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악서생 4부 – 158화 : 로미오와 줄리엣 (1)

극악서생 4부 – 158화 : 로미오와 줄리엣 (1)


10. 로미오와 줄리엣 (1)

매퍼 가문의 선발대, 자인 매퍼!

비록 네크로노미콘이라는 금단의(아마도) 아이템을 사용했다고는 하지만, 어쨌든 놈은 강했어. 나와 인호 일행의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수준이었고, 결과적으로 나는 놈에게 승리를 거두었다고 하기가 어려워. 우리측 대표인 이 몸이 말이지.

그렇게 생각하면 꽤나 속 쓰린 전투 결과라고 할 수도 있었으나, 나는 매우 뻔뻔하게 승전 비스무리한 기분을 느끼고 있었기에, 바람의 저택으로 복귀하는 발걸음도 비교적 가벼울 수가 있었다. 이런저런 요소는 과감하게 빼버리고, ‘파티를 지켜라’ 작전을 성공적으로 마쳤다는 자부심만 챙겼기 때문이었다.

-요몽. 그러니까, 처음에 어쩔 수 없이 알린 몇 사람들 외에는, 다들 아무것도 모르고 파티를 계속했다 이거지?

「넵! 다들 주인님께서 혼자 뺑이치시는 것도 모르고 신나게 파티를 즐겼습지요.」

그래. 그럼 된 거지.

“유준!”

바람의 저택 지붕위에서 반갑게 나를 맞이한 것은 리치몬드였다. 나는 리치몬드 옆의 지붕 난간에 착지했고, 녀석은 예의 무서운 미소와 함께 말을 이었다.

“여기서도 다 봤어. 네크로노미콘에 홀린 자를 그렇게 압도적으로 물리치다니, 역시 유준은 대단한 남자야!”

짜식이 쑥스럽게스리.

“그, 뭐, 별로 압도적이지는 못했던 거 같지만, 큼. 암튼 고맙다. 음~ 그런데, 리치몬드, 그건 뭐지?”

내가 주목한 것은 리치몬드가 한손에 들고 있는, 작은 ‘망원경’ 같은 것이었다.

“이거? 먼 곳을 가깝게 볼 수 있게 해주는 거, 보통 ‘이글아이’라고 불러.”

망원경 맞군. 형태만 봐도 그런 거 같긴 했지만, 렌즈 부분이 막혀있어서 물어본 건데, 에?

리치몬드가 건네준 이글 아이라는 망원경은 내 손에 쥐어지자마자, 번쩍 눈을 떴다. 렌즈 부분에 정말 독수리의 눈을 박아 넣은 듯한 비주얼이어서 쓴웃음이 나왔지만, 어쩐지 살아있는 생명체의 느낌은 들지 않아서 꺼림칙한 기분을 털어내고 사용해 보았다.

오~ 크기는 컴팩트한 디카보다도 작은 것이, 성능은 죽이네? 내가 자인 놈과 싸웠던 장소가 손에 잡힐 듯 가깝게 보이잖아? 어디 좀 더 먼 곳은, 와우~ 몇 킬로 밖까지 상당한 수준으로 보여! 배율 조종도 자동이고, 하핫~ 이거, 중세의 ‘마법 망원경’이 첨단 장비를 무색케하는 걸?

“짐작하겠지만, 새의 눈에 마법을 걸어서 만드는 거야.”

으음. 요즘 같은 때엔 함부로 만들면 안 될 아이템이로군. 동물 보호법이나 동물 학대 방지법 같은 것에 저촉되겠군. 어쨌건, 지금 중요한 것은 그게 아니고.

“리치몬드. 이거 혹시 살아있는 거야?”

“글쎄? 약간은 그렇다고 할 수도 있을 거야. 고유 영혼은 없지만, 자기 할 일을 위한 최소한의 지각 능력은 있으니까.”

개념이 조금 애매하지만, 어쨌든 완전 무생물은 아니란 거 같군.

“매퍼 가문에서도 이런 도구를 사용할까?”

“지금의 매퍼 가문은 나도 잘 몰라. 하지만 그들의 선조인 ‘찾아 헤매는 자’는 나 못지않은 상급의 마법사였어. 그 지식이 모두 전수되었다면 더한 것도 만들어서 쓸 수 있겠지.”

“더한 거? 아, 아니 잠깐. 미안하지만, 나중에 다시 물어야겠다.”

나는 곧바로 뭔가 대답해주려는 리치몬드의 말을 막고, 쓴웃음을 지으며 아래쪽으로 시선을 옮겼다. 리치몬드에게 매퍼 가문의 수법을 듣는 것도 중요했으나, 한참 아래층의 발코니에 나와 있는 소녀 한명이 초조한 기색으로 우리를 올려다보고 있었던 것이다.

“소희야!”

나는 소희를 부르며 훌쩍 뛰어내려 소희 옆으로 착지했다. 소희는 이미 한복 차림이 아니었고, 어깨에 맨 요괴 활, 묵정의 활집도 열려져 있었다. 

“많이 궁금했을 텐데, 더 기다리게 해서 미안!”

“아, 아니에요. 그보다, 저희들 일로 위험한 싸움을 하셨는데, 아무 도움이 되지 못해서 죄송해요.”

“그건, 내가 나오지 말라고 한 거잖아. 그보다 모두 잘 참아 주었어.”

나는 말하며 실내를 돌아보았고, 안에서 아직도 결가부좌를 틀고 앉아있던 인호와 정훈이 이제야 자리에서 일어서고 있었다. 바로 조금 전까지 매퍼 가문의 강대한 힘을 맛보고 돌아 온 나였지만, 철천지 웬수 가문의 출연에도 이렇게 침착한 모습을 보이는 불무도 가문 역시 결코 만만치 않다는 것이 새삼 느껴졌다.

“인호! 다들 아직 식사 전이지? 우선 밥부터 먹으면서 얘기 하자구! 난 밥심으로 싸우는 체질이라서 말이지.”

나는 일부로 약간 과장된 태도로 배를 만지며 앞장을 서기 시작했고, 인호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여 동의를 표하고는 조용히 따라 나섰다. 내가 곧바로 자신들에게 상황 설명을 해주지 않는데도 인호의 평정심은 전혀 흔들림이 없어 보였다.

“리치몬드. 너도 함께 아침 식사하자.”

“응. 그러지.”

리치몬드 녀석, 내가 말하기 전부터 소희 옆으로 따라붙고 있었던 것으로 보아, 아침 식사는 둘째 치고, 앞으로의 싸움에 계속 함께 할 생각인거 같지?

-요몽! 매퍼 가문의 두목, ‘드웨인 매퍼’에게 메시지 좀 보내야겠다.

「에? 드웨인 매퍼의 연락처는 없는, 아참참! 신디양 전화로 보내면 되는 거죠?」

-그래 임마. 내용은, ‘아침 먹어야하니까, 신디양은 에리카가 말한 시간보다 한 시간 정도 늦게 보내라!’ 이상.

「우움. 이것으로 그쪽에서도 주인님의 ‘뭐든 다 먹고 살자고 하는 짓인데’ 사상을 알게 되겠군용. 그럼 이제 저도 밥과 김치를 탐닉하러가도

될까염?」

-당근이쥐.


잠시 후.

나는 바람의 저택에 남아있던 주요 병력들 모두와 함께, 러브아우스로 워프했다. 게이트 앞에는 대교가 기다리고 있었고, 그녀는 새벽의 위기 상황을 전혀 모르는 것처럼 태연한 미소로 우리를 맞이해 주었다.

으으음. 대교 뒤로 보이는 풍경, 분주하게 오가며 파티장인지 난장판인지 모를 현장을 정리하고 있는 스켈레톤들, 그와 대조적으로 느릿느릿한 몸짓으로 쉴 장소를 찾아가고 있는 파티 참석자들, 그리고 여기저기 널부러져 있는 술파티의 희생자(?)들의 모습까지, 모두가 너무나 평화로워(?) 보여서 나의 홀로 뺑이치기가 새삼 보람스럽구먼.

「옴마? 귀, 귀엽!」

밥 먹으러갔던 요몽이 나타나서 외친 것은 원판 녀석의 모습 때문이었다. 원판 녀석은 테이블에 올리고 세운 한 손에 옆얼굴을 괸 자세로 졸고 있었는데, 그 옆자리의 란도 놈의 ‘조는 자태'(?)를 홀린 듯 정신없이 감상하고 있는 중이었다.

“원, 별. 야! 원판!”

내가 원판을 불러 깨우자, 요몽과 란은 엄청 아쉬워하는 얼굴로 나를 야리며 물러서고 있었다. 눈을 뜬 원판은 부채로 얼굴을 가리고 짧게 하품을 하고는 부스스 자리에서 일어났다.

“훗. 형님께서 오시는걸 보고 가려하다가 흉한 모습을 보이고 말았군요.”

「아, 아니에요, 원판씨! 절대 흉하지 않았어욧! 오히려 넘넘 환상.」

「요몽!」

버릇없이 오버해서 끼어들던 요몽은, 몽몽이 출동하여 체포해 갔고, 원판은 내 뒤의 일행들을 스윽- 살피더니, 리치몬드부터 주목했다.

“음. 불사의 마법사, 리치몬드양이시군요.”

원판은 나름 정중하게 포권으로 인사를 했고, 리치몬드는 답례도 잊은 듯 원판을 뚫어져라 응시하고 있었다.

쳇. 리치몬드까지 여자라고 이 노무시키한테 뻑간 아, 아닌가?

“유준! 이 남자도 유준의 동생이야? 설마 동양에도 ‘나르시스’의 후예가 있을 줄은 몰랐어.”

오~ 상당히 흥미로워하긴 해도, 놈의 사악한 미색에 홀린 기색은 없구먼! 게다가 원판 녀석의 자뻑 모드까지 한눈에 알아보다니, 역시나 리치몬드는 위대한 마법사!

내가 다소 애먼 포인트로 리치몬드에게 감탄하고 있는 사이, 원판은 인호 일행과 가볍게 포권으로 인사를 나누고 있었다. 소희도 원판의

비정상적인 미모에 놀란 기색이긴 했으나, 녀석은 리치몬드보다도 별다른 티를 내지 않고 있었다.

그동안 원판 녀석의 비정상적으로 번지르르한 외모에 놀라고 뻑가는 여자들을 하도 많이 봐와서 그런지, 오늘 소희의 정상적인 반응이 오히려 가장

신선하군. 그거야 어쨌든, 지금 중요한 일은 아니고!

“원판! 너, 새벽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감 잡고 있겠지?”

“뭐, 대충은.”

“내 그럴 줄 알았다, 돗자리 귀신. 그런데 쨔샤! 어찌된 거냐! 정말로 중요한 일은 몰랐던 거냐? 매퍼 가문 놈들이 최근 그렇게 위험한 힘을 얻었다는 사실을 말야.”

내가 대뜸 신경질적으로 따지고 들자, 원판은 다시 슬쩍 부채를 들어 표정을 감추며 입을 열었다.

“흐음. 그들이 네크로노미콘, 그 불길한 죽음의 책을 찾아냈다는 소문이 사실이었던 모양이군요.”

“이 쉑! 죽을래? 왜 알면서 안 알려줬어!”

“확인되지 않은, 막연한 소문 수준이었으니까요. 그 정도로 막연한 변수까지 시시콜콜 알려드리는 것은 재미차원에서, 아, 아니, 전단지 확실한

정보만을 제공해야 형님께 혼선을 드리지 않을 것 같았을 뿐입니다.”

이걸 그냥 확! 으~ 많은 사람들, 특히 소희 앞에서 칼부림하기 싫어서 참는다, 참어!

“소희야. 봤지? 이 녀석이 내 정보통중의 하나인데, 보시다시피 신뢰가 저언혀 가지 않는 놈이야. 소희 넌 앞으로 혹시 이 녀석에게 무슨 말을 듣게 되더라도 절대 무조건 신뢰하면 안돼! 알겠지?”

소희는 뭐라 답해야할지 난처해하며 어색하게 웃었고, 원판 녀석은 계속 부채로 얼굴을 가린 채 쪼개고 있었다.

“저어, 오라버니!”

“왜, 대교, 소희나 다른 이들도 원판 녀석의 사악한 실체를 알아둬야.”

“아이 참, 그게 아니고요. 호크씨 일행도 돌아가야 할 시간이에요. 호크씨야 말로 해가 뜨기 전에 돌아갔어야 했는데, 아직 오라버니를 기다리고

있어요.”

아 이런! 호크, 그 친구가 뱀프라는 것을 깜박하고 있었네. 젠장! 소희에게 원판 놈을 조심하라고 알려주자마자, 곧바로 원판 놈을 상대하는 미션을 주게 되었어.

“알겠어. 그럼, 원판!”

나는 원판을 돌아보며 더욱 인상을 긁었다.

“우린 여기서 찢어지자. 하지만 넌 가기 전에 소희에게 네가 알고 있는 것을 다 털어 놓고 가! 또 숨기는 거 확인되면 재미없다? 알지?”

“훗. 그렇게 강압적으로 나오지 않으셔도, 이렇게 사랑스러운 소녀에게라면, 그 어떤 비밀도 다 말해 줄 수 있을 것 같군요.”

원판은 여전히 부채 뒤에 숨은 채, 재수 없게 쪼갰고, 나는 내심 살짝 불안했으나, 인호를 호크에게 데리고 가고 싶어서 하는 수없이 소희를 믿고 돌아 설 수밖에 없었다.

-유준 형님.

인호는 내가 자신만 따라오라고 하자, 비로소 전음을 보내왔다.

-저분이 혹시, 전에 ‘남장군’님이 함께 만났던 그 ‘귀기의 남자’입니까?

-훗. 맞아. 다른 육체적 능력은 물론이고, 오컬트쪽 능력도 없는 놈이 저렇게 비인간적인 면만 만땅인 녀석이지.

-저의 짧은 식견으로는 확실하게 알아보기 어렵지만, 매우 특별하고 신비로운 기운을 타고난 분인 것 같습니다. 유준 형님처럼 말입니다.

-윽! 이봐 인호! 식견에 문제가 있긴 하군. 나나 저 놈이나 신비롭기는 개뿔, 그냥 신발스러운 거야!

나의 농담 아닌 농담에 작게라도 웃어주는군. 하지만 그뿐, 더 이상 잡담을 나눌 기색은 아니야. 이 친구의 유일한 단점은 ‘재미가 없다’ 정도려나? 뭐, 그거야 어쨌든.

나와 대교, 그리고 인호까지 삼인이 찾아 간 곳은, 전에 ‘피비’가 이 러브하우스에 이송되어 왔을 때 잠시 머물렀었던 방이었다. 들어가 보니, 그때 피비를 위해 설치했던 마법진 앞에 호크 일행이 모여 서 있었다.

“하핫~! 이거 정말 미안하게 되었군! 파티에 손님을 초대해놓고 혼자 외출을 하고 왔으니 말야!”

나는 짐짓 웃으며 사과의 말을 했고, 호크는 씁쓸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조금 전에야 전해 들었네. 매퍼 형제들이 싸움을 걸어왔다고?”

“어, 그래. 자네 친구의 후손답게, 상당히 강하더군.”

“내가 오히려 미안하게 되었네, 유준. 내 쪽에서 그들에게 상황 설명을 잘 해주지 못했던 모양이야. 드웨인과 연락이 되는 대로 내가 다시.”

“아니, 그럴 필요 없네.”

“뭐?”

“그래도 소용없을 거란 말이었어. ‘자인’이란 놈의 말에 의하면, 그들과 자네와의 약속이 없었다고 해도, 그들과 우리의 싸움은 이미 예정된 것이었어.”

호크는, 매퍼 가문의 습격이 자신 때문이었다고만 생각했었는지, 조금 놀라는 기색으로 의아해했다.

“내가 모르는 사연이 있는 모양이군. 혹시, 그 청년과 관련된 일인가?”

호크는 인호를 주목했으나, 서로 인사를 나누게 할 상황이 아니어서 그냥 내가 말을 계속했다.

“맞아. 여기 이 친구는 한국에서 온 나의 ‘의동생인데, 알고 보니 매퍼 가문과 깊은 원한 관계가 있었어. 매퍼 가문의 장남, 드웨인 매퍼. 그가 과거에, 이 친구의 스승님이자 부모와도 같았던 분을 살해했다고 하는군.”

내가 사연을 밝히자, 호크는 물론이고 피비와 살리나, 지나까지도 안색을 굳히고 인호를 새삼 주목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우리의 불심 청년 유인호는 거의 변함없는 표정으로 말없이 그들의 시선을 마주할 뿐이었다.

“그랬었군.”

호크가 오히려 무겁게 가라앉은 음성으로 입을 열며 다시 나를 응시하기 시작했다.

“유준. 자네는 지금, 내가 어떻게 할 것인지를 묻고 있는 거군. 내가 ‘월트 메퍼’, 그 친구의 후손들 편에 서서 자네와 싸울 것인지를 말이야.”

“아니! 난 자네가 그들 편에 서진 않을 거라고 생각해!”

단언하기는 쫌 그렇지만, 일단 밀어 붙여보자.

“왜냐하면, 그들은 지금 금단의 힘을 찾고 있으며, 일부인 거 같긴 해도, 이미 얻은 상태이기도 하거든.”

“금단의 힘?”

“네크로노미콘. 그건 자네도 알고 있겠지?”

“맙소사! 네크로노미콘? 그, 그게 정말 사실인가요, 진유준님?”

호크보다 살리나가 더 놀라서 입을 다물지 못하는군. 네크로노미콘의 악명이 높긴 한가벼. 네크로노미콘보다 한술 더 뜬다는, 책 얘기는 꺼낼 것도 없이 벌써 분위기가 확 바뀌어 버렸어.

“사실이야, 살리나. 자인이란 놈은 그 때문에 인격까지 바뀌어 버린 거 같더군.”

내가 자인 놈의 본래 인격까지 어떻게 알겠냐마는, 일단 그런 방향의 얘기로 유도를

“마, 만약 자인 매퍼가 네크로노미콘의 한 페이지라도 읽었다면, 당연히 그렇게 되었을 것입니다.”

응? 원래 그런 거였나? 보통 그런 아이템의 특성이 그래서 해 본 소리였는데, 진짜 그렇단 말이지? 이거 어째, 조금 식상한 설정이라는 생각도 드는구먼.

호크를 비롯한 일행 모두가 잠시 침묵에 빠졌고, 나는 참고 기다려 주었다.

“유준.”

결국 힘들게 입을 연 호크가 침통하게 말을 이었다.

“나로서는 당장 뭐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군. 생각을, 생각을 좀 더 해봐야 할 거 같네.”

과거 절친의 후손들이 심하게 삐딱선 탔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어도 ‘갈등’ 단계라, 만약 네크로노미콘 변수가 없었으면, 저 친구는 거의 무조건 매퍼 형제들 편이 되어서 나와 맞짱까려 들었겠군.

나는 솔직히 호크의 태도가 쪼까 섭섭해서 씁쓸한 표정이 되었고, 호크는 당연히 나보다 괴로운 고뇌의 표정으로 피비를 돌아보았다.

몇 분 후.

호크 일행은 피비의 ‘워프 마법으로 러브하우스를 떠났고, 나는 피비의 마법 광채가 사그라드는 것을 보며 대교와 인호에게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그, 뭐, 다행이네. 난 아무래도 호크와 싸우고 싶지는 않았는데, 지금 분위기로 봐선, 그가 매퍼 가문편에 서진 않을 거 같지?”

“그래요, 오라버니. 정말 다행이에요.”

대교도 이미 친해진 이들과 싸워야할 가능성이 적어져서 안도하는 기색이었다. 그에 비해, 이 모든 상황의 핵심 인물인 우리의 무심 청년께서는 여전히 별다른 감정 변화를 보이지 않고 이었다. 나는 내친김에 인호조차 크게 동요할 법한 얘기까지 꺼내고 싶었으나, 그전에 더 중요한 일처리(?)가 남아 있었다.

“인호! 이젠 정말 밥 먹고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