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악서생 4부 – 138화 : 상남자. (2)


3. 상남자. (2)

「옴마나? 세상에, 세상에!」

요몽은 갑자기 어쩔 줄 몰라 하며 정신없이 날기 시작했다.

「요몽!」

-요몽! 얌마! 정신 챙겨!

몽몽과 나까지 야단을 치자, 요몽은 그제야 찔끔하며 얌전히 내려서고 있었다.

「죄송해요, 주인님. 호크 웨인, 저 남자가 저렇게 ‘극상남’일 줄은 몰랐어요.」

요몽이 정신줄 놓고 감탄할만하긴 했다. 도널드 웨인을 메롱시키며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 온 호크 웨인의 외모는 내가 봐도 짜증, 아니, 그냥 잘났다고 인정할 수밖에 없는 수준이었던 것이다.

「근데요, 주인님! 쥔님도 웬일로 호크씨의 미모에는 별로 짜증을 내지 않으시는 거 같네요.」

그야, 난 호크 웨인이 도널드 놈과 쌍둥이라서, 도널드 놈이 사라졌는데도 계속 같은 얼굴을 봐야 할 일을 걱정했고, 저렇게 전혀 다른 느낌의 용모라는 것이 우선적으로 반가울 수밖에 없지. 하지만 그렇다고 저렇게 과도한(?) 미모의 사내놈 얼굴이 거슬리지 않는 건 아니야. 저런 과도 미모 종족 때문에, 나 같은 서민 표준형(?) 남정네들은 상대적 박탈감이, 지금 문제가 아니고!

-얌마! 보고하다말고 뭐하는 거야? 천음마군이 뭐, 어떻게 되었다고?

「아참참! 죄송! 어, 그치만, 상처가 비정상적으로 빨리 회복되고 있다는 거 말고는 특이 사항이 없어서, 긴급 상황은 아닌 거 같아요. 크루버

대장이나 다른 웨어 울프들도 천음마군에게서 ‘동족의 냄새’는 나지 않는다고 하고요!」

으으음. 웨어 울프들의 동족을 알아보는 후각은 거의 틀림없다니까, 일단 천음마군이 늑대인간화 될 가능성은 낮다고 봐야 하려나?

많은 영화나 소설에서는 늑대인간에게 상처를 입은 사람이 무조건 같은 늑대인간으로 변하게 되는 설정이 나오는데, 실제로는 그게 아니라고 했다. 늑대인간에게 상처를 입고 같은 늑대인간이 되는, 그런 드문 케이스는, 그 사람이 본래 ‘늑대인간 혈통’일 경우라는 것이다. 해당되는 사람의 선조 중에서 누군가가 늑대인간이었다는 의민데, 이건 같은 늑대인간의 후각으로 알아낼 수 있다고도 한다.

그래서 크루버가 그렇게 많은 늑대인간을 거느릴 수가 있었다고 하지. 크루버는 인간 모드로서는 ‘직업 군인’인데, 입대 지원자 모집관으로 근무할 때 특히 많은 늑대인간의 혈통을 찾아냈었다나? 어쨌든, 그런 크루버가 ‘천음마군은 동족이 아님’으로 판정했으니, 어느 정도 안심은 되지만, 그래도 미심쩍은 상황이니, 좀 더 확실히 체크해보는 것이 좋겠지?

몽몽!

「죄송하지만, 현재 단계에서 제공해 드릴 수 있는 데이터는 극히 한정적입니다. 가급적 빠른 시간 안에 ‘구중천’으로 후송하여 정밀 검사를 받도록 하는 방안을 권고합니다.」

으음. 아무래도 그러는 것이 좋겠군. 현재 구중천에는 인체 관련 설비가 프리메이슨 연구소급으로 구비되어 있으니 말야.

산드라!

‘예, 로드!’

-먼저 나가서, 천음마군을 구중천으로 후송해 줘야겠어. 아, 그리고 길모르도 함께 부탁해.

‘알겠습니다, 로드!’

산드라가 즉각 워프로 사라지자, 요몽이 다시 입을 열었다.

「저기, 근데요 주인님. 천음마군이 만약 웨어 울프가 되는 거라고 하면요, 그러면 왜 안 되는 거죠?」

응? 뭐?

「다른 어벤져스들의 분위기도 그렇고, 주인님도 천음마군이 웨어 울프가 될 가능성을 ‘걱정’하는 거잖아요. 그치만, 웨어 울프가 되면, 좋은 점이 더 많지 않나요? 더 강해지고, 항상 늑대의 모습으로 지내야하는 것도 아니고, 움~ 달밤에 외출하는 걸 삼가야 하는 것만 빼면, 다 좋은 거 아닌가요? 전 뭐가 문제인지 잘 모르겠어요.」

그야, 뭐. 단순하게 생각하면 그렇게 볼 수도 있긴 해.평범했던 인간이 늑대인간이 되었을 때 가장 큰 문제는, 포악한 짐승성으로 다른 인간을 해치게 된다는 거야. 그런데 우리 천음마군은, 원래 포악해 아주 공인된 ‘야수과 짐승남’이지. 그렇긴 한데!

-요몽. 네 말대로 긍정적인 면이 없는 건 아닐 거야. 인간이 자기 정체성이 바뀌는 것에 어떤 정신적 충격을 받을지, 그런 것도 일단 그렇다 치자.

그래. 과학적, 심리학적인 근거는 딱히 없지만, 우리의 천음마군은 어쩐지 자기 정체성 고민은 별로 안할 타입 같아. 큼, 이건 천음마군을 너무 비하하는 생각이려나? 암튼!

-그렇지만, 부작용 측면을 너무 가볍게 볼 수는 없어. 얼핏 생각하면 천음마군은 본래 포악해서 늑대인간이 되어도 그게 그거 일 것 같지. 하지만,

만약 천음마군의 현재 성향에 웨어 울프의 야성이 더해지는 형태, 혹은 곱해지는 형태가 된다면, 그럼 어떻게 되겠냐?

「에고. 그건 생각 못했네요. 만약 그렇게 되면, 그야말로 ‘눈에 뵈는 게 없는 괴수’가 되어 버리는 거겠어요.」

-뭐, 아직 확실한건 아무것도 없으니까, 일단 잘 체크해서 만약의 경우를 대비하자.

「우웅~~ 알겠어요. 그치만, 저는 정말 천음마군이 지금처럼 적당히만 포악한 상태로, 더 강해졌으면 좋겠어요.」

-훗. 천음마군의 현재 포악성이 ‘적당하다고? 너, 천음마군의 은근 팬이었냐?

「그게 아니고요. 요즘 들어 천음마군이 강해졌다고는 해도, 주인님께선 갈수록 더 괴이 망측한 강적들을 끌어들이시잖아요! 천음마군이 싸울 때는 관전하기도 불안해 죽겠다구요!」

그야, 나도 갈수록 그 점이 걱정이긴 했지만, 그보다!

-야! 내가 뭔 강적들을 끌어들였다고 그래! 지들이 알아서 꼬여든 거잖아! 이건 어디까지나 타임씨의 음모이고, 농간이야, 농간!

-저어, 오라버니!

쳇. 타임씨 얘기 나왔다고, 대교가 끼어드는 건가?

-모든 일들이 그분의 뜻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래도 아까는 그분께 기도해서 좋은 결과를 보았었지 않나요? 그러니까 앞으로도 그분을 너무 부정적으로 대하지 않으시는 편이 좋지 않을까요?

「어? 진짜요? 주인님께서 진짜, 타임씨한테 기도씩이나 하셨다고요?」

-그, 뭐, 막판에 자꾸 꼬이는 기분이 들었고, 밑져야 본전이다 싶어서, 유사 통로에 들어가기 전에 그 양반한테 한소리 하긴 했다.

‘타임씨! 당신, 또 상황을 억지로 꼬이게 만들면, 나도 가만있지 않겠어! 세계정화재단의 한국 지부장, 당신이 짝사랑하는(?) 여자, 친절한 영애씨한테, 당신 험담을 마구마구 해주겠어!’

나의 간절한 기도문(?)을 알게 된 대교와 요몽은 잠시 침묵했다. 그리고 조금 지나서 요몽이 대표로(?) 물었다.

「’신’으로 추정되는 타임씨한테, 그런 유치뽕짝, 치사빤쮸스러운 협박을 하셨다고요?」

-크흠. 일단 너의 심하게 고풍스러운 유행어 사용은 맘에 든다. 어쨌거나, 그랬더니 통하긴 하더라. 결정적인 순간에 유사의 흐름이 뜬금없이 정상화 되었으니 말야.

사실, 순전히 우연의 일치라는 생각이 더 강하지만, 지금은 그냥 이렇게 우기기로 하자.

「에이~ 설마요. 만약 정말 타임씨가 실존하는 존재라면, 그리고 제가 타임씨라면, 그냥 벼락을 때려서 주인님 입을 막았을 거 같아요.」

-요몽! 너어?

「앗. 죄송! 기분 나쁘셨다면 죄송해요.」

-아니, 잘 말해줬다. 그러고 보니, 소위 천벌 메뉴(?)중에서 선호되는 건 아무래도 벼락이겠지? 타임씨가 정말 열 받아서 그런 메뉴를 선택하기라도 하면, 아무리 나라도 위험하긴 하겠어.

요몽 덕분에 깨달은 것을 잠시 생각해보고 있자니까, 옆에 있는 대교가 조금 안심하는 기색을 보이고 있었다. 대교조차도 나란 놈을 아직 띄엄띄엄 보는 면이 있지 싶었다.

-좋아! 대교, 요몽! 난 앞으로 벼락을 대비한 준비도 확실히 하고 살아야겠다.

「에? 저기요 주인님. 보통은 벼락 맞을 짓을 안 하는 게 좋은 거 아닌가요?」

-아니! 난 벼락을 맞을 때 맞더라도, 타임씨한테 굽히고 들어가긴 싫다. 벼락 맞을 대비를 하고 그냥 개기면서 살래. 그리고 만약을 위해서, 내가 벼락 맞고 누워있게 된다 해도, 친절한 영애씨한테 타임씨의 비리를 꼰지를 수 있는 방법도 준비해 둬야겠어!

「에쿠야. 전 갑자기 주인님의 요정이 아니고 싶어졌어요. 모진 노, 아니, 모진 분 옆에 있다가 같이 벼락 맞을 거 같아요.」

-대교! 요몽이 배신 때린단다. 대교, 넌?

-예? 저, 전, 함께 벼락이라도 맞을 각오는 되어 있지만, 그보다, 이런 얘긴 쫌.

훗. 이럴 때의 대교는 요몽보다도 순진한거 같네. 구여운 것!

「주인님!」

음. 내친김에 몽몽에게도 넌 누구편이냐?’라고 물어볼까 했더니, 더 장난칠 때가 아닌 거 같군.

-그래, 몽몽. 도널드 놈의 처리가 끝난 모양이구나.

「그렇습니다, 주인님. 한데, 저의 스캔 범위에서 벗어나기 전까지, 도널드 웨인의 생명 반응이 탐지되었음을 알려드립니다.」

-훗. 그럴 줄 알았다. 호크 웨인은 꼭 ‘죽인다’고 표현한 건 아니었잖아.

나는, 대수롭지 않게 대꾸하며 호크 웨인쪽을 돌아보았다. 나는 요몽과 건설적인(?) 대화를 하는 와중에도 슬쩍슬쩍 상황을 살폈었는데, 호크 웨인은 도널드 놈의 피를 상당히 깔끔하게 쭉쭉 빨아서, 놈을 붕대 없는 미이라 꼴로 만들어 버리는 것 같았었다. 그리고는 놈을 안고, 자신이 잠들어 있었던 바위섬으로 데려갔었다.

동생을 자신의 관에 눕히고 이제 내 쪽으로 오고 있군. 음? 거대 사룡 두 마리 중에서 하나가 바위섬을 통째로 감아버리기 시작하네?

이제 도널드 웨인의 관이 되어버린 바위섬은, 사룡에 의해서 천천히 모래 호수 속으로 가라앉고 있었다. 보통은 저렇게 완전히 죽지 않고, 봉인만 되는 악당 캐릭터가, 언제고 부활하는 설정이 많다지만, 그게 별로 걱정되지는 않았다. 놈이 어찌어찌 부활하는 일이 생긴다고 해도, 지금 내 눈앞의 이 남자, 호크 웨인은 또다시 대책 없이 동생에게, 모든 것을 양보하지는 않을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한결, 좋아 보이는군.”

나도 모르게 나온 말이었다. 지금 막, 동생을 묻고 온 남자에게 할 말이 아닌 것 같았으나, 호크 웨인은 내 앞에서 검은 날개를 접으며 피식 웃었다. “뭐, 덕분에.”

짧고 쿨한 반응이라고 할 수 있었지만, 내게 진심으로 감사하는 마음이 느껴지고 있었다. 사실, 도널드 놈은 꼭 나를 만나지 않았어도, 언젠가 다른 강적을 섣불리 건드려서 자멸했을 것이다. 그리고 그랬을 때도 오늘처럼 호크 웨인이 오랜 세월 얽매여있던 ‘정신적 사슬을 끊고, 이렇게 홀가분한 얼굴로 웃을 수 있을 거였다.

하지만, 내가 그렇다고 빈손으로 돌아설 놈은 아니지?

“후훗. 내 생각에도 전부 내 덕분 같은데, 답례 선물이라도 줘야하는 거 아니오?”

“후후. 미안하지만, 미리 선물을 준비할 경황은 없었소. 피비와 상의하여 뭔가 결정되면 알려드리겠소.”

호크 웨인은 그러면서 옆에 있는 피비의 어깨에 손을 올리고 있었다.

“후후, 알겠소. 그럼, 우린 오랜만에 재회한 연인의 시간을 더 이상 방해하면 안 되겠군.”

나는 호크 웨인과 악수를 나눈 후, 가벼운 마음으로 돌아섰다. 출입구 쪽으로 향하는 우리 뒤쪽에서 피비의 마법력이 느껴진다 싶더니, 뭔가 작은 것이 쪼르르 달려와서 발밑을 스쳐지나갔다. 피비의 통역 전문 마법 다람쥐와 비슷한 느낌의 또 다른 설치류형 마법 생물이었으며, 통역다람쥐보다 풍성하고 새하얀 털을 가진 녀석이었다.

““토미노커’, ‘전령’ 역할을 하는 마법 생물이야. 길 안내도 잘하지.”

마법계의 포털 사이트, 리치몬드양의 설명대로, ‘토미노커’라는 마법 다람쥐는 바깥으로 나가는 길을 안내하기 위해서 나타난 모양이었다. 녀석은 우리의 몇 미터 앞에서 달려가는 것을 멈추더니, 우리를 슬쩍 한 번 돌아보고는, 우리와 비슷한 속도로 앞서 달리기 시작했다.

「오호~ 호크씨가 피비에게 뭔가 지시하는 거 같더니, 이런 거였네요? 어쩜! ‘상상남답게, 세심하기도 해라!」

요몽은 늘 그렇듯 꽃돌계열 남정네의 행동에 호들갑스럽게 감탄하더니, 문득 다른 생각도 났는지, 슬그머니 내 눈치를 살피기 시작했다.

「흐웅~ 근데요, 주인니임. 제가 잘못 분석한 것이 아니라면요, 주인님은 호크씨를 무지 맘에 들어 하시는 거 같아요. 그쵸?」

-훗. 그래, 잘 봤다. 상당히 맘에 드는 친구야.

「와우! 어쩐 일이세요? 주인님은 저런 ‘완소 희귀 보호종’ 남정네들을 증오하고 저주하는 자칭 평범남이시잖아요!」

-얌마. 누가 들음 오해하겠다. 내가 언제 그 정도까지, 아, 그리고 이쯤 되면 ‘희귀 보호종’이란 표현은 잘못된 거 아니냐? ‘원판 삼종 세트’에 시그마, 부식의 인어 갈라테아, 우리 S행님은 미안하지만, 조금 애매하니까 뺀다쳐도, 아직 어리지만 확실한 ‘아쿠아린 형제’도 있고, 하여간 뭔 희귀종이

이렇게 많아?

「아하하! 그러고 보니 그러네요? 그럼 이제 뭐라고 해야 할까요? ‘희귀하지만 주인님 주변에만 자주 출몰하는 보호종’, 이건 너무 길잖아요. 쫌 줄여주세요.」

-얌마. 그 정도는 니가 알아서 해야지.

요몽은 지가 뭘 물어봤는지를 잊고 새로운 용어 만들기에 돌입했고, 나와 대교는 피식거리는 웃음을 교환했다. 그러나 우리는 얼마 못가, 웃음기를 지우며 긴장해야 했다. 우리보다 조금 앞서가던 길안내 다람쥐도 뭔가 감지했는지, 급정거로 멈추며 키잇- 소리를 냈다. 당연히 우리 일행 모두도 이동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몽몽! 현재 우리 위치, 바깥 출구와의 거리는?

「현재까지의 속도 기준으로 20분 정도 소요될 것으로 추정되는 거리입니다.」

-알긋다. 그리고, 전방의 이 기운, 그 ‘눈알 잔뜩 요물’, 맞지? 이름이 뭐, ‘오스카’라고 했던가?

「그렇습니다, 주인님. 해당 괴생명체의 에너지 파장과 90프로 이상 일치합니다.」

훗. 우리에게 이렇게 쉽게 감지되는 걸 보면, 투명 능력만큼은 우리의 ‘투명 소녀, 소냐보다 못하구먼. 어쨌거나, 요물 오스카를 타고(?) 다니는 매퍼 가문의 막내 아가씨, ‘레이디 신디’! 이런 곳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던 건가? 공격을 위한 매복? 아니, 그건 아닌 분위기지?

“신디. 날 기다리고 있었으면 이제 나오지 그래.”

말을 건네 보았지만, 그래도 레이디 신디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움직임도 거의 느껴지지 않았는데, 어쩐지 고민하며 망설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신디! 많이 놀랐던 모양이군. 나와 함께 유인호가 나타나서 말이지.”

인호의 이름을 언급하자, 그제야 전방의 통로 한켠의 허공에서, 지지지직 기묘한 파장이 일며, 요물 오스카의 형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빠르게 투명화를 푼, 요물 오스카의 안쪽에 서있는, 레이디 신디의 분위기가 지난번과는 많이 달랐다.

모든 일에 시큰둥해 보이면서도, 어딘가 당당한 포스도 엿보이는 아가씨였는데, 지금은 뭐랄까, 큰일을 저지르고 야단맞을 것을 걱정하는 아이의 모습? 자기 엄지손톱을 잘근잘근 씹고 있는 저 행동, 정서 불안의 대표적인 증상이라고 했던가?

“신디. 우리 일행이 사막에 도착했을 때, 당신은 도널드 놈과 함께 있었던 거지? 매퍼 가문의 대표로서, 다른 매퍼 가문 전사들이 도착하기 전까지는 당신이라도 도널드 놈을 경호하기 위해서 말이지.”

짐작되는 상황을 말하기 시작하니, 신디가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난 뜻밖에도, 매퍼 가문에 원한을 품고 있는 유인호 남매와 사제까지 대동하고 나타났어. 그래서 당신은 도널드고 뭐고 무작정 달아났지?” 으으음. 지금 보이는 태도로 추측해 본 건데, 또 고개를 끄덕이는군. 그렇다면!

“신디. 지난번에 당신이 말했던, 나와 용모가 닮지도 않았는데 왠지 나와 닮은 것 같다는 남자. 그가 바로 유인호였던 건가?”

신디는, 다시 천천히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리고는 새삼 물끄러미 나를 바라보기 시작했다.

“역시, 그랬군. 훗. 새삼 날 관찰 할 필요는 없어. 인호와 나는 친형제가 아니야. 당신과 그 오스카라는 녀석이 헷갈린 것은, 나와 인호의 ‘기운’이 비슷하기 때문이었을 거야. 나와 인호는 같은 심법, 현천기공을 익히고 있거든.”

“심법? 현천기공?”

훗. 이제야 겨우 입을 여는군.

“당신들의 무공이란 것은, 그걸 익힌 사람들의 영혼까지 닮게 하는 건가요?”

“아니, 그건 좀 다른 얘기고, 으음~ 무공을 잘 모르는 사람에게 설명을 해주기는 어려울 거 같네. 어쨌든, 이건 지금 중요한 얘기가 아니야. 안 그래, 신디?”

“그래요. 설마 당신이 인호, 그 사람을 알고, 이렇게 함께 나타날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어요.”

“나도, 인호와 매퍼 가문 얘기를 알게 되었을 때는 정말 놀랐어. 그리고 지금은 또, 매우 난감하군.”

나는, 말을 잇기 전에 쓴웃음부터 떠올릴 수밖에 없었다.

“무슨 로미오와 줄리엣도 아니고, 불무도 사문의 유인호, 매퍼 가문의 신디, 두 사람이 서로에게 ‘첫사랑’이었다니 말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