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악서생 4부 – 145화 : 봄날의 할로윈 파티. II. (3)
5. 봄날의 할로윈 파티. II. (3)
흠. 역시 천음마군은 그녀가 꽤나 신경 쓰이는 모양이군.
“그래. 지나도 온다고 하더군. 왜? 설욕전이라도 하고 싶은 거야?”
“아, 아니, 그, 그건…….”
이런, 이런. 우리의 터프가이 천음마군이 이렇게 버벅대는 모습을 보게 될 줄은 몰랐네. 아무래도 더 놀리면 안 되겠어.
“훗. 그냥 해본 소리야. 이제 우리와 웨인가는 화해 분위기가 되었으니, 당신도 지나와 싸울 일이 없지.”
“아, 예. 그렇겠군요.”
으으음. 지나와 싸울 일이 없을 거라는 점을 상기시켜주자, 비로소 안도하는 기색이면서도 한편으로는 뭔가 아쉬워하는 것 같기도 하네. 그런데 이런 천음마군을 멀지않은 곳에서 지켜보고 있는 은사마군의 눈빛이 평소보다 날카롭게 느껴지는 것은 단지 기분탓일까?
천음마군은 드물게 착잡한 표정으로 물러섰고, 나는 그걸 놀리고 싶은 욕구를 참으며 가던 걸음을 계속하기 시작했다. 요몽이 재미있다는 표정으로
나타나서 입을 열었다.
「헤에~ 조금 신기하기까지 하네요. 어떻게 지금까지 한 번도 여자와 싸워 본 적이 없었을까요? 싸움이 일상인 천음마군이 말예요.」
-그러게 말이다. 아마도 천음마군이 본능적으로 여자와의 싸움을 피해 왔겠지. 본인도 자신의 ‘숨은 본성’을 잘 모르고 있었던 모양이지만, 그래도 ‘본능적으로’ 말야.
천음마군의 ‘숨은 본성’ 얘기가 나오자, 옆에서 걷고 있는 대교가 살포시 웃었다. 천음마군 본인과 나를 포함한 모두가 몰랐던 천음마군의 숨은 본성에 대해서 알려 준건 바로 그녀였던 것이다.
천음마군과 지나의 싸움이 심각해질 것 같았을 때, 지나가 여자라는 사실을 알려준 것은 나였어. 하지만 그랬던 나도 천음마군이 지나가 여자라는 이유 때문에 싸움 자체를 포기해 버릴 줄은 몰랐었지.
‘여자와 싸워 이겨도 자랑거리가 못 된다’정도의 사회통념적(?) 개념을 상기하고 적당히 그만둬주길 바란 것이었지만, 지나가 계속 덤벼오면 결국 그냥 싸울 거라고도 생각했다. 소위 ‘남자로서의 체면’을 지키려면, 일단 자신의 우위를 증명하거나, 최소한 동급의 입장에서 ‘그렇지만 봐준다’라는 식으로 나가야 할테니 말이다. 그러나 천음마군은 싸움 자체에 의욕을 잃은 것은 물론이고, 지나에게 수모를 당하면서도 전혀 손을 쓰지를 못했다. 뭐, 세상에는 여자 분들을 무조건 존중하고 보호하며 아끼는, 나 같은… 크흠, 암튼, 그런 남자들도 많아. 천음마군 역시 알고 보니 그런 남자였다고 생각하면 그만이었지만, 나로서는 ‘천음마군의 이런 점을 왜 아무도 몰랐던 거지?”가 의문이었어. 대교는 이 ‘은근 수수께끼’의 정답을 아는 눈치여서 나중에 물었더니, 이렇게 친절하게 답해 주었었지.
‘천음마군이 여자를 때리지 못하는 것은, 그것이 타고난 천성이기 때문일 거예요. 후천적인 교육에 의한 것이 아니고 말이어요.’
여기서 중요 포인트는 ‘교육에 의한 것이 아님’이었다. 대교의 말을 듣고, 천음마군의 성장 환경에 대해서 조금 더 알아보니, 그는 오히려 철저하게 ‘남녀평등’을 교육받은 남자였다. 그가 현재 보스로 있는 향주련은 본래 그런 분위기가 강한 조직이라는 것이다.
향주련이 매우 진보적인 조직이어서라기보다, 비교적 소규모의 조직원들로 홍콩 암흑가를 주름잡는 정예 조직답게, 남녀노소 모두가 터프하고 한 칼하는 멤버들로만 구성되다 보니 그런 거 같기는 하지만, 여하간 그런 환경에서 성장한 천음마군은, 평소에 사람들을 대할 때, 특별히 남녀를 구별해서 행동하지 않는 편이었고, 그건 여자에게 함부로 행동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지. 그래서 우리 모두 천음마군이 ‘여자에게 약한 천성’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아채지 못했던 거야. 평소에는 상당히 신사적으로 여자들을 대하며 소위 어장 관리를 하다가 수틀리면 미친 멍멍이가 되는 말종들과는 정반대의 케이스인 셈이랄까?
「근데요, 주인님. 천음마군의 멋진 면을 알게 되어서 좋긴 한데요. 정말 그것뿐인 걸까요?」
으음. 왠지 요몽 녀석이 뭔 소리를 꺼내려는지 알 것 같군.
「혹시라도, 천음마군이 지나양의 야성적인 섹시미에 반해서 그런 거라면, 그럼 어쩌지요? 더구나 지나양도 ‘천음마군에게 반했다’고
고백했었잖아요.」
역시나.
「이젠 둘이 적대관계도 아니고, 만약 둘이 사귀게 되기라도 하면, 그럼 지금까지 거의 공식 커플인 은사마군이 걱정이에요. 만약의 경우에는 정말 많이 속상해 할 거 같아요.」
요몽. 너 지금, 은사마군을 걱정해주는 거 맞냐? 우째 그런 삼각관계가 발생하길 바라는 뉘앙스가 좀 풍긴다?
「에? 절 뭘로 보고 그런 말씀을! 전 정말 은사마군을 걱정한 거라구요! 삼각관계가 흥미진진한 건 별개의 문제고욧!」
-요몽 너, 그런 얘길 잘도 당당하게 한다? 결국 삼각관계가 발생하길 바라긴 한다는 거잖아.
「어, 그, 그게, 꼭 그렇다기보다, 그냥, 혹시나 해서.」
-뭐가 혹시나냐. 천음마군은 양다리 걸칠 성격이 아니고, 지나도 천음마군을 ‘반한 남자’라고 표현했던 건 단지, ‘싸울 맛이 나는 남자’라는 뜻이었던 거야. 그래서 천음마군이 시원찮게 나오니까, 그렇게 열받아했던 거고.
「어, 저도 천음마군이 의리파라는 건 알고, 지나양의 표현도 말 그대로 해석한 건 아니었어요. 그치만 남녀 관계란 건 언제나 앞일을 알 수 없는 관계로, 전도유망한 관계는 잘 체크해둬야 명장면을 놓치지 않을 거 같아서 말입죠.」
이 녀석, 우째 갈수록 남들 연애사 탐구가 집요해지는 거 같네.
「움~ 그래도 저는 은사마군이 좋고, 그녀가 걱정되어서, 그래서 그녀에게는 최신 ‘은나노 코팅 단검’을 지급.
-야, 야! 너 대체 뭔 명장면을 기대하고 있는 거야?
「아니, 기대를 한다기 보단, 그냥 혹시나 해서.」
-계속 혹시나는 무슨, 넌 지금 은사마군과 지나가 천음마군을 놓고 유혈낭자 쟁탈전을 벌이라고, 아주 고사를 지내는 거 같은데?
「그, 그럴 리가요. 전 단지 만일을 위해서…………………
몽!
더 참지 못하고 끼어든 것은 대교였다.
-오라버니께서 오해하고 걱정하시잖니! 이제 그렇게 불미스런 일은 입에 담지 않도록 하렴!
오~ 대교가 요몽을 이렇게 야단치는 건 거의 처음 보는 거 같네? 대교도 남들 연애사에는 관심이 많지만, 그래도 역시 지하무림의 안주인답게 절제된 태도를…..
-그렇지만, 은 단검 지급은 해두는 편이 좋을 듯.
-대교!
-아, 아니, 저도 혹시나 해서.
에고야. 결국 천하의 대교도 이런 일에는 별 수 없는 건가? 다른 경우라면 몰라도, 이번 일이 만약 정말로 삼각 연애질 사건으로 비화되기라도 하면, 지하무림 내부의 평화는 물론이고, 웨인가와의 평화 외교 무드에도 찬물 세례가 될 가능성이 높은 건데 말야.
나는 지하무림의 왕땅으로서 대교와 요몽, 두 ‘막장 드라마 탐닉 소녀’들을 혼내야하는 입장이었으나, 차마 그러지는 못했다. 나부터가 그동안 계속 아줌마군황 모드를 자주 보여 왔다는 반성이 우선되었기 때문이었다.
그래. 자기반성이 우선일 거 같아. 아무리 남들 연애사가 재밌다고 해도 그렇지, 내가 앞장서서 그런 일에 관심 갖고 참견한 경우가 적지 않았으니 무슨 모범이 되었겠어. 이제부터라도 최고 왕땅답게, 아무리 꿀잼 보장의 연애질 사건에도 냉정하고 이성적으로 대처하는 모습을 보여야겠어. 그러니까, 당장 냉정하게 보자면, 천음마군과 지나가 어찌어찌 잘되면, 그게 오히려 우리와 웨인가와의 관계에 도움이 될 수도 있다는 판단을 할 수도 있겠어. 따라서, 방해가 되는 은사마군을 멀고 먼 구역으로 좌천 시키거나… 우쒸! 생각이 또 왜 이렇게 정치적으로 흐르냐? 이럴 바엔 차라리………………
-오랍니, 오라버니!
-으, 응? 왜?
-신색의 변화가 심상치 않아서요. 저와 요몽이 오라버니의 심기를 너무 어지럽혔나 봐요. 정말 죄송해요.
-아, 아냐. 대교가 죄송할 거 없어. 그냥 나 혼자 생각이 꼬인 거였어.
에효~ 그래. 억지로 모드 변경하려 들지 말자. 그냥 자연스럽게(?) 아줌마군황하다가 차츰 바꿔나가자. 나도 언젠가는 정말 모범적인 마군황이 되는 날이, 그러니까, 있겠지?
애매하고 영영가 없는(?) 자기반성 시간을 갖는 사이에, 적어도 술기운은 자연스럽게 많이 가시게 되었고, 호크 웨인 일행의 차도 보이기 시작했다. 「헤에~ 드디어 도착이당! 생각보다 빨리 다시 볼 수 있게 되어서 넘 좋앙!」
요몽은, 벌써 살짝 정신줄 놓는 기색을 보이고 있었고, 파티장 분위기도 천우신이나 사영이 도착할 때와는 판이하게 달랐다. 거의 모든 참석자들이 행동을 멈추고 호크 웨인의 등장에 집중하고 있었다.
다들 호크 웨인의 승용차가 도착하여 그가 내리는 모습 하나하나에 시선을 떼지 못하고 있군. 말로만 듣던 웨인가의 마스터, 호크 웨인을 처음 목격하는 거라 그런지, 모두가 요몽 이상으로 살짝 정신줄 놓고 있는 거 같기도 해.
-이, 이건 생각 이상이로군요.
어느 결에 내 옆으로 달려와 있는 자룡대주의 전음이었다. 그녀는 드물게 당혹해하는 기색으로 전음을 이었다.
-단지 뛰어난 외모인 것뿐이 아니라, 범접하기 어려운 기품을 타고난 듯한, 귀족 중의 귀족.
우리 S씨와 시그마를 처음 만났을 때는 비교적 평상심을 유지했던 자룡대주가 이런 반응을 보이다니, 훗. 호크 웨인이 정말 희귀 상남자이긴 한 모양이군. 하지만, 이 친구만 상남자인가? 나도 나름 상남자라구. 칼부림 계에선!
“어서 오시오, 호크 웨인. 생각보다 빨리 재회하게 되어 반갑소.”
인사를 건네면서 손을 내밀자, 호크 웨인도 마주 손을 잡아왔다. 하루가 채 되기도 전에 다시 보는 거지만, 그 사이에도 마력이며 분위기가 더 안정되었다는 느낌이 들었다.
“나의 조급한 방문을 환영해 주어서 고맙소. 진유준씨.”
“훗. 다른 건 몰라도, 지금 당신을 정신없이 보고 있는, 저 웨인가의 ‘옛 식구’들을 생각하면, 오히려 조금 늦은 거 같소. 내가 이미 술자리로 내 편을 만들어 버렸으니 말이오.”
‘옛 식구’라는 말로 슬쩍 도발해 보았으나, 동요의 기색을 보인 것은 조금 떨어진 곳에 피비와 함께 서있는 살리나뿐이었고, 정작 호크 본인은 여유롭게 웃고 있었다.
“후후, 뭔가 오해를 한 것 같소. 난 다른 이들처럼 파티를 즐기고 싶어서 왔을 뿐, 다른 의도는 없소.”
잘도 그렇겠다마는, 이정도 기본 내숭까지 시비를 걸 필요는 없으려나? 으음~ 하지만 그래도, 지금의 이 썰렁한 분위기는 어떻게 좀 해야 할 거 같군.
“뭐, 나야 아무래도 좋소만, 당신도 보다시피, 나처럼 속 편한 이들만 있는 것은 아니오.”
나는 새삼 웨인가의 ‘엣 식구'(?)들을 돌아보며 말을 이었다.
“웬만하면, 저들에 대한 당신의 입장을 먼저 명확하게 해주는 것이 어떻겠소. 그들의 마음이 더 방황하지 않게 말이오.”
“진유준님!”
불쑥 나선 것은 살리나였다. 눈빛에 아직도 나와 대교에 대한 두려움이 느껴지기는 했으나, 호크 웨인에 대한 믿음으로 마음을 다잡는 눈치였다. “호크님은 아직 부활하신지 얼마 되지 않았습니다. 그런 사안은 좀 더 시간을 가지고………”
“아니! 그렇지 않아, 살리나.”
말을 끊은 것은 호크였다.
“진유준씨의 말이 옳아. 이런 일은 빨리 처리할수록 좋은 거야. 더구나 진유준씨의 파티를 망칠 수는 없지 않은가. 안 그래, 살리나?”
호크 웨인은 빙긋이 웃으며 부드럽게 말하고 있었으나, 살리나는 바로 기가 죽어서 아무런 대꾸도 하지 못한 채, 얌전히 뒤로 물러나고 있었다. 호크 웨인은 자신을 주목하고 있는 이들의 무수한 시선을 잠깐 마주하는 것 같더니, 문득 쓴웃음을 지으며 내게로 돌아섰다.
“난 말이오, 진유준씨. 솔직히 이 곳에 오면서는 나름의 긴 연설을 준비했었소. 이 잠꾸러기 마스터가 잠들어 있는 동안에 웨인가를 지켜준 이들에게 어떻게 감사할지, 또, 내가 없는 사이에 도널드에게 고통 받은 이들에게는 어떻게 사과해야 할지, 그런 마음을 어떻게 하면 잘 표현하고 전달할 수 있을지 말이오.”
“저기, 지금 그 말, 그대로 하면 될 거 같소만.”
“훗. 어찌 되었든, 그만두겠소. 결정적으로 난, 연설은 질색이오.”
“그건 뭐, 나도 동감.”
“그러니, 번거롭겠지만.”
호크 웨인은 내 옆의 자룡대주를 돌아보며 말을 이었다.
“대신 내 뜻을 저들에게 전해 주셨으면 좋겠소.”
“아, 예. 말씀하십시오, 호크 웨인씨.”
자룡대주가 내 눈치를 살피며 대답하자, 호크 웨인은 다시 약간 씁쓸한 표정을 떠올리면서도 비교적 담담한 어조로 말했다.
“나, 호크 웨인, 웨인가의 마스터는, 지난날 도널드 웨인과 계약했던 이들 모두와의 계약 무효를 선언합니다.”
흐음. 이 친구, 예상대로 화끈한 편이구먼.
“따라서, 이 시간부로, 모든 계약자들은 자유의 몸이 됩니다. 그동안 수고하셨습니다. 고맙습니다. 호크 웨인.”
“이것만으로 되겠습니까? 예를 들어, 우리 쪽과의 계약에 패널티가 있다면 곤란합니다.”
오~ 과연 우리의 자룡대주, 이 분위기에서도 체크할 건 체크해 주는구먼.
“후후. 그런 것이 있을 리는 없겠지만, 구체적인 공증이 필요하다면, 살리나와 상의해 주시겠소?”
“알겠습니다, 호크 웨인씨.”
자룡대주는 야무진 표정으로 웃으며 물러나더니, 나를 돌아보았다.
“천주! 호크 웨인씨의 ‘계약 파기’를 모두에게 전하겠습니다.”
“어, 수고.”
자룡대주는 이제 정말로 웨인가의 ‘옛 식구가 되어버린 이들을 향해 달려갔고, 그들의 시선도 자룡대주에게 옮겨지고 있었다.
「우움~ 일 처리하는 걸 보니, 호크 웨인씨는 의외로 주인님과 닮은 면이 있는 것 같네요.」
요몽 녀석, 이제야 눈치까기 시작했군. 난 처음부터 이 친구에게서 동족의 냄새(?)를 맡았었는데 말이지.
“호크 웨인. 당신, 꽤 고단수로군. 어차피 당신과 재계약 하려는 자들이 많을 거라는 것을 알면서 이러는 거 같으니 말야.”
한번 더 시비(?)를 걸어 보았지만, 호크 웨인은 대수롭지 않은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아무려면 어떻겠소. 이제 골치 아픈 일은 내일 다시 생각합시다.”
“훗. 그럽시다.”
나는 호크를 우리 패밀리 자리로 안내하기 위해서 걸음을 떼었고, 호크는 나와 함께 걸으며 얼굴 가득 흐뭇한 미소를 그렸다.
“진유준씨. 내가 오랜 세월 잠들어 있는 동안, 그 한없는 어둠 속에서도 그리워했던 것은 단 두 가지, 나의 피비와 ‘술’이었던 것 같소.”
“이런! 내가 너무 눈치가 없었군, 미안하오. 호크!”
나는 당장 술을 준비토록 했고, 나와 호크, 대교와 피비는 우리 자리에 가기도 전에 멈춰서 서 건배를 했다.
「이, 이제 보니, 닮은 정도가 아니네요! 어, 어쩜 좋아! 호크씨가 주인님의 다른 점까지 닮았으면, 아, 안 되요, 호크씨! 그러지 말아요!」
요몽의 절규에도 불구하고, 호크는 입가에 묻은 술을 소매로 쓰윽~ 닦아 내더니, 내친김에(?) 뱀프 특유의 초고속 손놀림으로 코까지 살짝 파고서야 팔을 내렸다.
난 몰라! 난 몰라! 주인님, 책임져요!」
-내가 뭘, 임마.
「호크씨가 면역력이 떨어졌을 때를 노려서, ‘주인님 바이러스’를 감염시킨 거잖아욧! 그렇죠?」
-원, 별! 별거 다 갖고 호들갑이네. 너의 원판은 별거냐? 그 녀석도 너 안 보는데서 코딱지정도는………….
「아악! 상상하고 말았어요! 주인님 미워욧!」
요몽은 비통하게(?) 울부짖으며 사라졌고, 나는 알고 보니 더욱 정이 가는(?) 상남자 호크와 한 잔의 술을 더 건배했다.
커흐~ 좋구먼. 이제 천우신에게도 우리의 새로운 술친구를 소개시켜 줘야겠지?
나는 천우신쪽을 돌아보았고, 천우신도 뭔가 감을 잡았는지, 자신이 먼저 술잔을 들고 이쪽으로 오고 있었다.
-오라버니!
응? 이렇게 좋은 분위기에서 대교가 왜 긴장된 전음을 보내지?
-은사마군이, 그녀가 오고 있어요. 지나양이 목적인 거 같아요.
-에? 진짜?
돌아보니, 정말 은사마군이 심상치 않은 표정으로 다가오고 있었으며, 지나 역시 그 기운을 느끼고 긴장하는 것 같았다.
쳇. 이런 타이밍에 뭔 일이람? 요몽 녀석이 가면서 저주라도 내렸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