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악서생 4부 – 142화 : 봄날의 할로윈 파티. (3)
4. 봄날의 할로윈 파티. (3)
“야, 야! 남의 잔치 집에서 초상집 컨셉 잡으면 어떡해? 그노무 귀신 오오라, 꺼! 작동 중지!”
내가 원판이 발산하는 기운을 ‘귀신 오오라’라고 표현한 건, 결코 과장이나 비유법이 아니었다. 전에 함께 만났었던, 세계정화재단 소속의 ‘남장군’이란 박수무당은 원판의 기운을 ‘귀기(氣)’로 판단하고 공격하려 들었었던 것이다.
평소 기운이 그 정도인데, 지금의 소위 ‘핏빛 귀신 오오라’는 더더욱 주변에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지. 쯧. 역시나, 꽤 먼 거리의 오컬트 계열 참석자들까지 이쪽을 힐끔거리기 시작하네.
“아, 실례.”
원판은 빠르게 귀기를 가라앉히고는, 녀석답지 않게 다소 멋쩍은 웃음을 떠올렸다.
“소위 오버를 했군요. 유준 형님 곁이라고 너무 마음을 풀었던 모양입니다.”
아참. 간만이라 깜박했군. 이 녀석은 항상 프리메이슨의 감시를 의식해야 해서, 나와 몽몽의 곁이 아니면 감정조차도 숨겨야 하는 처지라는 것을 말이야. 으으음. 그 점을 생각하면, 우리와 함께 있을 때 소위 ‘정신적 자유를 느끼는 거 자체는 이해가되긴 하지. 다만, 방금 녀석이 열 받아 한 대화의 주제가 좀 애매하네.
“원판. 넌 타임씨처럼 초월적이면서도 막연한, 그런 존재는 인정하지 않는 스타일 아니냐?”
“제 사상은 그렇습니다만, 유준 형님께서 ‘타임씨’라고 상징화한 신의 존재를 믿으시는 분이니, 저도 잠시 형님 기준으로 사고해 봤을 뿐입니다.” “훗. 나도 뭐, 타임씨의 존재를 믿는다고 하긴 어렵지. 갑갑한 상황이 거듭될 때 어쩌다보니 그런 존재를 상정하게 되어서, 음, 내 경우는 그렇다 치고, 너에게는 ’12인의 사도’ 놈들이 ‘잔인한 신이었겠지?”
원판의 소위 ‘핏빛 귀기가 다시 살포시 고개를 들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제대로 발산되지 않았고, 겉으로도 피식- 싱거운 웃음만을 흘렸을 뿐이었다.
“대상을 굳이 구체적으로 확인하시려는 건, 혹시 형수님 때문입니까?”
하여간, 이 녀석 돗자리 까는 재주 하나는 인정해줘야 한다니까.
“그래, 임마. 내가 타임씨한테 자꾸 개긴다고, 대교가 구박하거든.”
“아, 아니어요! 아이 참! 제가 언제 그랬다고 그러셔요.”
대교는 얼굴을 붉히며 부인했지만, 나는 짐짓 인상을 구기며 말을 이었다.
“나한테까지 그럴 정도니까 넌 타임씨 언급할 때 더욱 조심해라. 타임교 신도, 대교양에게, 이렇게 되는 수가 있다.”
나는, 말과 함께 한손을 들어 목을 치는 동작을 해보였고, 원판도 심각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으음. 형수님의 신앙심이 그 정도일 줄은! 오해하지 마십시오, 형수님. 저는 두 분의 타임씨에게 불경할 생각은 없습니다.”
“아이참! 크라우드씨야 말로 오해하지 마세요. 저는 단지, 아이 차암!”
대교는 계속 얼굴을 붉힌 채 어쩔 줄 몰라 했고, 나는 얼마간 그런 대교를 감상(?)하고 있다가 문득, 원판에게 말했다.
“원판! 누가 보면, 우리가 디게 친한 사이인줄 알겠다. 이제부터 가급적 아는 체하지 말자.”
“뭐, 원하신다면.”
-요몽. 이 녀석 옷에 이름표, ‘DP 회장 놈’이라고 붙여주던가, 어사조 한 명 안내로 붙여줘라. 성격 안 좋은 친구로
「에이~ 간만에 분위기 좋았는데, 갑자기 왜 변덕이세염!」
-됐거든?
내가 훠이훠이~ 손짓을 해보이자, 비서 란은 살짝 눈을 흘겼지만, 원판은 대수롭지 않은 태도로 돌아섰다. 그사이에 완전히 해가 져서
어두워졌지만, 곳곳에 설치된 조명장치들 때문에 파티장은 오히려 더 화려하게 시동을 거는 분위기였다.
요몽과 누가 뭐라던, 이 몸이 원판 녀석에게 해줄 수 있는 환영 접대는 이정도면 됐고, 오늘 내가 진짜 만나서 술잔을 기울이고 싶은 인물은 이제야 도착할 시간이 된 거 같군. 내게 있어 오늘의 파티는, 승전 그 자체를 자축하는 것보다, 그로 인해서 친구와의 술자리를 맘 편히 가질 수 있게 되었다는 사실에 더 큰 의미가 있지.
-요몽. 천우신은?
「이제 대략 3분 정도면 주인님 시야에도 보일 거예염. 후후. 역시 천 년 전부터의 베프, 천우신님이 가장 기다려지시나 봐요.」
-당근이쥐. 내가 여기 보스턴까지 왔는데도 같이 술 한 잔 할 틈도 없이 며칠이 지났잖냐.
「하긴, 주인님께선 ‘윈드 게이트’가 생겨서 천우신님과 자주 볼 수 있게 되었다는 것도 무척 기뻐하셨었는데, 게이트 시운행으로 미국에 온 날에 바로 나쁜 뱀프 악당과 싸우게 되는 바람에 술자리는커녕… 아, 그러고 보니, 지난번의 첫 재회 때도 주인님께선 줄창 쌈박질 일정만 소화하시다가 귀국하셨었죠?」
-그래. 그러니까, 우리의 재회 기념 술자리는 오늘이 처음인 거지.
「와아~ 요즘 저까지 넘 바빠서 생각 못했는데, 오늘은 두 분의 정말 뜻 깊은 자리였군요! 게다가 오늘 만약, 아! 저기요, 저기!」
요몽이 새삼스럽게 흥분하여 가리키는 방향으로 천우신의 승용차가 보이기 시작했다. 천우신은 직접 차를 몰아오고 있었는데, 뒷좌석에는 소령이와 미령이가 앉아있는 모습이 보이고 있었다.
-미령이가 소령이를 부추겨서 사무실까지 마중 나갔던 모양이구나.
「맞아염. 소령님은 천우신님에 대해서만은 부끄럼을 많이 타는데, 항상 옆에서 미령님이 더 적극적으로 나서서, 소위 바람을 잡아 준답니당.」 훗. 미령이 녀석, 가장 바람직한(?) 처제 캐릭터를 잘 해주고 있나 보군. 하긴, 천우신과 소령이는 둘 다 상대 앞에서는 쑥맥이 되는 스타일들이니, 미령이처럼 톡톡 튀고 적극적인 바람잽이가 필요하기도 할 거야.
나는 천 년 전, 소령이의 마음을 얻기 위해 애태우던 천우신을 자연스럽게 떠올리게 되었으나, 차에서 내리는 지금의 천우신과 소령이의 분위기는 당연히 그때와 달랐고, 서로를 동시에 마주보며 웃는 두 사람의 모습이 나까지 미소 짓게 했다.
“왔나, 친구.”
“왔네, 친구.”
우리는 싱거운 인사말을 건네며 역시 싱거운(?) 웃음도 교환했다. 나야 그냥 기분이 좋을 뿐이지만, 천우신은 왠지 약간 멋쩍은 기분도 느끼고 있는 듯했다.
-훗. 왜 그러나, 친구. 자신이 천 년 전의 그 천우신이라는 사실이 아직도 실감이 나지 않는 건가?
내가 태연히 묻자, 천우신은 어이없어하며 고개를 저었다.
-이보게, 유준, 세상에 누가 그런 얘기, 자신의 전생에 관한 얘기를 쉽게 받아들일 수가 있겠나.
-에이~ 지난번에 다쳐서 병상에 있을 때, 그때 이미 소령이와 미령이한테 전부 들었다며, 벌써 한 달이나 되었는데 아직도 익숙해지지 않았단 말야? 천하의 천우신이?
천우신은 더욱 어이없어 했으나, 한편으로는 살짝 쫀심도 상해하는 눈치였다.
-핫~! 나 자신은 모르겠지만, 자네는 확실히 전설의 진하사’ 그대로인 거 같군. 적어도 이 뻔뻔할 정도의 대범함은 말이야.
-에? 뭐야. 내 성격에 대해서, 대체 어떤 식의 얘기가 전해져 온 거야?
천 년 전의 진하사에 관한 모든 정보는, 현 GM의 특급 기밀 사항이니, 더 묻지 말아주게.
-이봐! 내 얘긴데, 나한테도 기밀이라고?
이번에는 내 쪽에서 어이없어 했고, 천우신은 짐짓 정색을 하고 전음을 이었다.
-무릇, 정보란, 아무리 사소해 보여도 천금의 가치가 있는 경우도 많으며, 그건 심지어 정보의 원천이자 옛 단주의 친우에게도 공짜로 제공할 수는 없는 법이지.
-오호~ 이렇게 나오시겠다? 그럼 할 수 없지. 오늘 자네를 술로 항복시켜서, 자네가 천 년전에 얼마나 내 험담을 하고 다녔는지를 실토하게 만들겠어.
-후훗. 쉽지 않을걸세.
어느 사이 천우신은, 천 년 전의 그와 같은 표정으로 웃고 있었고, 그건 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뭐예요. 계속 두 분끼리만 그러시기예요?”
불쑥 끼어든 것은 미령이였다. 녀석은 입술을 삐죽이며 말을 이었다.
“저희들도 명색이 그때의 멤버들이라구요. 안 그래요, 형부들?”
미령이의 ‘형부들’이라는 표현 때문에 천우신과 소령이가 동시에 얼굴을 붉혔고, 소령이는 아예 고개를 숙이고 들지를 못했다.
“훗. 미안하게 됐다, 미령. 앞으로는 우리 미령 공주를 절대 왕따시키지 않으마.”
“후후. 아니에요. 가기 전에 잠깐 장난쳤을 뿐이에요. 저희 자매는 자리를 피해드릴 테니, 계속 말씀 나누세요. 두 분만의 ‘기밀 대화’를 말예요.”
미령이는 생글거리며 소령이의 팔을 잡아끌었고, 대교도 곱게 웃으며 함께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미령이도 지금은 천이단의 일원이라는 것을 깜빡했군. 그리고 당돌하긴 해도 결코 철이 없진 않다는 것도 말이지.
내 말에 천우신도 고개를 끄덕여 동의하면서, 한편으로는 씁쓸한 기객도 보이고 있었다.
-그래. 소령이는 물론이고, 미령이도 내가 천이단, 아니, GM을 떠나있는 사이에 많이 성장한 거 같더군.
이 친구, 현 시대의 현실, 그중에서도 나쁜 현실을 새삼 상기한 모양이군. -이봐, 우신. 난 조만간 저 아이들과 함께 GM을 방문할 생각이야.
천우신은 내말에 움찔 긴장했으나, 곧바로 뭐라 반응하지는 않았다.
-미령이가 최근 굉장한 초능력을 가지게 되었다는 사실은 알지? 그에 관한 일을 상의를 하기 위해서 가는 거지만, 나로서는 솔직히, 자네의 현생 부친, 소미령이들의 양부를 직접 만나보려는 것이 더 큰 목적이지.
-설마, 나의 부친도 소위 ‘환생자’가 아닌지, 그걸 의심하고 있는 건가? 그렇다면 기대하지 않는 것이 좋을걸세. 나의 부친은 천 년 전의 천가장주는 고사하고, 아마, 천가장 뒷산의 ‘바위’가 환생한 사람일 걸세.
나도 모르게 하핫~ 소리 내어 웃고 말았고, 천우신도 결국 힘없게나마 웃었다.
-유준, 자네도 나의 부친을 직접 만나보면, 얼마나 지독하게 완고하고 고집불통인 사람인지를 알게 될 걸세. 만약 자네가, 나의 부친의 뜻을 단 하나라도 바꿀 수가 있다면, 그런 일이 있다면, 나는 자네에게 큰 절이라도 올리겠네.
-호오~ 그 정도란 말이지? 이거 왠지 엄한일에 투지가 솟구치는 걸? 어쨌거나, 지금의 그 말, 잊지 말게나.
-내가 자네에게 큰 절을 올린다는 말?
-그래. 훗~! 내가 조만간 친구에게 큰절까지 받아보게 되겠군.
-훗. 그럴 수 있다면 어디 해보게나.
이 친구, 말이 그렇지, 나에게 미리 큰 절이라도 하면서 부탁을 하는 듯한 분위기라고 할까? 이 친구의 친부이자, 소미령이들의 양부는 대체 얼마나 꽉 막힌 스타일이기에 천우신이 이럴 정도인지, 투지는 둘째치고, 일단 호기심은 커지는구먼.
-좋아, 친구. 그 일은 나중에 다시 얘기하기로 하고, 이제 오늘은 오늘의 분위기를 즐기기로 하지. 어쩌다보니, 우린 아직 재회 축하주 한번 마시지 못했잖아.
-음~ 그렇군. 알겠네, 유준. 나도 오늘은 머리를 비우고, 아니, 머리가 비워질 때까지 마시고 싶어졌네.
-오~ 나야 반가운 말이지만, 그래도 괜찮겠나? 자네 같은 중증 바지런병 환자가 내일일도 생각 안하고 말야.
-그게 실은, 캔들 리, 그 분의 감기 증상이 좀처럼 호전되지 않아서, 내일부터 며칠은 푹 쉬기로 했다네. 게다가 자네 덕분에 취소된 일정도 있고 말이지.
-내 덕분에 뭔 일정이?
-그랜드 스포츠센터’, 그곳에서 시민들을 만나는 일정도 있었는데, 며칠 전 갑자기 대대적인 보수공사를 하게 되어 휴관을 한다는 연락을 받았네, 그리고 사영 어르신은, 그 이유를 자네가 알거라고 하시더군.그랜드 스포츠센터? 소위 마계 콜로세움이 되었다가, 대교와 길모르 콤비에게 아작 난 체육관 이름이 그거였었군.
-어, 그건 우리가 일부로 거길 싸움 장소로 잡은 건 아니었는데, 그, 뭐, 어쨌든 마침 잘 된거네, 뭐.
나는 뻔뻔하게 기뻐하며 파티장쪽으로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고, 천우신도 더 이상 구체적으로 묻지 않고 따라 붙었다. 파티장은 이제 모든 준비가 끝나서, 러브 하우스 안팎에서 어슬렁대던 참석자들이 슬금슬금(?) 모여들고 있는 중이었다. 그런데 가만 보니, 겉으로도 정체가 확 티가 나는 존재들은 아직 러브 하우스 건물 밖으로 나오지 않은 상태였고, 나와 있는 병력들은 모두 ‘인간 모드’였다.
-그런데, 우신, 자네는 오늘 이 파티의 성격이랄지, 뭔가 얘기를 듣고 오긴 했나?
내가 문득 묻자, 천우신은 새삼 보일 듯 말 듯 긴장하는 기색을 띠며 대답했다.
-파티의 목적이나 성격은 둘째치고, 참석자들의 정체에서부터 놀랄 일이 많을 거라고, 소령이와 미령이가 입을 모아 장담하긴 했네.
-훗. 자네가 어쩐지 태연하다 했더니, 고녀석들이 구체적으로 말해주지 않은 모양이군.
-음~ 사신 S와 같은 뱀파이어들을 더 만나게 될 거 정도는 예상했네. 하지만 유준, 자네라는 사람은 매번 날 놀라게 하는 친구이니, 또 다른 특별한 존재를 목격할 각오도 단단히 하고 왔다네.
말은 ‘각오’라고 표현하지만, 천우신의 얼굴에 떠올라있는 것은 분명 뜨거운(?) 호기심이었다. 전에 S형님의 존재를 알게 되었을 때는 캔들 리의 주변 관리를 신경쓰느라 ‘난감함을 앞세웠었지만, 이 친구의 본성은 세상 누구보다도 왕성한 호기심 덩어리인 것이다.
-보통은, 뱀파이어와 늑대 인간이 함께 등장하는 영화가 많던데, 혹시?
-딩동댕~ 정답일세.
-뭐?
-지금 이쪽, 바깥 테이블로 몰려들어 자리 잡기 시작한, 머리 짧은 군발 청년들, 저 친구들이 전부 웨어 울프 부대원들이지.
천우신은, 자신도 모르게 걸음을 멈추고 날 돌아보았다. 가장 많은 머릿수를 자랑하는 웨어울프 부대는 러브 하우스로부터 가장 먼 외곽 테이블을 배정받은 모양이었고, 현재 나와 천우신은 그들로부터 십여 미터 정도 거리까지 도착한 참이었다.
-이, 이들이 전부?
-어, 처음에는 197마리, 아니, 명이었는데, 지금은 한 150명쯤 되지 아마.
이 친구, 좀처럼 믿기 어렵다는 표정이로군. 그렇다면.
“아이언!”
가장 가까운 좌석에 마침 소대장 ‘아이언’이 있어서 불렀더니, 그는 즉각 군기발랄 모드로 일어섰다.
“옛! 로드!”
“저기, 자네는 지난 전투에서 우리 미령 공주의 화염 때문에 몸에 불이 붙었었지? 털은 이제 좀 괜찮아?”
“그렇습니다, 로드!”
아이언은 대뜸 크왓~ 하고 늑대인간화 되어서, 이제는 완쾌된 전신털을 확인시켜 주었다.
“어~ 그래. 이제 말짱하네. 알았어. 이제 나 신경쓰지 말고 편하게 파티를 즐기도록!”
“옛썰, 로드!”
나는 다시 걸음을 옮겨 웨어 울프 그룹의 테이블 사이를 통과해 나갔고, 약간 얼떨떨한 표정으로 따라오고 있는 천우신에게 전음을 이었다. -이보게, 우신, 이들의 등장을 미리 예상했다면서, 표정이 왜 그래?
-응? 아, 아니, 그래도 조금 당황스러워서.
-후후. 실은, 나도 이렇게 별스런 존재들을 만나기 시작한 것은 얼마되지 않아. 거의 다 최근 한 달 안쪽이라구.
-아, 자네도 그랬던 건가?
-그래. 그리고 그런 흐름은 여기 이, 그룹과 같은 뱀파이어들로부터 시작되었었지.
나는, 두 번째로 많은 인원의 그룹, 뱀프 타운의 뱀프 부대원들을 턱짓했다.
-아, 뱀파이어들도 이렇게 많았던 건가?
-음. 이쪽도 숫자가 좀 되지? 그렇지만, 단일 그룹의 머릿수로만 따질 경우, 어떤 그룹도 저기 저 친구가 부리는 놈들의 숫자와는 비교할 수 없을 걸세.
나는, 러브 하우스의 현관쪽을 가리켰고, 그곳에서는 ‘신의 전차, 길모르’와 함께, ‘호박 귀신, 프로스트’가 나오고 있었다.
-호박 귀신과 ‘피리부는 사나이’ 전설의 퓨전이라고 해야 하나? 하여간, 저 친구는 이 보스턴 지하의 수만, 혹은 수십만 쥐떼를 조종할 수 있는 거 같더라구. 그리고 쥐떼들을 대표하는 소위 ‘장군 쥐’들도 몇 마리 있는데, 그놈들은 크기가 곰처럼 큰데다가 늑대 인간의 힘까지 가진, 그야말로 괴수급 쥐들이야. 아, 물론, 그 녀석들까지 파티에 부른 건 아닐세. 근처 지하에 몇 마리 숨어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말야. 응? 왜 그러나, 친구. 천우신은, 한손을 들어 잠시 멈춰 달라는 제스처를 하고 있었다.
-잠깐 숨 좀 돌리세. 지금까지도 충분히 놀랐지만, 자네 말투로 봐선, 아무래도 이제 시작일 뿐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그러네.
-오. 역시 눈치가 빠르군. 맞아. 이제 시작이지.
-이보게, 유준! 이건 때가 너무 이르지 않은가!
천우신은 호박 귀신과 길모르 뒤쪽에서 꾸역꾸역 몰려나오기 시작한 해골바가지들을 보면서 탄식했다.
-이런 봄날에 할로윈이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