시를 차단할 수가 있었지. 우리가 적의 첩보활동을 눈치깠다는 걸 티내지 않고 쥐들의 접근을 막기 위해서는 몇 명의 연기파(?) 여성분들이 수고해줘야 했지만 말야.
“꺄악! 쥐! 미국 쥐, 안 예뻐!”
이렇게 외치며 울상을 짓던 소령이는 아무래도 연기를 한 것이 아니었을 것이고, 쥐가 기어 다니는 집의 안주인이 된 미스 카이가 불쾌해하며 데릭과 S를 갈궜던 것도 어느 정도 진심이었던 것 같았다.
“쥐? 비위생적이군요. 모두 잡던 가, 쫓아내세요!”
지난날 거미 떼에게 약한 모습을 보였었던 페트라의 과잉 반응 역시도 나름 사실적이었다.
“어르신. 건물 내의 위생 상태가 좋지 못합니다. 방역 대책이 필요합니다.”
사영에게 보고하던 은사마군의 과잉 차분도 일단 그렇다 치고.
“어머. 사무실에 쥐가 있네요. 무서워요.”
그래. 캔들 리 사무실에 출근하자마자 이랬다는 나타샤의 내숭 연기는 조금 가증스러웠어.
어쨌거나, 분위기 조성 이후의 일처리는 손쉬웠다. 이제는 각 팀별로 최소한 한 명 이상 존재하게 된 뱀프들이, 쥐들에게 ‘오지마! 꺼져!’라는 명령을 내리기만 해도 되었던 것이다.
뱀프들이 인간 외의 중소형 동물들에게도 지배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건, 세계정화재단의 자료실에도 나와 있었어. 그런데 그건, ‘끌어 모으고, 아주 기본적인 명령을 내릴 수 있는 정도.’라고 나와 있기도 했었어. 그러니까, 쥐들을 첩보원으로 쓸 수 있을 정도로 쥐들과 고도의 의사소통이 가능한 건, 웨인 자신이나 살리나 등의 뱀프들은 아니라고 봐야할 거 같아. 쥐들을 동원할 수 있는, 아직 만나보지 못한 친위대. 그런 놈이 있을 거라는 합리적 의심이 가능한 상황이지.
쥐떼를 부릴 수 있는 미지의 친위대. 그 놈은 이제 쥐들이 돌아다녀도 이상하지 않은 환경에서 마음껏 쥐들을 동원하고 있는 것 같았다. 그리고 그건
나도 바라는 바였다. 지금은 웨인 놈이 우리 병력들의 활동을 모두 파악하고 있다는 착각을 하게 만드는 것이 중요한 시점이니 말이다.
「주, 주인님. 아무리 지하 하수도 안이라고 해도 그렇지, 이쪽은 너무 심한 거 같아요.」
요몽이 약간 떨리는 음성을 내고 있었다. 내가 봐도 길모르 쪽의 영상창에는 비정상적으로 많은 쥐떼들이 목격되고 있었다.
미지의 친위대가 길모르를 상대로 뭔가 해보려는 건가? 하지만 길모르팀은 조담놈, 아니, 조담 녀석 다음으로 웨인 놈의 아지트에 가까워. 게다가 쥐들의 정체가 먼저 밝혀지면 이후의 첩보활동이 막히게 될 걸 알면서 왜 쥐떼 조종자가 먼저 나서는… 아니 그럴 리가 없겠지?
-요몽! 다른 팀들도 조심하라고 해! 동시에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넵! 아, 페트라팀에서 먼저 긴급 보고가 날아왔어요! 웨어울프로 추정되는 놈들이 잔뜩 나타난 거 같은데, 지휘관이 누구인지는 아직 모르겠대요! 옴마나? 다른 팀들에서도 ‘적과 조우’라는 메시지가 막 들어와요!」
으으음. 역시 사방으로 동시에 반응해 오는군. 드디어 친위대 총출동이려나?
-요몽! 전체 상황 도표 띄워.
바로 전체 상황판을 살펴보니, 현재 우리 병력들이 이루고 있는 포위 대형은 거의 원에 가까웠고, 웨인 놈의 비밀 아지트는 그 중심에서 어느 정도 벗어나 있었다.
일단 반격을 해보고, 여의치 않으면 퇴각하게 되더라도 웨인 놈이 탈출할 루트를 확보하겠다는 작전인거 같군. 나라면 전력을 한 곳으로 집중해서 단숨에 뚫고나가는 식을 선택할 거 같은데, 역시 쥐시키답게 소심한 작전으로 나오네.
소심하기도 하고, 이기적이기도 했다. 여차하면 자기만 뺀 수하들 전부를 유인작전의 희생양으로 쓰겠다는 거니 말이다.
-요몽! 피비도 나타난 거 같냐?
「아직 잘 모르겠어요. 낯선 친위대가 많긴 한데, 마족인지는 파악하기 어려워요. 아, 조담씨 쪽에는 낯익은 커플이 나타났네요.」
낯익은 커플? 응? 이 녀석, 살리나와 고르곤을 커플로 표현했던 거군. 저 둘을 커플이라고 하는 건 무리가… 아? 가만? 그게 문제가 아니잖아? -요몽! 조담 쪽 화면만 키우고, 자룡대주와 통신 연결해봐.
젠장. 하필 살리나가 조담 쪽에 나타나서 곤란하게 되었네. 살리나는 조담놈을 가까이서 만난 적이 있으니, 자칫 조담이 내가 아니라는 것을 들킬 수도 있겠어. 아니, 어쩌면 이미 그걸 의심해서 굳이 살리나를 보낸 걸 수도 있겠어.
웨인이 지금 과감한 작전을 펼치지 못하고 있는 건, 놈의 본성이 원래 그렇기도 하겠지만, 소위 ‘신성 파괴자’라는 나를 두려워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살리나가 조담의 실체를 알게 되면 내가 여기서 매복하고 있는 의미가 사라져버려.
-자룡대주! 어떤 형태로든 대답하지 말고, 듣기만 해. 아무래도 적이 조담의 정체를 의심하기 시작한 거 같아. 무슨 뜻인지 알지?
자룡대주는 보일 듯 말 듯 고개를 끄덕였고, 곧바로 조담 녀석에게 뭐라고 전음을 보내는 것 같았다. 조담 녀석은 정면에 나타난 살리나와 고르곤을 향해서 기세등등하게 나서려다가 흠칫- 멈춰서고 있었다.
끄으음. 새롭게 등장한 친위대들도 있고, 지켜보고 싶은 싸움이 꽤 많은데, 하필 가장 식상한(?) 조담 녀석 싸움에 집중해야 하다니!
그런 생각 때문에 약간의 짜증까지 느껴졌지만, 한편으로는 뭔가 특별한 아이디어가 떠오르기도 했다.
그렇군! 언젠가는 내가 직접 해보고 싶었던 실험이지만, 조담 녀석 시켜서 할 수도 있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