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악서생 4부 – 94화 : 최악의 뱀파이어.(3)
8. 최악의 뱀파이어.(3)
“이럴 수가! 설마 이정도일 줄은…….”
사신 S를 올려다보며 흘리는 웨인의 음성에는 어쩔 수 없는 공포가 배어있었다.
이거, 조금 당황스러운 건 나도 마찬가지야. 제대로 발동한 S의 마력이 내 예상까지 뛰어넘는 거야, 어쨌든 우리 편이니까, 나중에 따져도 되겠지. 그런데 우리 S행님이 왜 저렇게까지 빡 돌아있는 걸까?
-요몽. 어째 S가 심하게 오버하는 거 같다?
-어, 그게요. 이쪽으로 날아오면서 상황을 궁금해 하길래, 제가 저 웨인이라는 뱀프와 주인님과의 대화를 그대로 전송해 버렸지요. 그랬더니
분위기가 이렇게 되네요?」
으으음, 그랬군. 내가 조금 전까지 시간도 끌 겸해서 길게 지껄였던 말 중에서는, 아마도 웨인이 S를 처음 발견하고 므흣해했던 심리를 묘사했던, 그 부분이 특히 S의 심기를 건드렸으려나?
“도널드 웨인! 진유준과 너 사이에 오간 얘기는 모두 알고 있다. 어디, 내게 직접 변명해 보라!”
S의 음성과 풍모는 귀족중의 귀족, 제왕에 가까운 느낌이었다. 웨인은 힘없이 발코니로 내려와 실체화되며 머리를 조아렸다.
“사신이시어! 오해하지 말아주십시오. 당신께서 오시기 전까지의 일은 모두 이 늙은 것의 장난기에서 비롯된, 오해의 유희였을 뿐입니다.”
다시 불쌍한 노인네 모드로 비굴한 변명을 시작하는 웨인.
“이런 상황에서 오시였으니, 저의 진심을 오해하시는 것도 당연하지만, 한 가지 사실만은 사신에 대한 저의 진심을 말해주고 있다고 자부합니다.” 흐으음. 일단 S에게도 교활한 말장난 작업을 걸어보기는 하는군.
“저는 그동안, 이 미국이라는 거대 제국의 주인이 되어야 할 분, 캔들 리를 위해 몇 가지 선물을 준비해 두었습니다.”
역시 그쪽을 파고드는군. S의 살기가 순간적으로 주춤하는 것이 느껴져.
“캔들 리를 위한 선물, 이라고 했나?”
“그렇습니다, 사신이시어. 캔들 리가 원하는 바를 이룰 수 있는데 큰 도움이 될 만한 선물입니다. 당신께서도 흡족해하실 것이라 믿습니다.” 스으윽- 움직임을 시작한 S의 신형이 망토처럼 짙은 어둠의 기운을 펄럭이며 날아 내려오고 있었다. 처음 만나는 알지도 못하던 자가 뜬금없이 선물을 주겠다는, 상대가 이렇게 수상만땅의 뱀파이어가 아니라도 섣불리 믿기 어려운 상황인 셈이었다.
하지만, 나라도 호기심이 앞서는 상황이기도해. 더구나 선물의 혜택을 받을 사람이 자기 자신보다 사랑하는 사람이라고 하면 말이지.
S는 결국 살기와 마력 발산을 누그러트린 채 웨인 앞에 섰고, 웨인의 주름진 얼굴에 기쁨의 미소가 번져갔다.
“유준, 나 대신 수고를 해줘서 고마웠네.”
“우리 사이에 뭐 이런 정도로.”
“훗. 그런데 미안하지만, 이제 모두 물러나 주기 바라네.”
만약 정말로 웨인이 좋은 의도로 S를 초대한 거라면, 이쯤에서 서로 오해를 풀고 살벌한 대치 상태를 멈추는 것이 마땅할 것이다.
-몽몽. 전체적인 상황체크, 특히 이 저택의 분석은 좀 되고 있냐?
「아직 직접 스캔은 미비합니다. 그러나 다각도 탐색 결과에 유의미한 데이터가 존재합니다.」
오호~ 역시 우리 몽몽 선생. 스캔 거리가 짧은 것이 유일한 단점인데, 잘도 다른 요령으로 적의 동향을 파악하는 중이었군.
“유준! 자네와 사영 선배님은 늘 이렇게 자상하게 날 챙겨주지. 난 항상 감사하고 있네.”
조금 뜬금없다 싶은 타이밍의 인사치례. 웃음을 짓고 있는 거 같으면서도 웃는 분위기는 아닌, 상당히 뼈가 있는 말과 태도로군. 오늘밤 사영과 나의 행동은 자신을 믿지 못했기 때문이고, 그래서 심하게 불쾌하다는, 그런 의미야.
“알겠어요, 알겠어! 뭐, 애초에 이 집의 주인에게 초대받은 건 당신이었으니, 우린 이제 빠지기로 하죠.”
나는 손을 들어 모두에게 신호를 보냈고, 시그마와 산드라가 먼저 사삭- 초고속 이동으로 내 뒤에 섰다. 산드라의 압박으로부터 풀려난 뱀프 리버가 한숨을 돌리며 웨인쪽으로 물러났고, 쭈뼛거리는 기색으로 어색하게 시그마를 포위하고 있던 잡종(?) 늑대들도 살짝 안도하는 기색을 보이고 있었다. 근데 대장 늑대 녀석만이 호전적인 기운과 눈빛일세? 얼씨구? 웨인쪽으로 가기 위해 이동하면서 내 옆을 지날 때, 슬쩍 꼬나보기까지 하네? 순간적으로 이걸 그냥 확하는 기분이 들기는 했지만, 대빵 체면에 적의 중간 보스쯤에게 반응하는 건 좀 그래서 참았다. 나는 결국 발코니 난간까지 물러나 기대서며 팔짱을 낀 자세로 S에게 말했다.
“여기서 기다릴게요. 끝내고 같이 돌아가서, 헤어지기 전에 차 한 잔 해야죠.”
S는 피식 웃고는 별다른 대꾸 없이 돌아섰다. 그가 웨인의 정중한 안내를 받으며 실내로 들어가자, 리버와 크루버 콤비는 따라 들어가지 않고 출입구 양옆으로 호위병처럼 섰다. 나는 유리문 너머로 웨인이 자신의 책상 위에서 두툼한 서류뭉치 같은 걸 집어 드는 모습까지만 확인하고는, 고개를 아예 밤하늘로 돌려 딴청을 피우는 태도를 취하기 시작했다.
-몽몽. 현재 이 저택에는 너희들이 해킹해 들어 갈만한 시스템이 전혀 없는 거 같다고 했지?
「그렇습니다, 주인님. 현재까지 스캔된 어떤 공간에도 기본적인 전기 공사 흔적외의 장비는 발견할 수 없었습니다.」
첨단 IT장비는 고사하고, 인터넷 회선조차 없다는 거군. 게다가 실내의 모든 불빛이 불규칙적으로 흔들리는 거로 봐선, 조명조차 촛불 같은 걸 이용하고 있다는 거지. 몽몽의 존재를 알고 대비했다긴 어렵고, 웨인이 평소에도 철저하게 중세적인 생활을 고수하고 있다는 얘긴가?
-뭐, 그렇다 해도, 저 늙은 싸가지 뱀파이어가 준비한 함정은 대충 감이 온다고 했지?
「코드명 웨인의 피부에 도포된 물질의 성분은 산드라 가문의 ‘마녀 가문 특제 로션’과 같은 목적으로 합성된 물질로 분석되었습니다. 또한 웨인의 안구에 착용된 콘택트렌즈 역시 태양빛 차단에 특화 제작된 것으로 파악됩니다. 끝으로, 일부 스캔된 실내의 조명 장치는 태양빛에 가장 근접한 파장을 발생할 수 있게 설계된 것으로 분석됩니다.」
함정 준비를 하는 데는 약간의 첨단 장비를 쓰긴 했군. 어쨌거나, 자신도 뱀파이어이면서, 뱀파이어의 최대 공통 약점인 태양빛을 함정으로 준비한 건, 나름 허를 찌르는 패턴이기는 해. S가 대책 없이 혼자 유인되어 왔었으면 위험할 뻔하긴 한 거지.
몽몽은 실내의 대화를 도청하여 자막으로 보여주고 있었고, 나도 내 청력을 높여서 대화를 직접 청취하고 있기도 했다. 웨인이 준비하여 S에게 건네 준 서류들의 내용은, 현재 미국의 정권 흐름과 유의해야할 인물과 세력, 그런 것들을 분석한 자료인 모양이었다. 웨인은 S가 서류 내용을 빠르게 확인하자 곧바로 자신이 구축해 놓은 세력으로 얼마나 많은 이들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를 강변했다.
기본적으로 웨인이 소유한 언론사도 꽤 되고, 다수의 메이저 언론사 주식 보유량도 장난 아닌 모양이네. 게다가 뭐? 미국의 상류층은 물론이고 중 하류층에까지 엄청난 수의 서브 뱀파이어들을 만들어 놓았으니, 그들에게 명령을 내리면 언제든지 여론 조작이 가능하다고?
“사신이시어!”
도청이고 뭐고 할 것도 없이, 어느 정도 들릴 정도로 큰 목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솔직히 고백하겠습니다! 저는 잠시지만, 당신을 제압하여 내 도구로 쓰는 꿈을 꾸었습니다. 하지만 오늘밤, 당신의 위대한 혈통을 확인하며 깨닫게 되었습니다! 저의 짧은 망상이 얼마나 부질없는 것이었는지를 말입니다!”
무심결에 실내 쪽으로 시선을 돌려보니, 유리문 너머의 웨인이 S앞에 무릎을 꿇고 머리를 조아리고 있었다.
“위대한 혈통의 사신이시어! 저의 어리석음을 용서하시고, 부디 저를 간택하시어, 저와 저의 모든 것을 취하시기 바랍니다! 그리하여 캔들 리는 낮의 제왕! 당신께선 밤의 지배자가 되는 길을 차지하소서!”
간곡함이 절절이 배어나는 음성과 태도……! 도덕적으로는 문제가 많지만, 현실적으로는 굉장히 유혹적인 제안을 간청의 태도로 하고 있어. 게다가 우리 S도 본래 도덕적인 남자가 아니야. 이거 설마?
“그렇군. 그런 방식이면 확실히 나의 형님께서 쉽고 빠르게 권좌에 오를 수 있겠어. 그리고 그 권좌를 다시 놓는 날, 우리의 그리움도 끝날 수 있을 것이고.”
이, 이런. S의 도덕관념이 문제가 아니었구나. S로서는 캔들 리가 대통령이 되는 거 자체를 바란다기보다, 후딱(?) 대통령이든 뭐든 되었다가, 은퇴하여 자연인이 되는 시기를 원하는 거야. 그때가 되어야 자신과 흑주가 그의 앞에 나설 수 있을 테니 말야. 아무리 S에게 결정권이 있는 상황이라도 이건 쫌!
나도 모르게 잠시 놓고 있던 정글도 손잡이를 다시 잡았다. 변종 오컬트 괴물들의 가드를 뚫고 돌격할 태세를 가다듬는 사이, 잠깐 끊어졌던 S의 말이 다시 이어지기 시작했다.
“도널드 웨인! 덕분에 나도 짧은 꿈, 잘 꾸었다. 하지만 두 가지 문제가 있군. 첫째, 나의 형님 캔들 리의 꿈은, 나 같은 놈의 단순한 꿈과 차원이 달라 그분이 꾸는 꿈의 블록들은, 더러운 손길로 쌓아 올릴 수 없는, 그런 것이지.”
훗! S, 0.1초정도 의심해서 미안!
“두 번째 문제! 나는…………….”
S의 말이 끝난 직후, 번쩍! 실내로부터 눈부신 섬광이 폭사되었다.
콰콰콱!
연이어 폭사된 기운으로 유리문이 박살나며 그 앞의 리버와 크루버까지 나뒹굴었다. 섬광은 웨인의 태양 조명에 의한 것, 이어긴 건 S의 마력 발산에 의한 충격파였던 것 같았다.
“S!”
나는 짧게 그를 부르며 쏜살같이 실내로 뛰어 들어갔다. S의 마력에 의해서 실내의 모든 조명이 날아가 버린 상태였지만, S가 혼자 당당히 서있는 건 알 수 있었다.
“괜찮습니까?”
“걱정 말게, 유준. 나도 이쯤은 대비했으니까.”
나 역시, S가 처음부터 산드라의 ‘마녀 로션을 바르고 왔다는 걸 알았기에 이렇게 혼자 들어오는 것을 막지 않았던 것이긴 했다.
“그래도 놈의 공격이 파고들 틈은 생겼을 것 같은데, 그 작자, 그럴 용기도 없었나 보군요.”
“그래. 처음부터 도망칠 생각만 하고 있었던 것 같아.”
쓴웃음을 짓는 S의 시선이 향한 곳은 밖에서 보이지 않는 위치의 커다란 책장이었다.
「정교하게 위장된 비밀 출입구입니다. 저의 탐지거리 밖으로 이어져있습니다.」
나는 놈을 추적하기 전에 슬쩍 바깥의 상황을 확인해 보았다. 카드놀이 뱀프 리버는 산드라와 어우러져 싸우고 있었고, 대장 늑대는 시그마와 맞짱
뜨는 중이었다.
그런데 정원 쪽에 몰려있는 늑대 부대는 뭐하는 거지? 저택 담 바깥을 포위 중이던 나의 어사조들과 사영의 혈의문들, 상대적으로 평범한 인간에 속하는 그들이 변종 늑대부대를 막아내고 있단 말인가?
「걱정 마세요, 주인님! 우리쪽 인간 병력들은 모두 ‘은’으로 코팅된 탄환을 지급받은 상태거든요.」
하핫! 내 식구들이지만, 준비성이 촘짱인 듯!
「사실은 울 몽몽 오빠가… 아, 아니, 하여간! 이제 적의 두목을 추적하셔야죠!」
-오케이, 요몽.
콰쾅!
비밀 출입구에 해당하는 책장을 부수며 열고, 비밀 통로로 들어서자, 그 사이에 먼저 들어와 있던 S의 뒷모습이 희미하게 보였다.
“치사하게, 안개화로 혼자 편하게 들어가시깁니까?”
“아, 미안. 무심결에 그만.”
“훗. 그냥 해 본 소리고요. 그보다, 이제 완전히 괜찮은 거죠?”
“역시 자네를 속이긴 어렵군. 솔직히 눈에는 타격을 좀 입었었다네. 이제 거의 회복되었지만 말야.”
그래. 쫀심 때문에 괜찮다고 했지만, S는 정말 아무 이상이 없는데도 적이 튀는 걸 허용했을 리가 없는 남자지
“그나저나, 다시 생각해보니, 그 작자 스타일이라면 이미 까마득히 멀리 튀어 버렸을 거 같네요.”
“부끄럽군. 내가 자존심을 내세우다 모두에게 위험한 자를 놓쳐버린 셈이야.”
“에이. 그렇게 따지면 저도 마찬가지예요. 좀 더 신중하게 준비를 하고 왔어야 했는데, 너무 쉽게 봤어요.”
일이 잘못되면 서로 책임회피하기 바쁜 어떤 이들과 달리, 우리는 매우 바람직하게 책임 자처를 하며 비밀 통로 탐사를 시작했다. 그런데 얼마 가보기도 전에 예상과 조금 다른 통로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통로는 미로처럼 여러 방향으로 뚫려있었지만 전체적으로 아주 복잡한 구조는 아니었다.
“이건, 침입자나 추격자를 대비해서 미로를 만들어 놨다기보다, 본래 저택의 여기저기를 몰래 이동하기 위해서 만들어진 거 같네요.” 나는 발견된 출입문 중 하나를 열어서 바깥을 확인해 본 후, 다시 닫으며 말을 이었다.
“같은 층의 침실이네요. 문은 거울로 위장되어있으면서 미세한 바늘구멍 같은 게 뚫려있고요. 아무래도 침실에 손님을 초대해 놓고 몰래 훔쳐보기를 했던 거 같아요. 통로며 모든 곳에 사용 흔적이 없는 걸 보면, 꽤 먼 과거에 그랬었던 거 같지만요.”
나의(몽몽의) 상황 분석에 S도 고개를 끄덕였다.
“여러모로 지저분한 놈이었군. 게다가 통로 곳곳에 오래된 피냄새가 남아있네.”
역시 뱀프의 후각은 놀랍네. 몽몽이 스캔해낸 핏방울의 흔적을 정확하게 감지하여 한곳을 주목하고 있어.
몽몽과 S가 공동으로 지목한 포인트는 비밀 통로들의 중심부쯤으로 여겨지는 지점의 바닥이었다. 조명이 있었다 해도 찾기 어려웠을 틈에 정글도를 박아, 바닥의 두꺼운 나무판을 들어 올리는 순간,퀴퀴한 공기와 함께 희미한 피비린내가 풍겨왔다. 웨인이 오늘은 안개화로 흔적을 남기지 않고 달아난 모양이지만, 과거에 희생자들을 끌고 갔던 피의자취 때문에 꼬리를 밟힌 셈이었다.
「이 맨홀형 구조물은 거의 직선이며, 깊이는 43.5미터로 측정됩니다. 참고로, 지금부터 요몽과 패티의 접속을 일시 차단하겠습니다.」
빌어먹을! 요정 아그들의 정서에 안 좋은 광경이 나올지 모른다는 거지? 나도 한때 공포영화를 즐긴 적이 있지만, 현실에서 끔직한 광경을 보는 건 내키지 않는데… 우이씨, 할 수 없지!
이익!
나름의 각오를 하고 뛰어내려 착지! 당장은 내력을 눈에 돌려도 거의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지만, 몽몽이 꽤 넓은 지하공간의 구조를 엑스레이 화면처럼 단순한 그래픽으로 보여주며 경고했다.
「발밑을 주의 하십시오, 주인님. 저의 안내에 따라야만, 희생자들의 유해를 딛지 않으실 수 있습니다.」
그, 그 정도야? 이 넓은 지하공간에 거의 발 디딜 틈도 없을 정도로… 썅!
나는 이를 악물고 공공보법을 발동하여 처절한 현장을 뛰어넘어 날았다. 몽몽이 찍어주는 포인트만을 밟으며 반대편의 출구를 통과하여 얼마간을 정신없이 달렸다.
「유해는 모두 유골 상태로, 근래의 시신은 없는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몽몽의 이어지는 보고에 눈곱만치 위안을 받으며 멈춰서보니, 오래된 암벽 동굴이 끝나고, 좀 더 익숙한 시멘트 냄새가 나는 동굴 아닌 동굴이 나타났다.
“하수도로군. 보스턴의 모든 곳으로 연결되어 있겠지.”
S가 그렇게 말하며, 나를 지나쳐 가려했다.
“잠깐! 멈춰요!”
“이미 따라잡기 어렵다는 건 알고 있네. 하지만…….”
“캔들 리 쪽은 걱정 마세요. 대교와 흑주가 갔으니까요.”
“알고 있네. 그녀들을 못 믿는 건 아니야.”
“그럼, 일단 대기해 주세요. 아니, 지금부터 놈을 잡을 때까지는 당신도 내 지휘 하에 움직여주세요.”
S는 나의 어느 정도 강압적인 말에 살짝 안색을 굳히는 것 같았으나, 나는 더욱 단호하게 말했다.
“누구 때문에 놈이 나타났는지, 오늘 왜 놓치게 되었는지도 따질 때가 아닙니다! 무조건 잡고 봐야죠, 이 최악의 뱀파이어, 더러운 쥐새끼를!” 나는 울컥거리고 치밀어 오르는 뜨거움을 삼키며 생각했다.
이 추악한 쥐새끼는, 그래, 항상 어둠속에 숨어서 작고 혐오스런 눈동자를 굴리며 약삭빠르게 자신의 생존부터 궁리하는 타입이야. 감정에 치우친 추격만으로는 못 잡아.
-몽몽! 원판 호출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