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악서생 4부 – 80화 : 블랙이 남긴 것. (1)
4. 블랙이 남긴 것. (1)
「원판! 블랙! 레인! 이른바, 원판 삼총사~!」
어둠 속에서 요몽이 힘차게 날아오르며 계속 외쳤다. 「대체 이게 뭐냐고요오!」
제기. 무심결에 저런 말을 중얼거린 것이 실수였군.
-이해해라. 내 작명 센스가 늘 그렇지, 뭐.
「아무리 그래도, 이건 너무 엄청, 디따 유치뽕짝이예욧!」
-어? 유치뽕짝? 그거 꽤 오랜만에 듣는다? 어디서 배웠냐?
「아, 그거요? 요즘 개그나 말장난도 복고가 유행해요. 음~ 또 재밌는 표현이 있었는데? 뭐였더라?」
훗. 과연 요몽. 쉽게 화제 돌리기에 걸려드네.
「아! 그보다, 주인님! 빨리 그거 취소해 주세요! 최강 럭셔리 드림팀 명칭이 그게 뭐냐고욧!」
쳇. 이번엔 만만찮네? 요녀석이 좋아라하는 원판 브라더스 얘기라 그런가? 어, 가만?
-원판 브라더스! 이건 어떠냐?
「으윽! 주인니임~!」
-그럼 꽃돌 삼종 세트, 꽃보다 원판, 맘대로 골라봐라.
「우우~ 정말 계속 이러실 거예요?」
-얌마! 내가 그 녀석들을 어떻게 부르던, 그게 그 녀석들 족보에 오른다거나, 하여간 정식 명칭도 아닌데 뭘 그리 난리냐?
「그야, 주인님의 은근 집요한 성격 때문이죠. 주인님께선 뭔가 이상한 이름이나 명칭을 만드시고는, 그걸 계속 끈질기게 사용하셔서 결국은 다른 사람들까지 익숙해지게 만들어 버리시잖아요.」
-그게 내가 사실 그런 측면이 없지 않다고 생각은 한다만… 으음. 알았다, 알았어. 그 녀석들에게만 이라도 내식으로 별칭을 붙이지는 않으마. 「진짜죠? 약속 하시는 거죠?」
요몽은 나와 손가락 걸고, 도장까지 찍고 나서야 얼굴을 풀고 헤헤 거렸고, 나는 쩝, 쓴 입맛을 다셨다.
하지만, 원판 삼종 세트’라는 표현은 포기하기 아쉬운데… 으음. 그래도 앞으로는 속으로만 생각하고, 발설은 더 조심하는 것이 정신건강에 좋으려나? 요몽 녀석이 원판 삼종 세트의, 소위 럭셔리 성을 지키려는 각오가 대단한 거 같으니 말야.
「주인님.」
흠. 몽몽은 역시 요몽과 달리 차분한 분위기로 나오는군.
「운기조식을 끝내셔서 요몽을 막지 않았습니다만, 휴식에 지장이 있었다면 죄송합니다.」
-훗. 괜찮아. 그보다, 오는 거냐?
「그렇습니다. 6분 이내에 현재 위치로 도착 예정입니다.」
나는 눈을 떴고, 내 옆에서 나와 같은 자세로 운기조식 중이던 대교도 살포시 눈을 떴다. 우리가 함께 결가부좌를 틀고 앉아 있는 이곳은 고요의 저격수이자, 념력자였던 블랙 녀석의 섬이며, 나와 대교가 처음 상륙했던 해변 모래사장이었다.
몽몽에 따르면, 이 섬의 거의 대부분이 소위 ‘행성 에너지 사각지대’인데, 묘하게도 이 작은 해변 모래사장 구역만이 기의 흐름이 괜찮은 편이었다. 그래서 우리 커플이 여기서 짧게라도 운기조식을 하면서 원판 녀석을 기다리고 있었던 건데… 흠. 저건가?
뭔가 오는 느낌의 방향으로 고개를 돌려보니, 두 개의 커다란 프로펠러로 기동하는 수송용 헬기가 이쪽으로 날아오고 있는 중이었다. 지금은 블랙이 나와의 결전을 구실로 자살쇼와 함께 사라지고난 후, 한 시간정도밖에 지나지 않은 시점이지. 놈들도 나름 서둘러서 성의를 보여주는 셈인가?
잠시 후.
우리로부터 몇 십 미터 떨어진 지점에 착륙한 헬기의 문이 열리자, 반가운 얼굴로 웃고 있는 꼬마 ‘초롱이’가 폴짝 뛰어내렸다.
“유준 아저씨이~”
날 부르며 달려온 초롱이를 기쁘게 맞이하여 머리를 쓰다듬어 주고 있자니까, 비로소 원판과 몇 명의 인물들도 헬기에서 내려, 이쪽으로 오고 있었다.
원판의 껌딱지 비서 란, 그리고 간만에 보는 ‘론’ 중령과 ‘도홍’ 대령이네. 도홍은 늘 감정을 잘 드러내지 않는 편이지만, 오늘은 론도 다른 때보다
무표정에 가깝게 굳어있는 느낌이군. 여전히 나와 싸우고 싶은데도 오늘은 그럴 기회가 원천적으로 막혀있어서 그러려나?
“유준 형님.”
원판이 녀석답지 않게 조심스럽게 날 부르고는, 초롱이를 내려다보며 말을 이었다.
“이 아이, 초롱이를 데려온 의미를 잘 아실 것입니다.”
그래, ‘애는 내가 잘 키울테니, 양육비나 꼬박꼬박 보내라’는 대사가 왜 입에서 맴돌지? 나란 놈도, 참.
내가 썰렁대사를 참고, 침묵을 지키고 있자, 원판은 쓴웃음을 지으며 초롱이에게 말했다.
“초롱, 너는 이제부터 정식으로 프리메이슨을 떠나, 여기 진유준님과 함께하게 된다.”
“산드라 언니는요?”
“산드라, 아니 남은 에레보스 멤버 모두가 마찬가지다.”
약간 애매했던 초롱이의 표정이 비로소 환하게 밝아지며 내 손을 잡아왔다.
“유준 형님. 오늘은 이정도로 마무리하도록 하겠습니다.”
슬쩍 대교를 보니, 그녀도 초롱이를 내려다 보며 다정한 미소를 머금고 있었다.
“원판. 뭐 좀 묻자.”
나도 결국 약간 인상을 풀며 입을 열기 시작했다.
“에레보스 말인데, 사실은 ‘암살단이 아닌거지?”
“제가 알기로는 암살단이 맞았던 모양입니다. 현재의 멤버들이 아닌, 초기의 에레보스는 말입니다.”
역시 그랬군. 이 초롱이는 물론이고, 내가 접한 에레보스 녀석들 모두가 암살단 같지가 않았던 것은 위장이 아니었어.
“초기의 진짜 암살단이 어찌 되었는지는, 저도 알지 못합니다. 어느 시점에서인가 현재의 구성원들로 대체되었다는 사실도, 저 역시 오늘에야 알게 되었고 말입니다. 이러한 사항을 포함한 저간의 사정을 지금 바로 알려드리지 못함을 이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이해나 마나, 난 솔직히 오늘 블랙을 성공적으로 탈주 시키고, 초롱이까지 빼낼 수 있게 되어 룰루랄라 신나는 기분이야. 거기다 덤으로(?) 다른 에레보스 놈들까지 포기해 준다니, 그야말로 대만족…이기는 하지만, 그걸 티낼수야 없지!
“알겠다. 오늘일은 이정도로 끝내지.”
나는 마지못해 이해해준다는 태도로 말하다가, 문득 생각났다는 듯 덧붙였다.
“아, 넌 기왕 왔으니까, 애들과 인사라도 하고 가라.”
나는 뒤쪽으로 전음을 보냈고, 곧바로 내 뒤쪽 모래사장 위로 스으으- 수십 명의 인형이 유령처럼 모습을 드러냈다. 레인을 중심으로 모여 선 CR아그들의 몸과 기척까지, 완벽하게 감춰주고 있었던 것은 당연히, 투명화 능력의 소녀 ‘소냐’였다.
“아!”
란이 작게 탄성을 울렸고, 론과 도홍도 흠칫 놀라는 것 같았다. 원판만이 예상대로 별다른 기색 없이 잔잔하게 쪼갰다. CR아그들도 얼마 전에 이미 원판과 재회했었기에, 다들 가벼운 깜짝쇼 장난을 친 듯 싱글거리며 웃고 있을 뿐이었다.
그렇지만… 저 녀석, 레인, 레인만은 원판과 전화 통화 한 번 했을 뿐, 이렇게 직접 재회하는 건 처음이지? 저 녀석은 지금… 흐음. 일단 겉으로는, 저 녀석도 원판처럼 조용히 웃고만 있군.
“마스터.”
먼저 입을 연 것은 레인이었다.
“오랜만입니다.”
“그래. 그렇구나.”
옆에서 보기엔 다소 밋밋한 인사만 주고받고는, 그대로 말없이 서로 쿨한 척 쪼개기 경쟁(?)만 하고 있네, 그려. 원판이야 원래 저런 놈이라고 해도, 레인 녀석도 지난번에 전화 통화하면서 보였던 격정적 감정을 잘도 내색하지 않는군.
“레인.”
이번에는 원판이 먼저 레인을 불렀다.
“너와 모두가 즐거워 보이는구나.”
“예. 그리고 앞으로도 그럴 것입니다.”
“그래, 유준 형님과 함께라면 그럴 수 있을 것이다.”
응? 나? 이 녀석, 왜 날 끌고 들어가? 애들과 잘 노는 천음마군이라면 몰라도.
“예, 이 분은 당신의 ‘그’이니까요?”
윽! 뭐, 뭐야? 레인은 또 뭐라는 거야?
난 인상을 긁으며 두 녀석에게 번갈아 갈구는 시선을 보내 봤지만, 두 녀석 다, 계속 지들끼리만 쪼갬을 교환하면서 날 무시하고 있었다.
「오오~ 역시 레인씨, 아니 레인군도 알고 있군요. 원판씨의 주인님을 향한 애틋하고 절절한 마음을…
-몽몽……..
「앗!」
요몽은, 몽몽의 은빛 오랏줄에 포박되어 구금되었고, 난 아무래도 안되겠다 싶어, 더욱 인상을 구기며 나서려 했다. 하지만 한 발 먼저 원판이, 스윽-
몸을 돌려 버렸다. 놈은 고개만 내 쪽으로 조금 돌려보며 말했다.
“유준 형님. 앞으로 한 달 정도는 우리 측의 움직임이 없을 것입니다.”
응? 한 달? 공식적으로, 그 정도 기간 동안 서로 머리 좀 식히자 이건가?
“제 일정은 불확실합니다만, 귀가가 늦어지게 되면 큰 이모님께, 제가 직접 연락드리겠습니다. 편안한 시간되시길.”
“어, 그래. 그래야지.”
쳇. 저 녀석이 울 엄니를 언급하는 바람에 애매하게 반응하고 말았네.
원판은 란을 비롯한 수하들과 함께 깔끔하게 돌아서서 헬기로 가버렸고, 나도 비교적 기분 좋게 레인과 CR아그들 쪽으로 돌아섰다. 막판에 약간 원판 페이스로 마무리 된 듯도 싶었으나, 기분이 다운될 정도는 아니었다.
원판 녀석, 끝내 레인과 CR아그들의 각성에 의한 용모 변화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고 갔군. 적어도 이 레인에게만은 한마디 할 줄 알았는데 말이지.
레인은, 지금 각성 캡슐에 들어가기 전과는 너무나 달라져있다. 우선 나이부터 사십대 중반쯤으로 보이던 얼굴이 이십년 이상 어려진 청년, 아니 소년에 가까운 얼굴이 되어있다. 물론 다른 많은 CR들도, 나이에 맞지 않는 외형을 가지고 있던 아이들은, 본래 나이에 가깝게 변했거나, 지금도 변하고 있는 중이라고 했다. 그럼에도 레인이 특별한 것은, 녀석이 심하게 ‘원판화’ 되었기 때문이었다.
내가 처음 레인을 만났을 때는, ‘별 특징 없는 보통 외모’ 정도로 인식했었지. 그런 녀석을 어느 순간 ‘원판을 닮았다’고 느꼈던 것은, 분위기나 뿜어내는 기운에서 그런 것을 느꼈던 것일 뿐, 실제 외모가 그런 건 아니었어. 그런데 각성하면서 잠들어 있던 원판의 유전자가 깨어나 버린 걸까? 지금은 정말이지 원판과 너무 닮은 녀석이 되어버렸어. 그래서 요몽 녀석이 열광하는 거고… 으음, 일단 이 얘긴 이쯤에서 접자. 다른 일처리도 많이 남았으니 말야.
-몽몽. 에레보스들은?
「환영의 천사 아라크네와 헬게이트 아담, 두 사람을 제외한 모든 멤버들이 세 번째 섬에 모여서 대기 중입니다.」
흠. 아라크네와 아담 남매는 일찌감치 잠적하고 싶다고 했으니까, 그렇다 치고, 다른 멤버들은 현재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일단 내 얘기를 들어보고 앞으로의 일을 결정하고 싶은 모양이군.
“이봐, 레인, 비화리 원판네 아들래미!”
후후. 녀석, 답지 않게 살짝 얼굴을 붉히는군.
“닥터 제이 촌장댁 초롱이를 좀 봐줘야겠다. 요 꼬마 아가씨의 특수 능력은… 음, 너라면 알 수 있겠지?”
“아, 예. 어린데도 저희들 누구보다 강력한 텔레파시스트인 것 같군요.”
역시 바로 알아채는구먼.
“초롱아. 산드라를 포함한 에레보스 전원이 나와 면담이랄까, 할 얘기가 좀 있거든? 그러니까 여기 이 친구들과 함께 잠시 있어줄래? 얘기 끝나는 대로 산드라를 제일 먼저 보내 줄게.”
“응. 알았어요, 유준 아저씨. 그리고 저도 컨피던셜 레이더스를 알아요. 닥터 제이가 많이 얘기해 주었거든요.”
초롱이는 닥터 제이로부터 들었던 CR들 기억을 떠올리며 녀석들의 면면을 살피기 시작했고, CR들도 초롱이에게 호기심과 호감을 동시에 느끼고 있는 기색이었다.
“자, 이제 모두 흑해1호로 돌아가서 쉬고들 있어.”
잠시 후.
나와 대교는, 다시 아쿠아린 형제의 초고속 물살이 밀어주는 보트로 세 번째 섬을 향했다. 지난밤에 뱀파이어 커플과 싸우기 위해서 방문했을 때, 산드라가 서 있던 해변에 에레보스 멤버들이 떼 지어 옹기종기(?) 모여 있었다.
「주인님. 현재 이 섬의 영상 장비와 네트워크망은, 코드명 토르의 강력한 전격(電擊)에 의해 파괴된 상태입니다.」
훗. 토르 녀석, 산드라를 통한 나의 부탁을 잘 들어 주었군.
“하이~ 토르. 약속을 못 지켜서 미안해.”
나는 섬에 상륙하여 모두의 앞에 서자마자, 토르에게 먼저 그렇게 인사 및 사과를 했다. 마지막에라도 녀석과 싸우러 간다고 했는데, 이렇게
녀석과는 싸워보지도 못하고 결말이 났으니 말이다. 커다란 바위에 등을 기대고 선 토르는 시큰둥하게 입을 열었다.
“상관없어. 나도 오늘은 싸울 기분이 나지 않았어.”
「어멋? 밀당이 아니었나봐?」
요몽 녀석, 철저하게 감금된 건 아니었나? 가상의 문을 만들어 빼꼼히 열고 고개를 내미는군.
“훗. 토르, 네가 나와의 싸움에 적극적이지 않는 모습을 보고, 내 수하 하나는 그것도 작전 일거라고 했었는데 말야. 사실은 정말 싸우고 싶지 않았던 거군.”
토르는 여전히 시큰둥하면서 삐짐 모드로 바다 쪽을 노려보며 중얼거렸다.
“난 물이 싫어. 끔찍해. 그런데 캡틴이 하필…….”
물을 끔찍하게 싫어하는 이유는 모르겠지만, 그런 녀석에게 바다 위의 싸움터는 더욱 끔찍하긴 했겠군.
「아하~! 토르씨는 물 트라우마가 있었구나! 그런데 주인님은 아까 토르씨한테 빨리 싸우고 싶으면 네가 헤엄쳐 오라’고 하셨었지요? 삐칠만
했네요.」
그러고 보니, 그랬었군. 그래도 그렇지, 화내는 패턴이 기본 이미지와 너무 안 어울리는 녀석일세.
나는 토르가 물을 싫어하는 이유가 궁금했지만, 개인 프라이버시를 캐묻기도 좀 그래서, 참기로 했다. 내 시선은 토르에 이어, 아직 싸워보지 못한 또 한 명의 에레보스, ‘신의 전차’로 향했다.
신의 전차…! ‘빅 고램’이라 불리는 ‘론’ 중령보다도 큰 거구에 강인한 인상의 얼굴, 가로막는 모든 것을 분쇄해 버릴 정도의 파괴력을 가졌다는 이 백인 남자의 이미지는 코드명 신의 전차 그대로이지. 그런데 나는 지난번에 서울에서 처음 만났을 때, ‘은근 두뇌파’라는 느낌도 받았었어. 아까 초롱이를 기다리면서 잠깐 보았던 신의 전차와 CR아그들의 전투를 생각해보면, 역시 이 남자는 론 같은 단순 파이터는 아닌 거 같았지?
“그쪽에게도 미안하게 되었소. 어쩌다보니 당신 한 사람에게, 많은 아이들을 보냈었으니 말이오.”
“신경 쓰지 마시오, 진유준씨. 난 상관없었소.”
흠. 실제 목소리는 처음 듣는데, 역시 론과 달리 차분한 느낌을 주는 목소리로군.
“그 아이들은 동시에 몰려오긴 했지만, 하나씩 순서까지 지키며 덤벼들었으니 말이오.”
실제로 CR아그들은 나름 신사도를 지킨답시고, 한꺼번에 덤벼들지는 않았던 모양이었다. 그러나 그 철부지 녀석들은 싸울 차례를 정하느라, 이 남자 앞에서 가위 바위 보를 하며 히히덕거렸다. 그건 누구라도 열 받을 일이었을 텐데, 이 남자는 그때의 영상 속에서처럼 지금도 빙긋이 웃고 있다. CR아그들 떼거지나, 내 앞에서도 여유를 가질 수 있을 정도의 강자? 뭐, 물론 그런 강함도 가지고 있기는 한 거 같지만, 그보다 근본적인 무언가가 이 남자에게는 있어. 그건 뭐랄까, 나 같은 대한민국 모범 청년에게 특히 더 잘 통할 거 같은… 으으음. 이거 공연히 조금 난처하네. 그냥 대놓고 물어봐 버릴까? ‘당신, 착한 남자지?”라고 말야.
“그, 뭐냐. 신의 전차 당신은… 음, 본명이 뭐요?”
쯧. 결국 정석적으로 이름부터 묻고 말았네.
“길모르.”
흠. 뭔가 독특한 이름이군.
“에레보스의 일원이 되기 전에는, 보통 ‘길 반장’으로 통했소. 닥터 제이가 그렇게 불렀기 때문이오.”
별명이 길 반장? 통 반장은 아니고? 하여간 닥터 제이 그 양반, 작명 센스는 거의 내 수준… 응? 가만? 닥터 제이?
“자, 잠깐. 닥터 제이? 그럼 설마 당신도 CR아이들과 같은 연구소의 실험체 출신?”
나는 놀라서 물었지만, 신의 전차 ‘길모르’는 고개를 저었다.
“난 닥터 제이가 DP의 연구소를 맡기 전에 함께 있었소. 그리고 그때의 난, 그의 실험체가 아니라, 동료였지.”
에? 이건 또 뭔 소리야? 닥터 제이와 어디서 함께 있었는지는 그렇다 치고, 실험체가 아니라 ‘동료’? 그렇다면 이 남자, 사실은 과학자였다는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