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악서생 4부 – 169화 : 비연랑대(飛燕狼隊) VS 호른 전사대. (3)
3. 비연랑대(飛燕狼隊) VS 호른 전사대. (3)
요몽 말처럼 매우 극단적인 비주얼 차이를 보이는 비연대와 버스커 형제들은, 이미 자신들의 전장인 계곡 안으로 이동하여 대치하고 있는 상태였다. 그런데 요몽은 굳이 보조 영상창을 띄워서 그들의 이동 모습을 리플레이 해 주었다.
과연, 우리 비연대원들의 신형이 계곡 안으로 내려앉는 모습은 정말로 부드러운 버드나무 가지와 잎새가 봄바람에 일렁이는듯한 느낌의 비주얼이었군. 비연대원들의 자태에 대한 감상은 솔직히, 같은 식구에 대한 편애가 담뿍 담겼다고 할 수도 있었지만, 버스커 곰탱이 형제들이 그녀들과 너무나 대조적이라는 건 누구도 부인할 수 없겠네.
휘이익~ 쿠웅!
뛰어내려 착지하는 소리부터가 커다란 바위덩어리가 땅에 떨어지는 것 같았고, 여섯 개의 바위(?)가 거의 동시에 떨어져 내린 충격으로 계곡 안의 물줄기까지 출렁였다고 하면, 조금 과장이려나? 하여간, 저 묵직하고 우락부락 한 놈들 중에서도 특히 큰 곰탱이가 대표로 나서서 입을 여는데, 목소리도 심하게 거칠구먼.
“나는 형제들 중 첫째! 우린 여자와 싸우고 싶지 않지만, 어쩔 수가 없게 되었군!”
몽몽도 통역할 수 없는 호른족 언어가 아닌 영어라서 다행이긴 한데, 내용이 좀 그런데다, 결정적인 발언까지 덧붙였군.
“여자에게 싸움 상대로 지목된 모욕! 첫째인, 나 혼자 전부 씻어 내겠다!”
상당히 심각한 모욕을, 오히려 비연대에게 가한 거였어. 어쨌거나 리플레이는 여기까지!
‘너희들 전부를 혼자서 상대함으로써, 남정네의 체면을 세우겠다.’는 선언을 들은 비연대원들의 반응은 생각보다 차분해 보였다. 내가 리플레이를 보는 동안 침묵을 지키고 있었던 것으로 보아, 속으로는 발끈하여 빡돌았는 지도 모르지만, 적어도 겉으로는 차분하게 상대의 역량을 다시 가늠해보는 태도를 보이다가, 1분대장이 대표로 입을 열었다.
“보기보다 친절한 분이네요. 하지만 당신 정도라면, 나와 2분대장, 우리 둘이면 충분히 사냥할 수 있을 거 같네요.”
오우. 매우 여성적이고 사근사근한 목소리로 만만찮은 대꾸를 하네. 저 1분대장의 이름이 뭐였더라? 미안하게도 잘 생각이, 큼. 그보다 버스커의 첫째가 본격적으로 스팀 받는 거 같지?
“너희들 둘이 나를?”
살기가 폭사되며 털가죽을 열어젖히는 버스커 첫째의 손에 커다란 도끼가 들려 있었다. 다른 호른족 손도끼보다 네 배는 될듯한 거대 도끼였다. 그러나 그런 도끼보다도 그걸 들고 있는 버스커 첫째의 통나무처럼 굵은 근육질의 팔과 몸이 더 위험한 흉기처럼 보였다.
그에 비해서, 쌍검을 뽑아 드는 1분대장의 팔은 거의 젓가락 수준으로 느껴질 정도이고, 가냘픈 전신 체형 또한 저 무지막지한 놈의 팔뚝보다도 가늘어 보일 지경! 에고야. 막상 시작되려니까 불안해지네. 체급 차이가 어느 정도라야 말이지!
“크아아아아~”
포효와 함께 돌진해오는 적을 맞아, 1분대장 혼자 앞으로 나선다? 설마?
콰창~!
요란한 굉음이 터져 나온 직후, 버스커 첫째의 안색이 일변했다. 그의 울퉁불퉁한 팔뚝으로 내려친 거대 도끼날이 상대적으로 빈약하게만 보이는 가냘프게만 보이는 팔에 들린 쌍검에 막혀 버렸던 것이다. 근육질 곰탱이의 전신에서 검은 아지랑이처럼 피어오르고 있는 기운이 그의 도끼에까지 넘실대고 있었으나, 1분대장의 쌍검과 그녀의 전신에서도 반투명의 안개 같은 기운이 위협적으로 발산되고 있었다.
일단 피하고 나서 반격을 해도 할거라는 예상을 깨고 정면으로 막았어? 쌍검을 손잡이 부근에서 교차시킨 가위 형태의 안정적인 방어 자세라고는 해도, 저렇게 격차가 큰 공격을 어떻게… 아, 저건가?
약간 애매했던 카메라 앵글이 움직이며 1분대장의 뒤로 바짝 다가서 있는 2분대장의 모습을 비추었다. 2분대장은 한 손을 1분대장의 등에 대고 있었으며, 그로서 그녀의 내력을 전달받은 1분대장이 적의 강력한 선빵을 정면으로 막아낼 수 있었던 것이다.
내력까지 공유할 수 있는 합공은 같은 심법을 익힌 사형제라도 꽤 오랜 세월 함께 수련해야 하는 것으로 아는데, 저 아가씨들은 불과 몇 달 만에 해냈군. 놀랍고 대견하긴 한데, 아직은 첫 공격을 받아낸 것뿐이고, 둘 다 애써 내색하지 않고 있으나, 내가 보기엔 둘 다 기혈이 역류하는 것을 겨우 참아내고 있는 것 같아.
근육질 곰탱이는 자신의 도끼질이 여자 한 명(?)의 칼에 막힌 것에 놀라며 도끼를 거두려 하다가 흠칫, 안색을 굳혔다.
번득!
날카로운 검광이 일어나며 2분대장의 검 끝이 근육질 곰탱이의 목줄기를 향해 쏘아졌다.
쨍~!
쇳소리를 터트리며 검 끝을 막아낸 것은 근육질 곰탱이의 단검이었다. 덩치답지 않게 빠른 손놀림으로 허리춤의 단검을 빼들어 방어했던 것이고, 한 차례의 공방 직후에 비연대쪽에서 먼저 재빨리 신형을 뒤로 물렸다.
근육질 곰탱이는 따라 붙지 않고 있는데, 비연대 분대장 콤비를 노려보는 눈빛이 처음과는 다른 거 같지? 상대를 얕보는 기색이 거의 사라졌고, 자신의 도끼와 1분대장의 쌍검을 번갈아 보면서 뭔가 생각해보는 눈치로군.
방금의 공방에서 근육질 곰탱이가 도끼날을 빨리 거두지 못했던 것은, 1분대장이 흡吸)과 착着)의 기법으로 도끼날을 잠시지만 움직이지 못하게 했기 때문인 듯 했다. 그런 상태에서 등 뒤의 2분대장이 반격을 감행했던 건데, 근육질 곰탱이는 그런 상황이 좀처럼 이해되지 않는 기색이었다. 으음. 결국 생각을 그만두고, 다시 울퉁불퉁 근육 위로 검은 마력(아마도)을 피워 올리기 시작하는군. 상대가 어떤 마법(?)을 쓰던지, 자신의 완력과 파괴력으로 제압할 수 있다는 자신감의 표출인 거고, 사실 저게 정답에 가까워.
“크으~ 맹수의 이빨과 발톱은 암컷이라 해도 마찬가지라는 것을 깜박했다! 좋다! 이제 제대로 싸워주지!”
으르렁거리며 한 발을 내 딛는 근육질 곰탱이의 기세는 한층 더 위압적이고 강렬했다. 그에 맞서는 비연대 분대장 콤비가 동시에 걸음을 떼어 나란히 마주 나오고 있었다. 검을 내려트린 자세와 보폭까지 일치시키고 있어서 검의 자루 수만 다를 뿐, 마치 한 사람이 움직이는 느낌을 줄 정도였다.
좋아! 놈의 시선이 표적을 선택하지 못하고 흔들린다.
그와앗!
무서운 기세로 휘둘러진 도끼가 거의 수평으로 허공을 갈랐고, 분대장들의 신형이 한순간에 상하로 양단되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당연히 한 명은 위로, 또 한 명은 아래로 피한 것이었다.
쌔액! 쌕! 시잇!
빠르고 날카로우며 섬세한 세 줄기의 검광이 상하로 번득이며 근육질 곰탱이의 몸에 검흔을 새겨 넣었다. 허공에서 한 차례 공격 성공 후, 땅으로 내려서려는 듯 했던 1분대장의 발끝이 2분대장의 발바닥을 가볍게 딛고 다시 도약했다. 한 발을 뻗어 동료의 재도약을 거든 2분대장 또한 그 반탄력을 이용하여 교묘하게 몸을 틀며 하단 공격을 이어갔다.
카앙!
육중한 도끼를 시계추처럼 아래로 휘둘러 하단 공격을 쳐낸 근육질 곰탱이의 팔이 문득, 멈추어졌다. 그리고 그 팔에 순간적으로 불끈불끈 힘줄과 혈관이 솟았다.
제, 젠장! 1분대장이 위험해!
1분대장은 허공에서 전신을 회전시키며 큰 공격 초식을 펼치려 했고, 그것이 실수였다.
그와앙!
엄청난 기세의 도끼날이 허공의 1분대장을 향해 날았고, 그녀의 쌍검도 황급히 하나로 모아지며 도끼날을 내리쳤다.
꽈랑!
굉음과 함께 1분대장의 몸이 기역자로 꺾이며 허무하게 날려졌다.
「아악!」
이씨! 요몽 녀석이 비명을 지르는 바람에 나까지 놀랬네!
「어떠케! 어떻게!」
-얌마! 진정해! 1분대장은 아직 당하지 않았어!
「예? 아, 저, 정말 괜찮은 거 같기도!」
초강력 도끼질에 적중되는 순간의 1분대장은 치명적인 타격을 받는 것처럼 보이긴 했었어. 하지만 그녀는 결정적인 찰나의 순간에 초식의 흐름을 바꾸어 쌍검을 하나로 모아 막았고, 그 반탄력에 순응하여 날려갔지. 그 결과로 저렇게, 저렇게 멀리까지 날려가서 불안하게 착지했음에도 치명상은 면했던 거야.
“유미! 괜찮아?”
“으, 응. 난 괜찮으니 걱정하지 마, ‘청난.”
자신도 싸움을 멈추고 달려와서 물은 것은 2분대장이었고, 1분대장은 걱정하는 동료에게 애써 밝은 미소를 지어 보이고 있었다. 그러나 그녀의 안색은 상당히 창백했으며, 겨우 놓치지않은 쌍검을 검 집에 넣는 두 손이 가늘게 떨고 있었다.
으음. 1분대장 이름이 ‘유미’, 2분대장 이름은 ‘청란’이었군. 수하들 이름도 다 외우고 있지 못한 것이 미안하지만, 그건 일단 그렇다 치고! 저 나름 막강한 분대장 콤비가 2대1 싸움으로도 패한 셈이니, 비연대 전체의 사기가 저하될… 응? 뭐야? 근데 어쩐지, 1분대장 유미는 아직 패한 자의 얼굴이 아닌 거 같네?
“아~ 미안해요!”
유미는 자신을 날려버린 근육질 곰탱이를 향해 뜬금없는 사과를 하더니, 자신의 두 손을 들어 보이며 말을 이었다.
“이 손, 보이시죠? 창피하게도 떨림이 금방 멈출 것 같지가 않네요. 그러니까, 조금 기다려 주실래요?”
훗. 저 아가씨, 계속 싸우고 싶다는 말을 귀엽게도 하네.
“음~ 기다리기 싫으면 그냥 덤벼도 돼요. 다시 싸울 수 있을 때까지 당신의 도끼를 피할 자신도 있으니까요.”
태연하게 덧붙인 유미가 얄미울 정도로 상큼하게 웃었다. 이미 승부가 났다고 생각하여 청난이 물러나는 것도 추적하지 않았던 근육질 곰탱이가 잠시 말없이 유미를 응시하고 있더니, 결국 보일 듯 말 듯 한 웃음기와 함께 입을 열었다.
“좋다! 기다려 주마!”
2차전, 혹은 3차전을 수락한 근육질 곰탱이는 서 있던 자리에 그대로 앉아 버렸다. 그도 사실 몇 군데의 가볍지 않은 검상을 입어 피가 흐르고 있었으나, 상처에는 눈조차 돌리지 않으면서 다시 입을 열었다.
“여자! 너와 너의 자매들 이름은 무엇인가!”
유미는 청난과 다른 비연대원들까지 새삼 돌아보고는 웃으며 대답했다.
“비연, 비연대! 그래요. 우린 비연대 안에서 모두 자매와도 같죠.”
“비연 자매, 비연대?”
근육질 곰탱이, 버스커 형제들의 첫째는 자신의 형제들에게 외쳤다.
“동생들아! 너희들도 저 비연대와 싸우고 싶은가?”
입을 열어 대답하는 놈들은 없었다. 그러나 말로하는 대답 대신, 모두가 털가죽 속의 도끼와 근육질을 드러내며 앞으로 나서고 있었다. 유미와 청난, 두 분대장들 뒤쪽의 비연대원들도 두 명씩 조를 이루며 사뿐사뿐 걸음을 옮겨 나서고 있었다.
으으음. 아무래도 현시대 비연대의 컨셉은 ‘여성스러우면서도 강한 여군이 아닐까 싶군. 보통 ‘강한 여자’라고 하면, 싸울 때나 평소에도 남성성이 만땅인 경우가 많고, 싸울 때는 남자처럼 싸워도, 평소에는 여성스러움을 강조하는 스타일이 보다 이상적인 스타일로 평가 받기도 하지. 그런데 대교의 비연대는 여성스러움을 그대로 유지한 채 싸움에 임하고, 그러면서도 강해.
너무나 여성스러우면서도 강한 여군 비연대와, 노골적으로 거칠고 난폭한 버스커 형제들은 자연스럽게 짝을 맞추어 단체 배틀에 들어가기 시작했다. 그리 크지 않은 계곡 안이 버스커 형제들의 야수같은 포효와 병장기 부딪치는 소리로 가득하게 되었고, 잠시 쉬면서 회복을 도모한 유미와 청난 콤비도 다시 발동을 거는 기색이었다.
당연히 버스커의 첫째도 기운차게 일어서는구먼. 이거, 이거~ 볼거리가 너무 한꺼번에 쏟아져서 문제일세. 오늘 보니, 비연대는 엄청
조직적이면서도 각자의 무공 개성이 상당히 뚜렷해서 모든 싸움이 거의 고르게 흥미롭네.
비연대들은 쓰는 무기부터 검과 활, 편, 각종 암기술까지 다양해서 우선적으로 다채로운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하지만 비연대원들의 진짜 무서움은 처음 유미와 청난 콤비가 선보였던, 필요에 따라 서로의 내력을 공유할 수 있는 시스템(?)이지 싶었다.
각자의 특기로 다채롭고 매섭게 공격을 하다가도 적의 파워풀한 공세에는 순간적으로 내력을 합쳐서 막아내는 건데, 와우~ 방금도 또 한팀에서 성공했어! 멋진데? 아직은 방어 때만 가능한 수준인 것 같고, 내력을 합칠 수 있는 인원수에도 한계가 있어 보이지만, 앞으로는 저 합공 시스템이 더욱 발전하는 부대가 되겠지?
근육질 곰탱이 무리, 버스커 형제들도 분명히 한명 한명이 비연대 두 명 이상의 압도적인 무력을 보여주고 있었다. 그럼에도 그들이 좀처럼 우위에 서지 못하고 있는 이유는 또 하나 있었다.
미인계라고 할 수는 없겠지만, 비연대원들의 아름다움과 여성스러움이 버스커 형제들의 투지와 판단력을 흐리는 것도 분명해. 그러나 이걸 비연대가 반칙을 쓰는 것이라고 할 수는 없지. 저 호른족들도 소위 ‘무서워 보이는 전투 화장을 하고 나온 거고, 남자들끼리 싸울 때도 외견상의 강하고 무서운 이미지로 상대의 기를 꺾으려는 패턴이 당연스럽게 행해지고 있잖아? 비연대는 그 반대의 패턴으로 상대의 기세를 꺾는 셈이랄까? 더구나 우리 비연대원들은 적을 혼란스럽게 하기 위한 색공을 쓰는 것이 아니라, 그냥 자연스럽게 저런 식이니 더욱 강할 수밖에 없는 거야. 어쩌면 비연대는…………….
「아! 주인님! 크루버 부대쪽의 상황에 뭔가 이상 징후가!」
요몽의 갑작스런 알림 때문에, 비연대 전투력의 심도 깊은(?) 분석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요몽이 서둘러 크루버쪽 영상창을 활성화해 주었고, 확실하게 전황의 변화가 보이고 있는 중이었다.
-요몽. 저건 아무래도, 이상 징후라기보다는 ‘안 이상해지는 징후’ 아닐까?
「아하하~ 그런가요?」
어떤 표현이 맞을지는 몰라도, 여하간 크루버 부대와 호른족 전사들의 싸움이 어영부영 멈춰지고 있는 상황이었다.
「움~ 이제 보니, 대교님께서 싸움을 멈추게 하셨나 봐요.」
-그래. 다들 대교를 돌아보고 있는 걸 보니, 그런 거 같다. 양측 모두에게 낯선 동시 전음으로 ‘동작 그만’이라고 했다던가, 그랬겠지.
대교가 싸움을 중단시킨 이유는, 어쩐지 듣지 않아도 알 것 같군. 저 인간들, 아니, 저 늑대씨들, 참 징하기도 해라. 가장 먼저 싸움을 벌이기 시작해서 지금까지 계속 지치지도 않고 맹렬하게 싸운 것도 대단하고, 그런 싸움 내내 막상막하여서 서로 비슷하게 맛이 가 있는 것도 나름 대단해. 다시 한 번 전체적으로 살펴보았지만, 양측 모두 피투성이로 씩씩대고 있으면서도 쓰러져있는 자는 단 한 명도 없어서 오히려 신기해 보일
정도였다. 대교와 웅카스는 둘 다 보일 듯 말 듯 쓴웃음을 떠올리고 있었는데, 대교가 먼저 입을 열었다.
“우리 낭아대와 이렇게까지 대등하게 싸울 수 있다니, 호른족 전사들은 정말 대단하군요.”
“그대의 늑대들도 정말 좋은 혈통의 늑대들이다.”
대교는 웅카스와 나름 정겨운 인사를 나누고 나서, 크루버를 돌아보았다.
“크루버 대장. 당신과 대원들 모두 참으로 잘 싸워주었어요. 나는, 음.”
대교는 잠시 뭔가 망설이다가 자애롭게 웃으며 말을 이었다.
“나와 우리 비연대 모두 여러분들의 싸움을 잘 지켜보았고, 우리는 여러분들이 자랑스럽다는 말을 하고 싶군요.”
으음. 이쪽의 비연대 모두가 늑대씨들에게 고운 미소를 보내주고 있군. 대교가 전음으로 시킨 거라는 생각도 살짝 들긴 하지만, 어쨌든 간에 피투성이로 헥헥 대던 늑대씨들에게는 저 아리따운 여군들의 격려 미소가 특효성 마약과도 같은 모양일세.
크루버와 늑대 군발 무리는 조금 전까지의 지친 기색을 날려버리고, ‘다시 싸우라고 해도 얼마든지!’라는 객기성 기운까지 발산하고 있었다. 그러나 대교는 단순 늑대 군발씨들을, 좀 더 확실하게 뒤로 물러나게 했고, 자신부터 훌쩍 신형을 날렸다.
「아우! 드뎌, 울 짱쎈 대교님 차례당!」
요몽이 가장 반색을 하는 가운데, 대교의 우아찬란한 자태는 호른족 전사들 앞으로 내려섰고, 비연대원들도 일제히 샤랄라~(?) 모드로 뒤를 따랐다. 크루버 부대와 비슷한 몰골인 호른족 부두목과 전사들은 웅카스의 명령에 따라 물러났고, 웅카스가 보스답게 웅장한(?) 분위기를 자랑하며
대교앞으로 나서기 시작했다.
아직 싸우지 않았던 호른족들도 전부 웅카스의 뒤를 따라 몰려들고 있군. 드디어 오늘의 메인이벤트인 건가? 응? 가만? 대교는 오히려 슬며시 뒤로 물러나고, 다른 비연대원이 대교와 교대하듯 앞으로 나서네? 어랏? 대교와 교대? 대교 이름에도 이런 말장난 소스가 아, 아니, 지금 그런 거 신경 쓸 때가 아니고!
“비연대의 부대장, ‘홍화! 지금부터 제가 호른족의 수장과 싸울 것입니다.”
홍화? 홍화씨가 뼈 건강에 무지 좋, 아, 아니, 이런 생각할 때도 아니고!
비연대의 부대장 홍화는 비연대의 2인자답게 당당한 포스를 보이며 웅카스를 응시하고 있었으며, 비연대 모두가 그녀의 양 옆으로 집결하고
있었다. 대교가 먼저 나섰던 것은 웅카스를 빨리 끌어내기 위함이었을 뿐이고, 자신은 아직 직접 싸울 뜻이 없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에고야! 괴수 인간, 웅카스의 살기와 마력이 용솟음치기 시작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