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악서생 4부 – 121화 : 다시 날아든 새.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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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악서생 4부 – 121화 : 다시 날아든 새. (3)


7. 다시 날아든 새. (3)

출격 자체에 살짝 감격 먹으며 징검다리 2호를 뛰쳐나왔다. 내 신형은 가까운 보도블록을 가볍게 딛고 도약하여, 눈부신 속도로 밤거리를 날기 시작했다.

컨디션 오케이! 좋아! 이대로 단숨에…………

「주인님! 오버하지 마셈!」

윽, 요몽, 이 녀석이!

「목표지점은 코앞이고, 너무 일찍 나오셨잖아요. 릴렉스, 릴렉스으~」

-얌마! 간만에 출격 기분 좀 내는데, 꼭 초를 쳐야겠냐?

「후웅~ 그건 죄송. 하지만 너무 일찍 목표 건물에 모습을 드러내시면, 웨인이 도주로를 변경할지도 모르잖아요.」

-그야 뭐, 그래서 나도 기분만 잠깐내고, 이쯤에서 멈추려고 했었어.

나는 어물쩍 경공을 멈추고 적당한 지점에 착지했다. 요몽 말대로, 나의 매복지는 이제 최종 목표로 확정된 건물과 무지 가까웠다. 내가 내려선 곳은 어떤 건물의 앞에 자리한 광장이 시작되는 지점이었고, 광장 너머의 건물은 주변의 고만고만하게 작은 건물들과는 비교조차하기 어려울 정도로 웅장한 고층 빌딩이었다.

웨인 놈의 도주 루트가 저 건물로 결정됨으로서 좋은 점은, 내가 맨홀 안으로 들어가지 않게 되었다는 거 정도뿐인가? 지금 저 건물 안에서 웨인 놈을 지켜주겠다고 나설 놈들을 생각하면, 차라리 나도 하수도 안으로 들어가게 되는 편이 나을 뻔했지만, 하는 수 없지. 어차피 저 안에 있는 놈들도 앞으로 상대해줘야 할 상황일 테니, 오늘 찐하게 살풀이하는 걸로 인사를 나누는 거지, 뭐.

-은사마군!

은사마군은 조금 늦게 따라붙어서 내 뒤에 서있는 중이었다.

-나는 곧 정면으로 들어가겠지만, 은사마군은 따로 침투해. 단, 내 지시가 있기 전까지, 가급적이면 적과 교전하지 않는다.

-복명!

대답 직후, 은사마군은 슬며시 은신술을 발동하며 어딘가로 모습을 감추었다.

훗. 이 아가씨, 실전이 거듭되면서 은신술과 경공이 매우 빠르게 발전하는구먼. 아, 우리 킹왕짱 장인어른, 사영의 과외 수업도 큰 도움이 되고 있으려나?

「주인님!」

몽몽이 웨인 놈의 동선을 영상으로 띄우기 시작했고, 나는 다시 신형을 움직여서 건물의 정문을 향해 나아갔다.

지이잉~! 키잉!

정문을 폐쇄하고 있던 금속 셔터와 정문 자체까지 자동으로 열려졌다. 나는 친절한 몽몽씨 덕분에 지극히 조용하게 적진에 들어설 수 있었고, 1층 로비도 적진답지 않게 아무도 없는, 그야말로 휑~한 분위기였다.

「현 건물의 모든 일반인은 8시간 전, 모두 철수한 상태임이 확인되었습니다.」

-알긋다, 몽몽. 근데, 그게 당연한 거겠지. 우리를 비롯해서, 이번 싸움에 관계된 자들 모두가 일반 시민분들의 이목을 조심해야하는 처지이니 말야. 「우선, 2층과 3층의 카메라가 모두 파괴되었으며, 현황 파악이 어려운 병력이 다수 주둔중인 것으로 추정됩니다.」

카메라는 그렇다 치고, 몽몽이 바로 위층의 놈들을 스캔해내지 못한다면, 놈들이 프리메이슨의 ‘대 몽몽 스텔스 장비’를 갖추고 있다는 얘기로군. 「쥔님! 몽몽 오빠가, 저는 이제 지하의 상황 마무리에 협조하러 가라네요.」

몽몽은 지금 내가 웨인 놈을, 요몽과 패티, 두 소녀 인공지능의 정서에 좋지 않을 수준으로 처리할 것이라 예상한 모양이군.

-그쪽도 엄청 중요하지. 언능 가 봐라.

「넵! 쥔님, 홧팅!」

분위기를 감 잡은 요몽이 순순히 응원만을 남기고 사라졌을 때, 지하 깊숙한 곳으로부터 올라온 엘리베이터가 1층에 멈추며 딩동~! 작지만 경쾌한 소리를 울렸다. 이어, 엘리베이터 문이 조용히 열려지며, 너무나 반가운(?) 웨인 놈이 모습을 드러냈다.

“웰컴! 쥐시키!”

나는 다정하게(?) 환영의 말을 해주었지만, 웨인 놈은 그야말로 정신줄 놓은 표정으로 입을 다물지 못하고 있을 뿐이었다. 나는 정글도를 어깨에 걸친 채, 다른 손을 들어서 까닥까닥, 내 앞으로 나오라는 손짓을 해보였다. 그러나 놈은 여전히 꼼짝도 못하고 서서 부들부들 떨고 있을 뿐이었다. “뭐야? 또 불쌍한 노인 코스프레를 하는 거야? 시간 낭비 말고, 마지막 발악이라도 해보는 게 어때?”

산드라로부터 전해져오는 웨인의 ‘마음의 소리’는 이제 자막으로 떠오르고 있었다. 그래서 지금 놈의 마음이 보이는 그대로인 것을 알 수 있지만, 그래도 괜히 해본 소리였다.

“지난번에는 내 피도 맛보겠다고 큰소리치지 않았던가? 왜? 안개화가 안 되서 그래? 그 능력을 쓸 수 있게 내 쪽의 마법을 풀어줄까? 그럼 용기를 낼 수 있겠어?”

진심이었다. 놈의 도주를 막기 위해서 몽몽에게 안개화를 막으라고 해두었지만, 놈이 원한다면 풀어 줄 생각이었다. 하지만 놈은 여전히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고, 마음의 소리는 ‘죽고싶지 않아! 무서워! 싫어!’만을 반복하고 있었다.

이 빌어먹을 쥐시키! 끝까지 칼부림할 의욕을 깎아 먹는군. 위층의 놈들, 뭘 꾸물거리고 있는 거야?

내가 오히려 적의 공격을 바라는 마음이 되었을 때에야, 몽몽이 다급하게 알려왔다.

「주인님! 적들의 사격 통제용 레이더 전파가 감지되기 시작했습니다!」

뭐? 내려 올 움직임도 없이, 바로 사격할 태세라고?

나는 느껴지는 위기감에 따른 타이밍으로, 신형을 옆으로 옮겼다. 그 직후, 머리 위 천정의 한쪽이 푸앗! 시멘트 가루를 토했다. 그게 인식되는 것과, 동시에 내가 서있던 바닥에 폭연이 솟구쳤다. 폭음이 인식된 것은 그 다음이었다.

총알보다 크고 파괴적인데, 총알보다 빨라? 두 뼘 이상 거리로 비켜갔는데도 위압적인 충격파! 이거, 혹시?

푸앗!퍽! 푸앗! 퍽! 푸앗! 퍽!

연이어 천정을 뚫고 폭사되는 것들을 간신히 회피하는 내게, 몽몽의 긴급 보고가 이어졌다.

「엘리베이터가 수동으로 구동되려 합니다!」

자욱한 포연 너머로, 엘리베이터 문이 닫히기 시작하면서 웨인 놈의 얼굴과 의식에 ‘희망’이라는 글자가 새겨지고 있는 모습이 보이고 있었다. 번쩍! 킥!

“크윽!”

포연을 뚫고 쏘아진 삼시전결(三矢電訣)이 웨인 놈의 목을 꿰뚫었다.

번쩍! 콱! 번쩍! 칵! 번쩍! 퍽! 번쩍! 캇!

엘리베이터 문이 완전히 닫히기 전까지 몇 번의 삼시전결을 퍼부었는지, 나도 헤아리지 못했다. 엘리베이터는 그래도 위잉~ 작동을 계속하여 위층으로 올라가기 시작했다.

「대상체의 두부를 제외한, 거의 모든 신체에 주인님의 공격이 적중되었습니다. 특히 심장 파괴로 인해, 단시간 회복은 어려울 것으로 판단됩니다.」 -웨인! 머리는 일부러 남겨둔 거야! 계속 더 각오해!

솔직히, 나도 조금 경황이 없어서 한두 방 빗나간 거지만, 일단 말이라도 극악스럽게 해두는 거지, 뭐. 크흠.

내 전음을 제대로 들었는지 어쨌는지 몰라도, 놈의 만신창이가 된 몸이 실린 엘리베이터는 맨 꼭대기인 40층에 이르러서야 멈추는 모양이었다. 웨인 놈이 헬리콥터 같은 걸로 달아날 준비를 해두었다고 해도, 그에 대한 대비도 해두었으니, 마무리를 서두를 필요는 없을 것 같았다.

-근데, 몽몽. 조금 전에 위층에서 천정 벽을 무시하고 쏘아댔던 그거, ‘레일건’ 맞지?

「그렇습니다, 주인님. 적외선 레이더를 기반으로 한 사격 통제 시스템을 가진 기종이니, 현재처럼 주변 기온과 유사한 체온을 계속 유지하실 것을 권고합니다.」

역시 그 레일건이었군. 기분 같아서는, 소위 ‘손바닥 레일건'(?)을 가진 나타샤를 불러서, 레일건 맞불을 놓고 싶기도 하지만, 그럴 시간은 없으려나?

나는 잠시 내려트렸던 정글도를 다시 어깨에 걸치며 뒤로 돌아섰다. 엘리베이터의 맞은편 방향에는 2층으로 오르는 계단이 있었으며, 10여 미터 정도 폭의 양쪽으로 꽤 낯익은 느낌의 병력들이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경찰 특공대, 스와트 비슷 하거나 말거나!

나는 주저 없이 앞으로 걸음을 떼기 시작했고, 나에게 총기류가 없다는 이유로 즉각 사격을 가하지 않는 것은, 놈들에게 나란 놈에 대한 사전정보가 거의 없다는 증거였다.

“프리즈(Freeze)!”

“뭐래? 얼음? 난 그럼 땡!”

나오는 대로 대꾸해주며 달려 나가는 순간, 놈들의 총구가 일제히 불을 뿜었다. 그러나 순간적으로 공공보법을 펼치는 것만으로도 모든 총격이 내가 지나친 공간에 쏟아졌을 뿐이었다. 모든 시선과 총구가 황급히 들어 올려지는 것 같았지만, 모두의 머리위로 날아오른 내가 사방으로 도기(刀氣)를 쏘아댄 것이 한 박자 빨랐다.

파파팟팍팍!

위력을 줄이고 작게 분산해서 날린 형태였지만, 그것만으로도 사방의 적병이 비명을 지르며 쓰러지고 있었다. 나는 가볍게 계단 위로 착지한 직후, 다시 옆으로 슬쩍 신형을 날렸다.

훙! 후웅! 흉!

무서운 레일건 공격도 너무 어림도 없이 빗나가니, 피식 웃음만 나왔다.

번쩍!

부담 없이 날린 삼시전결에 레일건 사수들과 레일건까지 함께 날아가 버리고 있었다. 그야말로 장비빨뿐인 녀석들이었다.

빡! 빡!

이건 어설프게 도기를 맞아서 다시 총을 들어 올리던 병사 두 명의 마빡에서 난 소리! 흐음. 화이트 판타지아에서 좀비분들 상대로 수련(?)한, 정글도로 마빡때리기가 이제 완숙해졌다고 자부해도 될 거 같군. 어쨌거나, 이제 2층에는 저 한 명만 남은 건가?

다른 병력들과 달리, 혼자 양복 차림인 백인 중년 남자가 권총을 들고 날 겨누고 있었다. 비록 방아쇠를 당길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긴 해도, 겁먹고 얼어붙었다기 보다는, 어떻게 해야 할지를 맹렬하게 머리 굴리고 있다는 느낌이었다.

“당신들, 도널드 웨인의 부하 같지는 않은데, 용병인가?”

내가 먼저 슬쩍 변명거리를 만들어주자, 그는 즉시 고개를 끄덕였다.

“그, 그렇소.”

“그럼, 저 친구들도?”

내가 턱짓을 해 보인 방향에는 비상구가 있었고, 거기서 마악 새로운 놈들이 들어오고 있었다. 하나같이 검은 전신 슈트 차림이었으며, 날렵한 걸음과 몸짓에서 전문 칼잽이의 냄새가 물씬 풍기고 있었다.

“맞소! 우리와는 다른 용병들이오!”

발뺌을 하며 총까지 내리고 물러나는 남자와 내 사이로 검은 칼잽이들이 우르르 막아섰다. 양복 남자와 칼잽이들의 리더인 듯 한 자가 지들딴에는 남몰래 시선을 주고받더니, 칼잽이들이 일제히 양손에 칼을 뽑아들었다.

“잠깐 기다리쇼!”

나는 양복 남자를 불러 세운 후, 정말로 잠깐의 시간 후에 그의 앞에 섰다.

“미스터~”

“해리.”

힘없이 대답한 남자, 해리는 내 뒤의 바닥에 주욱- 널브러져있는 검은 슈트 칼잽이들을 새삼 바라보며 망연한 표정이 되어 있었다.

칼쓰기에 특화된 특수 요원들인지 몰라도, 지금의 나에게는 그냥 일반인. 두목 칼잽이만 2초정도 걸렸나? 그거야 어쨌든.

“해리. 난 40층까지 걸어서 올라가긴 싫은데, 당신들이 엘리베이터를 장악했으니, 좀 도와줘야하지 않겠소?”

내가 심하게 다정한(?) 미소와 함께 묻자, 해리는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곧 누군가에게 전화를 했고, 그러자 40층에 고정되어있던 엘리베이터가 내려오기 시작했다.

“해리. 우리 그냥 서로 솔직해 집시다.”

쯧, 그래. 완벽히 속이는 것도 아니고, 이렇게 눈 가리고 아웅하는 식으로 일을 진행하는 건, 아무래도 너무 불편하지.

“나는 도널드 웨인이 당신들과도 모종의 관계가 있다는 걸 알고 있었소.”

도착한 엘리베이터에 오르며 말하자, 해리도 쓴웃음을 지으며 따라서 들어왔다.

“그랬었군. 나는 오늘 완전히 바보가 된 기분이요. 모두가 알고 있는데, 나만이 아무것도 몰랐었으니 말이오, 진유준씨.”

해리는 새삼 나를 찬찬히 살피며 말을 이었다.

“나는 당신의 이름과 ‘위험한 남자’라는 정도만 들었을 뿐이오. 난 당신이 테러리스트 정도인줄 알고 왔던 건데, 그런데 당신은 대체. 대체 ‘무엇’인거요?”

“훗. 글쎄? 당신은 아무래도 나보다, 도널드 웨인의 정체부터 확실히 아는 것이 우선일 거 같소.”

“도널드 웨인의 정체?”

반응을 보니, 역시 이 남자는 도널드 웨인의 정체조차 잘 모르는 거 같았다. 엘리베이터가 40층에 도착하여 문이 열리자, 해리가 먼저 서둘러서 밖으로 나갔다. 40층은 전체가 웨인 놈의 전용공간이었던 듯, 엘리베이터에서 내리면 바로 무지하게 드넓은 집무실인 구조였다.

“웨인씨!”

어설픈 요원, 해리는 긴 소파에 누워있는 웨인 놈을 부르며 다가가다, 문득 걸음을 멈추었다. 피투성이 만신창이 몸으로 늘어져있는 웨인 놈의 치명적 상처들이 눈에 띄게 빠른 속도로 아물고 있는 것을 목격했기 때문이었다.

“이봐요, 해리! 가까이 가지 않는 것이 좋을 거요. 놈은 지금, 누구의 피라도 빨아서 부상 회복 속도를 높이고 싶어 할 테니 말이오.”

“피를, 빨아서, 부상을 회복, 한다고?”

내 충고를 재빨리 감 잡고 주춤, 더 물러서는군. 역시, 말단에 가까운 사람인지는 몰라도, 판단력은 빠른 편인 사람이야.

그래도 이미 조금 위험할 정도로 가까운 거리이기는 했다. 그러나 물론, 웨인 놈은 해리를 덮치고 어쩌고 할 형편이 못되었다. 놈은 내 목소리를 듣고 눈을 번쩍 뜨더니, 허둥지둥 몸을 일으키려고 하다가 소파 아래로 굴러 떨어져 버렸다. 그러더니 허겁지겁 바닥을 기어서 내게서 멀어지고 싶어 했다. 그런 놈의 앞을 막아서는 누군가가 있었다.

빌어먹을! 저 자식이 여기에 나타나다니! 결국은 최악의 상황인 건가?

“와, 왔어! 진유준! 날 죽이려는 악마가! 도, 도와줘! 제발!”

저노무 쥐시키! 내가 오해받기 딱 좋은 연출을 해 보이네.

“걱정마시오, 도널드 웨인. 그러겠다고 약속했잖소.”

도널드 웨인에게 태연히 대답해준 남자는, 쓰고 있던 선글라스를 벗어서, 나에게 자신의 낯익은 얼굴을 더욱 확실하게 드러냈다.

“안녕하십니까, 진유준씨. 꽤 오랜만인 것 같군요.”

“그런 거 같군.”

나는 쓴웃음을 지으며 망설였다. 맘 같아서는 당장 저 추악한 웨인 놈에게 마무리 샷부터 날리고 싶었지만, 저 놈이 나타난 이상, 섣불리 그러기가 어려워진 것이다.

“저를 그리 반기지 않으실 거라고 생각하긴 했습니다.”

놈의 얼굴에도 쓴웃음이 떠올라 있었다. 놈은 발밑의 웨인을 슬쩍 비켜서 내 쪽으로 몇 걸음을 다가섰다. 아직 확실하진 않았지만, 뭔가 전과는 다른 느낌이 감지되고 있었다. 그리고 그건 놈의 조금 뒤쪽에 늘어서 있는 여섯 명의 사내들에게서도 느낄 수가 있었다. 아무래도 놈들 모두가 ‘론

중령’처럼 ‘지옥의 가마솥에서 더 강화 처리되었지 싶었다.

“그런데, 생각보다 크게 놀라지는 않으시는 것 같군요.”

“음. 뭐, 얼마 전에 어떤 녀석이 귀띔 해 주더군. 너희들이 이쪽.”

나는 애매한 태도로 서있는 남자, 해리를 힐끔 본 다음 말을 이었다.

“CIA 사람들과 어울리게 되었다고 말이지.”

그래. 저 남자, 해리와 2층에서 내가 제압한 자들 모두가 문제의 CIA였다. 지금의 나에게는 2층에서 만난 병력들 모두 허접하다고 할 수도 있었지만, CIA는 결코 그 정도가 전부인 조직이 아닐 것이기에, 처음에는 웨인 놈만 재빨리 처단하고 CIA의 개입은 모른 체 생깔 생각도 했었던 것이다.

“후후, 그랬었군요. 알고계시면서도 여기까지 웨인을 추격해 오셨다는 것은, 저희들이 방해를 한다 해도 목적을 달성할 자신이 있다는 뜻이겠군요.” 이 자식, 쓸데없는 도발을 해오는군. 솔직히 나도, 생체 강화 전사들과 간만에 한판 뜨고 싶은 욕구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젠장! 이놈들이 그 녀석의 보디가드인 걸 알면서도 칼부림을 할 수는 없잖아.

“오케이, 거기까지!”

생체 강화 전사들 너머에서 들려 온 소리였다. 놈들 뒤쪽에는 커다란 원목 책상과 긴 등받이의 의자가 있었는데, 반대로 돌려져있던 의자 뒤에 깊숙이 앉아서 몸을 감추고 있던 녀석이, 빙글~ 의자를 돌려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하이~ 유준 오빠!”

천 년 전부터의 내 여동생, ‘묘랑 진하연의 얼굴이 웃으며 인사를 건네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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