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악서생 4부 – 129화 : 모래 지옥. (2)
10. 모래 지옥. (2)
뱀파이어 여자와 함께 다니는 외심무도의 고수?
나는 ‘에이~ 설마’하면서도, 정훈에게 전음을 보내 보았다.
-정체불명의 불사인간 루드, 뱀파이어 귀부인 카라.
-아! 그들, 그들을 알고 계십니까?
정훈은 놀라며 물었고, 나는 일단 고개를 끄덕이며 쓴웃음을 떠올렸다.
이거야 원. 이 바닥이(?) 이렇게 좁았던가? 아니면 내가 어느 사이에 이 계통에서도 발이 넓어져 버린 걸까?
-나도 그 커플을 한번 만난 일이 있긴 한데, 음~ 정훈씨는 그들을 어떻게 알고 있는 건가?
-아, 저도 단 한번 만났을 뿐입니다. 그리 잘 알지는 못합니다.
으음. 내가 너무 애매하게 물었나?
-난 현재 그들과 별다른 교류는 없지만, 그래도 꽤 좋은 관계라고 할까? 정훈씨는?
좀 더 구체적으로 묻자, 정훈은 약간 난처해하는 기색으로 대답했다.
-저는, 그게, 잘 모르겠습니다. 그들은 분명 재단의 수배자이고, 저는 재단의 사원으로서 그들과 대적했었습니다. 그리고 그 남자, 외심무도의 루드에게 패하기도 했죠. 하지만 어쩐지 그들을 ‘적’으로 인식하기 어렵다고 할까요?
이런, 이런. 이 친구 자신은 루드와 싸우고도 뒤끝이 별로 없는 거 같아서 다행인데, 루드와 카라가 재단의 수배자라는 건 문제가 될 소지가 있겠어. 나는 아무래도 안 되겠다 싶어서, 루드 옹의 제자이자 이집의 주인장인 S의 동향을 체크해보았다. 하지만 다행히 S는 물론이고 그의 패밀리 모두가 ‘주침야활족’답게 조용히 짱박혀 있을 뿐, 이쪽의 상황에 신경을 쓰는 기미는 없었다.
「“유준 오빠. 무슨 일 인거죠?”」
응? 이건?
소희를 돌아보니, 녀석은 한 손에 든 스마트폰을 살짝 들어 보이며 작게 웃었다. 소희가 문자 메시지를 보내면 요몽이 소희의 목소리로 읽어주는, 소위 ‘전자 전음’이었다.
「“정훈 오빠가 무슨 실수라도?”」
-아니, 그건 아니야. 그런데 세 사람 모두 알아야 할 일이 있어.
나는 소희 일행 모두에게 동시 전음을 보내서 상황을 설명해 주었다. 이 집의 주인장인 S가 재단의 수배자인 루드와 카라 커플의 제자이며 서브 뱀파이어라는 사실, 그리고 S의 사부에 대한 충성심(?)과 S의 까칠한 성격, 그런 얘기를 듣고 난 일행 모두가 거의 동시에 작게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들을 언급하실 때부터 심언(心言)을 쓰셔서 짐작은 했지만, 역시 그랬었군요. S라는 분이 오해가 없도록 주의하겠습니다.
정훈, 이 친구. S의 존재나 상황에 주눅 든 것 같지 않으면서도 자세를 낮추는군. 눈치가 빠른 것은 물론이고, 심기도 깊은 스타일 같아. 나는 몽인 선사라는 분을 한 번도 만난일이 없지만, 그분의 제자들은 하나같이 마음에 드는군.
「“와아! 정훈 오빠를 이긴 외심무도의 전승자라니, 저도 언젠가 꼭 만나보고 싶어요!”」
훗. 보통은 뱀파이어쪽에 더 관심을 가지게 되지 않나? 유소희, 이 녀석은 무공 전문(?) 오빠들이 많아서 그런지, 그쪽에 더 흥미를 느끼는 모양이야. 으으음. 그나저나, 인호는 이번에도 별다른 말이 없군.
-소희야. 일단 우리측 멤버들과 인사부터 나누어야겠지만, 그 후에는 나와 과거 얘기를 좀 해야겠지?
소희는 살짝 자기 오빠의 눈치를 살피며 보일 듯 말 듯 고개를 끄덕였다.
“후후. 이제야 제 차례인가요?”
대교가 고운 미소와 함께 손을 내밀자, 소희도 같은 웃음으로 화답하며 대교의 손을 마주 잡았다.
대교는 소희의 손을 잡고 현관 쪽으로 이끌기 시작했는데, 그건 인사를 나누어야 할 우리 어벤져스 멤버들 대부분이, 지금 러브 하우스 바깥에서 어슬렁거리고 있기 때문이었다. 나는 대교와 소희가 친자매처럼 다정한 분위기로 걷는 모습과 그 뒤를 따르는 두 청년을 보면서 피식 웃었다.
만약 저 불무도 청년들의 감정이 폭주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해도, 소희가 함께 있는 한, 걱정할만한 사태로 번지지는 않을 것 같군. 좋아. 저 불무도 가문(?)과 매퍼 가문의 악연 얘기는 천천히 듣기로 하고, 난 이제 다시 최종전 준비를 계속해 볼거나?
-몽몽! 피비의 현재 상태는?
나는 그렇게 물으며, 피비가 있는 방 쪽으로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아직 큰 변동이 없는 것으로 추정되나, 운용중인 마법진의 추가 분석이 끝났으므로, 마법진 보완이 완료되면, 코드명 피비의 회복 시간을 더 단축시킬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됩니다.」
-호오, 그래?
현재까지는, 피비가 깨어날 것으로 추정되는 시간과 매퍼 가문이 본격적으로 나타날 시간이 비슷한 상황이었다. 나는 피비가 먼저, 그리고 가급적 빨리 깨어주길 바랐으니, 꽤 반가운 소식인 셈이었다. 하지만 막상 이런 보고를 받고 보니까, 전부터 미심쩍었던 일에 대한 의심이 더욱 커지게 되기도 했다.
-이번에도 수고했어, 몽몽. 그런데 말이야!
나는 도널드 웨인 놈의 지하 소굴안의 마법진이 그대로 재현되어있는 방안으로 들어갔고, 산드라만 내 뒤를 따라 들어왔다.
-이 마법진은 나누크 종족이 자신들을 위해서 만든 마법진인데, 거기에 다른 마법사가 보완 가능한 구석이 있다는 거 자체가 이상한 거 아닐까? 아, 물론, 몽몽 너와 산드라의 능력을 낮게 봐서 하는 소리가 아닌 건 알지?
몽몽은 은발 소년 모드로 모습을 드러내더니,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저 역시 추가 분석 이후, 같은 의문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주인님께선, 이에 관해 어떤 판단을 내리셨습니까?」
나는, 나름 편안한 표정으로 잠들어있는 피비를 내려다보며 대답했다.
-이 잠꾸러기 소녀께서는 지금, 계속 늦잠을 자고 싶은 거 아닐까? 도널드 놈이 죽거나말거나 신경 끄고 말이지.
그래. 피비는 무리해서 마계 콜로세움을 조성하고 ‘마왕 투르가까지 소환하느라 과도하게 힘을 소진하여 이렇게 가사상태에 빠지게 되었지. 그건 도널드 놈이나 친위대가 나의 강함을 지나치게 의식해서 범하게 된 실수, 작전 미스라고 생각했었어. 하지만 현재의 정황을 보면, 마계 콜로세움 작전은 피비 자신이 주도하면서 의도적으로 오버해서 힘을 쓰고, 싸움에서 빠져버린 것이라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가능성이 높은 추론입니다. 그렇다면, 마법진 보완으로 회복을 조기에 끝낸다고 해도, 스스로 깨어나지 않을 경우를 상정하여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판단됩니다.」
-그치? 난 산드라가 텔레파시로 어떻게 해보는 방법이 먼저 떠오르는데, 그건 어떠냐?
「말씀하신 방법을 포함하여, 다각도로 여러 가지 방법을 산드라씨와 함께 상의하여…
「저기, 몽몽 오빠! 그리고 주인님!」
-응? 뭐냐, 요몽. 너한테 뭔가 기발한 아이디어라도 있는 거냐?
가끔 드물게,라고는 해도, 나름 쓸 만한 아이디어를 내는 경우도 있었던 요몽을 돌아보니, 녀석은 고개부터 저었다.
「그게요, 주인님. 아이디어라기보다는, 그냥 의견이에요.」
-흠. 뭐가 되었든, 한 번 얘기해 봐라.
「리치몬드요! 리치몬드양은 마법계에서 산드라씨의 대선배격이잖아요. 마법 관련일이라면 리치몬드양에게 묻는 것이 가장 확실하지 않을까요?」 -어, 그건, 그럴 거 같긴 하다만.
「주인님께선 리치몬드양을 싸움에 이용하지 않겠다고 하셨지만, 이건 그냥 잠든 소녀를 깨우는 일이잖아요.」
-그러,게?
으으으음. 내가, 나 스스로 한 말에 너무 억매였었나? 이런 사안은 평화주의자(?) 리치몬드와 상의해도 이상할 게 없을 텐데도 공연히 녀석을 배제하고 있었네.
요몽의 아이디어(?)는 간단히 채택되었고, 산드라는 몇 분 지나지도 않아서, 바람의 저택에 있던 리치몬드를 데려왔다.
“어이, 리치몬드, 밝은데서 보니까, 더 좋아 보이네?”
당근, 립서비스였다. 이 죽음의 공주께서는 어떻게 된 게, 밝은 햇살 속에서도 해골 모형처럼 으스스한 분위기를 발산하고 있었다.
“고마워. 당신도 그래, 진유준.”
으음. 얼핏, 내말을 비꼬는 것처럼 들리기도 하지만, 분명 기뻐하면서 답례하는 것이 느껴지는구먼.
“나누크의 후예, 피비를 깨우고 싶다고?”
리치몬드는 오면서 산드라에게 상황을 전해 들었는지, 곧바로 피비와 마법진 옆으로 다가섰다. 그리고 잠시 피비의 상태를 살피는 것 같더니, 산드라를 돌아보았다.
“이미 충분히 회복되었군. 그런데 왜 깨우지 않았지?”
응? 이게 뭔 소리야?
“아, 로드께서는 나누크의 후예가 안전하게 깨어나기를 원하십니다. 그래서…
“무슨 소리야. 나누크는 강해. 이런 마법진을 흔드는 정도로는 결코 죽지 않아. 산드라, 넌 그런 것도 몰랐던 거야?”
마법계의 대선배인 리치몬드의 차가운 질책에, 산드라는 고개를 들지 못했고, 우리 몽몽 선생도 같이 야단을 맞는 듯한 기색으로 입을 다물고 있었다. 나 역시 다소 황망한 기분으로 물어야했다.
“저기, 리치몬드. 지금 그 얘긴, 이제 아무 때라도 그냥 흔들어서 깨우면 된다는 거야?”
“응.”
“본인이 깨어나기 싫다고 해도?”
“응. 따로 수면 마법 같은 것이 걸려있지는 않아. 나누크 종족은 본래 잠을 잘 자.”
리치몬드는 아무렇지도 않게 말하면서 망토 속의 한 팔을 들어올렸다.
“내가 흔들어 깨워 줄까?”
“…부탁해.”
나의 힘없는(?) 부탁의 말이 끝나자마자, 망토 밖으로 드러난 리치몬드의 작고 하얀 손에서 신비로운 광채가 발산되기 시작했다. 골든 스켈레톤 모드일 때의 황금빛이었고, 그 황금빛 광채에 반응하여, 피비의 마법진도 서서히 붉은 빛을 머금기 시작했다.
마법진의 붉은 빛이 점점 강해지면서, 기묘한 진동도 발생하는 것 같군. 마법진 속의 공간이 점차 더 강하고 거칠게 요동치는 것 같은데, 바로 옆에
있는 나에게는 거의 여파가 없네.
「와아아! 피비가 눈을 떴어요!」
요몽은 기쁘게 소리치며 신나게 날았고, 리치몬드의 손과 마법진의 빛이 사그라지면서, 마법진 안의 피비가 작게 하품을 하는 모습이 보이고 있었다.
“진짜, 흔드니까, 깨어났네?”
“응. 잠을 깨우는 게, 다 그렇지 뭐.”
간단히 미션을 클리어한 리치몬드는 후기(?) 역시 간단하게 남기고 조금 물러섰지만, 몽몽은 말없이 먼 산을(?) 보는 분위기였다. 산드라쪽을 보니, 그녀는 여전히 고개를 들지 못한 채, 두 손을 모아 쥐고 손가락을 꼼지락대고 있을 뿐이었다.
-몽몽. 인생무상, 혹은 기생무상(?) 같은 거 느껴지면, 좀 쉬고 와라.
「아, 아닙니다, 주인님. 아직 제가 배워야할 것이 많아, 그럴 수는 없습니다.」
-훗. 그럼, 수고,
나는, 좌절(?) 속에서도 성실함을 잃지 않는 몽몽을 대견해하며, 이제 잠에서 깨어난 피비쪽으로 몇 걸음을 다가섰다. 그 사이 피비는 스스로 자리에서 일어나 앉았지만, 아직은 잠이 덜 깬 표정으로 멍하니 눈만 깜박이고 있을 뿐이었다.
그러다가 문득 생각났다는 듯 놀라며 정신을 챙기는 기색이군. 저런 모습까지도 ‘소령이과’라는 것이 느껴지네. 어쨌든, 실내의 상황을 전반적으로 확인해 보고나서야 나를 주목하긴 하는데, 여전히 나에게 별다른 적대감을 보이지는 않고 있어.
“리치몬드. 나누크 종족을 잘 아는 모양인데, 통역 좀 부탁해도 될까?”
“음. 그보다, 다른 방법이 있어.”
리치몬드는 피비에게 뭐라고 알 수 없는 언어로 말하기 시작했고, 나로서는 몽몽도 해석할 수 없었던, 피비의 마법 주문과 비슷한 발음이라는 것만 알 수 있을 뿐이었다. 어쨌건, 피비는 리치몬드의 말에 동의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난 지금 피비에게 ‘월드페서’라는 마법 생물을 소환하는 것이 좋겠다고 한거야.”
리치몬드의 설명을 듣는 사이, 피비의 쇄골과 가슴 사이쯤의 ‘눈 모양 문신’이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본 마법 광채 중에서는 가장 작고 조촐한(?) 빛이었지만, 그 빛 속에서 빠르게 뭔가가 튀어나왔다.
에? 또, 쥐? 아, 아닌가? 설치류 계열인거 같긴 해도, 시궁쥐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귀여운 녀석이로군.
주황색으로 빛나는 털의 다람쥐 비슷한 무언가는 빛 속에서 나오자마자 쪼르르 피비의 몸을 타고 머리까지 기어 올라가고 있었다.
“월드페서는 세계의 모든 언어를 알고 있어. 나누크만이 부를 수 있는, 귀한 마법 생물이지.”
리치몬드의 추가 설명대로라면, 통역 능력만큼은 우리 몽몽 선생보다도 뛰어난 ‘마법 다람쥐’라는 얘기로군. 오늘은 간만에 몽몽 선생 굴욕의 날인가?
“진,유준.”
오! 진짜 다람쥐가 말한다. 앳된 여자애의 목소리이고, 한국어야! 이거야 원. 이제 다람쥐 통역사하고도 대화를 다 해보게 되는구먼.
“진유준. 당신이 나를 깨웠다는 것은, 도널드가 당신에게 패했다는 뜻이군요.”
“뭐, 일단은 그래. 도널드 놈은 아직도 완전히 인정하지 못한 모양이지만 말야.”
음. 피비 녀석, 지금 살짝 실망하는 기색이지?
“그가 아직 죽은 것은 아니로군요.”
“그래. 역시 그걸 바라고 잠들었었던 건가?”
직접적으로 묻자, 피비의 대답은 조금 사이를 두고 흘러나왔다.
“그렇지 않아요. 전 단지 지쳤을 뿐이에요. 쉬고 싶었죠.”
““호크’가 아닌, 도널드와 함께 있는 것이 그렇게 힘들었다는 거로군.”
다시 노골적인 찌름과 잠시의 침묵.
“호크까지 아는군요. 또 무얼 알고 있는 거죠?”
“글쎄? 도널드 놈이 자기 형제, 호크를 해쳤다는 진실, 정도?”
이런, 이런, 요몽에게 말했던, 피비를 위한 진실 전달 분위기가 아니었네. 하지만 어쨌든, 지금 피비는 크게 동요하지 않는 것 같아서 김이 좀 새네. “도널드는, 항상 호크를 사랑하면서도 미워했어요. 하지만, 하지만 호크의 죽음은 도널드의 잘못이 아니었어요. 어쩌면 도널드 자신도, 자신이
호크의 죽음에 책임이 있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호크는 분명히 다른 자들 때문에 그렇게 된 거예요.”
“으음. 그렇게까지 확신한다면, 호크가 죽음을 당하게 되는 장면을 보았다는 거군.”
“그래요. 호크는, 나의 사랑은, 내 품안에서 숨을 거두었어요.”
에고. 도널드 놈을 의심하기는커녕, 이런 얘기로 자신을 흔들려는 나에게 분노하는 기색이 느껴지네.
-야, 몽몽! 도널드 놈이 호크를 죽인 것은 확실한 거지?
「그렇습니다, 주인님. 무엇보다, 살리나와 함께 음모를 진행했다는 사실이 확실한 근거라고 판단됩니다.」
-그, 그래. 피비 말처럼 진짜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다면, 살리나를 공범으로 인식할 리가 없겠지. 젠장. 피비가 하도 확실한 태도로 나오니까, 내 쪽에서 조금 흔들렸다. 땡쓰, 몽몽.
나는 새삼 정신을 챙기며 피비를 향해 피식, 웃어보였다.
“좋아, 피비. 어차피 말로 널 이해시키기는 어려울 거라고 생각했어. 그러니까, 우리 함께 사막으로, 너의 호크가 잠들어있는 곳으로 가보자.” 비로소 피비의 눈이 크게 뜨여지고 있었다.
“그곳까지 알고 있다니! 설마, 살리나가 배신을 한 건가요?”
“아니. 그녀는 여전히 도널드에게 충성을 다하고 있어, 호크를 죽음에 몰아넣을 때처럼 말이지.”
오호! 이제야 피비가 더욱 동요한다!
“내가 도널드 놈의 비밀을 알게 된 것은, 여기 있는 산드라가 놈의 마음을 읽어냈기 때문이야. 산드라에게 텔레파시 능력이 있다는 것은 당신도 잘 알고 있겠지?”
만약을 위해서 리버를 통한 정신 해킹(?) 기법까지 알려줄 마음은 없고, 산드라의 능력은 뱀파이어 업계(?)에서 나름 유명한 모양이니까, 그 정도로도 통하겠지?
“공포의 마녀, 산드라. 당신의 마인드 리딩 능력이, 도널드 같은 고위귀족에게도 통할 정도 였나요?”
윽!피비 이 녀석, 소령이과가 아니었나? 왜 이리 똑똑해? 아, 아니, 이건 소령이를 비하하는 생각이었으니까, 취소!
나는 순간적인 현실도피 욕구를 누르며 산드라를 돌아보았다. 그녀는 갑자기 피비로부터 의심의 시선과 질문을 받자, 당황하여 난감해 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산드라가 보기보다, 순진하고 고지식한 성격인 것은 알지만, 그래도 이런 상황에서는 적당히 잘 대답해 주겠지?
“아닙니다. 저의 마인드 리딩 능력은, 그 정도로 강하지 못합니다.”
아이고야, 산드라의 고지식함이 이 정도일 줄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