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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악서생 4부 – 128화 : 모래 지옥. (1)


10. 모래 지옥. (1)

몽인 선사.

그래. 분명 그런 법명을 가진 스님이셨지? 유소희는 할아버지라 부르고, 유인호는 스승님이라 칭하지만, 이들 남매의 유일한 부모와 같았다는 분, 그런 분을 신디 매퍼와 요물 오스카가 살해한 거였다고?

나는 잠시 뭐라 말을 할 수가 없었고, 그건 내 옆의 대교와 먼 한국의 소희도 마찬가지였다. 얼마간의 침묵 끝에 소희가 낮은 비명같은 목소리를 냈다.

“아? 오, 오빠?”

나? 아니, 유인호로군. 인호가 우리 통화내용을 알아채고 소희 방으로 들어 온 거야.

“유준 형님.”

예상대로 인호의 목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어, 인호 아우. 집에 있었어?

젠장. 무지 어색하게 반응하고 말았네.

“유준 형님. 어떤 상황인 것인지, 제게도 말씀해 주십시오.”

왠지 소희가 인호에게는 상황을 알리고 싶어 하지 않는 것 같아서 나도 모른 체하고 싶긴 한데, 아무래도 이미 늦은 거 같지?

나는 하는 수 없이, 내가 신디 매퍼를 만났던 일을 알려 줄 수밖에 없었다. 인호는 조용히 내 얘기를 들었고, 대략적인 얘기가 끝난 후에도 차분한 호흡 소리만을 들려 줄 뿐이었다.

-저기, 내가 함부로 말할 사안이 아니란 건 알지만, 내가 보기에는, 신디라는 그 아가씨가 그렇게까지 악해 보이지는 않았는데, 정말로 그녀가 그, 인호의 스승님을, 해친, 그런거야?

“신디, 그녀가 직접적으로 행한 일은 아니었습니다.”

으음. 이걸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 어떨지 모르지만, 하여간 그랬군.

-그럼, 역시 그녀의 오빠들이 그런 거였나?

“그렇습니다.”

인호는 짧게만 대답하더니, 잠시 숨을 고르는 기색이 있은 후에야 덧붙여 ‘선언했다.

“자세한 말씀은 직접 뵙고 드리겠습니다.”

에고야. 음성은 여전히 평소처럼 차분하고 안정적이지만, 속내는 전혀 그렇지 않은 것 같네. 마치, 두텁게 얼어붙어서 안전해 보이는 저수지 위에서 쩌엉~ 하고 섬뜩하게 갈라지는 소리를 듣는 듯한 기분이랄까? 이건 누구도 말리거나 어쩔 수 있는 일이 아니야.

-알겠어, 인호, 약속이 며칠 앞당겨지는 셈이군.


잠시 후.

나는 인호, 소희 남매와의 통화를 끝내자마자, 러브 하우스로 돌아가야 했다. 정신가심으로 나섰던 산책에서 더 큰 짐을 한 아름(?) 안고 돌아 온 셈이긴 했으나, 어쩐지 그리 기분 나쁘지만은 않았다.

사실 꽤 부담스러운 상황이기는 해. 뜻하지 않게 상황전개가 복잡해지는 건 둘째칠 수 있어. 하지만 인호의 매퍼 가문에 대한 원한은 장난이 아닌 거 같고, 그건 본래 같은 입장일 소희가 걱정할 정도야. 하지만 그럼에도 나란 놈은 아무래도 복수라는 테마를 너무나 좋아하지. 이 뜬금없이 예약된 복수혈전에서, 나는 기꺼이 도우미 역할을 맡아 주겠어.

나는, 언제부터인가 나와 대교의 지정석이 된 거실 한쪽의 테이블에 앉으며 몽몽을 호출했다.

「주인님?」

-그래, 몽몽. 여유 있게 진행하라고 해놓고는, 벌써 불러서 미안하다.

「그 점은 신경 쓰지 마십시오, 주인님. 1차 분석을 마치고, 해당 보고를 드리려던 시점이었습니다.」

-오오~ 역시, 우리 몽몽 선생! 자네밖에 없으이!

「별말씀을.」

몽몽은 차분하고 여유로운 태도로, 보고를 시작했고, 앞부분은 일단, 이미 어느 정도 알고 있는 사항의 확인 차원 수준이었다.

-흐음. 역시나 웨인 놈의 마스터는 자신의 쌍둥이 형제가 맞고, 웨인 놈이 그의 피를 빨고 죽인 것도 맞다 이거지?

「그렇습니다. 시기는 백여 년 전으로 추정되며, 주인님께서 앞서 보셨던 사진 속의 두 명이 바로 웨인 자신과 그의 형제입니다.」

사진 속의 다섯 명중에서 남은 두 명의 남자는 얼굴에 모자이크 처리를 한 것처럼 알아볼 수가 없었어. 웨인, 그 쥐시키도 쥐꼬리만큼의 양심은 있어서, 자신이 해친 형제의 얼굴을 애써 기억 속에서 지워버린 걸까? 하지만 놈과 형제는 쌍둥이야. 그래서 형제의 모습을 잊으려면 자기 자신의 얼굴까지 지울 수밖에 없었던 거고 말야.

-어쨌건, 여기서 중요한 점은, 이런 사실을 웨인 놈의 친위대, 그중에서도 특히 ‘피비’가 알고 있느냐야.

「웨인의 과거 죄악을 알고 있는 것은 코드명 ‘살리나’뿐인 것으로 추정됩니다. 웨인은 그녀만을 ‘죄악의 동반자’로 인식하고 있습니다.」

-훗, 그래. 그럴 거 같더라.

「우음! 울 몽몽 오라방이 애써 분석해낸 데이터들을, 주인님께선 이미 다 눈치까고 계셨던 건가요? 울 오라방 김새게스리.」

「요몽!.」

-후후. 냅둬, 몽몽. 그리고 요몽. 내가 생각한 것은 어디까지나 애매한 추측이었을 뿐이야. 울 멋진 몽몽 선생이 확인해주지 않으면, 별 소용이 없는.

「헤헤~ 그쵸? 근데요, 주인님. 다른 사항은 그렇다 쳐도, 어떻게 피비양이 웨인의 과거 만행을 모르고 있을 거란 것을 알아채신 거죠? 역시나 그 반칙 스킬, 무의식적 직관력이었던 건가요오?」

-어느 정도는 그렇다만, 이번에는 그래도 약간 의식적으로 정리도 되더라.

내가 초기에 감 잡았던 웨인 놈의 본성은 ‘겁 많고 약삭빠른, 그야말로 쥐시키’였다. 그래서 멀리 꼭꼭 숨어버린 놈을 찾아낼 걱정부터 했었던 건데, 뜻밖에도 놈은 지가 먼저 상당히 빠르고 과감한 싸움을 걸어왔었다. 그 때문에 나는, 내가 놈의 본성을 제대로 읽은 건지 헷갈릴 수밖에 없었고, 싸움의 중반까지도 계속 그 점이 마음에 걸려 불안했었다.

그런데 알고 보니, 그건 피비 때문이었던 모양이야. 놈도 사내라고, 사랑하는 소녀 앞에서는 약한 모습을 보이기 싫었던 거지. 뭐, 그래봤자 최후의 순간에는 결국 혼자 살겠다고 튀는, 쥐시키 본색을 보여줬지만 말이쥐.

나는 이상과 같은 내용을 대충 요몽에게 들려준 후, 이어서 덧붙여 설명했다.

-웨인 놈은 그랬지만, 피비는 결코 웨인 놈에게 마음을 주지 않았어. 내가 처음 피비를 보았을 때, 나는 전에 천우신이 중상을 입어서 상심에 빠져있던 상태의 소령이를 떠올렸었지. 물론 정도의 차이가 있기는 했지만, 그 슬프고 허망한 감정에 싸인 분위기가 닮아 있었다고 할까?

「아! 그렇다면, 피비가 사랑하는 남자는 바로 그 웨인에게 살해당한 형제였군요!」

-그런 거겠지. 안 그냐, 몽몽.

「그렇습니다, 주인님. 코드명 피비, 그녀는 백여 년 전에 현재의 모습으로 급속 성장하였으며, ‘호크 웨인’의 ‘신부’를 자처했다하고, 이는 도널드 웨인의 존속 살해에 주요 동기로 작용되었다고 판단됩니다.」

-으음. 그게 분명 큰 계기가 되었는지 몰라도, 평소부터 자기 형제에게 품고 있던 열등감 같은 것이 폭발 했다던가 그러기도 했겠지.

「그렇습니다. 말씀하신 감정의 누적 데이터도 확인되었습니다.」

「와우~ 울 주인님, 진짜 짱! 언제 심리학 박사까지 되셨어요?」

이정도로 박사는 무슨, 언제인가 학교에 오후 늦게 시작하는 심리학 특강이 개설된 적이 있었고, 당시의 술친구 놈이 그걸 들으러가는 바람에 기다리기 지루해서 몇 번 같이 도강한 적이 있긴 하지. 거기에, 각종 영화나 소설, 드라마에 보면, 그런 갈등구조의 형제나 자매 얘기가 심심찮게 나오니까 찍어본건데 맞은 거지. 역시 지식은 얄팍해도 넓은 잡학이 최고야. 크흠.

-암튼, 여기서 또 중요한 점은, 피비가 웨인 놈에게 물린 서브 뱀프가 아닌 것은 물론이고, 오히려 웨인 놈보다도 강한 마법 종족이란 거야. 그녀는 살리나와 달리, 웨인 놈에게 어쩔 수없이 종속된 존재가 아니야. 그럼에도 놈의 친위대를 자처했던 것은 아마도, 오랜 세월 친하게 지내 온 살리나와의 우정 때문이겠지. 그런데 만약, 그녀가 자신이 사랑하는 남자를 웨인 놈이 살해했다는 걸 알게 된다면 어떻게 나올까?

「빡돌아 버린 피비가 웨인에게 복수하는, 그런 전개를 노리시는 거군요!」

-맞아, 요몽. 그게 가장 깔끔한 마무리가 되겠지. 물론 피비가 꼭 그렇게 나올지는 아직 확신할 수는 없어. 피비가 웨인 놈을 남자로서 사랑하지는 않는다 해도, 놈과 지내 온 세월 또한 그리 가벼운 건 아니었을 테니 말야.

「우웅~ 그렇게 애매한 상황에 만족할 주인님이 아닌데, 피비가 좀 더 확실하게 나오도록 유도하는, 그런 사악한 작전도 짜놓으신 거죠?」

-에이~ 왜 그래, 요몽, 나, 그런 사람 아니잖니. 난 그냥 아무것도 모르고, 웨인 놈 곁에 있던 피비가 안타까운 마음에 진실을 알려주려는 것뿐이야. 그 이상 억지로 유도할 생각은 딱히 뭐, 그런 거지.

요몽 녀석은 심하게 믿지 못하는 표정이지만, 나에게 피비의 구체적인 행동을 유도할 작전이 없는 건 사실이야. 물론, 그건 피비의 성격과 웨인 형제와의 삼각관계에 대한 구체적 데이터가 부족해서 그런 것일 뿐, 뭔가 건수가 걸리기만 하면 곧바로 유혈낭자 삼각관계의 정점을 유도하고야 말……

-커흠! 암튼, 몽몽! 웨인 놈이 다른 웨인을, 음. 무심결에 계속 놈을 웨인이란 성으로 불렀더니 헷갈린다. 앞으로는 도널드 놈과 호크라는 형제의 이름으로 나누어서 불러야겠네. 그러니까, 도널드 놈이 호크를 죽인 증거는 확보할 수 있겠냐?

아니, 잠깐? 얘기가 조금 어긋난 거 같네.

-정정할게. 도널드 놈이 호크를 물었던 것은 이미 다 알려진 거고, 그게 어쩔 수없이 그런 것이 아니라, 고의로 노린 결과라는 걸 밝힐 증거라고

해야겠구나.

에고. 막상 말하고 보니, 단순 패턴의 살해보다 까발리기가 쉽지 않은 상황일세. 하지만 그래도 우리 멋진 몽몽 선생은 나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겠지?

「죄송하지만, 아직 명확한 물적 증거를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어, 야아!

「다만, 원하시는 유력 증거 확보의 가능성이 높은 장소를 특정할 수는 있습니다.」

응? 뭔가 있다니까 다행이긴 한데, 표현이 참 거시기하네.

-유력한 증거? 가능성 높은 장소? 그게 어딘데?

「표현의 부정확성은 죄송합니다. 해당 장소는 ‘호크 웨인’의 무덤입니다.」

-에? 무덤? 그런 게 있대?

「그렇습니다. 도널드 웨인은 해당 장소를 코드명 피비가 지키고 있다는 사실을 항상 불안해하고 있었습니다.」

-흐으음. 그렇단 말이지? 그럼, 도널드 놈이 호크를 의도적으로 살해한 증거가 그 사체에 남아있다는, 그런 ‘합리적 의심’이 가능해지긴 하는군. 「아직은 그 정도 단계입니다. 보고가 미비하여 죄송합니다.」

-아니, 아니. 짧은 시간에 정말 수고했어, 몽몽.

그래. 1차 분석에서 이정도면 기대 이상이야. 게다가 몽몽은 곧 2차 분석으로 더 많은 것을 알아 내 줄 녀석이고 말이지. 으으음. 하지만, 나는 또 기다리기만 할 생각은 없어.

-몽몽. 그 ‘뱀프 무덤’, 어디냐?

「미 서부 텍사스 ‘사막지대입니다.」

-사막? 다소 껄적지근 하다만, 뭔 유럽 어딘가라고 하는 거 보단 낫네. 어찌되었든, 같은 미국 아니냐.

「그렇기는 합니다만, 정확한 지점을 특정하는 것은, 추가 분석으로도 쉽지 않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는, 도널드 웨인의 기억 자체가 부정확하기

때문입니다.」

-그렇겠지, 보통 그런 장소는 본인도 직접 가서 기억을 더듬으며 찾아가기 마련이니까. 어쨌든, 그건 상관없어. 훗. 내가 그쪽으로 가는 걸 소문내면, 불안해진 누군가가 자진해서 길안내(?)를 해주겠지, 뭐.

나는 ‘사막의 뱀프 무덤’ 관광(?)을 결정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대교. 미안! 하필 살풍경한 사막과 뱀프 무덤을 데이트 코스로 잡고 말았네.

-후후. 전 기뻐요. 언젠가 광활한 사막의 야경을 꼭 보고 싶었거든요.

-오, 그래? 그렇다면 그 멋질 것으로 추정되는 풍경 속에서 뜨거운 기념 뽀뽀를…

「주인니임?」

-아, 알긋다, 요몽. 정신 챙기고 준비하마.


그로부터 몇 시간 정도는 나를 비롯한 모두가 ‘사막 및 뱀프 무덤’ 탐방 준비에 바빠야 했다. 물론 준비 초반부터 슬며시 도널드 웨인 놈측에 정보가 새도록 했고, 놈은 즉각 반응하여 분주한 움직임을 보인다는 첩보가 들어오기도 했다.

「주인님! 도널드 웨인이 살리나와 함께, 먼저 사막으로 출발했어요. 그런데, 그 자가 갑자기 자신감을 되찾아서 ‘이제 CIA의 도움도 필요 없다’고 큰소리치며 가버리네요?」

이것 봐라? 요몽 말대로라면, 자신의 최대 비밀을 지키기 위해서 가는 것뿐이 아니란 건데, 소위 뱀프 무덤이란 곳에는 본래 그 정도로 막강한 수비 병력이 있다는 건가? 아니면 이제야 등장한 매퍼 가문을 믿고 그러는 걸까?

약간의 불안감이 스쳤으나, 곧바로 피식 웃고 말았다.

아무래도 상관없지. 어차피 내 입장에서는 완전히 적대시하기 어려운 CIA만 껄끄러웠을 뿐, 그 외의 누구라도 사양하지 않을 생각이었어. 더구나 매퍼 가문은 이제, 나보다 더 무서울지도 모를 친구들을 상대해야 할 거야.

나는 게이트 앞에서, 마악- 문을 열고 나오기 시작하는 인호 남매를 맞이했다.

“맙소사! 정말 이런 게 가능했군요!”

놀라서 주변을 돌아보는 소희와 달리, 인호는 차분하고 조용히 나에게 목례를 보내왔을 뿐이었다.

-즐겁고 순수한 초대였으면 좋았을 텐데, 으음. 어쨌든, 무조건 반가워, 유소희.

“저두요, 유준 오빠. 그리고 대교 언니.”

소희는 매우 복잡한 표정이면서도 애써 웃어 보였고, 그게 나와 대교에게는 더욱 안쓰럽게 보였다.

“아, 정훈 오빠! 인사하세요.”

소희가 문득 말하며 조금 옆으로 물러나자, 남매의 뒤쪽에서 나온, 또 한명의 청년이 꾸벅 상체를 숙였다. 인호보다 머리 하나 이상 큰 키에 약간 마른 듯한 체형의 청년이었다.

“음. 이 정훈 오빠까지 올 수 있게 해주셔서 감사해요.”

소희가 대신 인사치례를 하자, 정훈이라는 이름의 청년은 다시 한 번 고개를 숙이며 입을 열었다.

“저도 감사드립니다. 인호 사형만큼은 아닐지 몰라도, 저 역시 항상 스승님의 원통한 입적을 가슴에 묻어두고 지내 왔었습니다.”

이 친구는 인호보다 확실하게 분노와 살기를 보이는군. 몽인 선사의 두 번째 속가 제자라는 이 청년. 이름은 ‘배정훈’이라고 했고, 역시

세계정화재단 소속으로 활약 중이라고 했지?


나는 웃으며 손을 내밀었고, 배정훈 역시 마주 손을 내밀었다. 첫눈에도 상당한 고수라는 것이 느껴졌었지만, 악수를 통해 전해져오는 내력은 인호 못지않을 정도였다.

“아, 형님께서도 현천기공을 쓰시는군요!”

정훈은 조금 놀라며 손을 떼었고, 옆에서 소희가 작게 웃었다.

“후후. 정훈 오빠는 아직 거의 아무 얘기도 듣지 못했어요. 이번 일로 급하게 연락하기 전까지는 몇 달이나 서로 연락을 못했었거든요.”

“죄송합니다. 제가 스승님과 인호 사형 외에 현천기공을 쓰는 사람을 만난 것에 조금 놀라서 실례를 했습니다.”

정훈은 악수를 약간 어색하게 풀었던 행동을 사과하면서 제풀에 민망해했다. 복장이며 헤어스타일 같은 걸 봐서는 인호보다 훨씬 도시 멋쟁이 분위기가 나는 청년인데 비해, 태도는 왠지 과도공손모드가 느껴졌다.

“훗. 그 정도 가지고 실례는 무슨. 그보다, 불무도 외에는 한국에서 전승되는 현천기공이 없는 건가?”

“제가 알기로는 그렇습니다. 우연히 만난 외심무도의 고수가 쓰는 것을 보긴 했지만, 그도 일부의 심결만 체득했을 뿐인 거 같더군요.”

“어? 외심무도? 이 집 주인이 바로 그거 고수였는데?”

뜻밖의 사실에 놀라는 것은 정훈쪽이 더한 듯했다. 그는 새삼 러브하우스 내부를 살폈고, 나는 어색하게 고개를 저었다.

“그게, 그는 낮에 활동하기 어려워서, 이따 밤에나 만날 수 있을 거야.”

나는 그렇게 말하면서 무심결에 산드라 쪽을 보았고, 정훈은 빠르게 이 집 주인 S의 정체를 알아채는 것 같았다.

“하핫! 이거, 현천기공과 뱀파이어가 왜 이렇게 인연이 깊은지 모르겠네요. 제가 만난 외심무도의 고수도 뱀파이어 여자와 함께 다니는 남자였으니

말입니다.”

에? 뭐시라고라고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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