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왕전생 1권 – 6화 : 억지 기연(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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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왕전생 1권 – 6화 : 억지 기연(2)


억지 기연(2)

“근데 아저씨는 왜 그곳에 쓰러져 계셨어요?” 

설우진이 호기심 어린 표정으로 물었다. 신추명은 조금 갈등하는 기색을 보이더니, 이 내 말문을 열었다.

“실은 저 산에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비동이 하나 자리하고 있단다. 봉뢰동이라 이름 붙여 진 곳인데, 한때 천하를 공포에 떨게 했던 마인 이 잠들어 있지.”

‘봉뢰동이라……………. 이거 생각보다 일이 재밌게 돌아가는데. 이 인간만 잘 구슬리면 힘 안 들이 고 비동을 찾을 수도 있겠어.’

설우진은 신추명의 얘길 듣고 반색했다.

사실, 비동의 보물을 먼저 얻어 보겠다고 무작정 외가로 오기는 했지만 비동을 찾는 일은 난제였다.

지난밤, 그는 은밀히 태검봉에 올랐었다.

비동의 위치를 모르니 일단 무작정 부딪쳐 보 자는 심산이었다.

그런데 얼마 오르지도 못해 발길을 돌려야 했다.

운무진의 영향인지 안개가 너무 자욱했다. 한 걸음 내딛기가 힘들 정도였다.

“이 아저씨는 그 비동을 지키는 임무를 부여 받았단다. 마인의 무공이 강호에 흘러가는 걸 막기 위함이지.”

“일부러 막아야 할 정도로 그 무공이 대단한거예요?”

“음………… 나도 선대에 전해 들은 얘기다만, 한 때 그 마인에 의해 강호의 절반이 사라질 뻔했 다더구나.”

‘이거 소름 돋는데. 그 무공만 얻으면, 낭왕 시절보다 더 강해지는 거 아니야.’

설우진은 저도 모르게 가슴이 흥분됐다.

한때 낭인의 정점에 섰던 그지만, 무공에 있 어서만큼은 다른 십왕들에 비해 분명 손색이 있었다.

그의 성명절기인 감각도는 나무랄 데 없었지 만, 이를 뒷받침해 줄 내공심법이 상대적으로 너무 취약했다.

“아저씨, 몸이 나으면 다시 그곳으로 가실 거 예요?”

설우진이 속내를 감춘 채 태연하게 물었다.

“가야지, 언제 또 적들이 비동을 노릴지 모르니.”

신추명의 눈빛에 비장함이 엿보였다.

그런데 그는 알까, 자신의 옆에 가장 위험한 도둑이 도사리고 있다는 사실을.


달도 자취를 감춘 늦은 밤.

객방의 문이 조심스럽게 열렸다. 그 안에서 모습을 드러낸 이는 신추명이었다.

그는 낙영장에서 머무르는 사흘 동안 심법을 활용해 내상을 다스렸다. 외상에 비해 상대적으로 부상의 정도가 적었던 터라 회복이 빨랐 다.

그래도 여전히 몸을 완벽히 추스르기에는 부 족한 시간이라 몸이 정상적이진 못했다. “구명의 은혜는 차후에 갚겠습니다.” 신추명이 검을 챙겨 뒷문으로 향했다.

낙영장의 뒷문은 추월산의 초입으로 이어져 있었다.

그가 떠나고 난 뒤.

작은 인영이 뒷문에 모습을 드러냈다. 신추명 이 떠나기만을 기다리고 있던 설우진이었다.

‘아저씨, 비동까지 친절한 안내를 부탁해.’ 

설우진이 입가에 진한 미소를 떠올리며 신추명이 사라진 방향으로 몸을 날렸다.

이틀 전, 그는 신추명에게 새 옷을 갖다 줬다. 겉보기엔 단순한 호의의 표현이었지만, 사실 그 옷 안에는 설우진표 추종향이 들어 있었다. 아직 경공을 펼치지 못하는 그로서는 추종향을 통해 뒤를 쫓을 심산이었다.

안개가 자욱하게 깔려 있는 태검봉.

그 한가운데 설우진이 거친 숨을 몰아쉬며 서있었다.

그는 낙영장을 나온 뒤로 한 번도 쉬지 못했다.

신추명은 경공을 펼쳐 날아가는데, 그는 맨몸으로 뛰어야 했기 때문이다.

‘점점 추종향이 옅어지고 있어. 이대로 가다 간 놓치고 말겠는데.’

설우진은 마음이 조급해졌다.

그가 만든 추종향은 그 범위가 십 리에 불과 했다. 재료가 부족해 우격다짐으로 만든 탓이 었다.

“추종향이 사라지기 전에 어떻게든 비동 근처 까지 가야 돼. 쉬는 건 그 이후야.”

설우진은 다시 힘을 냈다.

다리가 천근만근 무겁게 느껴졌지만 이를 악 물고 힘겹게 발을 뗐다.

하지만 그 노력이 무색하게 추종향은 반 각여 도 지나지 않아 완전히 사라져 버렸다.

설우진은 허탈한 마음에 바닥에 주저앉았다. 세상일은 예나 지금이나 쉽게 되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이제 어떡한다, 운무진은 대충 빠져나온 것 같은데…………’

설우진은 단단하게 뭉쳐 있는 두 다리를 주무 르며 사위를 살폈다. 처음 산에 오를 땐 짙은 안 개 때문에 한 치 앞도 분간하기가 힘들었는데 지금은 시야가 확 트여 있었다.

“가만, 안개가 옅어졌다는 건 운무진의 힘이 다했다는 거잖아. 그렇다면 이 근처에 비동이 있을 수도 있다는 건데.”

설우진의 두 눈이 날카롭게 번뜩였다.

길잡이는 사라졌지만 그에겐 긴 세월 낭인으 로 살아온 경험이 있었다.

주변을 면밀히 살피던 설우진의 시선이 한곳에 꽂혔다.

그을린 바닥, 야영의 흔적이었다.

설우진의 움직임이 바빠졌다. 혹시나 하던 마음이 확신으로 굳어진 것이다.

야영지를 중심으로 설우진은 비동을 찾기 시작했다.


한편, 길잡이 역할을 톡톡히 했던 신추명은 날카로운 바위군으로 뒤덮인 언덕에서 일단의 무리와 날카로운 신경전을 벌이고 있었다.

이미 한바탕 드잡이질을 벌였는지 그의 옷자 락은 여기저기 찢겨 있었다. 특히, 설우진이 몰 래 추종향을 넣어 두었던 밑단은 언제 베였는 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없었다.

“추명, 이쯤하고 그만 돌아가라. 네가 아무리 통천가를 대표하는 후기지수라 하나 내 상대가 될 수는 없다.”

무리의 장으로 보이는 삼십 대 초반의 사내가 무거운 표정으로 신추명에게 말을 건넸다. 

“사형, 꼭 이렇게까지 해야겠습니까? 봉뢰동 은 통천문에서 수백 년을 지켜 온 곳입니다. 한 데, 복수를 위해 스스로 그곳의 봉인을 풀려 하 다니요. 통천문의 대제자로서 그건 결코 용납 될 수 없는 일입니다.”

“닥쳐라! 그 허울 좋은 이름 때문에 난 내가 가진 전부를 잃었다. 너도 잘 알지 않느냐? 네 사저가 나에게 어떤 존재였는지. 난 수단과 방 법을 가리지 않고 놈들에게 복수하고 말 것이 다. 그게 강호를 무너뜨리는 일이 된다 해도.” 

사내의 전신에서 사나운 투기가 휘몰아쳤다.

정면에서 그와 마주하고 있던 신추명은 이를 악물며 그 기세에 대항했다. 하지만, 부상의 여 파가 남아 있는지 얼굴이 창백하게 질려 갔다. 

“말로 설득하는 건 오늘이 마지막이다. 이 이 상 방해를 하겠다면 그때는 이 검으로 내가 직 접 네 목을 벨 것이다.”

“사, 사형.”

“그만 산 아래로 돌려보내라.”

사내가 수하들에게 명했다.

이에 두 사람이 앞으로 나서서 신추명의 양쪽 어깨를 붙잡았다. 신추명은 거칠게 팔을 뿌리 쳤지만 이내 마혈을 제압당하고 말았다.


비동은 평범한 동굴의 형태를 하고 있었다. 긴 세월이 흘렀음을 알려 주는 종유석과 석순 이 곳곳에 뿌리내리고 있고, 시커먼 천장에서 는 낯선 인간의 출현에 놀란 박쥐들이 요란한 소리를 내며 날갯짓을 해댔다.

‘비동에 설치된 기관은 모두 아홉 가지. 그중 에서 특히 조심해야 할 건 삼관의 비뢰침과 오 관의 홍염천 그리고 마지막 관의 빙한 지옥이야.’

설우진은 사부에게 들었던 내용을 토대로 비 동의 구조를 머릿속에 그렸다.

사부가 몇 번이나 강조했던 세 가지 암관 때 문이었다.

암관은 이름 그대로 눈에 보이지 않는 기관이 다. 겉보기엔 일반 기관과 큰 차이가 없지만, 해체를 했다고 여기는 방심의 순간에 회심의 일격을 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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