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악서생 4부 – 82화 : 블랙이 남긴 것. (3)
4. 블랙이 남긴 것. (3)
「주인님? 그건 왜 갑자기 꺼내셨어요?」
-아니, 그냥 문득 생각나서.
「아참, 그 총알에도 글자가 새겨져 있었어요.」
요몽의 말 때문에, 새삼 좀 더 자세히 살피며 총알을 돌려보았더니, 한쪽 구석에 알파벳으로 여겨지는 글자가 보였다.
-또 M 혹은 W? 이건 아라크네의 섬에서 맞을 뻔했던 돌멩이에도 있었던 글자잖아? 그전에 두 번째 섬에서 공격받았던 조개껍질에는…….
「S. S였어요.」
-SMM? 아니면 SWW? SMW? SWM? 이건 도무지… 아, 몽몽. 너도 왔냐?
어느 사이 나타난 은발 소년 모드의 몽몽이, 허공에 네 개의 영상을 띄웠는데, 그것도 전부 알파벳이었다.
-뭐야. 내가 본 게 다가 아니었어?
「그렇습니다, 주인님. 코드명 블랙이, 념력자로서 대교님에게 공격을 가해 올 당시, 쓰여진 탄환 중에도, 이러한 문자가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요몽은 내가 확인했던 문자와 모르고 있던 문자를, 하나하나 카드화 한 영상으로 허공에 늘어놓았다. 전부 일곱 자의 알파벳인 것처럼 보였다. S,M(W). O,L,A,L. M(W).
「문자 간의 간격은, 스캔 확인된 시점 별로 구분한 것입니다.」
으으음. 글자 수가 늘어나니까, 뭔가 단어가 될 거 같기는 한데, 그래도 모르겠네. 블랙 녀석, 어차피 같은 편이었으면서, 뭐 하러 이렇게 어렵게 암호로 메시지를 남긴…걸, 탓하기 전에, 에고야. 나도 나지. 이걸 왜 잊고 물어보지 않았었지?
「죄송합니다, 주인님. 메시지 발견시의 특수 상황을 감안한다 해도, 저의 보고 미비를 인정합니다.」
-아니. 네 잘못만은 아니야. 나도 이걸 계속 잊고 있었던 건 아닌데, 섬에 도착해서 한참 싸울 때는 신경 쓸 겨를이 없었고, 블랙 녀석에게서 이 총알을 받을 때도 녀석의 변신 능력 까발리기 바빴어.
난 쓴웃음을 지으며 덧붙여야했다.
-가장 결정적인 건, 블랙의 화염 속에서 안심하고 대화할 수 있는 상황이 되었을 때도, 이걸 기억하지 못했었다는 점이지. 그땐 녀석의 위장 자살을 돕는 것만 신경을 쓰느라… 끄음. 몽몽. 이제라도 그 녀석에게 연락할 방법이… 없지?
「현재로서는 그렇습니다.」
이것도 에고야,로군. 녀석은 그때, ‘나중에 제가 어떤 형태로든 연락드리겠습니다.’라고 했고, 나도 철저한 보안을 위해서는, 미리 연락망을 마련하지 않는 편이 좋겠다고 생각해서 자세히 묻지도 않았어. 젠장, 이렇게 금방 연락이 필요하게 될지는 정말 몰랐네.
「주인님! 주인님께선 블랙씨와 텔레파시 대화도 하셨었잖아요. 그걸 다시 해보시면 안될까요?」
-요몽. 난 텔레파시 능력을 쓸 수 있게 된 것이 아니잖아. 난 텔레파시 능력자라면 읽을 수 있을 정도의 소위 ‘겉마음’ 만을 내보낼 수 있게 된 거야. 블랙과의 일을 겉마음에 실어 보내면, 프리메이슨의 초능력자들이 얼씨구나하고 다 엿들을 걸?
「에궁, 그렇구나. 그럼 레인은요? 레인군은 블랙씨와 쌍둥이 형제라서 언제라도 서로 통할 수 있지 않을까요?」
-아마도 그럴거야. 그래서 내가 블랙에게, 굳이 ‘앞으로 어떻게 연락할 거냐?”라고 묻지 않았던 것이기도 해. 하지만, 블랙이 애써 자살쇼까지 해서 잠적한지 얼마나 되었다고, 벌써 텔레파시전화 때리는 건 좀 그렇잖냐?
「우음~ 그것도 그렇긴 하네요. 원판씨나 닥터 제이 같은 두뇌파들에 비해서, 주인님은 너무 조급하고 없어 보일지 모르겠어요.」
-얌마. 이건 체면 차원이 아니라, 어디까지나 보안상… 큼. 암튼, 이건 닥터 제이에게 묻는 것도 내키지 않아.
「주인님. 만약 이 문자 암호가 시급한 해독이 필요한 사항을 담고 있다면, 블랙측에서 먼저 직접적인 전달을 택했을 것입니다.」
-그래, 몽몽. 아무래도 천천히 풀어도 상관없으니까, 그렇게 간 거겠지?
「그럴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됩니다.」
-그래. 그러니까 우리, 블랙의 암호 메시지는 천천히 자체적으로 해결해보자.
몽몽과 요몽은 거의 동시에 ‘알겠습니다.’라고 했지만, 요몽은 벌써부터 한숨을 포옥 내쉬고 있었다.
「에효~ 전 이렇게 직관적, 주관적 분석이 필요한 암호는 쥐약이라, 주인님께 도움이 될까 모르겠네요.」
요몽 녀석, 나름 기특한 고민을 하는군. 끄으음. 근데 나도 막막하긴 하네. 몽몽과 요몽은, 벌써 블랙의 문자들을 전부 알파벳인 것으로 상정했을 때,
조합 가능한 단어 리스트를 내놓고 있지만, 아직은 당최 감이 안 오네.
-저어, 오라버니.
-어, 대교, 미안, 우리끼리만 너무 떠들었나보다.
-후후. 그런 건 신경 쓰지 마세요. 전 우리 마군황 패밀리의 최고 두뇌파들이 하께 머리를 맞대고 상의하는 모습을 보는 것이 좋았어요.
r와아! 대교님, 감사해요. 저도 두뇌파로 봐주시는군요!」
요몽은 물색없이 기뻐했지만, 나는 상당히 민망하고 부담스럽기도 했다.
우띠. 대교가 이렇게 나오면 더더욱 우리 힘으로 암호를 풀어야 하잖아. 솔직히 정 안 풀리면 그냥 닥터 제이에게 슬쩍 물어 보려고 했는데 말야. -하지만, 오라버니.
응? 대교가 왜 이렇게 묘하게 웃는 거지?
-오라버니께선, 지금 중요한 한 가지를 잠시 잊고 계신 거 같아요.
뭐, 뭐지? 나나 몽몽도 놓친 암호의 키포인트를, 대교가 알고 있단 말인가?
-오라버니, 우리가, 오늘 거둔 것은 승전,이에요.
에? 어랏? 그, 그러고 보니, 그러…네?
우린 오늘, 벼르던 에레보스와의 결전에서 압승을 거둔 상황이다. 그 결과로 에레보스라는 막강 멤버들을 확보했으며, 프리메이슨측으로 부터 한 달간의 ‘깨갱’ 선언도 받아냈다. CR아그들의 성공적인 각성 및 데뷔전도 축하해야 마땅한 일이다.
그런데도 나란 놈은, 어쩌자고 이렇게 칙칙하게 뒤처리에만 몰두해 있었던 거지? 물론 아직 에레보스 멤버들 모두가 우리 쪽 합류 의지를 확실하게 보인 것도 아니고, 블랙 놈 암호 메시지도 궁금하고, 뭐, 그렇기는 하지만… 에이~ 몰라! 식상한 표현이라 싫지만, 이번엔 정말, 나답지 않았어!
-몽몽! 블랙의 암호 메시지 같은 거, 최소한 오늘은 봉인! 무슨 뜻인지 알지?
「알겠습니다, 주인님. 즉시 자룡대주에게 주인님의 뜻을 전하겠습니다.」
「오예~」
요몽이 먼저 기쁨의 비행을 시작했고, 그런 녀석을 기분 좋게 보고 있는 대교의 미소가 새삼 너무나 사랑스러웠다.
얼마 후,
계속 ‘수송선’ 분위기였던 흑해1호는, 어느 사이에 시끌벅적한 파티가 열린 ‘유람선’이 되어있었다. 나와 대교가 조금 늦게 갑판 위로 나오자, 다들 술병이며 음료수 병을 들어 올렸고, 동시에 건배를 하고나니, 분위기는 더욱 업되기 시작했다.
그러고 보니, 난 이렇게 밤바다를 항해하는 배에서의 선상 파티는 처음이네? 울 이쁜 대교 아니었으면, 두고두고 후회할 뻔… 음. 파티 전문가(?) 아가씨가 납시는군.
“자룡대주. 이젠 좀 괜찮아?”
내가 전투 개시 일정을 앞당기는 바람에, 피로회복제와 숙취해소 드링크를 나발 불며, 여기까지 왔던 자룡대주였다. 하지만 지금은 말끔상큼한
얼굴로 웃고 있었다.
“후후~ 천주. 저는 물론이고, 전날 마신 술 때문에 오늘의 승전파티를 즐기지 못할 지하무림인들은 없습니다.”
“그거, 다 같이 지켜내야 할, 매우 바람직한 전통이로군.”
나와 대교, 자룡대주는 각자의 술잔과 맥주캔을 부딪치며 함께 웃었다.
“실은, 다들 처음에는 직접 전투에 참여하지 못하는 것을 아쉬워했었습니다.”
다른 이들은 몰라도, 천음마군과 전황마군은 그랬을 것 같군.
“하지만, 모두들 자신이 직접 전투를 치른 것 이상으로 흥분해서, 천주와 천모의 싸움을 지켜보게 되었습니다.”
자룡대주는 말하면서 어딘가로 시선을 옮겼으며, 그쪽의 갑판 위에는 100인치가 훨씬 넘어 보이는 대형 모니터가 설치되고 있었다.
“그것은, 저희들 모두 천주와 천모의 전투를, 이렇게 낱낱이 볼 수 있었던 경험이 처음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러고 보니, 정말 그랬겠네. 나와 대교, 그리고 오늘 정도 수준의 적들이 전력으로 격돌하는 싸움은, 누구라도 모든 움직임을 따라잡기 어렵지.
프리메이슨 놈들의 중계방송을 허용했던 건, 다른 이유 때문이었지만, 이 몹쓸 마군황 만나서 항상 고생인 내 수하들에게, 서비스 영상이 되기도 했던 거군.
“아~ 준비가 끝난 모양입니다. 후훗, 그럼 전 이만 실례하겠습니다, 천주.”
끄음. 생방송 다 봐놓고, 재방송에도 이렇게 눈빛을 반짝이며 또 보러 간다니까, 왠지 좀 쑥스럽고 부담스럽기도 하구먼. 대교야 그 어떤 각도로 찍혀도 카메라빨 환상이겠지만, 나는 솔직히 주연 마스크라고 자신하기가…….
“잠깐만요, 자룡대주!”
응? 대교가 왜 자룡대주를 불러 세우지?
“저도 함께 가요. 이번 싸움을 보면서, 자룡대주에게 들려주고 싶은 얘기가 생각났어요.”
어, 어랏?
대교가 ‘다녀올게요’라는 표정이어서, 얼결에 고개를 끄덕여 보였지만, 나는 그야말로 얼결에 따 당한 기분이 들었다.
이런 제기. 다들 영화(?) 관람에 몰두하게 되면, 난 대교와 오붓하게 밤바다를 바라보며 데이트 기분 좀 낼까했더니, 대교가 배신을 때려 버리네? 자룡대주에게 경공도 전수해주고 그러더니, 이제 자룡대주를 완전 자기 제자로 여기게 된 건가? 아니면… 음?
대교는 자룡대주와 함께 내게서 멀어지다가, 문득 생각났다는 듯 고개를 돌려 나를 보며 살며시 미소를 그렸다. 난 그제야 그녀의 마음이 느껴졌다. 쳇. 저 영특쟁이 아가씨, 주변 상황을 이렇게 잘 흘러가도록 유도한 다음, 내게 혼자 생각할 시간을 주는 거구나. 내 성격상, 마음에 걸리는 일을
남겨놓고 승전 파티나 어떤 상황도 맘 편히 즐기지 못할 거라고 생각해서 말이지.
나는, 결국 혼자 싱거운 웃음을 피식거리며, 걸음을 떼기 시작했다.
-몽몽.
「예, 주인님.」
-나, 생각 바꿨다. 마음에 걸리는 일들을 뒤로 미루기보다, 당장, 후딱 해치워 버리기로 말이야.
「속도 조절을 권고합니다만, 기본적인 방침에는 찬성합니다.」
-먼저, 바로 너, 몽몽.
나는 선내로 들어가는 출입구 손잡이를 잡으며 말을 이었다.
-난 요즘 네가 여러모로 업그레이드된 건 알겠는데, 한편으로는 뭔가 좀 불안정한 느낌이 들기도 했어, 너 스스로는 어떻게 생각 하냐? 몽몽의 대답은, 조금 사이를 두고 흘러나왔다.
「인정합니다. 저는 현재, 소위 ‘생각이 너무 많은’ 상태입니다. 그로 인해 주인님 서포트에 문제가 발생했음을, 주인님께서 인식하실 정도였다면, 시스템을 CR각성 프로젝트 이전으로 되돌리는 방법도…….」
-아니, 지금 그게 문제였던 거 같다.
「예?」
-자신의 내면 변화에 대한 두려움…! 그게 바로, 네가 생각이 과도해진 이유일지 모른다는 거야. 음~ 그런 고민 선배로서 뭔가 해주고 싶은 말이 떠오르기는 한데, 그만두련다. 대신, 다음에 다시 시간 내서, 찐한 인생 상담 한번 해보자, 오늘은 여기까지.
「여기까지 입니까?」
-그래. 이게 진유준식 상담이지. 상대의 문제만 상기시켜주고, 뒤로 빠지기.
「다소 심술궂어 보이기도 하지만, 실제 정신 상담 기법 중의 하나를, 주인님 식으로 특화하신 듯합니다. 그런데, 이럴 때는 ‘부러움’이라는, 인간적 감정 패턴이 발생합니다.」
-에? 뭐가 부러워? 설마 내 사악함이?
「그런 것이 아닙니다. 주인님께선 지금 대교님과의 긍정적인 감정과, 사고 교류를 통해서 현재와 같은, 유연하고 효율적인 두뇌 활동 패턴을,
이끌어내신 상태입니다.」
이건, 내가 대교 덕분에 마음의 여유가 생겨서, 안돌던 머리가 조금은 더 잘 돌아주는 상태라는 얘기군.
「이는, 저에게 불가능한 시스템보정 패턴입니다.」
-에이~ 뭘 그래, 몽몽, 너에게도 페트라 부대주가 있…….
「주인님!」
허어~ 이 녀석 보게? 이 주인님에게 핏대 올리는 목소리를 낼 줄도 알게 되었네?
「아, 죄, 죄송합니다.」
-훗, 됐다. 이 얘긴 이쯤에서 접기로 하자, 난 네가 뭔가 알 수 없는 상태일까봐 걱정했던 건데, 얘기해보니까 걱정할 필요 없겠어. 그러니까, 이제 다음 처리 안건으로 넘어가자구.
몽몽과 나름 진지한 대화를 나누다보니, 어느 사이에 나는 우리 선실에 도착해 있었다. 나는, 내 침대에 길게 누워 눈을 감았다.
-에레보스 멤버들 상황을, 다시 체크해 보자.
난 몽몽이 띄워주는 여러 개의 영상 창을 보면서, 먼저 몇 명을 솎아냈다.
시그마와 산드라, 여전히 CR들과 어울리고 있는 초롱이를 흐뭇하게 보고 있는 이 뱀프 커플. 이들이 블랙에게 얽매여있던 이유는 이제 완전히 사라졌어. 그러나 이들이 진짜 두려워하는 필립 녀석이, 12인의 사도들 중의 하나인 혼돈의 사도인 이상, 이들에게 날 도와 싸우라고 할 수는 없겠지. 그러니까, 이들은 일찌감치 전력에서 제외.
부식의 인어 갈라테아도, 빠르게 결정된 케이스였다. 인어의 약하고 여린 심성도 문제지만, 만약 정말로 진짜 인어가 맞다면, 그게 더 큰 문제였다.
아무래도 범세계적, 혹은 범바다적 희귀보호종이지 싶은 것이다.
신의 전차 길 반장, 이 양반은 앞의 세 명과 달리, 오히려 거의 확실하게 우리 편에 서서 큰 전력이 되어 줄 거 같아서, 추가 관찰 대상에서 빼기로 한
거야. 닥터 제이와의 인연을 스스로 밝힌 것만 봐도 그렇고, 만약 다른 생각을 하고 있다고 해도, 닥터 제이가 알아서 꼬드겨 줄 거 같지?
그렇게 제외된 네 명을 빼고, 다른 네 명의 멤버들의 현재 상황을, 얼마간 더 지켜보았다. 전격의 악마 토르, 겨울의 여왕 나타샤, 침묵의 유령 사사키, 금빛의 요정 프리제타, 이들 중에서 겉도는 건, 토르 한 명뿐이었다.
그러고 보니, 왠지 나도 토르 녀석만 계속 엄배덤배 상대했었던 거 같네? 미안해서라도 이제 관심을 더 가져줘야… 하는 건, 하는 건데… 으으음. 이거 또 미안하게도, 다른 생각이 자꾸 나네 그려. 블랙 녀석…! 떠나면서 에레보스들처럼 강력한 전력을 남겨 준 것은 좋은데, 거기다가 웬 문자 암호까지 남겨서, 이 몸의 맷돌을 피곤하게 하는 거냐.
-몽몽. 영상 모니터 끄고, 블랙의 문자 암호 좀 다시 보여줘.
S,M(W). O,L,A,L. M(W).
쳇. 보기만 해도 살짝 짜증나려고 하네. 딱 봐도 그냥 알파벳으로만 이루어 진거 같고, 그래서 무지 머리 좋은 작가들이 쓴 추리소설에 나오는, 그런 엄청 복잡하고 의미심장한 암호들에 비해서는 쉬워 보여. 난 천우신이 남긴, 천 년 전의 암호를 푼 적도 있기는 하지만, 그건 천우신과 나만의 공통 기억이 있어서 가능했던 거야. 그러나 블랙과 나 사이에 그럴만한 기억이 있나?
오래 생각할 것도 없이, 그냥 ‘없다. 그딴 기억은’ 이다. 블랙과의 과거 기억, 추억을 공유할 만한 이들은 닥터 제이와 원판인 것이다.
그런데 그 녀석은 왜 나한테… 응? 나한테…? 나한테만? 가만? 왜 난 계속 블랙이 나한테만 메시지를 남겼다고 생각했던 거지?
블랙은, 분명 오늘의 자폭쇼를, 아무에게도 알리지 않았다고 했다. ‘아무에게도’라고 하는 건, 당연히 닥터 제이와 원판까지 포함한 거다. 그렇다면 이 암호는 혹시, 그 두 사람에게 전해지길 바라고 남긴 것일 수도 있는 것이다.
아핫, 그래. 생각해 보자. 닥터 제이나 원판, 혹은 나까지 포함해서, 우리들에게 필요한 정보는 무얼까? 우리 모두에게 중요한 무언가는… 어? 가만? 이거 혹시, 혹시 그거?
-몽몽! 이 문자들을 내가 말하는 대로 선택해서 순서대로 재배치 해봐!
곧바로 문자들이 스스슥- 움직여서 내가 원하는 단어가 되고 있었다.
SWALLO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