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악서생 4부 – 140화 : 봄날의 할로윈 파티. (1)

극악서생 4부 – 140화 : 봄날의 할로윈 파티. (1)


4. 봄날의 할로윈 파티. (1)

800여년 만에 완전체로 부활한 불사의 마법사 리치몬드!

그렇다고는 해도, 내게는 꼬맹이 소녀일 뿐이었고, 이제는 우리 지하무림의 공식 ‘식객’으로 굳어진 상황이었다. 그리고 아까는 자룡대주가 녀석과 함께, 녀석에게 필요한 현시대의 물품 쇼핑을 나간다고 했었다.

「죽음의 해골 마법 공주! 죽지 않는 언데드계의 아이돌, 리치몬드양의 놀라운 변신!」

요몽은, 새삼 긴 수식어를 붙여가며 신나게 외쳐댔고, 차에서 내리고 있는 리치몬드의 모습은 분명 평소와 많이 달라 보이기는 했다. 우선적으로, 녀석의 트레이드마크라고 할 수 있었던, 땅에 닿을 정도로 긴 망토 차림이 아니었다.

으음. 최첨단 패셔니스트, 자룡대주가 리치몬드의 중세 망토 패션을 두고 볼 수 없었던 모양이군. 하지만 자룡대주도, 리치몬드의 패션 취향을 근본적으로 바꿀 수는 없어서, 중간(?)쯤으로 타협을 본 건가? 어깨와 가슴정도까지 덮은 ‘숄(맞나?)’도 그렇고, 마치 엄격한 전통을 유지하는 여학교의 교복 같은 느낌의 패션일세.

-저만해도 나름 변신이라고 칠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놀라울 정도는 아닌 거 같은데?

「후후. 그건 주인님께서 아직 자세히 보지 않으셔서 그래요. 리치몬드의 현재 모습은 자룡대주와 페트라 언니가 엄청난 노력을 기울인 결과물이란 말이에요.」

-페트라? 그녀도 같이 갔었나?

「예. 페트라 언니는 바로 뱀프 타운으로 돌아갔지만, 그전에 직접 리치몬드의 화장을, 아! 저것 좀 보세요! 사람들 반응 말이에요!」

뭐야? 지금 리치몬드와 마주친 사람들 반응은 별거 없는 거 같은데 웬 호들갑을, 아, 아닌가? 그러고 보니, 이게 진짜 포인트였군.

「이제 아셨죠? 사람들이 놀라지 않아요! 무서워하지 않는다구요!」

마주치는 사람들이 놀라거나 무서워하지 않아서 놀라운 거라는, 놀라운 사실! 으음. 말이 뭔가 헷갈리지만, 여하간, ‘놀라운 변신’이란 말이 아주 과장은 아니었던 건가?

드디어 리치몬드가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왔는데, 바깥에서 파티 준비하느라 오가던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실내에서 마주치는 사람들도 별다른 기색 없이 지나쳐가고 있었다.

“유준. 다녀왔어.”

훗. 리치몬드 이 녀석, 아무렇지도 않은 척 인사를 하지만, 자신의 소위 ‘놀라운 변신’이 나에게 어떤 평가를 받을지 잔뜩 기대를 하고 있는 눈치로군. “와우. 이게 누구야? 몰라 볼 뻔 했는걸?”

너무 전형적인 반응인거 같긴 하지만, 솔직한 표현이었어. 가까이서 보는데도 잘 실감이 안 나네. 이 녀석의 심하게 무서운 얼굴이 어떻게 이런 ‘아주 조금만 무서운 얼굴’이 될 수 있는 거지?

핏기 없이 창백한 피부에 보기 좋은 혈색이 돌게 한 기본 도장술(?), 부담스럽게 크고 선명한 눈매를 한결 부드럽게 감춰주는 라인 세공법(?), 정식 화장 용어(?)는 모르겠지만, 하여간 이 두 가지만으로도 일단 리치몬드가 ‘살아있는 소녀’라는 것을 알려주는 포인트인 거 같았다. 나로서는 그 밖의 세부적인 화장 기법이 또 뭐가 동원되었는지는 파악할 수 없었으나, 종합적으로 표현하자면, ‘살아있는 보통 소녀에 근접한’, 그런 대단한 작품이었다. “후후, 유준의 부하 중에는 유능한 여자 마법사도 많은 거 같아.”

페트라가 졸지에(?) 여자 마법사가 되었군. 하긴, 여자분들의 화장술은 때로 진짜 마법 수준일 때가 있는 거 같긴 해.

“훗. 어쨌거나, 옷도 멋지고, 음. 이제 누가 봐도 어엿한 21세기 아가씨라고 할 거 같아.”

「에고, 주인님! 좀 더 구체적인, ‘예쁘다’는 칭찬을 해주셔야지요! 여자애잖아요!」

-어, 그, 그게.

요몽이 훈수를 두었지만, 나는 왠지 그런 말이 나와 주지가 않았다. 물론 리치몬드에게 이쁘장한 구석이 없는 건 아니고, 그 부분이 화장으로 최대한 살려진 것은 확실했다. 그렇다곤 해도, 아니, 그래서 본래 리치몬드 특유의 골체미(?)랄지, 생사의 경계선에 있는 존재만이 가질 수 있을 법한 ‘어딘가 싸~한 매력’이 대폭 삭감된 것도 사실이었다. 내 눈에는 솔직히 죽도 밥도 아니게 어중간해서 그리 맘에 들지 않는 상태인 것이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역시 그냥 입에 발린 칭찬이라도 해줘야하는 걸까? 예의 차원에서라도 말야. 그냥 눈 딱 감고 예쁘다는 말을…………….

“유준. 이건 어때?”

“어, 그래 예쁘네.”

이런, 리치몬드가 먼저 묻는 바람에, 준비했던 칭찬을 엄한 물건에게 날리고 말았네.

“이거 봐, 이건, 내가 직접 고른 거야.”

리치몬드가 자랑하듯 보여주는 건 최신형인 듯한 새 스마트폰과 거기에 매달아 장식하는 ‘웃는 표정의 해골 액세서리였다.

“둘 다 너한테 예쁘게 잘 어울린다. 잘 골랐어.”

어찌어찌 예쁘다는 표현을 한 번 더 끼워 넣은 셈이었고, 리치몬드도 충분히 칭찬 받았다는 듯 기쁜 기색이어서 다행이었다.

“그런데 리치몬드. 너의 망토는 어떻게 된 거지? 그거 없으면, 마법 쓸 때 지장이 있는 거 아냐?”

“내 망토? 그게 이거야.”

“에? 진짜?”

리치몬드는 자신의 어깨 숄을 슬쩍 매만졌고, 그러자 검은 색 숄이 잠깐, 은근한 금빛을 머금어 보였다. 리치몬드의 능력을 생각하면, 회색 롱

망토를 짧고 검은 숄로 디자인을 바꾸는 것은 일도 아니었고, 가만 보니 천의 재질이 같은 걸 알 수 있었다.

“훗~! 그랬었군. 난 사실, 너의 망토 패션이 가장 맘에 들어서 아쉬웠는데, 지금 디자인도 괜찮다. 센스 있는 변신이야.”

“그래? 고마워.”

으음. 난 막판에 본심을 얘기해 버렸고, 결국 ‘개인적으로, 오늘 변신은 내 취향이 아님.’이란 뜻을 밝히게 된 건데, 그럼에도 이제야 ‘고맙다’고 하다니, 하여간 여자애 마음은 나도 잘 모르겠단 말야?

“산드라는?”

흠. 역시 가장 가까운 사이인 산드라에게도 자신의 현재 모습을 빨리 평가받고 싶은 모양이군.

“어, 그녀는 대교와 함께 바람의 저택에 있어. 이곳의 주방 공간만으로는 부족해서 말야. 어쨌든, 산드라 불러줄게.”

리치몬드는, 내말을 듣고 몸을 돌려 게이트쪽으로 향했고, 그러고 보니까 녀석이 망토로 가려지지 않은 두 발로 걷는 모습 자체도 왠지 신선했다. 내 감상은 그랬지만, 자룡대주는 리치몬드를 바라보며 한숨을 포옥 내쉬었다.

-자룡대주. 고생했어.

나도 모르게 그런 말부터 나왔다. 사실 나로서는, 전에 홍콩에서 자룡대주의 ‘무한 옷 입혀 보기 신공’에 걸려서 고생을 했던 경험이 있긴 하지만, 이번에는 어쩐지 자룡대주쪽이 더 맘고생을 했을 것 같았다.

-천주!

자룡대주는 리치몬드가 게이트 안으로 들어가는 것을 확인하고는 고개를 푸욱- 숙이더니, 그 상태로 절래절래 흔들기도 했다.

-이런 일로 제 한계를 느끼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그게, 그, 뭘 입히고, 어떻게 꾸며 봐도, 리치몬드양의 어둡고 음산하며 잔혹한 분위기를 바꿀 수는 없었습니다.

자룡대주의 고백과 함께, 요몽은 자룡대주가 꽤 긴 시간에 걸쳐 리치몬드를 어떻게 꾸며 보았었는지를 영상으로 보여주기 시작했다.

레이스 왕창의 공주풍으로 시작했었구먼. 별명 그대로 ‘죽음의 공주’ 이미지만 확인했을 뿐이었고, 곧바로 현 시대 소녀들의 일상적인 패션을 연속으로 테스트해 봤었군. 하지만 역시나 뭘 입어도 그 옷이나 등 뒤에서 살인용 흉기를 꺼내들 분위기야. 흐음. 보이시쪽도 시도해 봤네. 그러나 ‘사탄의 인형’ 공주 버전이어서 신선미까지 떨어지는, 응? 스튜어디스 패션? 이건 나름 신선하지만, 혹시라도 이 ‘리치몬드 스튜어디스’ 영상이 일반에게 공개되기라도 할 경우, 비행기를 타면 족족 추락해서 죽을듯한 분위기 때문에, 전세계 항공사 주가가 폭락할 거 같아.

“커흠. 자룡대주가 많이 힘들었던 건 알겠어. 하지만 뭐, 결국 분위기가 꽤 많이 바뀌었고, 사람들 반응도 괜찮은 거 같아. 이만하면 선방한 거라구. 응? 이 아가씨, 왜 오히려 더 인상을 긁으며 고개를 들지?

-그렇지 않습니다, 천주! 모든 것은 페트라 부대주의 성과입니다. 제가 한 것이 없단 말입니다!

에고 놀래라. 이 아가씨, 그 점 때문에 쫀심 상했다 이거였군.

-그, 뭐. 페트라의 화장 마법이 상당한 효과가 있었다는 건 나도 알겠어.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건 본인의 만족도 아니겠어? 내가 보기에 리치몬드는, 화장보다, 자룡대주가 코디해준 복장을 더 맘에 들어 하는 거 같아.

-그, 그럴까요?

-하핫~ 거의 확실해. 내가 리치몬드의 숨은 표정을 잘 보는 편이잖아?

-하긴, 저로서는 리치몬드양의 표정을 읽기가 어려워서, 이번 일이 더 힘들었습니다만, 천주의 안목은 틀림이 없으시겠지요.

그러고 보니, 리치몬드의 소위 ‘무서운 무표정’ 때문에 더 힘들긴 했겠어. 옷을 입는 당사자가 입혀주는 옷 중에서 어떤 옷을 맘에 들어 하는지 알 수가 없었을 테니 말야. 으음. 어쨌거나, 이제야 자룡대주의 얼굴이 조금 풀어지는 거 같네. 젠장. 왕땅이란 자리는 수하들 간의 라이벌 의식도 신경써줘야 하는, 피곤한 자리라는 것이 새삼 실감나는구먼.

-요몽. 내가 만약 솔직하게, ‘애를 왜 온통 시커멓게 만들어놨냐’고 했으면, 매우 썰렁한 분위기가 될 뻔했겠다.

「당근입죠! 자룡대주가 저 투톤 블랙의 조화로운 선택을 하는데 얼마나 고심을 했었다구요.」

-에? 먼 블랙들의 조화? 난 그냥 위아래로 시커멓다는 거 밖에 모르겠던데?

「으, 뭐예요! 어깨의 숄은 블루 블랙, 안쪽의 투피스는 Z블랙! 이런 걸, 전혀 구분 못하신 거예요?」

-우쒸! 난 그딴 색이 존재하는지도 모른다. 시커머면 다 시커먼거지, 옷 색깔이 뭐가 그리 복잡해?

「으~ 하여간, 울 쥔님 막눈은 알아줘야 한다니까!」

-너, 이 녀석! 네가 지금 리치몬드 패션 이벤트의 본래 목적을 망각하고 있구나!

「예? 제가 무슨, 아? 이, 이런! 죄송해요! 제가 그만 말실수를…………

-됐쓰! 나 이미 삐쳤음! 따라서, 인호와 신디의 비하인드 러브스토리 다음 편은 무기한 연기다! 알간?

「아이 참! 제가 잘못했데두요? 그러지 마시고 한 꼭지 스포라도………」

나는 요몽의 간절한 태도를 슬며시 생까며, 다시 자룡대주를 돌아보았다.

-리치몬드 얘기는 여기까지! 그보다, 아까 호크 웨인쪽의 연락은 당신도 받았겠지?

내가 ‘공식 업무’를 시작해 버리자, 요몽은 울상을 지으며 사라져버렸고, 자룡대주는 새삼 살짝 긴장하며 자세를 바로 했다.

-아, 예, 천주

나는 대략 한 시간 정도 전에 호크 웨인측의 연락을 받았고, 그쪽의 ‘새로운 지배인'(?)에게 자룡대주의 전화번호를 알려 주었었다.

-앞으로는 둘이 연락을 주고받을 일이 많을 거야. 양측 실무자 대표니까 말이지.

-알겠습니다, 천주. 그런데, ‘그 여자’라니, 상당히 뜻밖이었습니다.

-훗. 나도 호크 웨인이 이렇게 빨리 그 여자, 살리나를 용서할 줄은 몰랐어.

그랬다. 호크 웨인은 살리나를 용서해주고, 곧바로 다시 웨인가의 ‘총지배인’쯤으로 재임명해 준 모양이었다.

-뭐, 호크 웨인 입장에서는 당장 꼭 필요한 인재이긴 했을 거야. 그가 없는 동안, 웨인가를 암중에서 지키고, 관리해 온 것이 그녀라는 건,

사실이었을 테니 말이지. 어쨌거나, 자룡대주 당신도, 살리나와 싸웠던 일은 잊고, 잘 해보라구.

-후후. 저는 천주처럼 대범하지 못하니, 항상 그녀를 경계하게 될 것 같지만, 그래도 물론, 천주의 대사에 지장이 생기는 일은 없도록 하겠습니다. 훗. 설마 자룡대주와 살리나가 다시 조담 녀석을 놓고 칼부림 쟁탈전을 벌이지야 않겠지? 무엇보다 살리나가 짧은 시간에 확실한 갱생을 했다고 보여지고 있으니 말야.

살리나는 인터넷을 통한 화상 채팅 형태로 연락을 해온 거였는데, 우리가 사막에서 돌아와서 파티 준비를 하고 있었던, 불과 한나절 정도의 시간동안, 그녀에게 어떤 일이 있었는지 구체적으로 알 수는 없었지만, 이 짧은 시간동안 그녀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기라도 한 것 같았다. 중세 뱀프 패션은 버리고, 현대 정장 차림이었으며, 표정과 말투에서도 자룡대주나 페트라처럼 능력 있는 ‘캐리어 우먼’의 포스가 느껴졌었어. 도널드 놈의 썰렁한 인사 정책(?) 때문에 어설픈 전투 지휘관 노릇을 했었지만, 이제야 제자리를 찾은 거 같아. 물론, 호크 웨인이 현 시대의 실무를 모두 파악하고 난 다음에도 그녀를 계속 중용할지, 적당한 시기에 적당한 명분을 대고 쓱싹~ 메롱 시킬지는 두고 봐야겠지만 말이야.

-좋아, 자룡대주. 그런데, 위 지하무림과 웨인가의 ‘탑 매니저간의 능력 대결은 이미 시작되었다는 거 알지?

-아! 그 말씀은 혹시?

자룡대주는, 눈치 빠르게 시선을 돌려 어딘가를 보았고, 그 방향에는 늑대 대장 크루버가, 애인(?) ‘리버’와 잡담을 나누고 있는 모습이 보이고 있었다.

-이번 싸움에서 소속이 불분명해진 자들 중에서, 쓸 만한 인재는 반드시 확보해야겠지요. 맡겨 두십시오!

-쉽지는 않을 거야. 내가 보기에, 호크 웨인은 상당히 ‘매력적인 군주’ 스타일이거든.

이건, 나와 호크 웨인의 ‘매력도 대결’로 볼 수도 있다는, 은근 압박 멘트려나? 훗. 예상대로 자룡대주가 더욱 긴장하며, 한편으로는 투지를 일으키기 시작하는구먼.

-잘 부탁해.

-복명!

이제부터 페트라와의 옛 라이벌 의식은 다시 잊고, 그녀와 잘 협력하라는, 그런 얘기까지 굳이 덧붙일 필요가 없는 분위기로군.

여러 가지 능력 중에서도 특히 ‘인재 스카웃’ 능력에 탁월한 자룡대주는 ‘우오오~’ 모드로 돌아섰고, 그 사이 삐침 모드를 푼 요몽이 다시 나타났다. 「주인님! 구중천에서 ‘관찰 대기중인 천음마군이, 다시 오고 싶다고 강력하게 요청하고 있대요. 어떡하죠?」

쯧. 강력한 요청이라기보다, 그냥 땡깡부리고 있단 얘기인거 같군. 하긴, 본래 여기 왔던 이유, ‘론 중령과의 재대결이 아직 이루어지지 않았으니, 그럴 만도 하지.

-아직도 특이 사항은 없고?

「예. 중간에 보고 드렸듯, 몇 시간정도 고열에 시달리기는 했지만, 지금은 그런 증상도 없는 상태예요.」

-닥터 몽몽의 진단은?

「어, 몽몽 오빠도 아직 특이 주의사항을 확신할 수 없다고 하네요. 얼마간의 고열 현상은 상처로 침투한 세균 때문에 발생한 염증 현상이었다고 판단된대요.」

-그럼 비정상적으로 빠른 상처 치유현상은?

「그건, CR의 ‘나이팅게일 자매‘덕분에 자가 치유력이 비약적으로 높아졌을 가능성이 큰 거 같다고, 그렇게 추정된다고 하네요.」

한동안 상처 입을 때마다 나이팅게일 자매의 ‘날름 치료를 받으면서 그렇게 짭짤한(?) 부수입, 아니, 부수 능력까지 얻게 되었을지 모른다고? 그거, 나름 말이 되는 추정이로군.

-뭐, 어차피, 우리 몽몽 선생도, 그 인간처럼 말 안 듣는 환자를 지속적으로 진단하는 건 어렵겠다. 그냥 보내라고 해.

「옛썰!」

가만있자, 이제 준비도 거진 다 되어가는 분위기이고, 참석 인원도 거의 확정된 셈인가? 으으음. 이럴 때 카디와 함께 하은이 녀석도 오면 좋을 텐데, 아직 그런 바람은 무리겠지? 닥터 제이와 원판? 그 음흉콤비는 올까봐 무섭고, 내 친구 ‘천우신’ 일정이나 다시 확인을………….

「주인님! 주인니임~!」

윽, 젠장맞을! 괜한 생각을 떠올렸었나보다.

-안 들린다, 안 들려!

「에이~ 왜 그러세요, 주인니임! 원판씨가 란씨와 벌써 보스턴 공항에 도착했데요오!」

-야! 문 닫고 개 풀어라! 소금이나, 붉은 팥 같은 것도, 왕창 뿌리고!

「아이 참! 또 이러신다. 이번에는 원판씨도 확실하게 우리 편이었잖아요. 너무 매정하게 그러지 마시라고욧!」

그건, 쳇!

제기, 확실하게 막을 명분이 없긴 하네. 난, 그 녀석의 희어멀건한 얼굴만 봐도 술맛이 떨어지지만, 이번만은 참아줘야 하려나?

「어, 주인님! 지금 막, 뜻밖의 인물로부터 ‘파티 참석 희망’ 메시지가 왔어요!」

-이번엔 또 언놈이냐?

「호크, 호크 웨인씨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