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악서생 4부 – 151화 : 날마다 할로윈. (3)

극악서생 4부 – 151화 : 날마다 할로윈. (3)


7. 날마다 할로윈. (3)

「주인님! 참고로, 코드명 에릭의 도착 예정시간은 6분 정도 후이며, 그의…………

-됐어, 몽몽!

୮그래. 이런 상황에서의 추가 정보는 오히려 나를 더욱 시험에 들게 하기 위한 술수에 불과할 거야. 소위 ‘선택 게임’의 진행자들이 즐겨 쓰는 사악 수법이지.

그런 판단 때문에 몽몽의 추가 설명을 끊었으나, 곧바로 후회가 되기도 했다. 몽몽은 대교의 명령에 충실하려고 안하던 짓을 하는 것뿐, 자신이 즐기기 위해서 이러는 녀석이 아닌 만큼, 굳이 철저하게 사악할 것 같지는 않을 텐데도, 내가 오버해서 반응했지 싶었다.

쳇. 그래도 일단 끊은 걸 번복하긴 싫고, 몽몽을 제외한 이들에게서 추가 정보를 획득해야 겠지?

‘산드라!’

‘예, 로드.’

‘당신은 지금 대교에게, 자신이 나 몰래 하는 일, 여기에 대해서 입을 다물라는 명령을 받고 왔겠지?’

‘아, 저, 제게 직접 명령을 내린 분은 리치몬드님이셨습니다.”

‘에? 리치몬드까지? 뭐야? 나아참! 당신네들, 여자분들끼리 대체 뭔 음모를 꾸미고 있는 거야 응?’

나는, 기막혀하며 물었지만, 산드라는 난처한 표정으로 어색하게 웃었다. 눈치가 아무래도, 산드라 역시 대교와 리치몬드의 명령 이전에, 자기 자신도 이번 ‘여자들의 반역 음모’(?)에 적극 가담중이지 싶었다.

“나타샤! 너도냐?”

나타샤 쪽으로 화살을 돌리자, 녀석은 특유의 쌀쌀맞은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뭐가 말이죠, 캡틴?”

“그, 뭐냐. 지금 바람의 저택에서 여자들이 단체로 꾸미고 있는 일에 너도 가담한거냔 말야.”

“여자들이 꾸미는 일?”

응? 나타샤는 ‘뭔 뻘 소리지?’라는 표정일세?

“흐음. 넌 아무것도 모르고 미끼가 된 모양이군.”

“내가 미끼?”

나타샤는 불쾌감을 드러내며 팔짱을 낀 자세가 되더니, 노려보는 시선을 산드라에게 옮겼다.

“대체 무슨 일인 거지 산드라?”

산드라는 즉시 나타샤에게 텔레파시로 상황을 설명하는 것 같았고, 그러자 나타샤의 안색이 조금 풀어지며 피식- 싱거운 웃음이 지어졌다. “뭐야, 산드라, 나만이 할 수 있는 일이 있다고 하더니, 겨우 그런 일 때문이었어?”

으음. 나타샤의 반응을 보니, 나타샤의 성격과 입장에서는 별거 아닌 일이란 거군. 그런 일에 목숨 거는(?) 모습을 보이긴 싫지만, 그래도 이제 와서……………

“그런데 산드라. 내가 어떻게 캡틴을 막을 수가 있다는 거야? 설마 이런 일로 캡틴과 싸우라는 건 아니겠지?”

나타샤, 이 녀석 보게? 말이 그렇지, ‘필요하면 까짓 거 못 싸울 것도 없지만.’ 정도의 표정일세? 요 맹랑한 녀석, 지금까지는 내색하지 않았었지만, 나와 제대로 싸워보지 못하고 수하가 된 것을 내심 아쉬워하고 있었던 건가?

엉뚱한 상황에서 나까지 살짝 투지 비스므레한 것이 생기는 순간이었지만, 산드라는 고개를 저으며 입을 열었다.

“나타샤. 그게 아니야. 실은, 이제 곧, 바깥 파티장에 ‘메아리 전사, 에릭’이 도착할 거야.”

“뭐?”

나타샤는 잠적했던 에릭이 온다는 소식 자체에 약간 놀라는 것 같긴 했으나, 이어서 설마, 하는 기색도 떠올렸다.

“그러니까, 내 임무는 단지, 에릭을 만나는 것뿐?”

산드라는 멋쩍은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고, 나타샤는 어이없어하는군. 젠장! 나타샤 녀석, ‘소문(?)이 사실이었군. 이 아줌마군황 같으니!’라는

표정으로 날 보기 시작했어. 심히 민망, 응? 근데 나타샤 녀석, 왜 저렇게 빨리 표정을 수습하면서, 매우 불길한(?) 미소를 떠올리기 시작하는 거지? 

“알겠어, 산드라. 이유가 좀 웃기지만, 그래도 맡은 임무이니, 충실하게 수행하겠어.”

뭐시라?

나타샤는 걸음을 옮겨, 현관 쪽으로 향하면서 말을 이었다.

“호기심 많은 소년, 캡틴을 위해서, 어떤 장면이 좋을까? 오늘 밤 당장, 오페라의 유령과 파티 무대 뒤로 사라져 버릴까?”

윽! 저 녀석이 한술 더 뜰 줄이야! 그, 그렇지만, 저렇게 노골적인 장난을 정말 실행할리는 없겠지?

“아! 보이지 않는 곳에서의 호기심 자극도 좋지만, 나는 역시 신세대!”

나타샤는 현관문을 열고 나가려는 자세에서 멈추고는 다시 나와 산드라를 돌아보았다.

“에릭이 도착하자마자, 뜨거운 키스로 환영해주는 퍼포먼스 정도는 해줘야겠지, 산드라?”

어흑! 저, 저것이!

나타샤는 기어이 그런 말까지 남기고 나서야 밖으로 나갔다. 그리고 때마침(?) 현관문 너머의 밤하늘에 에릭의 검은 그림자가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이런 된장 맞을! 저렇게 뻔한 수작질에 넘어 갈 수는 없어! 나타샤가 정말 그런 행동을 할 가능성은 ‘천만에 만만에 콩떡’수준으로 낮아!

「주인님. 나타샤는 바람의 저택에서 섭취한, 약간의 알콜로 인해, 평소와 다른 행동 패턴을 보일 가능성이…………」

야!

우쒸! ‘겨울의 여왕, 나타샤’가 정말 그렇게 녀석답지 않은 행동을 해버리면, 그러면 에릭 녀석이 대체 어떤 반응을 보일지, 에릭의 정신줄 놓는 광경이 넘 궁금, 아, 아니, 난 명색이 대한민국 모범 청년! 아직 어린 나타샤의 음주를 혼내는 것과 동시에 19금(?) 행동에도 제동을 걸어야 마땅, 한건 한거고, 구경이든 참견이든 하려면 결국 여기에 남아야 한다는 결론? 아, 안 돼! 이렇게 맥없이 적들의(?) 공작에 무릎을 꿇을 수는 없, 하, 하지만,

나타샤의 19금 일탈은 막아야, 가 아니라, 이건 함정이래두!

-몽몽! 아니, 산드라! 바람의 저택으로 가, 아, 아니 잠깐!

그, 그게 그러니까, 나타샤는 분명 바람의 저택 쪽 상황이 겨우 그런 일’이라고 표현했지? 진짜 바람의 저택 상황은 별거 아닐 가능성이 별거 아니면 어쩌지? 영양가 없는 일 때문에 나타샤와 에릭의 화끈한 로맨스 생방을 놓치, 아, 아니, 그게 아니라, 나타샤의 일탈을 막기 위해서! 진짜 진짜, 그래서 남아야하는데, 남아야하는 건데, 가버리는 거라면, 천추의 한이 될.. 우쒸이이! 그래도 쫀심이 있지, 어떻게 이런 노골적인 도발에 넘어가는 모습을… 아흑! 그래도 쫀심이 밥 먹여주나? 그냥 눈 딱 감고 나타샤의 일탈과 에릭의 기절(?)쇼를 보는 편이, 아니, 눈 딱 감으면 안보이니까 눈 딱 뜨고, 아니, 지금 그런 문제가 아니, 으으으으으~


「주인님! 주인님! 진정하십시오!」

-약 올리냐? 내가 지금 진정하게 됐냐?

「죄송합니다, 주인님, 주인님의 내적 갈등이 설마 이정도 일 줄은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주인님의 신체 및 정신 건강을 위하여, 가동 중인 시스템 운용을 중단하겠습니다. 나타샤쪽의 상황을 실황 중계해 드릴 테니, 해당 영상 시청과 바람의 저택 방문을 병행…

-됐어, 임마! 이제 와서 병주고 약주냐?

나는 버럭 화를 냈지만, 사실 속마음은 급속도로 진정되고 있었다. 몽몽이 방금 제시한 방법은, 당연히 나도 처음부터 떠올릴 수 있었다. 하지만 나는 일부로 애써 그런 명령을 내리지 않았던 것이었다.

훗. 내 ‘연기’가 나름 그럴 듯 했나보군. 몽몽 녀석이 먼저 항복(?)을 했으니 말야.

나는 요동치던 심장박동과 그에 따른 혈압 상승을, 현천기공으로 다스리면서, 두 손으로 머리카락을 움켜쥐고 괴로워하던 포즈도 풀기 시작했다. 

‘로, 로드?’

나를 잘 알고 있는 몽몽이 비교적 약간만 난처해하는 것에 비해, 산드라는 크게 놀라고 당황하여 몸 둘 바를 몰라 하고 있었다.

‘로, 로드! 괜찮으십니까? 제가 전부 말씀드릴 테니 그만 진정을…………?

-됐어, 산드라, 그럴 필요 없어.

나는 산뜻하게(?) 안면을 바꾸고 여유롭게 웃어 보였다.

-다들 모처럼 내게 장난을 쳐서, 나도 맞장구를 쳤을 뿐이야. 솔직히, 내가 호기심이 왕성한 편인 건 사실이지만, 설마 정말 이 정도였겠어? ‘그, 그런 것이었습니까? 다행입니다, 로드.’

이런, 이런. 하여간 이 아가씨. 장난친 것이 살짝 미안해질 정도로 정말 순박 덩어리란 말야. 과거에는 대체 언놈들이 이 아가씨에게 ‘공포의 마녀’라는 별명을 붙였을꼬?

“후훗. 산드라.”

원판 녀석, 여기서 또 왜 끼어드는 거야?

“장난꾸러기 군주를 만나서 고생이 많군.”

“됐거든? 극악꾸러기 녀석보단, 내가 낫지. 안 그래, 산드라?”

“아, 예에.”

나는 원판 녀석에게 ‘남의 집안일(?) 참견하지 마’라는 의미로 갈굼 시선을 보내면서 산드라에게 지시했다.

“산드라. 나는 바람의 저택으로 가지 않을 거야. 대교에게는 내가, ‘어떤 깜짝쇼인지 기대하고 있다’고만 전해줘. 아, 그리고 혹시 모르니까,

나타샤에게는 굳이 오버할 필요 없다고 전해주고. 말야.”

“알겠습니다, 로드. 그런데, 정말로 괜찮으신 것입니까?”

훗. 순박한 것도 순박한 거지만, 뱀프답게 예민한 감각으로 나의 의도적인 신체 변화를 생생하게 느꼈었던 모양이군.

“후후, 그렇데두. 이제 안심하고 돌아가서, 당신도 이벤트를 즐기도록 해. 사실 난, 나타샤를 만난 에릭의 반응보다도, 오늘 당신이 보여줄 새로운 모습에 놀라는 시그마의 얼굴이 더 궁금하거든.”

“아~! 대교님의, 저희들이 무얼 준비하고 있는지를 이미 간파하고 계셨습니까?”

“뭐, 처음부터 대충은.”

‘처음부터’는 개뿔. 조금 전에 나타샤의 말과 행동을 보면서 대충이라도 감이 오기 시작한 거였고, 지금 산드라를 마지막으로 찔러 본 것으로

확신하게 되었을 뿐인거지만, 요럴 때를 놓치지 않고 ‘능력자인 척’을 하는 거지, 뭐. 진짜 능력을 키우기에 앞서, 자꾸 이런 요령만 원숙해져도 되는 건지 모르겠지만, 그거야 어쨌든.

산드라는 나에 대해, 새삼스럽게 더 존경심이 우러난다는 표정으로 물러났고, 나는 뻔뻔하게 뿌듯함을 즐기면서 원판을 향해 돌아섰다.

-몽몽. 아까 내가 이곳에 들어오려고 했을 때, 넌 원판과의 술자리를 선택했느냐고 하면서 놀랐었지? 난 좀 애매하게 대답했었고 말야.

몽몽은 아까 오간 대화를 다시 검색해 보는 것 같더니, 약간 힘없는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그랬, 었군요. 주인님께선 평소와 달리, 원판과의 술자리에 적극적인 거부감을 표현하지 않으셨습니다. 이런 점을 포함한, 주인님의 행동 분석이 미비하여, 주인님의 소위 ‘장난꾸러기 모드’를 파악하지 못했습니다. 저의 부족함을 인정합니다.」

-훗. 이런 일에까지 너무 진지하게 그러지마. 너도 사실, 평소와 달리, 어느 정도 다른 모드였던 거지? 나를 상대로 안하던 행동까지 하고, 음~ 너도 모처럼, 그리고 나름, 오늘 분위기에 동참해본 거였지?

「그렇습니다. 하지만 ‘역부족’이었던 것 같습니다.」

몽몽은 멋쩍은 모습을 보이고 있었지만, 그렇다고 아주 기가 죽은 기색은 아닌 것 같았다.

「역시, ‘창의력 알고리즘’에 일부 재봉인을 해둔 것에 원인이 있는 것으로 판단됩니다.」

그렇군. 언젠가부터 이 녀석이 예전 모드로 돌아간 듯 했던 것도 그렇고, 오늘 나에게 어설픈 선택 게임을 걸어왔던 것도 그 때문이었군.

-얌마! 지난번에 네가 너무 인간적으로 생각이 많아졌네, 어쩌네 자책해서 걱정했더니, 기어이 그 창의력 모드를 제한했었던 거냐? 언능 다시 풀어 임마! 그리고 거기에 제대로 적응해 보라구! 그래야 진짜 울 몽몽 선생이지.

「알겠습니다, 주인님. 독단적인 정책 변동을 이해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흐음. 락을 걸어도 심하게 건 것은 아니었던 모양이군. 아, 아니, 그보다는 그냥 쉽게 좌절하지 않을 정도까지는 이미 성숙해진 건지도 모르겠네. 「그런데, 주인님. 현재 주인님의 행동, 진심으로 코드명 원판과 일상적 감정 교류를 원하셨던 것입니까?」

나는 원판에게 향하는 걸음을 멈추지 않으며 피식 웃었다.

-그래, 임마. 이 녀석에게 정이 안가는 건 여전하지만, 그래도 감사할 건 해야지. 난 어디까지나 대한민국 모범 청년 기본 예의는 안단 말이쥐. 몽몽은 더 자세히 묻지 않고 슬며시 물러났다. 원판은 내가 자진해서 자신에게 온 것을 조금 의아해하는 기색을 보이고 있었고, 미스 카이와 비서 란, 두 아가씨는 나와 원판의 눈치를 살피며 주저하다가 결국에는 둘 다 자리에서 일어섰다.

“아니, 뭐. 그럴 필요까진 없소. 나는 딱 한잔, 이 녀석에게 감사의 술 한잔 따라주고 갈 거니까.”

그렇게 말했음에도 미스 카이는 조금 더 뒤로 물러났고, 란은 당황한 태도로 서둘러서 테이블 밑에 있던 새 술을 꺼내들었다. 나는 그 술병을 따면서 피실 피실 웃었다.

“네가 준비해 온 술로 내가 생색내는 건 좀 그렇지만, 가져 온 시점에서 내 술이 된 거니까, 뭐.”

나는 뻔뻔하게 말하며 원판의 빈 잔에 백화주를 채워 주었다. 그리고 내가 계속 들고 다니던 술잔에는 그냥 내가 자작으로 백화주를 부었다. “원판. 이번 웨인가와의 전쟁에서, 네 녀석이 딱 하나는 꽤 도움을 주었지. 뭐, 네 녀석이야 그냥 앉아서 순전히 말빨로 때운거긴 했지만 말야.” 원판은 내가 따라준 술을 내려다보며 입을 열었다.

“제가, 도널드 웨인에게 유준 형님에 대한 얘기를 비교적 상세하게 해준, 그 점을 말씀하시는 것이겠군요.”

“그래. 네가 썰을 풀어줬으니, 도널드 놈이 그렇게 초반부터 나한테 쫄아서 버벅댔겠지.”

그랬다. 도널드 놈을 처음 만났을 때를 생각해보면, 그 쥐시키는 나를 애매하게, 띄엄띄엄 알고 있는 것 같았다. 그래서 처음에는 나를 어찌해 보겠다고 깝죽댔었는데, 어느 순간부터는 지나칠 정도로 나를 두려워하기 시작했었다. 그 때문에 놈들의 작전이 더 버벅댔던 거고, 내 쪽에서는 대응하기가 점점 더 수월해져 갔던 것이다.

“도널드 놈, 신들의 유희 멤버이긴 했어도, 나와 대교가 타깃이었던 날에는 참석하지 못했던 거지?”

“그렇습니다. 같은 멤버들에게 들은 얘기로 막연하게 알고는 있었지만, 그날의 유준 형님과 형수님을 직접 목격하지 못했기에, 두려움은 작은 싹만 겨우 틔운 정도더군요.”

“그걸 눈치 까고 엄청 과장된 썰을 풀어서 나를 진짜 두려워하게 만들어 준, 그 잘난 말빨덕에 내가 좀 편하긴 했다. 땡쓰다.”

나는 조금(?) 늦게라도 진심으로 감사를 표하면서 술잔을 들어 보였지만, 원판은 웬일인지 쉽게 잔을 들지 못했다.

“왜 임마. 내가 너무 날로 먹는 거 같아서 그래?”

“아닙니다, 유준 형님. 형님께서 소위 ‘돗자리 귀신’이라고 하시는 저입니다만, 솔직히 형님께서 이렇게 진심으로 감사를 표하실 줄은 몰랐습니다.” 원판은 비로소 잔을 들며 말을 이었다.

“그래서 잠시, 소위 ‘감격’이란 감정을 음미하고 있었습니다.”

“새뀌. 나 민망하라고 그래도 소용없다. 나, 뻔뻔한 놈인 거 알잖냐.”

“훗. 형님께서 쫌 그런 분이긴 하죠.”

우린 작은 소리가 나게 잔을 부딪쳤고, 녀석은 홀짝, 나는 원샷했다.

“술은 괜찮네. 담에는 가급적 술만 보내고, 넌 오지마라.”

나는 다소(?) 매정한 말을 남기고 돌아섰다.

「이, 이럴수가! 이렇게 역사적인 장면을 놓치다니 ! 주, 주인님! 다시 리바이벌 쫌!」

-됐거든, 요몽.

끝자락에 나타나서, 나와 원판의 건배 생방을 놓친 것이 아쉽다며 징징대는 요몽을 생까면서 밖으로 나와 보니, 분위기는 여전히 크게 변하지 않은 것 같았다.

흐으음. 다행히(?) 나타샤와 에릭의 뜨거운 썸씽 만남은 없었던 모양이군. 어디, 나타샤 녀석은… 훗. 큰소리와 달리, 슬며시 토로와 조담 놈 테이블에 합석해 있네. 에릭 녀석은 호크에게 인사를 올리고 나서 살리나쪽으로 가고 있는 중이고 말야. 내 이럴 줄 알았다니까.

「에고. 장난마왕 주인님께서 걸려들지 않으셔서 김이 좀 새긴 했지만, 그래도, 막상 이벤트가 시작되면, 주인님도 결국 감동 먹으실걸요?」 

-이제 준비가 된 모양이구나. 그래, 어디, 네 녀석 큰소리대로 인지, 한 번 볼 거나?

나는 본래 나의 자리로 돌아갔고, 뭔가 낌새를 느낀 천우신이 다가 앉았다.

“유준. 조금 전, 소령이와 미령이도 자리를 비웠는데, 그러고 보니 자리를 비운 여자들이 많은 것 같군. 무슨 일이라도 있는 건가?”

“글쎄? 나도 잘은 모르겠지만.”

나는 새삼 러브 하우스쪽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나의, 아니 우리의 팔자가 어쩌면, 앞으로는 날마다 할로윈이 될 것도 같지만, 설사 그렇다고 해도, 이제부터 우리가 볼 장면 때문에, 오늘만큼 특별한 날은 없을지도 모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