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악서생 4부 – 171화 : 날마다 파티? (2)

극악서생 4부 – 171화 : 날마다 파티? (2)


4. 날마다 파티? (2)

-요몽. 좀 나와 봐라.

내가 부르자, 목소리만 들리던 요몽이 자기 방의 문을 열고, 빼꼼히 고개만 내밀고 입술을 삐쭉였다. 「왜염? 저는 몽몽 오빠의 오랏줄 때문에, 영상 편집을 수동으로 하느라 엄청스리 바쁘단 말예염!」

목소리만으로도 톡톡 잘만 끼어들던 녀석이 뭔 소린가 싶지만, 그건 나중에 따지기로 하고!

-요몽. 지금 비연대 말인데, 약간 허전하지 않냐? 그냥 기분 탓인가?

「아, 그거요? 당연히 허전하죠. 네 명이나 비었으니까요.」

뭐야? 진짜 인원이 빈 거 였어? 아까 대교가 전투를 마무리하러 나섰을 때, 다른 곳에서 싸우던 비연대원들에게도 철수 명령이 떨어져서 모두 복귀하는 걸 본 거 같은데, 네 명이나 복귀 명령을 어겼다고? 만에 하나 불의의 사고를 당한 거라면, 아, 아니, 그런 일을 요몽이 이렇게 태연하게 말할 리가 없지?

-어, 네 명? 그럼 혹시, 작설차 궁사팀?

「넵! 코드명 작설, 그녀는 아직도 호른족 공주, ‘환타’양과의 승부를 진행 중입죠!」

-어? 그랬냐? 그럼 언능 중계를 계속해야지!

나는 놓칠뻔한 전투 생방 하나를 건지게 되어서 반가웠으나, 요몽은 웬일인지 시큰둥한 표정으로 영상창을 띄우고 있었다.

「그게요, 주인님. 보시다시피, 작설과 환타, 양쪽은 대략 1시간 20분 정도 전부터 이렇게, ‘장기전 모드’로 들어가 있네염.」

요몽 녀석이 시큰둥한 이유를 알겠군. 실력이 대등하여 승부를 가리지 못한 상태에서 양측 다 실탄(화살)이 다 떨어져 가니까, 일발 필살을 노리고 ‘저격수 모드’로 들어간 거야. 이런 경우, 제대로 양성된 저격수들이라면, 승부가 나기까지의 시간이 한정 없이 길어지기 마련이지. 으으음. 그런데, 1시간 20분쯤 전이라면, 내가 채널 돌리고 나서,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구나. 훗. 내가 그때 채널 선택을 잘하긴 했나벼.

「아~글쎄, 주인님께서 채널 돌리신 직후에 양측이 사이좋게 저희들의 드론을 두 대나 해 먹지 뭐예요?」

-드론을 두 대나? 화살 오발, 아니, 유탄 사고였으려나?

「한대는 그런데, 또 한 대는 환타측의 몰지각한(?) 조준 사격이었어요. 그때부터 드론의 회피 비행 컨트롤 하느라 힘들었지 뭐예요. 아참, 패티가요.」

으음. 그랬군. 하긴, 환타측에서는 우리 드론들이 자신들의 움직임을 작설 팀에 전달하는 것으로 오해를 할 수밖에 없었겠지. 우린 구경은 해도 참견은 삼가는, 매우 신사적인 조직인데도 몰라주었어. 뭐, 물론, 가끔은, 정말이지 가끔은, ‘그때그때 달라요’ 모드가 적용될 때도 있긴 하겠지만 말이지.

「에효. 드론 한 대가 얼만데, 그걸 첫 출항에서 두 대나 말아 먹다니이, 에효오~」

요몽은 자칭 ‘살림꾼’답게, 두 번이나 한숨을 내쉬고서야 말을 이었다.

「어쨌거나 나름 재미는 있는 격돌을 몇 분간 하긴 했고, 양측의 ‘미녀 리더’들이 짱 박히고 나서도 처음 얼마간은 남정네 조직원들은 제법 긴장감 있는 신경전을 이어갔었습죠. 음. 이건 제가 독점 촬영했어염! 그런데 얼마 안가 남정네 조직원들도 뿔뿔이 흩어져 숨어버리더니, 지금까지 지루하게 아무도 움직이질 않더라구요. 그때부터는 안 찍고 싶었는데, 나중에 주인님께서 잔소리 하실까 봐 하는 수없이, 정말이지 엄청 지루하고 재미없는 영상을 정성 들여 찍고 말았답니다. 아참. 이건 패티가요.」

나는 요몽의 긴 수다 보고를 듣고 난 후, 엄숙한 훈계를 해주었다.

-요몽! 결국 힘들거나 지루한 일은 전부 패티한테 떠넘겼다는 얘기잖아! 넌 어떻게 된 요정이, 자꾸 날 닮아가냐? 세상에 닮을 사람을 닮아야지, 어떻게 나를 닮을 생각을 할 수가 있어!

끄음. 교육상 필요한 훈계이긴 한 거 같은데, 우째 기분이 쫌.

-흐크흠! 어쨌거나, 지금 대교가 다른 비연대원들 두 명을 현장에 보내나 보다.

「넵. 제가 대교님께 상황을 보고 드렸는데, 그래도 궁금해 지셨나봐요.」

그야, 요몽의 어설픈 보고보다는, 비연대가 직접 현장 확인을 하는 것이 훠얼씬 확실할거라는 판단 때문이겠지만, 요몽에게 설명해주는 건 생략. 「어쨌거나, 정찰병은 3분대장 ‘은수’! 그리고 그 외 조원 한명 되겠습니당.」

이, 이런! 분대장과 조장까지는 이름이 나오는데, 조원부터는 요몽에게까지 무시를 당하는 건가? 당장 그 무명의(?) 조원 이름도 묻고 싶지만, 그게,

나도 더 이상 수하들 이름을 입력할 공간이 모자라서, 에고, 무명 조원양, 미안!

나는 거의 공평하게 이쁜데도 이름을 부여받지 못한 조원에게 마음속 깊이 사과하며, 중요한 점을 물었다.

-3분대장 이름이 ‘은수’라면, 혹시 ‘금수도 있는 거냐?

「그런 이름은 없는뎁쇼.」

큼. 다행(?)이군. 어쨌거나 은수와 그 외 조원양이 지금 마악, 좌측 숲의 조용한 전장에 도착하는군. 그녀들도 ‘저격 궁수들의 싸움이 어떤 것인지를

잘 알고 있는지, 매우 조심스럽게 숲의 주변부까지만 접근하고 더 이상은 섣불리 진입하지 않는구먼.

보통 이런 경우, 제삼자가 누구라도 끼어들어서 어느 한쪽을 가볍게 동요시키는 것만으로도 그쪽을 메롱시킬 수 있기 마련이었다. 하지만 그건 일대일 대결의 경우이고, 지금은 네 명이 서로 복잡하게 기회를 엿보고 있는 상황이라서, 제삼자의 개입이 전황을 어떻게 만들어 버릴지는 ‘아무도 몰라, 며느리도 몰라’이다.

으음. 방금의 ‘며느리도 몰라’ 유행어는 참 오랜만에 썼군. 그거야 어쨌든, 그 며느리도 모르는 계산을 할 수도 있는 자가 있으니, 그건 바로 이 몸이지. 나는 초호화반칙성울트라하이테크놀로지하이브리드최종판, 헥헥~ 이 짓도 간만에 하니까 페활량 딸리네. 하여간 나는 그런 로봇 몽몽의 주인이 관계로, 양측의 모든 상태를 볼 수가 있으니, 설계 잘해서 개입함으로서 우리에게만 유리하게 끝낼 수도 있는 거지.

사실 나는 상황을 보면서 이미 무심결에 그림을 그려놓은 상태였다. 하지만 아무래도 양심에 걸려서 못 하고 있는 중이었다. 솔직히, 만약 지금 우리 비연대가 상대하고 있는 적이 지난번 쥐시키, ‘도널드’ 놈이었다면 얘기가 달라졌겠지만, 현재 상대하고 있는 호른족 전사들은 어쩐지 미워하기 어려운 구석이 많은 자들이었다.

흐으음. 그 미워하기 어려운 호른족에서도 두 명의 전사가 파견되어 오고 있네. 호른족 부두목과 그 외의 호른족이로군. 훗. 앞서 와 있던 비연대원들이나, 지금 도착한 호른족들이나, 서로를 확인하고 꽤 벌쭘한 표정으로 서로를 외면하는구먼.

「주인님! 있잖아요, 주인님!」

-뜬금없이 뭐가 있다는 거냐, 요몽.

「그게요. 주인님의 자연친화, 아니 적병친화력을 생각했을 때, 이번 호른족도 보나마나 주인님한테 월급 받는 신세가 될 거잖아요.」

-야! 그런 얘기를 확정적으로 하지 마! 이젠 진짜 무섭다!

젠장 포인트가 애매해서 버릇없는 말투는 혼내지 못했네.

「에이~ 이제 거의 공식인데 뭘 빼고 그러세염!」

빌,어,먹을. 솔직히 다는 아니라도 몇 명은 탐이 나긴나는, 으~ 아니야! 자꾸 이러면 안 돼! 나는 현재있는 수하들 이름도 다 못 외운단 말야! 나의 소리 없는 절규에도 불구하고, 요몽은 재미있는 소재가 생겨서 신나하는 태도로 말을 이었다.

「크루버 대장과 부하들이 귀순을 결정했을 때에요. 자룡대주가 장난으로 비연대원들을 놀리느라, ‘앞으로는 비연대와 낭아대를 합쳐서

비연랑대라고 부르게 될지도 모른다’고 했지 뭐예염. 물론 대교님께 야단을 맞긴 했지만요.」

비연랑대? 얼핏 들으면 나쁘지 않은 것도 같지만, 내용은 대교가 화낼 만도 했네. 대교가 심혈을 기울여 키우고 있는 비연대를 서양 늑대 군발들과

엮으려고 했다니 말야.

「근데요, 주인님. 저는 자룡대주의 발상이 괜찮다고 생각했거든요? 그 왜, ‘자매 부대’라는 말도 있잖아요.」

-저기, 요몽. 자매 부대라는 건, 군부대끼리 엮는 게 아니라고 알고 있거든?

「전 그냥 왠지 어감이 좋아서, 그럼 뭐 ‘남매 부대’, 어때요?」

이 녀석, 어떻게든 청춘남녀들을 엮고 싶어서 무조건 들이대는구먼.

「암튼, 저는 크루버 부대와 비연대가 평소에는 미국과 중국으로, 혹은 한국으로 떨어져 지내도, 남매 부대로서 돈독한 관계를 유지했으면

좋겠다구요.」

저기 그런 건 지들 끼리 알아서 하라고 하고, 넌 신경끄는 게 좋겠다. 무엇보다, 이런 얘기를 너와 공유하는 대교가, 이번만은 싫어할 거 같은데?

「어? 그렇지 않으시던데요? 대교님은 비연대가 누구와도 사이좋게 지내길 바라신다고 하셨는 걸요?」

-야. 그건 말 그대로 ‘누구하고나 사이좋게’인 거지. 대교는 비연랑대라는 명칭도 싫어서 화를 냈다며.

「그건 대교님께서 비연대라는 명칭에 애정이 있으셔서 그런 거고요. 크루버 부대와의 친교는 상관없다고 하셨걸랑요?」

끄음. 이거 아무래도, 요몽이 심하게 헛다리짚는 거 같군. 천 년 전의 첫 번째 비연대도 대교가 창설했었고, 그만큼 무척 아꼈었지. 하지만 그 당시의 비연대에는 치명적인 오점의 역사가 있어.

나를, 아니 우리 모두를 배신하여 나를 골로 보냈던 배신녀 ‘호초’, 그녀가 바로 비연대원이었었고, 배신의 이유는 ‘사랑에 빠진 남자를

위해서’였었다. 대교는 그 트라우마를 간직하고 있고, 그래서 대교가 현시대에서도 비연대를 만든다고 했을 때부터, 대교가 먼저 나에게 피끓는(?) 음성으로 말했었지.

‘오라버니, 천지신명께 맹세코, 다시는 같은 일이 벌어지지 않는, 그런 비연대를 만들어 보이겠어요! 만약의 경우에는 비연대 전부를 제 손으로 없애버리는 한이 있더라도!’

이렇게, 정말이지 무섭게, 내가 얌전히 고개를 끄덕이며 ‘뭐든 뜻대로 하소서’라고 했을 만큼 무서운 기세로 맹세를 했었지. 대교의 무서운 맹세는

우리끼리의 전음만으로 한 거라서 요몽은 모르고 있는 건데, 이걸 말을 해줘 말아?

「호홍~ 사실은요, 주인님. 만약 비연대와 크루버 부대원들 간에 달착지근한 연애 사건이 벌어진다고 해도 말이죠.」

‘그럼 그날로 지하무림에는 줄초상, 곡소리가 끊이지 않게 될지도 모른다.’라는 말이 입에서 맴도네.

「그런 경우는 사실 그냥, 별로 일 거 같아요.」

-응? 네가 웬일로 지레 그러냐?

「전 이래 봬도 한국산 요정이라 그런지, 서양 남자들은 연애 상대로 별로 거든요. 아, 시그마씨와 호크씨처럼 관상용은 빼고요.」

이 이거, 요몽의 연애관(?)은 처음 들어보는 거 같은데? 그럼 요몽에게 포옥 빠져있는 백인 꽃돌이 ‘윈드’가 불쌍…한지 어쩐지는 일단 둘째치고! -나름 신선한 얘기가 섞여있긴한데, 그래서 결국 뭐냐? 너의 진짜 관심사는?

「우히~ 그거야 당근, 새로운 늑대씨들, 아, 곰돌씨들도 있던가? 하여간, 오늘 호른족 늑대, 곰돌씨들이 우리 비연대의 초절정 미소녀들을 어떤 눈으로 보는지, 주인님도 버얼써 감잡으셨죠?」

-저기, 너 혹시.

「네에~ 미리 정답입니당! 우히히~ 주인님은 눈치 대마왕이시니까, 정말 정답을 알고 계시겠죠?」

-진짜 연애 사건은 그냥 옵션. 발생하면 봐주고, 아님 말고. 그렇지만 여자 때문에 유혈낭자 난투극을 벌이는 단순 수컷들의 싸움은 즐감! 이거?

「에이~ 그 정도는 아니에요. 저를 대체 어떤 요정으로 보신 거예요. 주인님이 자꾸 보여주셔서 그렇지, 저는 본래 끔찍한 장면을 싫어한다구요!」 제, 젠장. 나 자신이 유혈낭자를 자꾸 보여줬다는 말 때문에 뭐라고 하기가 어렵네.

「크루버 부대에 이어, 호른족까지 주인님 수하가 되면요. 얼마나 좋아요! 그럼 같은 편이 되니까, 서로 진짜 해치진 못하게 되잖아요. 게다가 오늘 보니까 서로 실력도 막상막하! 여자를 위해서’라는 로맨틱한 이유로 유혈 쬐끔 대결을 펼치는 싸나이들의 대격돌! 저같이 마음 약한 요정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꿀잼 매치!」

뭐냐 이건. 분명 선을 넘지 않는 거 같으면서도 심하게 위험한 발상의 전개! 이, 이건 그냥 둘 수 없을 정도로 너무 아슬아슬한 상태야. 이 녀석의 어설프면서도 위험한 재미추구 패턴을 바로 잡기 위해서는, 매우 세심하고 애정 넘치는 배려의 교육이 필요하겠어.

-몽몽! 끌고 가!

「윽! 이번 패턴은 괜찮을 줄 알았는데, 아이 참, 몽몽 옵빠아!」

끄으음. 지금은 일단 효율성에 입각해서 처리했는데, 계속 이러면 안 되겠지?

-몽몽. 조만간 요몽의 교육에 대해서 찐하게 작당 모의를 좀 해야 쓰겄다.

「알겠습니다, 주인님. 그런데 주인님. 요몽의 교육을 너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될 것이라 판단됩니다. 약간의 문제가 있다는 것은 인정되나, 요몽 정도로 유해 환경에 노출된 인공지능의 다른 사례에 비에, 요몽은 저희 시대 기준, 상위 6퍼센트에 랭크 될 정도로 건강성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됩니다.」

-유해, 환경? 끄음. 우째 네 말에 굵직한 뼈가 있다는 생각도 든다만, 그래도 왠지 위안이 된다. 땡쓰 몽몽.

「별말씀을.」

요몽에 비해 과도하게 바른 인공지능 몽몽까지 모습을 감추고 나서, 나는 다시 영상창에 집중해 보았다. 사실, 치열한 싸움이 일단락되어서 뒷이야기(?)에는 큰 흥미가 일지 않았으나, 현재 미국의 상황에는 은근히 나의 아줌마군황 본능을 자극하는 요소가 있는 것도 같았다.

소위 저격 궁수들의 대결은, 잘 편집된 영화로 볼 때나 스릴 넘치고 재밌는 거지, 실제로는 구경꾼들이 먼저 지쳐 죽기 십상이지. 그러니 나는 어디 ‘걔들 뭐하나 보고 와라’는 명령을 받고 온, 저 구경꾼들을 구경해 볼 거나?

먼저 도착했던 비연대 분대장 은수와 그 외 조원은 근처에서 가장 높다 싶은 나무의 가지 위에 나란히 앉아서 저격 궁수들의 보이지 않고(재미없고) 소리 없는(지루한) 암투를 하릴없이 내려다보고 있었다. 아마도 본대로부터 ‘대결 도중에 끼어들면 모두 위험해질 테니, 일단 암중에 관찰하며 보고 하라’는 명령이 내려진 모양이었다.

그건 비슷한 높이와 전망을 가진, 나무 위의 호른족 부두목과 그 외 호른족도 마찬가지인 것 같았고, 그들 역시 하릴없는 분위기였으나, 그래도 자연친화적인 부족답게 별로 지루해 하지 않는 기색이로군.

내 예상대로 먼저 침묵을 깬 것은 비연대였다. 그녀들은 잠깐 서로 눈빛과 전음을 교환하는 것 같더니, 예의 샤랄라~ 모드의 이동으로 호른족 남정네들 부근의 나뭇가지로 나비처럼 내려앉았다.

“저어, 혹시, 우리 말을 알아들을 수 있나요?”

분대장 은수가 영어로 조심스럽게 묻자, 잠시 모른 체 하려고 애를 쓰던 호른족 부두목이 결국 입을 열었다.

“나는 영어를 쓸 수 있다. 왜 말을 거는 거지?”

경사났네, 경사났어! 말이 안 통해도 어떻게든 꼬셔지는 것이 이성이거늘, 말까지 통하고, 대답을 해버렸다는 것은 이미 거의 게임셋이로세! “후후. 당신들의 여자 전사, 많이 강한가 봐요. 우리 분대장 작설, 그녀는 활로 물속의 물고기도 잡는데, 그런 그녀와 대등하게 싸우고 있나 봐요.” “우리의 다섯째, 환타도 활로 곰까지 잡은 일이 있다!”

“어머, 그래요? 정말 대단하네요? 우린 그녀에게 상대가 안 될 거 같아요!”

“무, 무슨 소리냐. 그대들도 강하다. 무엇보다 지금 환타도……………”

호른족 부두목은 환타의 강함에 대하서 설명하고, 그런 그녀와 맞짱뜨고 있는 작설을 칭찬하다 보니, 말이 더욱 길어지고 있었다. 비연대는 지들도 만만치 않으면서도 신기한 얘기를 듣는 소녀처럼 반짝이는 눈빛으로 호른족 전사들을 바라 봐 주고 있었다.

나야 세세한 대화 내용까지는 관심 없고, 분위기 흐름을 보는 건데 말이지. 이거, 이거어~ 아무래도 나의 아까 판단을 조금(?) 수정해야 할지도 모르겠는걸? 나는 아까 우리 비연대의 특성이자 장점으로 자연스러운 아름다움과 여성스러움’을 들었는데, 보면 볼수록 저 아가씨들, 아주 꾼이고 선수인 거 같아.

아직 모든 비연대원들을 전부 관찰 해 본 것은 아니지만, 십중팔구 모든 비연대원들이 저럴 것이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앞전에는 팔이 안으로 굽는다고, 가급적 좋은 방향으로 비연대를 분석했었지만, 비연대의 ‘대 남성 스킬’은 아무래도 정도가 좀 심하다는 쪽으로 생각이 기울고 있는 것이다. 대교는, 우리 짱 이쁘고 가끔은 무서운 대교는 비연대의 누구라도 과거 호초와 같은 전철을 밟게 하지 않겠다고 맹세했지. 그래서 나는 대교가 비연대을 비구니나 수녀 수준으로 키울까 봐 걱정하기도 했었고, 오늘 그게 아니라는 것을 확인하면서 어느 정도 안심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의아해하기도 했지.

나는 가끔 깜박하지만, 분명한 사실을 새삼 떠올렸고, 그건 대교가 천 년 전 비화곡의 모든 사내들을 암중에 지배했다는 여자, 취음란 각주의 수제자라는 사실이었다.

현 시대의 비연대는 혹시, 천 년 전 비연대와 비취각의 하이브리드 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